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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무기의 모든 것 - 인류가 낳은 인류 파괴 BUTTON ㅣ illustoria 4
기획집단 MOIM 지음, 이크종 그림 / 그림씨 / 2023년 9월
평점 :

풍부한 지식, 이야기를 풍부하게 만들어주는 일러스트로 지식과 재미까지 다 잡은 핵무기에 관한 모든 것!
핵무기 시대를 안고 살아가야 할 우리 세대와 미래 세대가 반드시 고민해봐야 하는 이야기!
영화 <오펜하이머>의 개봉과 함께 tvN 프로그램 <알쓸별잡>에서 맨해튼 프로젝트와 더불어 핵무기에 대해 설명해준 적이 있다. 그때 함께 시청하던 첫째 아이가 흑백 영상 속에서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버섯모양의 구름을 주시하며 물었다. “핵폭탄이 터지면 저렇게 되는 거야?” 찰나의 순간이었지만 거대한 버섯구름은 몽환적이다 못해 심지어 경이로워 보이기까지 했다. 그렇게 핵무기의 위력에 압도되어 있느라 진짜로 마주해야 하는 진실, 모든 것이 파괴되어버린 참혹한 현장의 진실까지야 알 리가 없었다. 지금의 우리는 고작해야 ‘깨진 유리파편이 온몸에 박힌 채 울부짖는 사람들, 끔찍한 화상을 입어 피부가 누더기처럼 녹아내린 사람들, 내장과 눈알이 튀어나온 사람들이 내지르는 비명에 히로시마는 한순간에 지옥으로 변해버렸다(『흉터의 꽃』, 김옥숙 저, 새움).’와 같은 문장으로나마 어렴풋이 짐작할 뿐이다.
핵무기가 등장한 지 80년 가까이 지났지만 우리는 여전히 핵무기에 아는 것이 많지 않다. 특히 우리나라는 핵무기를 핵심 생존 수단으로 삼는 북한을 마주하고 있고, 핵무기를 우리나라에 대한 핵심 안보 수단으로 삼는 미국을 우방국으로 두고 있는 만큼 핵무기를 둘러싼 본질과 진실을 정면으로 응시해야 할 필요가 있다. 마침맞게 그림씨에서 출간된 『핵무기의 모든 것』에는 핵무기에 관한 지식과 역사적 사실, 국제사회의 이해관계와 각종 딜레마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꼭 알아야 할 핵무기에 관한 모든 것이 담겨 있다. 가독성이 높은 구성과 쉬운 해설, 이야기를 풍부하게 만들어주는 일러스트로 지식과 재미까지 다 잡은 책이다. 덕분에 어린이 독자는 물론 일반 독자까지도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 뿐만 아니라 핵을 둘러싼 각종 이권 문제 앞에서 핵무기 없는 세상은 과연 가능할 것인지 사색과 통찰의 기회를 얻고, 핵무기에 관한 윤리 감각을 일깨우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알고 싶어요! 핵무기에 관한 다양한 지식들
“나는 이제 죽음이요, 세상의 파괴자가 되었다” - 로버트 오펜하이머 / 6p
책에는 원자폭탄 투하 후의 히로시마의 참상이 담긴 사진과 처참한 현실에 넋을 잃은 생존자들의 사진이 실려 있다. 미군에 의해 배포가 금지되었을 정도로 끔찍하고도 잔인한 그날의 진상이 담겨있다. 1945년 7월 16일 새벽 5시 29분 45초. ‘트리니티’라는 이름으로 명명된 인류 최초의 원자폭탄 실험 이후 채 한 달이 지나지 않아 미국은 일본 히로시마에 ‘리틀보이’를, 나가사키에 ‘팻맨’을 투하했다. 강도는 각각 TNT 약 15,000톤, TNT 약 21,000톤에 해당하는 것이었다.
천연 우라늄의 99.3%는 우라늄238이고, 나머지 0.7%는 우라늄235입니다. 이 둘의 차이점은 무게입니다. 우라늄238이 더 무겁죠. 그런데 우라늄238은 비분열 물질인 반면, 우라늄235는 핵분열 물질입니다. 즉 핵무기인 원자폭탄의 원료지요. 그러나 원자폭탄을 만들기 위해서는 90% 이상의 고농축 우라늄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우라늄235의 농도를 올려야 하는데, 농도를 올리는 과정을 우라늄 농축이라고 하고, 그렇게 농축된 우라늄을 ‘농축 우라늄’이라고 합니다. 일반적으로 원자력발전에서는 약 3%의 저농축 우라늄을 원료로 사용합니다. / 35p
지구상에서 최초로 행한 핵실험은 1945년 7월 16일 새벽 5시 29분 45초, 미국 뉴멕시코주에 위치한 조르나다 델 무에르토 사막에서 실시했습니다. 이를 가리켜 ‘트리니티(Ttinity)’라고 불렀는데, 트리니티는 기독교 용어로 성부, 성자, 성령이 하나라는 ‘삼위일체’를 뜻합니다.
트리니티 핵실험 결과, 그 위력은 TNT 18.6킬로톤(kt, 다이너마이트 18,600톤 폭발력으로 추산)으로, 예측치를 서너 배 초과하는 거대한 것이었습니다. / 45p


책은 우리가 꼭 잊지 말아야 하는 것이 있다고 말한다.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서 폭발한 원자폭탄 때문에 가장 많이 사망한 게, 일본인 다음으로 한국인이라는 것이다. 당시 일본에 강제 징용되어 끌려온 사람들이 대부분으로 5만여 명은 즉시 사망했고, 5만여 명은 피폭으로 후유증을 겪거나 사망에 이르렀다 한다. 다시 말하자면 한국 역시 피폭 국가라는 것을 의미하며 우리의 선조들 역시 원폭의 피해자였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결과적으로는 원자폭탄으로 인해 전쟁은 종식되었고 조선은 해방을 맞았지만, 그 안에 희생된 수많은 이들의 고통을 기억해야 언제 벌어질지 모르는 핵무기의 참극을 막을 수 있다는 사실 역시 기억해야 할 것이다.
애석하게도 지구상에서 핵무기 보유는 정의와 불의와 싸움이 아니라 이해관계의 산물이 되어버렸다. NPT(핵확산금지조약)이나 TPNW(핵무기 금지조약)과 같이 비핵화를 지지하는 국제사회의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핵보유국과 핵보유국의 군사적 동맹국들은 이에 서명하지 않고 있다. 대한민국 역시 북한의 위협에 대비해 핵무기를 가져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 그만큼 핵무기는 국제분쟁 사이에서 이권과 견제의 도구가 되어버린 양상이다. 따라서 한반도에 핵무기를 둘러싸고 분쟁이나 갈등이 조장되지 않도록 우리는 관심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한다. ‘나는 몰라. 알아서 하라고 해.’하는 태도를 갖기보다는 주인 의식을 가지고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책 속의 마지막 글귀를 우리 아이들이 꼭 잊지 말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북한이 온갖 난관을 뚫고 핵무기 개발에 성공했다는 것은, 다른 나라에 적용한 국제사회의 대처 방식이 통하지 않았다는 이야기일 것입니다. 그리고 북한을 향한 대처 방식이 무엇인지 정확히 파악하는 것은 쉽지 않아 보입니다. 저문가들조차 각기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기 때문이죠. 엄연한 사실은 한반도와 국제사회가 북한 핵무기라는 중요한 숙제를 안고 있다는 것입니다.
(…) 그러나 한반도에서 살아가는 우리에게는 그 무엇보다 중요한 일입니다. 북한 핵, 나아가 한반도의 핵, 세계의 핵무기에 관해 결코 외면해서는 안 됩니다. / 171p



핵이 어떠한 과정을 통해 만들어졌고, 왜 만들어졌으며 그것이 일으킨 문제가 무엇인지 진단해볼 수 있는 매우 유익한 책이었다. 핵무기 시대를 안고 살아가야 할 우리 세대와 미래 세대가 함께 고민해볼 거리도 많아서 보다 많은 분들과 공유하고 싶고, 또 그래야만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이 아이가 있는 가정이나 여러 도서 기관들을 통해 많이 읽히고 활용될 수 있기를 적극 추천하고 싶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았으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