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한데 가끔 뭘 몰라
정원 지음 / 미디어창비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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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이 어린이들에게 얼마나 친절할까?

어린이들의 세계를 투명하게 들여다본 보석 같은 만화책!

 

 

 

  내가 기억하고 있는 4학년 교실 속 풍경은 무엇일까.

  담임선생님은 왜 매일 운동장에 나가서 몇 바퀴씩 뛰게 하셨던 걸까. (어지럼증 때문에 하늘이 노래지는 걸 몇 번이나 경험했다.)

  왜 내 친구는 밸런타인데이에 좋아하는 남자에게 줄 초콜릿을 나보고 대신 전달해달라고 했을까. (내가 좋아하는 줄 알고 친구들로부터 괜한 오해를 샀다.)

  분명 친구네 집에 놀러갔다가 내 책을 두고 왔는데친구는 왜 책이 없다고만 했던 걸까. (내가 제일 좋아했던 책이었는데.)

  뭔가 이해가 될 듯하면서도 안 되는 것투성이였던 시절.

  소극적이어서 목소리를 내는 게 한없이 두려웠던 그 시절의 ’.

 

 

 


 

 

 

 

  『똑똑한데 가끔 뭘 몰라』 속 4학년 정훈이는 좋아하는 친구와 짝이 되고 싶어서 한참을 궁리하다 학생들의 일기를 검사하는 선생님에게 일기를 쓴 척하고 자신의 바람을 전한다비록 이번에도 원하는 친구와 짝이 되지는 못했지만 새로운 친구와도 친해지면 된다는 것을 배우게 된다짝꿍이 된 준서네 집에 놀러갔다가 할머니가 끓여주신 퉁퉁 불은 맛없는 짜파게티를 먹게 되지만훗날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슬퍼하는 준서를 위해 할머니표 짜파게티를 끓여주는 것으로 친구를 위로한다.

 

 

 




 

 

 

 

  길에서 아파보이는 강아지를 병원에 데려다주고 싶지만 강아지 가방이 없으면 버스를 태워줄 수 없다는 기사 아저씨에 말에 그만 울음이 터지고만 정훈이그런 친구를 위해 집에서 강아지 가방을 챙겨온 석진이와 기꺼이 다섯 정거장이나 멀리 있는 병원까지 함께 가는 수고로움을 택한 아이들의 모습은 독자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한다.

 

 

 

  책을 읽다보면 어른들이 중심인 세상이 이 아이들에게 얼마나 견고하고 때로는 부당한지를 감지하게 된다남자 아이와 여자 아이가 꼭 짝이 되어야 하는 교실, “한국 사람 다 됐네” 같은 말에서 구별되는 사회적 편견들어린이라서 안 된다는 교실 밖의 세상아이들이 마음껏 뛰어 놀 수 있는 놀이터 하나 없는 동네과연 우리 아이들이 살고 있는 이 세상은 그들에게 얼마나 친절할까?

 

 

 

  ‘어른들의 세상은 온통 똑똑한 사람들로 가득한 것 같은데이상하게도 어른들은 어린이들의 마음은 몰라도 너~무 모른다.’ 미루어 짐작하건데어쩌면 제목 똑똑한데 가끔 뭘 몰라는 우리 어른들에게 하고픈 아이들의 속마음은 아닐까그런 의미에서 아이들이 그들의 시선에서 감지하게 되는 편견과 차별불합리한 세상의 일면들을 저마다의 다정함으로 함께 헤쳐 나간다는 정원 작가의 만화는 무척 특별해 보인다소극적이어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던 나의 유년 시절과 달리 똑똑한데 가끔 뭘 몰라』 속 아이들은 각자의 다양성을 존중하고저마다의 방식으로 목소리를 드러내려 한다는 점에서 그 모습을 응원하게 된다.

 

 

 



 

 

 

 

  다행히도 책 속에는 아이들의 목소리를 들어주고어린이 고객과 반갑게 맞아주는 어른들도 있으며손주가 놀 수 있는 놀이터를 만들어달라고 1인 시위를 하는 할아버지 같은 어른도 있다. “좋은 어른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던 작가의 후기처럼어른의 시선에서 아이들을 바라보지 않고 좀 더 어린이가 어린이답게 자랄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주고픈 좋은 어른이 많았으면 하는 바람이다나 역시 그런 어른이 되어야겠다고내 아이들을 위해 한번 더 다짐해본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았으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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