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스로에게 무심해지지 않기를, 내 곁의 사람들과 나눴던 다정한 순간들을 조금 더 기억하기를!
완벽한 원은 아니지만 조금씩 구르고, 또 굴러가는 우리만의 원을 그리는 삶에 대하여!
딱딱했던 마음이 말랑말랑해지는 시간이다. 전작 『나에게 시간을 주기로 했다』를 비롯해 『하루를 물들이는 수채화 일력(오리여인의 365일 만년 달력)』 그리고 신작 『완벽하지 않아 다행이야』에 이르기까지, 오리여인 작가님의 글과 그림에는 굳어 있던 마음을 느슨하게 하는 어떤 마법 같은 힘이 있다. 무엇보다 특유의 따뜻하고도 다정한 그림체가 매일 매일 담겨 있는 일력은 우리 집 5살 아이가 나보다 더 자주 들여다볼 정도라서, 아이는 그날그날 즉흥적으로 마음에 드는 그림을 골라 눈에 잘 띄는 곳에 두곤 한다. “오늘은 이 그림을 볼 거야. 넘기면 안 돼~.” 아이의 단속 덕분에 나는 날짜를 세기 위해서가 아니라, 365일 다정한 마음을 품는 기분으로 오리여인 작가님의 그림을 눈에 담는다.
조금 더 명랑해질 나의 삶을 위해
신작 『완벽하지 않아 다행이야』는 불완전한 두 사람이 만나 하나가 되고, 또 셋이 되는 과정 속에서 때로는 아파하고, 때로는 행복해하며 발견한 것들을 쓰고 그린 그림에세이다. 평생 남이었던 사람과 부부라는 이름으로 하나가 된다는 건 굉장히 많은 노력과 수고와 고민이 필요한 일이다. 다시 말하자면 결혼은 그저 둘이서 하나가 되는 게 아니라, 가족과 가족이 만나 더 큰 가족을 이루고 또 서로의 인연까지 함께 품어야 하는 일이라서 매번 만만치 않고, 늘 어려움에 부딪친다. 하지만 다르게 살아온 서로의 시간과 습관을 인정해주는 방법을 알아가고, 각자가 아닌 우리라는 삶의 방식으로 하나둘 맞춰 가는 삶에 대해 배워가며 서로를 보듬어본다. 완벽한 원은 아니지만 조금씩 구르고, 또 굴러가는 우리만의 원을 그리며.
결혼은 남이 가족이 되는 과정이잖아
나는 네모와 세모로 된 집을 굴리는 거 같았어
처음부터 둘다 동그란 바퀴가 아니라
어떤 일에 걸리면 멈추었다가 다시 힘주어 굴리고
그렇게 네모와 세모가 굴러갔어
그러다 각각 어느 정도 원 모양이 되어가는 거지
동그란 원이 되기까지 모서리가 깎여나가는 동안
모든 이들이 조금씩 아픔을 감수해야했지
더 붙이려는 욕심은 참고 부족한 건 더해갔어
그래도 완벽한 원은 아니어서
우리는 여전히 우둘투둘 살아가고 굴러가지만 말야
완전히 다른 우리는 함께 가려 노력하고 있어 / <완벽하지 않아 다행이야> 중에서 333p


나 역시 두 아이를 키우는 엄마여서일까, 한 아이의 엄마로 쓰고 그린 마음들이 유독 눈에 밟힌다. 온 마음으로 아이를 품어주는 평범한 엄마가 아닌 것 같은 죄책감, 엄마라는 이름의 무게에 대한 책임감, 세상 엄마들은 육아의 행복을 잘 찾는 것 같은데 나만 힘든 것 같은 우울감 같은 여러 감정들에 아파하고 스스로를 다그쳤던 순간들을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아이를 키우는 건 마을이 필요한 일’이라서 ‘외딴섬에서 혼자 짊어지려고 하지 않기, 그게 중요’하다는 것도 배우고, 필요하다면 적극적으로 주변에 도움을 요청하며, 엄마인 내가 조금 너 나은 마음이 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다독이는 과정을 통해 ‘엄마’로서의 행복을 찾으려 한다.
태어나자마자 병아리는 두 발로 걷고
바다코끼리는 수영을 하고
기린은 한 시간이 지나면 껑충 뛰고
타조는 한 달이 지나면 빠르게 뛴다
꿀벌은 태어나자마자 일한다
인간의 성장이 느린 것은
인간은 아주 연약하고
또 연약한 존재라 그런 거겠지 / <누군가가 오래 곁에서 키워야 해> 중에서 184p
“힘들지만 꾹 참고 끝까지 하면 완성된다. 끝난다. 내가 더 신경 쓰면 조금 더 좋은, 완벽한 결과물이 나온다. 하지만 육아는 그렇지 않잖아요. 그게 미처 생각지 못했던 예상 밖의 결과인 거죠. 그것들이 오리 씨에게 힘들게 다가왔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육아는 열심히 한다고 반드시 피드백이 그만큼 오는 게 아니니까요. 열심히 하고 최선을 다해도 전혀 다른 결과를 가져오기도 하니까요. 아무리 이유식을 정성껏 만들어도 비싼 소고기를 구워줘도 아이가 한 입도 먹지 않을 수 있는 거죠.” / <나와 마주하다> 중에서 218p



우리는 모두 각자의 우주를 떠도는 존재들이지만, 이 넓은 우주 속에 홀로 있지 않다는 감각을 선물하는 책이다. 스스로에게 무심해지지 않기를, 내 곁의 사람들과 나눴던 다정한 순간들을 조금 더 기억하기를, 별 거 아닌 듯한 평범함 속에서도 비범한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기를 응원한다. 무엇보다 책을 읽으며 한 남자의 아내로, 딸로, 며느리로, 두 아이의 엄마로 살아가는 삶에 대하여 많이 생각했다. 결혼과 육아라는 인생의 커다란 길 위에 서 있는 분들에게 특히 이 책이 큰 공감과 위로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았으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