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트 - 세상을 경악시킨 집단 광기의 역사
맥스 커틀러.케빈 콘리 지음, 박중서 옮김 / 을유문화사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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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트에 관한 가장 흥미롭고 심오한 탐구!

컬트를 낳은 우리 사회의 가장 어두운 그늘을 들여다보게 하는 책!





  종교적인 숭배에 가까운 열광적인 지지를 받는 현상을 일컬어 우리는 ‘컬트’라 부른다. 소위 유사 종교, 사이비 종교라 부르기도 하는 이것은 믿음에 대한 욕구가 소속에 대한 필요성과 조합되면 어떠한 일이 벌어질 수 있는지를 가장 극단적인 형태로 보여주는 사례가 아닐까 싶다. 책 『컬트』는 찰스 맨슨과 그의 패밀리들, 인민사원, 천국의 문처럼 다소 우리에게 잘 알려진 컬트에서부터, 광적인 추종 세력을 이끈 구루로 알려진 바그완 슈리 라즈니쉬와 종말론 컬트의 설계자 중에서 죽지 않고 종적을 감춘 유일한 지도자 음웨린데에 이르기까지, 세상을 경악시킨 집단 광기의 역사를 되짚어본다. 컬트의 속성은 물론 컬트 지도자와 그의 추종자들의 심리까지 철저히 탐구한 책으로, 이러한 집단을 굴러가게 만드는 동력은 무엇이고 그 이면에 숨겨진 우리 사회의 그늘은 또 무엇인지를 깊이 통찰한다.



컬트는 우리를 인간답게 만들어 주는 그 속성을 먹이로 삼는다. / 표지 중에서



  책을 읽다보면 컬트 지도자들에게는 일련의 공통된 요소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를 테면 무자비함, 어린 시절의 수치, 억압된 성적 취향, 자신의 천재성에 대한 과장된 믿음, 가까운 사람에게 공포를 야기함으로써 얻는 쾌감 같은 것들이다. 이러한 행동의 기저에는 공감의 결여, 타인을 조종하는 태도, 과도한 자기애와 같은 요인들이 작용하는데, 이러한 성격에 도달한 것이 본성 때문인지 아니면 양육 때문인지를 단언하기는 어렵다. 다만 찰스 맨슨의 경우 유년 시절, 심각한 애정 결핍을 겪은 것으로 보인다. 실제 찰스 맨슨이 어머니 에이다 캐슬린이 출소 후 처음 만나 안아 주었던 일이 그의 유년기에서 유일하게 행복했던 기억이라고 밝혔을 만큼, 여러 친척집을 전전하며 마지못한 보살핌을 받고 그 사이사이에 소년원과 보호소에 빈번하게 머무르면서 불행한 유년 시절을 겪은 것이 성격 장애의 원인이 된 듯하다.



  또한 이 책은 특정한 굴욕 사건에서 비롯된 강렬한 수치심이 사이코패스적 행동과 결부될 수 있는 것으로 분석한다. 찰스 맨슨의 경우 어머니가 교도소에 있다면서 바너 선생님으로부터 지속적인 조롱을 당했으며, 억지로 여자 옷을 입고 초등학교에 간 적이 있는 등 연이은 굴욕적인 사건이 공격성으로 귀결된 것으로 보인다. 아돌포 콘스탄소 또한 썩어 가는 동물의 유해와 오물로 가득했던 불결한 가정환경 때문에 이웃 가정들로부터 심각한 사회적 소외를 겪어야 했다. 그의 무결성에 대한 집착뿐만 아니라 질서 유지에 대한 강박은 이러한 유년시절의 심각한 심리적 외상이 낳은 결과인 것으로 보인다.



치료를 하지 않을 경우, 사이코패스적 어린이는 8세나 9세쯤 이르러 타인에게 폭력을 행사하게 되고, 14세부터 16세쯤에 이르러서는 범죄를 자행하게 된다. 이런 조건이 악화되지 않도록 막는 데 도움을 주는 방법 중 하나는 지속적인 관심과 시의적절한 긍정적 간섭이다. 사랑 많은 가정에는 보호 효과가 있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완전한 방지 효과까지는 없다. 그리고 찰스 맨슨의 유년기에 없었던 것이 바로 이와 같은 종류의 가정 환경이었다. / 27p


정신 의학자 로버트 리프턴은 컬트 지도자들에게서 나타나는 이 특정한 책동, 즉 스스로를 강력한 영적 인물로, 인류의 나머지보다 더 높은 존재로 추종자들에게 내세우는 것에 주목했다. 리프턴은 이 기법을 ‘신비적 조종’이라고 명명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이것이야말로 사고 개조(또는 정신 조종)의 핵심 단계 가운데 하나였다. 이러한 종류의 신비적 조종의 또 한 가지 국면은 컬트 지도자가 마치 미래를 내다볼 수 있는 척 연기하고, 스스로를 마치 예언자인 양 추종자들에게 내세운다는 점이었다. 이런 책략을 성사시키기 위해서, 컬트 지도자는 일상적인 우연의 일치를 마치 예언의 달성인 것처럼 보이도록 재구성하려 시도한다. / 47p










   대체 저들은 무엇에 끌린 것일까. 어떻게 집단 전체가 버젓이 상식 밖의 일을 맹목적으로 벌일 수 있는 것일까. 애초에 ‘컬트’라는 집단이 유지될 수 있었던 이유는 컬트 지도자를 향한 조력자들의 오도된 헌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 배경에는 일명‘ 존재의 면제’라 불리는, 즉 자기네만이 더 높은 진리를 알고 있다고 믿으며 이런 진리를 보유하지 못한 사람들은 신성한 서클의 외부에서 살아간다고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심리학자 나이절 바버의 말에 따르면 구성원에게 더 많은 것을 요구하는 컬트일수록 더 오래 지속된다고 한다. 더 높은 목적을 명목으로 삼아 더 큰 개인적 희생을 감내할 의향이 있기 때문이다. 저자인 맥스 커틀러와 케빈 콘리는 이것이야말로 컬트 구성원이 외부인(불신자)에게 자행하는 살인을 비롯한 온갖 종류의 범죄를 정당화하는 데 사용하는 핵심 믿음이었다고 지적한다.



세뇌 연구의 전문가인 마거릿 싱어의 말처럼 “외로움의 시기에 있는 사람은 거의 모두가 취약한 시기에 있는 셈이어서, 컬트가 새로운 구성원을 모집하기 위해 사용하는 아첨과 기만적 유혹에 사로잡힐 수 있다.” 라즈니쉬는 수백 명의 추종자 중에서 유독 실라를 골라서 비서로 삼았는데, 어쩌면 그녀는 구루에게서 받는 관심이며 자기가 행하는 업무를 이용해서 남편 마크와의 사별 이후 경험하던 외로운 공간을 메웠을 가능성이 있다. / 145p


심리학자는 아들과 어머니의 관계가 평생에 걸친 행동 패턴 가운데 상당 수의 주된 출처라고 지목한 바 있다. 어린 라니에르 역시 알코올 중독자이며 심장 질환을 앓았던 무용 교사인 어머니를 돌보았던 경험 때문에 남은 평생 동안 집착했던 특이한 경향을 갖게 되었다. 라니에르가 훗날 창시한 자기 계발 프로그램인 넥시움의 핵심 원칙 가운데 하나는 참가자가 자신의 정서적 외상에 직면하게 하는 것이었는데, 취약점을 찾아내는 것이 그의 재능이었다는 것도 부분적인 이유가 되었다. 이 자기 계발 프로그램이 개인숭배 컬트로 발전하자, 그는 자신의 수익과 왜곡된 쾌락을 위해서 이런 발견을 악용하는 데 더 능숙해지게 되었다. / 315p








  니체는 “맹목적인 믿음은 진실이 무엇인지 알고 싶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컬트가 계속해서 생겨나고 이를 추종하는 자들과 희생자가 여전히 발생하는 이유는, 진실 따위 보다는 어딘가에 소속되고 싶고 뭔가를 믿고 싶어 하는 인간의 본성과 그런 마음을 이용하려는 자들이 반드시 있기 때문이다. 또 그런 자들이 상식 밖의 일을 벌여도 하등 이상할 게 없는 불안정한 사회 구조와 비참한 현실이 우리의 눈과 마음을 가리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 반사회적 행위인 사이코패스 역시 그러한 구조 속에서 태어난다는 점을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하겠다.



  컬트에 관한 경각심은 물론, 컬트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을 준 책이었다. 맹목적인 믿음이 불러일으킨 광기에 읽는 내내 섬뜩했다. 한편, 엽기적이고 불편한 이들의 행각 이면에 모순된 사회 구조와 현실이 놓여있음을 감지할 때마다 화가 나기도 했다. 컬트에 대해 궁금하신 분들이라면, 컬트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얻고 싶은 분들이라면 이 책을 읽어보시길 추천드린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았으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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