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최고의 스승이었다
윤정구 외 지음 / 성안북스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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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 됨은 타인이면서 나이기도 한 낯선 이와 맺는 관계다!

내 아이를 고유한 삶의 주체로 키우고 싶은 부모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

 

 

 

 

  그리스 신화 속에 나오는 프로크루스테스는 지나가는 사람을 잡아다 자신의 침대에 눕힌 뒤 침대보다 키가 크면 손발을 자르고침대보다 키가 작으면 억지로 침대 길이에 맞추어 늘여서 죽였다이처럼 자기의 기준이나 생각에 맞춰 타인의 생각을 바꾸려 하거나타인에게 피해를 끼치면서까지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는 횡포나 독단을 가리켜 심리학에서는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라 부른다애석하게도 많은 부모가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의 어리석음을 범하곤 한다자식을 부모의 침대에 맞춰 양육하려 하고자식에게 부모의 욕망을 투사한다독립적인 주체로있는 그대로의 타자로 인정하기보다는 자식을 부모의 분신으로 삼아 자식의 삶에 과도하게 개입하기를 정당화하는 것이다.

 

 

 

아이 키우기엔 정답이란 없다

 

 

 

  육아를 하면서 내가 가장 우선으로 삼은 것은 ‘“다 너를 위한 거야.”라는 합리화에 갇히지 말 것이었다. “내가 너한테 들인 비용이 얼마인데” “이만큼 해줬으면 더 열심히 해야지” 하는 기대심리로 아이를 압박하며 이게 다 를 위한 거라고 부모 마음대로 정당화하지 말아야지하고 거듭 다짐했다하지만 불쑥불쑥 나도 모르게 내 기준에 따라 아이의 행동을 제어하고 재단하는 나를 종종 발견하게 된다.

 

 

 

  그런데 여기한때는 돈과 명예 그리고 학벌이 자녀 성공의 척도라 믿었거나 일방적인 기대로 자식과 불화를 겪고 좌절을 겪었던 선배 부모들이 있다누군가는 남보다 더 뛰어나게 키우려는 욕심에 아이를 다그쳤고또 누군가는 자신의 결핍을 아이에게서 보상받으려 했으며아이의 의사와 상관없이 그들의 미래를 섣불리 결정지은 탓에 찾아온 부끄러운 후회와 깨달음을 고백한다그렇게 기나긴 부침의 시간을 거듭한 이들은 마침내 부모가 강요한 침대에서 벗어나자식을 제 삶의 진정한 주인으로 세워주어야겠다고 결심하게 된 경험담과 노하우를 우리에게 전하고자 한다. 10명의 진성부모들이 쓴 이 책은 자녀를 어떻게 키워야할지 막막한 부모들은 물론청소년 자녀와 갈등을 겪고 있는 부모들에게 좋은 가르침이 되어줄 것이다.

 

 

 




 

 

 

 

(그러나 내 아이를 위해서 내가 해야 할 유일한 것은

내가 먼저 잘 사는 것내 삶을 똑바로 사는 것이었다

유일한 자신의 삶조차 자기답게 살아가지 못한 자가

미래에서 온 아이의 삶을 함부로 손대려 하는 건

결코 해서는 안 될 월권행위이기에

나는 아이에게 좋은 부모가 되고자 안달하기보다

먼저 한 사람의 좋은 벗이 되고

닮고 싶은 인생의 선배가 되고

행여 내가 후진 존재가 되지 않도록

아이에게 끊임없이 배워가는 것이었다

그리하여 나는 그저 내 아이를

믿음의 침묵으로 지켜보면서

이 지구별 위를 잠시 동행하는 것이었다.

부모로서 해줄 단 세 가지(박노해중에서 17p

 

 

 

  책에 실린 열 편의 글을 읽다보면 부모는 아이의 존재 그 자체를 바라봐주고아이의 시계에 맞춰 주도적인 성장을 해내갈 수 있도록 여유와 기다림의 자세를 지닐 줄 아는 게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부모 됨은 타인이면서 나이기도 한 낯선 이와 맺는 관계라 했던 에마뉘엘 레비나스의 말처럼자식은 부모를 통하여 왔으나 부모로부터 온 것이 아니며 또한 함께 있으나 부모의 것이 아님을 받아들이는 마음가짐이 반드시 필요하다또한 아이를 키우는 데에 올바른 답이란 없으며따라서 매순간 부모 역시 끊임없이 공부하고 배우는 자세 역시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바로 그렇게 배우고진정성 있게 살려고 노력하는 선한 부모의 모습에서 자녀가 자신이 어떠한 존재인지를 스스로 인식하고 선한 영향력을 펼치며자기 행동을 조절하는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음을 기억해야겠다.

 

 

 

아버지는 아이들을 가르치지 말고 함께 있어 주기만 해도 된다나는 아이들을 코칭하려고 하지 않고 아이들에게 아빠의 역할만 해야겠다고 다짐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아이들의 시간은 아버지를 보고 자라는 과정이다아이들이 스스로 자각을 통한 가족 역할을 깨달을 때 새로운 역을 맡게 된다. / 157p

 

 

이처럼 부모의 마음이 급해질 정도로 아이가 걸림돌에 처해 있을 때 부모 스스로가 조급하게 여기지 않고 마음을 내려놓으며 아이가 저절로 크도록 기다려주는 과정은 바람직한 양육의 필요충분조건이라는 생각이 든다그저 부모의 시계에 맞춰 다그치기보다는 있는 그대로의 아이 상태를 존중하고 기다려주면 아이는 저절로 자기 시계에 맞춰 주도적인 성장을 해나간다는 사실을 깨닫게 한 좋은 경험이었다. / 176p

 

 

다만 그 난이도 최상의 문제를 붙들고 평생 진정성 있게 풀어나가는 동안 삶에 대해 스스로 깨닫게 되는 지혜가 있다면그것이 부모 노릇을 수행하는 자에게 하늘이 주는 선물이 아닐까 생각한다그러니 정답에 연연하지 말고 나에게 온 지금의 문제를 정성을 다해 풀어가는 과정에만 집중하라고 조언하고 싶다아이와 나 자신 사이에서 고유하게 일어나는 문제에 솔직하게 직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일일 것이다. / 280p

 

 

 



 

 

 

 

  양육 과정에서 마주하게 되는 아이와의 갈등을 비롯해자녀교육에 대한 다양한 고민들에 많이 공감하며 읽은 책이다무엇보다 아이를 키우며 겪는 어려움이 온전히 나 혼자만의 것이 아님을 느끼게 된 것만으로도 큰 위로가 된다그런 의미에서 자신을 희생해 늘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육아 앞에서는 자꾸만 불안해지는 나와 같은 부모들에게 이 책을 추천드린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았으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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