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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색깔 나라와 꿈
늘리혜 지음 / 늘꿈 / 2024년 2월
평점 :
중요한 것은 ‘잊지 않는 마음’!
서로 다른 차원에 있는 일곱 색깔 나라, 드넓은 세계관 안에서 완성될 특별한 이야기!
이곳은 피로 모든 것이 설명 가능한 ‘피의 빨강나라’였다. 마치 괴물이 아가리를 벌려 붉은 독이 묻은 침을 흘리는 것처럼 하늘에서 핏빛 비가 하염없이 흘러내렸다. 사람들은 모든 걸 태워버리는 피의 비를 피해 ‘심장’으로 몸을 피했지만 그곳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왜 피의 비가 내리는 것인지 그 이유조차 제대로 알지 못했다.
단 한 번, ‘심장’ 안에서도 피의 비가 내려 수많은 사람들이 희생된 적 있었다. 그 중심에 루노가 있었다. 수노와 파시오는 악이 신의 심장을 훔쳐 그 힘으로 루노를 이용해 저지른 게 틀림없다고 생각했다. 분명 루노는 어딘가에서 살아 있을 거라고, 반드시 다시 만날 수 있다고 믿으면서. 그러기 위해서는 ‘피의 빨강나라’를 둘러싼 비밀을 알고 있을 사도를 만나 반드시 ‘심장’ 중심에 닿아야 했다.
하지만 루노에게 찾기 위한 여정은 순탄치 않다. 주인공인 수노는 ‘피의 사건’ 이후 사라진 루노의 행방을 좇다 몇 번이나 큰 위기에 처하게 되고 그때마다 꿈속에서 ‘희망의 노랑나라’ 사람인 플로로와 만나게 된다. 플로로를 만난 뒤부터 수노는 ‘심장’의 중심이자 신의 대리인을 자처하는 ‘사도’와, 피의 비로부터 사람들을 보호하겠다는 명목으로 세워진 ‘심장’이라는 내부 시스템 전체에 의문을 품기 시작한다. 이후 수노는 자신이 잊고 있었던, 잊어서는 안 되었던 기억을 떠올리게 되고, 이제껏 은폐되고 묻혀있었던 피의 빨강나라를 제자리로 되돌리려 한다.
“누군가에 의해 강제로 끊긴 역사는 부자연스러워. 묻힌 역사를, 잊힌 역사를 되찾는다면 다시 자연스러운 흐름으로 흐르지 않을까? 잊은 자든, 잊힌 자든.” / 161p
이처럼 소설 『일곱 색깔 나라와 꿈』은 피의 비가 내리는 ‘피의 빨강나라’를 배경으로, 사라진 ‘루노’를 찾아 헤매던 끝에 마침내 잊어버렸던 진실에 다가가는 주인공의 이야기를 다룬 판타지소설이다. 루노가 사라진 뒤 그저 인형처럼 살아가던 수노는 꿈속에서 플로로를 만나면서 진실을 마주할 용기가 생겨나는데, 소설 속에서는 이것이 ‘사랑’으로 표현되지만 개인적으로 플로로는 수노에게 있어 ‘각성’ 또는 ‘행동하게 하는 목소리’에 더 가까운 존재였다고 생각한다. 편견의 장막을 걷고 나면 보이는 것들, 어쩌면 ‘진실’은 우리 모두가 불쾌하게 여기는 곳에 존재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깨달음을 통해 마침내 수노는 변화하고 진실을 바라보는 눈을 갖게 되기 때문이다.
“있잖아, 수노. 꿈으로 올 때 모두 무지개 다리를 건너서 오니까 현실에서도 무지개 위로 올라오면 만날 수 있지 않을까? 분명 무지개 위에는 모든 차원이 연결되어 있을 거야. 그러니 서로 다른 색깔의 나라에서 사는 우리도 만날 수 있을 거야.” / 82p
피의 빨강나라. 축제의 주홍나라. 희망의 노랑나라. 자연의 파랑나라. 신의 보라나라. 눈의 하얀나라. 어둠의 검은나라. ‘서로 다른 차원에 있는 일곱 색깔 나라’라는 세계관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전작인 『하늘에게』 보다 촘촘한 구성과 입체적인 캐릭터로 한 단계 더 발전된 모습을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이 세계관의 완성을 기대하게 한다. 다음 작품을 위한 또 한 번의 도약에 응원을 보낸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았으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