밤에만 열리는 카페 도도
시메노 나기 지음, 장민주 옮김 / 더퀘스트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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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단한 하루 끝에 읽을 수 있어 행복했던 소설!

소설을 읽다보면 내 마음까지 보듬어지는 기분이 든다!





역에서 곧장 이어지는 언덕길을 올라 첫 번째 교차로 맨 끝 골목길, 그 막다른 곳에 다다르다보면 울창한 나무숲에 둘러싸인 비밀스러운 카페 하나가 모습을 드러낸다. ‘1인 전용 카페 도도.’ 무릎 아래 정도 높이의 작은 간판을 보며 사람들은 이런 데 카페가 있었던가, 하고 고개를 갸웃거린다. 그러다 이내 신비로운 힘에 이끌리듯 그곳으로 향한다. “어서 오세요. 카페 도도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곱슬곱슬한 머리칼에 동그란 안경을 쓴, 소로리라고 불리는 카페의 주인이 손님을 반긴다. 매일 밤, 도시에 어둠이 찾아오면 소로리는 단 한 사람을 위한 다정한 불을 밝히며 그가 만든 특별한 차와 디저트를 건네어준다.




고민은 여기 두고 가세요.

당신을 위해 세상에서 가장 달콤한 차와 디저트를 드립니다.




  『밤에만 열리는 카페 도도』는 유독 지치고 괴로운 나날의 끝에 발견한 도시의 숲속 카페 ‘도도’에서 위로와 희망을 얻어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힐링 소설이다. 어찌된 일인지 카페 도도를 찾는 손님들은 열심히 달리던 일상에서 잠시 도망치고 싶을 때, 일과 가족 그리고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깊은 시름에 잠겨 있을 때 이곳을 불쑥 찾아온다. 카페 도도의 주인인 소로리는 그런 손님들을 반갑게 맞으며 마치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그들을 위한 차와 디저트를 건넨다. 그런 소로리 덕분에 손님들은 내내 짊어지고 있던 짐과 고민들을 잠시 내려놓고 한결 가벼워진 마음으로 이곳을 나서게 된다.









  소설 속에는 나이도, 직업도 저마다 다른 다섯 명의 여성들이 등장한다. 매일 SNS에 파묻혀 갓생을 따라하는 삶에 지친 가에, 남자와 여자가 평등한 결혼 생활을 이룰 수 있기를 원하는 세라, 열심히 일 하는 데만 몰두하느라 정작 자신은 돌볼 줄 몰랐던 사요코, 고객 때문에 속상할 때가 많은 헤어디자이너 아야카, 점점 일에서 한계를 느끼기 시작한 60대 텍스타일 디자이너 무쓰코까지. 이 다섯 여성들의 에피소드 속에는, 여성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겪을 만한 고민들이 담겨있다. 덕분에 소설을 읽다보면 내 마음까지 가만가만 보듬어지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저는요, 사람들이 소리 높여 주장하는 멋진 삶에 압도당할 것 같았어요. 꼭 저렇게 살아야 한다며 저 자신을 채찍질하느라 바빴거든요.”

SNS에 속박돼 있던 나날에 대해 가에가 고백한다. / 58p


확실히 그럴지 모른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진전이 없다. 포기하지 말고 자신이 할 수 있는 걸 해나간다면 그 모습이 언젠가 누군가의 눈에 띄거나 무언가를 할 수 있는 힘의 원천이 될지 모른다. 성과가 나지 않더라도 하지 않는 것보다 하는 편이 낫다. 세라는 그렇게 생각한다.

“작은 일이라도 마음을 내는 게 중요하니까요.” / 90p



  타인의 기준에 휘둘리며 사느라 자기 자신을 잃어버린 듯한 가에에게 소로리는 몽당연필 한 자루를 내밀며 이렇게 말한다. “손님께 필요한 건 이거예요. 자기만의 심이 있어야 해요.” 말끔하게 깎아냈을 때 드러나는 연필심, 그 중심에서 오롯이 제 모습을 잃지 않을 수 있는 자기만의 심을 가지라고 조언한다. 급하게 자란 나무는 연약한 법이라고, 하지만 시간을 들여 변화해가는 나무는 단단하기에 오늘의 아픔에 휘둘리기보다는 자신을 돌보는 데 더 마음을 쓰기를 바라는 소로리의 다정함이 독자에게까지 오롯이 전달된다.



부조리함이나 이해받지 못하는 것을 한탄하기보다 그 안에서 자기 나름의 요리법을 찾으면 되는 것이다. / 115p


“왠지 기운이 나네요. 그러고 보니 감주는 마시는 수액이라고도 하더군요. 나를 돌보는 게 성공한 것 같네요.”

그렇게 말하면서 웃었더니,

“내가 나를 돌보지 않으면 누가 돌봐주겠어요.”

이번에는 마치 신기한 생명체를 쳐다보듯 말한다.

맞는 말이다. 열심히 노력하는 자신을 돌봐주지 못했다. 더 열심히 하라고 다그치기만 했다. 자기 자신에게 미안한 기분이 들었다. / 139p









  “마음에 비 내리는 날의 샌드위치, 있습니다.”

  마음에 비가 내릴 때 나를 위로해주는 샌드위치와 나를 돌보는 마시멜로 구이가 있는 카페 도도를 찾아가보고 싶어졌다. 고단한 하루 끝에 읽을 수 있어 행복했던 책이다. 유독 지치고 마음이 무거워지는 날에 이 소설을 읽어보시길 추천드린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았으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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