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잡썰 - 그깟 공놀이에 일희일비하는 야구팬을 위한
강해인 외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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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팀은 내가 깐다! 저품격 대유잼 야구 이야기!

평생 야구팬으로 살아온 한 사람으로서 애증의 야구 인생을 담은 책!






 오늘로 삼성 라이온즈가 내리 6연패 중이다. 개막전 두 경기를 제외한 여섯 경기 모두 패배를 기록했다. 올해는 다를지도 모르겠다는 희망회로 따위! 하아-(티빙도 결제했단 말이다). 이쯤 되니 1010분의 남자, 그가 떠오른다. 지난 해, 누가 봐도 실망스러운 결과를 낸 단장을 자기들 멋대로 유임해 버린 삼성 라이온즈 측과 사랑하는 팀이 연일 비참한 경기력을 보이자, 급기야 유니폼을 벗어 몽고메리(야구계의 은어)를 시전하시며 니들이 뭔데!”를 외쳤던 우리의 큰정 PD(제 마음이 큰정 PD님 마음이고, 큰정 PD님 마음이 제 마음입니다).

 



  유튜브 콘텐츠 <야구잡썰>을 알게 된 건 순전히 야구 알고리즘 때문이었다.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남자 네 분이 내 팀은 내가 깐다!”를 모토로 각자 응원하는 야구팀의 한 주 경기를 리뷰하는 모습이 신선하게 다가왔다. 롯데 팬인 키노라이츠 강해인 편집장(외쳐! 스섹강), SSG 팬인 김형민 드라마 작가(기만 드릉드릉), 삼성 팬인 KBS 라디오 정현재 PD(1010분 큰정 PD), 기아 팬인 KBS 스포츠 담당 정현호 PD(진정한 광견)로 구성된 <야구잡썰>은 네 남자의 유쾌한 입담과 자칭 야알못이라지만 알고 보면 해박한 야구 지식, 같은 팀을 응원하는 구독자들과 같이 일희일비하며 공감과 진정성을 담은 콘텐츠로 오랜 시간 함께 했다. 이 외에 약방에 감초 같은 역할로 나올 때마다 빵빵 터지는 NC 팬 김우용 KBS 라디오 PD와 저품격 유잼 콘텐츠를 위해 애써주시는 노인균 PD님까지. 그렇게 한 주, 두 주 보기 시작했더니 이제는 야구 시즌이 돌아오면 <야구잡썰>도 돌아온다는 기쁨으로 이들을 기다리게 되었다.

 



그깟 공놀이, 하지만 이 재미를 어떻게 잃을 수 있겠어



  유튜브 주간 야구 리뷰 채널 <야구잡썰>이 책으로 나왔다. 미우나 고우나 내 팀이라는 마음으로, 평생 야구팬으로 살아온 한 사람으로서 애증의 야구 인생을 담은 책이다. 관성처럼 팀 해체해라.” “올해는 다르다를 부르짖지만 응원하는 팀이 13연패를 해도, 프로야구 원년 팀으로서 아직도 정규리그 우승을 단 한 번도 하지 못해도, 야구 하는 시간이면 나도 모르게 채널을 켜고 유니폼을 입고 야구장으로 향하는 사람들을 위한 이야기가 쓰여 있다.

 



보스턴 레드삭스 팬에 관한 영화 <날 미치게 하는 남자>에서 왜 이렇게 야구를 보며 고생하는지 모르겠다는 질문에 주인공이 이렇게 대답한다. “그게 어때서? 그래도 여기 있잖아. 매년 4월마다 말이야. 몇 시가 되었든 경기가 있고, 비가 와서 취소되면 반드시 재경기를 하는 그런 존재가 있어?” 돌아보니 27년째 한결같이 나를 기다려 줬던 존재는 어머니와 롯데 자이언츠뿐이었던 것 같다. 맞다. 힘들고 지친, 그런 거지 같은 날에도 자이언츠는 늘 거기 있었다. / 36p

 







  진심 야구팬이라면 한 번쯤 내가 왜 이걸 스트레스 받아가며 보는지 모르겠다며 회의감을 느껴본 적이 있을 것이다. 매주 6, 시즌 144경기를 보기 위해 들이는 시간과 품도 만만치 않은데 이게 뭐라고 열불을 내가며 봐야하는 거냐고. 하지만 그 모든 것을 불사하고서라도 야구에서만 느낄 수 있는 희열이 있다. 짜릿한 역전 홈런, 위기를 막아내는 미친 호수비, 베이스 하나라도 더 훔치기 위한 눈치 싸움, 여기에 응원가가 넘실거리는 야구장의 풍경까지. 한편으로는 야구야말로 인생의 축소판 같다는 생각도 든다. 인생이 계획대로 되지 않듯 인생을 닮은 야구도 계획대로 되지 않는 법. 하지만 빗맞은 타구가 행운의 안타가 되고, 실투로 몰린 공이 병살타를 유도하기도 하니, 어쩌면 야구야말로 인생과 다름없다던 김형민 작가의 글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리그에는 살아남기 위해 각자의 스타일을 살린 수많은 유형의 선수가 있고, 각자의 스타일을 개척하는 선수들의 스토리엔 감동이 있다. 게다가 야구는 희생 플라이’, ‘희생 번트등 희생을 기록하는 팀 스포츠이지 않은가. 완벽하지 않은 선수들이 서로를 보완하며 한 팀으로 움직이고 승리에 기여하는 걸 보면 야구가 더 애틋해진다. 그런 순간을 만나면, 특출난 것 하나 없는 내게도 갈고닦을 재능과 이 험난한 세상을 살아낼 나만의 길이 있을 것만 같아 야구가 더 좋아진다. / 33p

 


많은 사람이 벽을 허물고 마음을 열어 하나의 팬이 되기를 기꺼이 받아들이는 그 순간 속에. 어쩌면 이들도 야구장 밖에서 만났다면 서로 불신하고 대립했을 수도 있다. 당연한 일이다. 정치, 경제, 사회 등 다양한 분야에서 우리는 서로 다른 가치관을 형성한 채 살아가니까. 그리고 이 가치관이 부딪혀 분쟁이 되는 것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현대인은 낯선 존재를 만나면, 서로를 경계하고 얼마나 다른지부터 고민하는 경향도 있다. 그런 이들을 팬이라는 공통분모 하나로 결속시킨 뒤 함께 감정을 나누며, ‘우리라고 말하게 하는 곳. 혐오와 불신의 시대에도 이런 순간을 목격하고 싶어 나는 야구장으로 간다. / 42p

 


축구나 농구의 경우 3~4일 간격을 두고 열리지만 야구는 주 6, 매일 다른 스토리텔링으로 팬들을 찾아간다. 어제의 주인공이 오늘의 역적이 되기도 하고, 어제의 실수를 오늘 보란 듯이 만회하기도 한다. 매일 이슈가 끊이지 않는다는 점은 타 프로 스포츠를 압도하는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된다. 스포츠 외에도 영상, 음악 등 너무나도 다양한 엔터테인먼트 매체들이 쏟아지는 세상에서 하루 이틀씩 사람들의 기억에서 잊힌다는 것은 강력한 패널티다. 야구는 잊힐 만하면 새로운 스토리로 사람들을 찾아간다. 그래서 우리는 야구에 열광한다. / 243p

 







  사실 40대 주부로 주변에 함께 삼성 라이온즈 얘기할 야구팬 친구 하나 없는(남편 제외하고) 내게 유일한 벗이 되어준 것이 <야구잡썰>이다. 부디 이 콘텐츠가 사라지지 않고 나를 비롯해 야구팬들과 쭉 함께 해주었으면 좋겠다. 비록 야구가 나를 일희일비하게 하여도, 유니폼을 집어던져도 아깝지 않을 만큼 내 복장을 터지게 만들지라도. 그러니까 오늘도, 이번 주도 야즐!”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았으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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