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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잘파세대다 - 잘파를 이해하는 새로운 관점
이시한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3년 10월
평점 :

진짜 요즘 애들, 잘파가 온다!
잘파세대가 이끄는 새로운 시대, 그 안에서의 ‘나’를 들여다보게 하는 아주 흥미로운 책!
얼마 전, ‘잘봐, 잘파세대 온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본 적이 있다. ‘MZ세대’라는 말이 각종 미디어를 장악하기 시작한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새로운 세대론이 급부상하고 있다니! M세대가 X세대 쪽으로 상향조정되고, Z세대가 알파세대와 한데 묶여 새로운 세대론으로 재편성될 거라는 예측에, M세대인 나는 Z세대에게서 강제로 떼어내진 듯한 얼떨떨한 기분마저 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정말 잘파세대에 관한 책까지 등장했다. 『이제는 잘파세대다』는 유튜브 채널 <시한책방>의 책방지기로 유명한 지식 큐레이터 이시한 작가가 “Z세대 그 이후를 상징하는 ‘Z+alpha(잘파)세대’의 특징과 그들을 이해하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는 책이다. 새로운 세대의 등장이 시대의 흐름을 바꾸는 전환점이 된다는 측면에서, 이 흐름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지 진지하게 고민하고, 예측하고, 필요한 인사이트를 통해 변화의 기회를 잡고 싶은 분들이라면 이 책에 주목해보시길 바란다.
잘파세대를 이해하는 4가지 키워드
‘디지털 온리에서 태어난 자중감 있는 현재적 세계인’. 이시한 작가는 잘파세대를 이렇게 표현한다. 정리하자면 디지털 온리, 자중감, 현재적 감각, 세계인, 이렇게 4가지 특징으로 수렴할 수 있다. 가장 중요하고 모든 변화의 근본이 되는 원인인 디지털 온리는 이들이 디지털 환경에서 태어난 네이티브임을 상징한다. 태생부터 뿌리 깊은 디지털 경험으로 채워져 있는 이들에게 스마트폰은 몸 밖에 있는 또 하나의 장기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M세대만 하더라도 아날로그 라이프를 바탕으로 그것을 보조하는 측면에서 디지털을 활용한 반면, 잘파세대에서는 생활패턴, 의식의 흐름, 문화, 관계의 형식 등 모든 면에서 디지털적 특성이 강하게 나타난다.
또한 틱톡이나 릴스, 유튜브 등을 보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손쉽게 자기가 그 플랫폼에 영상을 올릴 수가 시대인 지금, 나도 언제든 셀러브리티가 될 수 있다는 생각과 그런 유사 체험을 언제든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은 이들에게 자기중심적 성격이 강하고 주체성이 분명하다는 특징을 강화시킨다. 저출산과 잘파세대를 위한 10포켓(집안에 하나밖에 없는 아이들을 위해 돈을 쓸 수 있는 엄마, 아빠, 할아버지, 할머니, 외할아버지, 외할머니, 삼촌, 이모, 외삼촌, 고모)과 같은 넉넉한 가정환경 또한 이들의 특징인 ‘자중감(자신이 중심이 된 듯한 생각, 감각)’을 높이는 데 기여한다. 모든 관점, 생각, 행동이 나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듯한 이러한 감각은 이들로 하여금 경제적 어려움보다 자존심을 더 중요시하게 한다. 따라서 부당한 일이라고 생각하면 당당하게 이야기하고 행동하는 면모를 보인다. 하지만 자신을 부정적으로 대하는 사람들, 자신을 싫어하거나 별다른 관심이 없는 사람들의 반응을 많이 접해보지 못했기 때문에 사회에서 만나는 덜 친근한 관계나 타인의 공격적인 반응에 굉장히 서투른 면모를 보이기도 한다.
게다가 이들은 미래를 위해 돈을 모으는 데도, 비전에도 크게 가치를 두지 않는다. 이시한 작가는 너무나 빠른 가속화 사회에서 미래에 대한 예측과 준비가 불가능하다는 감각이 잘파세대로 하여금 ‘지금·현재’의 자기 자신에 충실하자는 생각으로 이어지게 했다고 분석한다. 그도 그럴 것이 전반적으로 사회가 안정화되기 시작하면 개인의 의지와 노력만으로는 한 단계 높은 성취를 이룰 수 없는 사회가 되자, 잘파세대는 사회적 성공과 발전이라는 가치를 비껴가기 시작했다. 때문에 이들은 사회적 맥락을 그다지 중요시하지 않고 이전 세대만큼 사회적 성공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 미래에 대한 비전을 그리기보다는 그저 현재를 충실하게 살아가는 것, ‘지금의 나’에 주목하게 되는 것이다.
변화는 기술 → 인문 → 경제의 흐름으로 일어나는데요, 기술이 바뀌고 그에 따라 사회구조, 생각, 개념, 인문에 대한 합의들이 변화합니다. 그리고 이 변화에서 경제적 기회가 발생하기 때문에, 경제에 변화가 온다는 것은 이미 사회의 여러 분야에서 변화가 진행되었음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앞으로의 사회는 잘파세대의 흐름과 경향을 알아야 그에 맞춰 이해하고, 예측하고, 변화의 기회를 잡을 수 있습니다. / 35p
이런 시대에 성장기를 보낸 잘파세대에게 자기 계발이나 성공 같은 키워드는 지향점 아닌 지양점이 됩니다. 저축하고 노력하고 일을 배우는 이유는 대부분 미래를 위한 것인데, 미래에 대해 의문을 가지고 있으니 과정에 힘이 실릴 수가 없죠. 그렇다고 성실하게 최선을 다해서 살지 않는다는 건 아닙니다. 하루하루에 최선을 다하지만 큰 미래를 그리지 않은 채 주어진 조건에 최선을 다하는 거예요.(물론 이런 현상의 배경에는 미래를 그려봤자 노동소득이 자본소득을 넘어설 수 없다는 현실적 자각도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 54p



이러한 잘파세대의 특징들은 기존 세대들에게 부정적인 측면으로 비치면서 여러 갈등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요즘 아이들은 집중력이 떨어진다’, ‘문해력이 떨어진다’, ‘이기적이다’, ‘직업윤리에 대한 개념이 없다’ 등 지나치게 솔직하고 자기중심적인 사람들이라는 인식이 강하게 박혀 있다. 그러나 이시한 작가는 부정적인 고정관념이나 단순히 소비 패턴을 흔드는 ‘새로운 애들’ 쯤으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즉각적인 만족을 주는 플랫폼에 일찍이 노출되어 있는 잘파세대가 짧은 것에 익숙하고 짧은 것을 선호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사실 이런 특성은 가속화된 디지털 세상에 빠르게 적응한 결과로 바라봐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오히려 수많은 정보를 빠르게 받아들여야 하기 때문에 멀티스태킹 능력이 높고, 영상 이해력이 뛰어나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필요하다고 그는 말한다.
또 자칫 이기적이거나 개인주의적이라 볼 수도 있지만, 잘파세대는 자기가 소중한 만큼 남도 소중하다는 점을 잘 이해하는 특징을 보인다. 서로 다른 정체성과 취향에 대한 인정과 존중, 낯선 문화에 대한 낮은 경계심, 디지털 도구들을 통한 다양한 소통의 도구 등 타인과의 관계 형성을 쉽게 해줄 수 있는 요소들 덕분에 이들은 낯선 이와의 유대와 커뮤니케이션에 더 열려 있는 편이다. ‘세계인’으로서, 이들이 지니고 있는 초연결적인 감각은 공익적 움직임에 대한 참여와 관심을 이끄는 데도 매우 적극적으로 기여한다. 어쩌면 우리는 이들을 지나치게 편협한 시선으로 바라보지는 않았을까? 이미 잘파세대의 소비 패턴에 따라 비즈니스에서도 다양한 변화와 시도가 이루어지는 만큼, 잘파세대가 직업인으로서 사회에 본격적으로 진출하기 시작한 이 시점에서 기업 문화와 직업 윤리, 근무 방법 등에도 새로운 방향 점검이 필요한 것은 아닐까?


이처럼 책은 우리에게 잘파세대에 대한 특징은 물론, 부정적인 고정관념에 매몰되지 않고 이들과 유연하고 조화로운 공동체를 이룰 수 있는 방법들을 모색해본다. ‘잘파세대는 어떻다’라는 분석은 “잘파세대에 대한 호불호를 가리기 위함이 아니라, 시대와 세상의 흐름을 파악하기 위한 노력”이라던 저자의 글처럼, 서로 간의 다른 점을 이해하고 수용하고 존중함으로써 우리사회를 보다 균형감 있게 유지하는 데 도움을 얻기 위함이다. 개인적으로는 잘파세대인 우리 아이들의 현재와 미래를 감각하고, 부모로서 시대의 변화에 어떻게 반응하고 어떠한 태도를 지녀야할지 가늠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잘파세대를 제대로 바라보기 위한 친절하고도 통찰력 있는 지침서를 찾으시는 분들에게 이 책을 추천드린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았으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