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플갱어 살인사건
애슐리 칼라지언 블런트 지음, 남소현 옮김 / 북플라자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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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느라 잠을 잊었다!

현재 우리 사회가 품고 있는 가장 잔혹한 이야기!

 

 

 

  ‘마네킹이다마네킹이어야만 했다.’

  이른 아침크리스마스 선물로 받은 복숭아색 새 탱크톱을 입고 설레는 마음으로 조깅에 나선 레이건은 우연히 좁은 깁스 레인 거리에서 알몸이 드러난 여자의 시체를 발견한다마네킹이 아니고서야 어떻게 인간의 몸이 저렇게 반으로 깔끔하게 쪼개질 수 있을까한쪽 가슴이 사라지고 없는 데다 입은 조커의 기괴한 미소처럼 양쪽이 찢겨 있다하지만 그보다 더 놀라운 건 죽은 여성이 자신과 쌍둥이처럼 꼭 닮았다는 점이다레이건은 머릿속이 새하얘지면서 당장 이곳을 벗어나야 한다는 강렬한 충동에 사로잡힌다자신과 똑같이 생긴 시체그것도 레이건 그녀가 살고 있는 곳 가까이에서하필이면 그녀가 발견한 걸 과연 우연이라고만 할 수 있을까혹시 그가… 돌아온 걸까?

 

 

 

비슷한 외모의 여성 연쇄 살인을 둘러싼 추악한 진실

 

 

 

  『도플갱어 살인사건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 연쇄 미스터리 스릴러로주인공인 레이건이 길에서 자신과 닮은 시체를 목격하는 충격적인 장면으로부터 시작된다레이건은 자신과 그녀가 관련이 없을 거라 믿으면서도 경찰에 전화를 하기는커녕 달아나듯 현장을 빠져나간다마지막으로 본 게 5년 전이지만자신을 줄곧 스토킹해왔던 가 돌아온 게 아닐까하는 두려움이 앞섰기 때문이다. ‘로부터 달아나기 위해 한국에서 몇 년을 보낸 것도 모자라 시드니로 돌아와서도 스마트폰이나 SNS까지 철저히 차단한 채 은둔하다시피 살아온 그녀인데그날 길에서 발견한 시체가 잊고 있었던 를 재소환한 것이다.

 

 

 

그를 마지막으로 본 지벌써 5년이 지났다다시는 외출할 때마다 전쟁이라도 치르는 듯한 괴로운 시간을 보내고 싶지 않았다.

당연히 그럴 필요도 없었다그가 아니었으니까복도에 떨어져 있던 회색빛이 도는 연한 베이지색 속옷은 그녀와 아무 상관이 없었다.

그리고 골목길에 있던 시체 없던 시체 역시 그녀와 아무 상관이 없었다. / 18p

 

 

 




 

 

 

 

  이제 겨우 경영난에 빠져 있던 화원 운영도 정상 궤도에 오르기 시작했는데이제야 겨우 믿고 의지하고픈 남자를 만나게 되었는데자신의 절친인 처럼평범하지만 행복한 가정을 이루고 살 수 있을 것 같은 희망을 얻게 되었는데안타깝게도 운명은 레이건을 철저히 깨부수기라도 작정하기라도 한 듯 이때부터 그녀의 신상을 위협하는 의문의 사건들이 차례로 일어난다.

 

 

 

  그런 가운데 레이건과 닮은 또 한 명의 시신이 발견되고이 사건은 전 세계가 주목하는 연쇄 살인사건으로 확대된다설상가상으로 이제 경찰은 죽은 여성을 처음으로 발견한 레이건이 사건과 뭔가 관련이 있는 것이 아닌지 의심하기 시작하는데이 모든 게 정말 가 쳐놓은 덫에 그녀가 빠져든 것일까아니면 그녀의 지나친 피해망상일까거듭되는 의심으로 혼란이 가중되는 가운데 소설은 충격적인 이야기로 마지막까지 독자들의 숨통을 조인다.

 

 

 

말이 되는 게 정말 하나도 없어서 걱정돼경찰이 널 의심하길 바라기라도 하는 것처럼 보여서크리스탈의 시체를 발견한 건 그냥 미친 우연이었잖아그런데도 경찰에 신고를 못 하겠다고 하니 오히려 의심이 간다고심지어 지금은 너를 찾고 있는데도 여전히 경찰에 안 가려고 하고너 그거 완전 피해망상이야.” / 235p

 

 

저는 인터넷만 안 쓰면 저 자신을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인터넷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저와 아무 관계가 없다고 생각했고요삶에 어떤 문제가 생기면 무조건 여자들 탓으로 돌리도록 사람들을 세뇌하는 여성 혐오 커뮤니티들이 그 안에 존재한다는 것조차 이번에 처음 알았어요하지만 이런 커뮤니티에서 내세우는 폭력성은 현실 세계에도 영향을 끼쳐요우리 모두에게 영향을 미치는 거죠.” / 357p

 

 

 



 

 

 

 

  잠을 잊을 만큼 강렬한 몰입감에 사로잡힌 작품이다특히나 2부부터는 질주하듯 내달렸다스릴러를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단번에 누가 범인인지 알 수 있을 만큼 대단한 추리력을 요구하지 않는 작품임에도 불구하고드러날 듯 드러나지 않는 진실과 레이건의 이상행동(고구마를 잔뜩 먹은 기분이지만), 마지막까지 주변 인물들을 의심하게 되는 전개가 시종 긴장감을 놓지 않는다무엇보다 신상 털기여성 혐오스토킹딥페이크 기술가짜 동영상 등 현재 우리 사회가 품고 있는 가장 잔혹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데다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이라 더 끔찍한 공포로 다가온다덕분에 이 책을 읽은 독자라면 오늘 내가 찍은 사진 한 장이무심코 올린 SNS 글이 누군가의 표적이 되고 있지는 않은지 모골이 송연해지는 기분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았으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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