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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을 위한 정의 - 번영하는 동물의 삶을 위한 우리 공동의 책임
마사 C. 누스바움 지음, 이영래 옮김, 최재천 감수 / 알레 / 2023년 12월
평점 :
전 지구의 생명체를 위한 “정의란 무엇인가”!
동물의 대한 정의와 불의를 생각하게 하는 아름다운 철학서!
땅 위, 바닷속, 공중 등 세상의 모든 곳을 인간이 지배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비안간동물 중에 인간의 지배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것은 없다. 이미 우리는 그것을 ‘인류세’라는 이름으로 명명하고 있지 않은가. 공장식 축산업계의 야만적인 잔혹함을 비롯해 밀렵과 사냥, 서식지 파괴, 환경오염, 반려동물 학대와 방치 등 세계 곳곳의 동·식물들에게 닥친 위기는 더 이상 손을 쓸 수 없는 범위로 치달은 듯하다.
이에 세계적으로 가장 영향력 있는 지식인으로 손꼽히는 마사 너스바움은 자신의 신작 『동물을 위한 정의』를 통해 동물 정의를 향한 미래 지도를 그려본다. 동물권 담론에 관한 전 세계적인 운동과 철학, 정치 이론이 부재한 상황에서 ‘동물을 위한 정의론’의 당위성을 제시하는 이 책은, 인간을 넘어서서 모든 생명을 위한 설득력 있는 법제와 윤리가 필요하다는 것을 우리에게 강력하게 호소한다.
모든 삶은 그 나름의 방식에서 독특한 경이로움을 지닌다. / 137p
마사 너스바움은 여러 장에 걸쳐 인간이 동물에게 저지르는 각종 위험하고도 심각한 불의에 대해 경종을 울린다. 그러면서 인간이라면 그 어떤 사람도 목적을 위한 수단으로 삼아서는 안 되듯, 쾌고감수능력(세상에 대한 주관적인 관점을 가지고 고통과 쾌락을 느낄 수 있는)이 있는 각각의 생물들 역시 그 생물 특유의 삶의 형태를 번영할 기회를 가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를 책에서는 ‘역량 접근법’이라 소개하는데, 본질적으로 각 생물의 목표나 목적은 각자의 삶과 번영이며 어떤 생물도 다른 “상위” 종을 위해 존재하지 않음으로, 항상 생물을 자기 목적의 도구, 목적의 대상이 아닌 본질적으로 중요한 존재로 대해야 한다고 말한다. 따라서 우리 인간에게는 이 지구를 공유하고 있는 생물들의 가장 필수적인 삶의 활동을 지원할 책임이 있다고 거듭 강조한다.
동물이 중요한 것은 우리와의 유사성 때문이 아니라 존재 자체 때문이다. 그런 유사성이 없더라도 동물을 그 자체로 여전히 중요하고 그들의 노력은 지지할 가치가 있다. / 123p
칸트는 인간만이 존엄성을 갖는다고 생각했다. 밀과 나(코스다드도)의 생각은 다르다. 쾌고감수능력이 있는 모든 동물은 그만의 존엄성을 가지며 이는 존중받아 마땅하다. 그들은 수단으로 취급되어서는 안 된다. 그런 통찰이 법과 정책으로부터 요구하는 것은 무엇인가가 이 책의 중심이 되는 질문이다. / 157p
마이클 샌델이 『정의란 무엇인가』를 통해 불공정과 불평등이 만연한 우리 사회에 옳은 행동과 바람직한 삶의 방식을 정립할 수 있는 철학적 기반을 탐구했다면, 마사 너스바움의 『동물을 위한 정의』는 번영하는 동물의 삶을 위한 인류 공동의 책임을 촉구하고 동물을 위한 정의를 바로세우는 데 기여한 책이라 할 수 있겠다. “우리가 숙고를 통해 그럴듯한 다종 세계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유일한 문제는 우리에게 그럴 의지가 있는가이다.” 마사 너스바움의 다음과 같은 말은 우리에게 큰 울림을 준다. 우리는 모든 종이 번영의 기회를 갖는 다종 세계를 구상하고, 그것을 위해 노력할 수 있고 또 그렇게 해야 한다. 건강한 인간 공동체를 보존하기 위해 동물에게 고통을 가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 때라면 우리는 한 발 물러서 우리가 어떻게 그런 나쁜 상황에 처하게 됐는지, 그리고 그런 암울한 선택이 필요치 않은 미래의 세상을 만들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질문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이 각 생물종의 차이에 대한 경이로움을 존중하고, 연민의 마음을 가짐으로써 작금의 상황을 바로잡기 위한 미래지향적이고 생산적인 격분을 일깨우거나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무엇보다 방치와 무력감이 아닌, 전환과 개선으로 나아가는 데 한 사람 한 사람의 관심과 노력이 더해지기를 기원한다. 나 역시 이 땅의 자연을 누리고 사는 한 사람으로서 협력자의 자세를 잊지 말아야하겠다고 다짐해본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았으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