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무무무 무지개 택배 1 - 뒤바뀐 주소 ㅣ 우리학교 상상 도서관
박현숙 지음, 백대승 그림 / 우리학교 / 2022년 6월
평점 :

내가 가진 모든 것들이 존재 그 자체만으로도 소중하니까!
경쾌한 상상력과 개성 있는 그림체로 우리 아이들에게 따뜻한 선물이 되어줄 책!
“어서 오세요, 고객님. 무엇이든, 무슨 일이 있어도 무조건 배달하는 무무무 무지개 택배를 찾아 주셔서 고맙습니다.” / 8p
이곳은 무엇이든, 무슨 일이 있어도 무조건 배달하는 무무무 무지개 택배. 단, 13세 이하인 어린이 고객의 택배만 받는다는 이 기이한 택배 회사의 정체는 대체 무엇일까? 짙은 안개를 뚫고 비밀리에 이곳에 배달을 맡긴 아이들에게는 대체 무슨 사연이 있는 걸까?
독특한 제목과 소재가 인상적인 『무무무 무지개 택배』는 『수상한 아파트』를 비롯해 무려 170여 권에 이르는 동화책과 청소년소설을 출간한 박현숙 작가의 작품이다. 저승으로 가기 전, 이승에서 보낼 수 있는 마지막 사십구일의 시간을 부여받은 주인공들로 하여금 하루하루를 소중히 여기며 살아가는 법에 대해 일깨워주는 『구미호 식당』이란 작품을 워낙 재미있게 읽었기에 이 작품도 기대가 되었다.
신비하고 신기한 무무무 무지개 택배로 오신 걸 환영합니다
무지개 택배 회사에 오게 된 지 어느새 20일째. 무지개 택배 회사에서 일하는 깍지는 시간이 이렇게나 흘렀다는 사실에 깜짝 놀란다. 무지개 택배 회사의 기숙사에서 지내는 택배 배달원들은 단 30일만 이곳에 머물 수 있기 때문이다. 이곳을 관리하는 왕 대장은 깍지에게 30일이 지나기 전에 깍지의 주인을 꼭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만약 30일 안에 주인을 찾지 못하면 꼼짝도 하지 못한 채 캄캄한 담에 붙어서 영원히 살아야 한다고 했다. 그러지 않기 위해서는 일단 자신에게 부여된 택배 배달부터 마쳐야 했다. 택배와 깍지가 살던 곳은 어떤 식으로든 연관이 있어서, 배달을 하는 과정에서 어떤 연관이 있는지 깨닫게 되고 자연스럽게 주인을 찾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하필이면 깍지가 배달 나가야 할 택배물의 주소가 엉망진창이다. 설상가상으로 배달 상자가 뜯어지고, 배달 과정에서 상자를 잃어버리는 불상사까지 발생한다. ‘무지개 택배 회사 규칙 1항, 배달원은 절대로 택배를 열어 보면 안 된다’, ‘무지개 택배 회사 규칙 5항, 택배를 잃어버리면 절대 안 된다.’ 이 두 조항을 위반하게 된 셈이다. 만약 택배를 찾지 못한다면 이에 대한 책임으로 깍지는 자신의 원래 주인을 찾지 못한 채 연기로 사라지게 된다. 과연, 깍지는 택배 상자를 찾아 택배물을 안전하게 배달할 수 있을까? 자신을 잃어버린 주인 역시 되찾을 수 있을까?
“너희의 주인들은 지금 죄다 이상한 일을 겪고 있을 거다. 기억력이 나빠지거나 웃음이나 눈물을 잃었거나. 그뿐이 아니지. 가만히 있어도 불안하고 누군가를 자꾸만 의심하기도 할 테고 말이다. 아이고, 내가 뭔 말이 이렇게 많은지 모르겠네. 깍지야, 다시 한번 말하지만, 택배와 네가 살던 곳은 어떤 식으로든 연관이 있다. 배달을 하는 과정에서 어떤 연관이 있는지 깨닫게 되고 자연스럽게 주인을 찾아갈 수 있단다.” / 21p
“얘야, 나는 뭐든지 사는 사람이란다. 네게 필요 없는 게 있으면 팔아라. 어떤 것이든 상관없니? 대신 이 안에 들어 있는 것 중에 네가 갖고 싶은 걸 하나 가져도 좋아. 네 그림자와 맞바꾸는 거지.” / 82p



박현숙 작가는 유년 시절 한 친구의 말에서 이 작품을 착안했다고 한다. 그림자가 없으면 이전의 기억이 다 사라진다고…. 그림자가 없으면 기억이 사라진다니! 가만 생각해보면 그림자나 코딱지, 비듬 같은 것들은 우리 몸에 없어도 하등 상관이 없는 것들처럼 사소해 보이지만 저마다 존재하는 이유가 있다. 이 작품은 사람들에게 버려진 소중한 것들을 찾아 주는 무지개 택배 회사를 통해 자신이 가진 것 중에 필요 없는 것이란 없으며 모두 소중히 여겨야 한다는 점을 일깨워준다. 이 책을 읽고서 ‘오늘 내가 하찮게 생각했던 것들이 누군가에게는 절실한 것이 될 수 있으며 내가 가진 모든 게 존재 그 자체만으로도 소중하다’는 것을 우리 아이들이 마음에 새길 수 있기를 바란다.
“왜 또? 또 간섭할 일이라도 남아 있어?”
“간섭하는 게 아니라 도와주고 싶어서 그러는 거야.” / 100p
“내가 왕 대장이라는 사람을 알거든. 착하고 듬직한 사람이야. 아는 것도 많고. 그런데 왕 대장이 그랬어. 자기가 가진 것은 모두 소중하다고. 표가 나지 않아도 말이야. 아마 그림자도 그럴 거야.” / 125p


박현숙 작가 특유의 경쾌한 상상력과 개성 있는 그림체로 완성된 따뜻한 이야기책이다. 연이어 출간된 시리즈들도 기대가 된다. 초등 저학년부터 고학년까지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을 찾으시는 분들에게 이 책을 추천드린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았으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