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간 미스터리 2023.겨울호 - 80호
김새봄 외 지음 / 나비클럽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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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리를 읽는 즐거움!

불완전한 일상과 삶의 여러 모순들을 꿰뚫는 통렬한 미스터리!

 

 

 

  지난봄부터 계간 미스터리를 읽기 시작해 어느 덧 겨울호에까지 이르렀다그 사이 로고가 바뀌었다. ‘MYSTERY’라는 영문으로 인쇄된 기존의 책등은 기묘하고도 신비한 분위기를 연출했다면 이번 로고는 직관적이지만 국내 유일의 미스터리 계간지의 이름을 알리는 데 더 주효할 듯하다두 시제의 공간을 사진으로 꿰매어 없었던 시공간을 탄생시킨 이훤의 표지 사진은 불완전한 일상과 삶의 여러 모순들을 담은 미스터리의 속성을 감각하게 한다.

 

 

 

  물론 나도 한때는 미스터리가 부조리한 사회의 단면을 극단까지 밀고나간 이야기 정도로만 생각한 적이 있었다하지만 그게 얼마나 순진한 생각이었는지특집 <J의 몰락>을 보면 알 수 있다현실이라고는 도무지 믿기 어려워서이대로 작품을 쓰면 작위적이라고 도리어 욕먹을 것 같다. J는 모 대학교의 최초 비운동권최초 재선 당선자인 총학생회장 출신으로 우리나라 최연소 상장기업 CEO이자 경영권자라는 화려한 수식으로 세간의 관심을 받았다고 한다하지만 그도 잠시무리한 사업 확장과 사기·횡령 등으로 J는 구치소에 수감되었다그러나 경제범죄의 특수성 때문인지 J의 지식은 검사들에게 매우 유용하게 작용했다. J는 검사들의 조력자가 되었고검사들은 그의 도움을 받아 수사를 해결하는 공생관계가 형성되면서 J에게 수사 기밀자료까지 쥐고 흔들 수 있는 권력까지 부여하게 되었다아무리 정경 유착에 각종 비리가 넘치는 세상이라지만 범죄자마저 누릴 수 있는 권력의 얄팍함에 새삼 진저리가 쳐진다.

 

 

 



 

 

 

 

  가장이나 부모가 죽을 의사가 없는 자녀를 살해한 후 자살하는 사건이 심심치 않게 일어나는 세상이다그런 의미에서 주가 조작 사건과 일가족 살해 후 자살을 주요 소재로 다뤄 가족과 사회 전체의 아픔을 돌아보게 하는 이시무의 작품 <아버지라는 이름으로>는 시의성과 주제 선택의 탁월성이 돋보인다유연한 전개와 여운을 남기는 결말까지신인상 수상작이라기에는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는 작품이라 인상적이다작가의 다음 행보가 기대된다.

 

 

 

주가조작범 살해 사건.”

주가조작의 피해자였던 남자가 조작범 중 한 명을 만나 언쟁을 벌이다 살해한 사건이다.

일반적으로 주가조작범이 누구인지 피해자들은 알 방법이 없다하지만 이 사건은 수만 명의 피해자를 길바닥에 앉게 했고피해자 중 자살자가 속출했다그러자 뉴스에서 연일 사건을 보도하며 파헤쳤으며결국 검찰에 의해 조작범들이 잡혀 기소되었다.

그러나 높으신 분이 관련된 것인지 모든 조작범이 증거불충분으로 고스란히 풀려나고 말았다피해자들의 울분이 하늘을 찔렀지만다른 큰 이슈들이 터지면서 사건은 잊히는 듯했다. / 신인상_ <아버지의 이름으로>(이시무) 43p

 

 

그 사건은 너무 많은 자살과 가족 살해 사건을 일으켰습니다그래서 대대적인 조사와 수사가 있었지만주가조작범들은 무혐의 내지는 가벼운 처벌로 끝나고 말았습니다아마 많은 피해자가 더욱 절망하는 계기가 되었을 테고그중 한 명인 신경욱 씨가 그 사건을 저지르게 된 겁니다.” / 신인상_ <아버지의 이름으로>(이시무) 97p

 

 

 

  눈을 뜬 순간연인을 죽인 유일무이한 피의자가 되어버린 나완벽한 밀실을 깨부수고 자신에게 혐의가 없음을 입증해야 하는 피의자의 절박한 심리가 돋보이는 히라노 쥬의 <회귀>, 결혼을 앞두고 중고 거래로 밥통 하나 사려 했던 것뿐인데 우연의 사고와 사건이 겹쳐 막다른 길로 내몰린 주인공의 처절함이 시종 긴장감을 자아내는 황세연의 <밥통역시 인상적이다.

 

 

 

  그저 두 오타쿠들이 온라인상에서 나누는 가벼운 대화쯤인 줄로만 알았던 이야기가 우리 사회의 큰 상처로 이어지는 묵직한 그림을 보여준 김유철의 <뱀파이어 탐정>, 실종된 고양이를 찾는 한 인물의 분투를 통해 따뜻한 일상 미스터리를 보여준 장우석의 <고양이 탐정 주관식의 분투>까지 어느 하나 빠짐없이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두 성균관 태학생들의 죽음을 둘러싼 진실을 파헤쳐왔던 탐정 박문수의 마지막 활약을 담은 백휴의 연재작 <탐정 박문수-성균관 살인사건 >도 끝까지 재미있게 읽었다탐정 박문수의 활약상이 담긴 단행본을 서둘러 만나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그 말을 믿는다 치더라도설명이 안 되는 부분이 너무 많습니다완벽한 밀실이었던 곳에서 쿠스다 씨가 사체로 발견됐고 그곳에 흉기를 든 오오츠카 씨가 있었어요그곳에서 찾은 지문과 미세증거도 전부 두 사람 것입니다방 출입도 사전 등록된 음성 인식으로만 가능하던데등록된 사람은 죽은 쿠스다 씨와 오오츠카 씨뿐이에요그래서 저희가 오오츠카씨를 꺼낼 때도 문을 부수고 진입해야 했습니다.” / <회귀>(히라노 쥬) 117p

 

 

악당이 너무 많아요.’

숨 쉬기가 너무 힘들어요.’

왜 그들은 자신들의 죄를 인정하지 않는 걸까요?’ / <뱀파이어 탐정>(김유철) 151p

 

 

원섭은 자신을 정직한 인간이라고 평가하고 있었다그런 그가 류다현에게 거짓말을 한 것은 그녀를 너무나 사랑하기 때문이었다류다현과 사귀기 위해그리고 지금은 류다현과 결혼하려면 거짓말을 할 수밖에 없었다원섭은 앞으로 거짓말한 것 이상으로 자신의 지위를 끌어올리고 돈을 많이 벌어서 아내를 행복하게 해줄 생각이었다. / <밥통>(황세연) 159p

 

 

그러나 어떤 일이 이득이 된다고 해서 관여하고 이득이 될 게 없다고 해서 발뺌한다면 그 어찌 스스로 선비라고 자처할 수 있겠습니까?” / <탐정 박문수-성균관 살인사건 >(백휴) 234p

 

 

 



 

 

 

 

  이번호를 펴내며 출판계의 불황과 도서관 폐관 등 독서 문화의 불안한 현실을 토로한 한이 편집장의 글이 내내 마음에 남는다올 한 해 계간 미스터리로 하여금 미스터리를 더욱 사랑하게 된 사람으로서 오늘도 한 권한 권에 최선을 담아 세상에 또 하나의 아름다운 책을 전하려는 출판인들의 노고에 감사함을 전하고 싶다미스터리 문학 작가들의 분투에도 깊은 응원을 보낸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았으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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