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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을 끄는 스위치가 필요해
인프제 보라 지음 / 필름(Feelm) / 2024년 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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덜 아프고 더 행복해지기 위해 나를 보듬어주어야 할 때!
세상의 모든 내향인들을 위한 공감과 위로의 에세이!
인스타그램에서 ‘인프제 보라’를 검색해보면 MBTI를 소재로 한 인스타툰 피드를 만날 수 있다. 해당 계정은 5만 명에 가까운 팔로워를 보유하며 수많은 INFJ들로부터 큰 공감을 얻고 있다. INFJ에게는 선택권을 넘기지 말라는 경고에, 집에서는 세상 할 일 많은 INFJ들만의 특징들, 생각이 많고 불안한 INFJ를 위한 위로의 글까지. (나는 인프제 보라의 피드를 쭉 둘러보다 이내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ENFJ인 나는 그간 ‘I인데 E인척’ 했던 게 틀림없었다는 사실을.)
가장 가깝고도 먼 나를 이해하는 시간
『생각을 끄는 스위치가 필요해』는 바로 ‘인프제 보라’가 쓰고 그린 힐링 에세이다. 예민하고 섬세한 세상 모든 내향인들에게 공감과 위로를 전하는 책이다. 작가는 유독 생각의 걸음이 느리고, 상처에 참는 걸 더 익숙하게 여기며, 남에게는 관대하지만 나에게는 야박한, 괜찮지 않을 때조차 ‘괜찮다’는 말을 하는 게 익숙한 자신을 찬찬히 돌아본다. 원치 않는 것에 대한 무게까지 짊어지느라 지친 내향인들이라면 누구나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마음들이 책 곳곳에 담겨 있다.
생각의 바다에서 한참을 헤엄치다 마음에 쥐가 나서 가라앉았다. / 16p
타인에게 베푼 관용 뒤에는 ‘나는 너를 미워하지 않을 거야. 그러니까 너도 나를 미워하지 마.’라는 무언의 메시지가 담겨있었다. 아마 스스로 사랑받지 못하는 마음 때문이었겠지. / 63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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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인프제 보라는 이제 쓸데없는 걱정으로 감정을 소모했던 생각의 스위치를 끄고, 나만의 기질과 속도를 긍정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려 한다. 감당할 수 있을 만큼의 것들만 받아들인다는 생각으로 나를 위한 것들만 남겨둘 것, 예민한 건 나쁜 게 아니라 섬세한 나를 지켜주는 신체활동일 뿐이라 받아들일 것, 실수만 하지 않으면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잘하고 싶은 욕심을 내려놓을 것, 단점보다는 장점에 초점을 맞추며 내 성향에 맞는 나만의 방법을 찾으려 한다.
나는 띄엄띄엄 간격이 있는 점선 위로, 좋아하는 색깔의 색연필을 들고 천천히 따라 그린다. 그리고 두 점 사이 빈틈을 이어 나갈 차례가 오면 나에게 묻는다. 지금 하는 선택이 내가 진심으로 원하는 게 맞는지, 하고 싶은 게 맞는지, 후회하지 않을 자신 있는지 말이다. 빈틈을 지나갈 때 시간을 충분히 두고 촘촘히 채워나가는 사람일수록 취향이 뚜렷해지기 마련이니까. 취향은 나를 더 나답게 만드니까. / 24p
한때는 세상 무너질 듯 괴로웠던 일들이 생각보다 별 게 아니었음을 깨닫는 순간이 있다. 왜 하필 나한테만 이런 일이 일어나나 절망이 바닥을 치는 순간, 그걸 잊을 만한 꽤 괜찮은 일들이 일어나기도 한다. 인프제 보라는 이렇게 말한다. 삶이 무기력하게 느껴지고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 같을 땐, 인생의 그래프를 물결 모양으로 그려보라고. 인생은 오르막길과 내리막길의 반복이기에, 내리막길을 잘 내려가야 또 올라갈 힘을 얻을 수 있는 거라고. “지금은 잠깐 아래쪽 곡선을 지나가고 있구나. 조금만 기다리면 다시 올라갈 일만 남았겠구나.” 하고 차분히 상승 곡선을 기다려보는 마음이라면 지금의 상처가 조금은 더 견딜 만한 것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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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이란 수없이 지워진 흔적이 남은 종이 위에, 나만의 색으로 여백을 채워나가는 과정’이라던 글귀처럼, 더 이상 지워진 흔적에만 연연하지 않고 다시 나만의 색으로 여백을 채워나가는 일에 신경써봐야겠다. 스스로를 소중히 다뤄주는 법에 대해 생각하는 하루하루가 모여 더 나은 일상이 될 거라고 믿어봐야겠다. 완벽하지 못하다고 해서 실패작인 것은 아니라고, 중요한 건 그걸 완성해나가려는 내 의지에 있다고 스스로에게 자주 말해주는 사람들이 더 많아지길, 부디 이 책이 그런 마음들에 가닿길 바란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았으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