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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사이트 - 배우고, 생각하고, 연결하는 법을 바꿔놓을 시각 혁명
데이비드 로즈 지음, 박영준 옮김 / 흐름출판 / 2023년 8월
평점 :

슈퍼사이트는 이미 시작되었다!
시각 혁명에 관한 비전과 아이디어, 최신 기술과 이슈들을 집대성한 책!
“1990년 인터넷 혁명, 2000년대 모바일 혁명이 있었다면 그 다음은 비전 혁명이 있을 것이다.”
MIT 미디어랩 과학자이자 미래학자인 데이비드 로즈는 향후 10년 동안 진행될 기술의 기하급수적인 발전으로 ‘본다’는 의미 자체가 완전히 달라질 것이라 예측한다. 공간 컴퓨팅(증강 현실), 인공지능, 컴퓨터비전 등이 결합해 탄생할 새로운 형태의 시각적 현실, 즉 보고 배우고 생각하고 연결하는 법을 바꿔놓을 시각 혁명을 가리켜 그는 ‘슈퍼 사이트(Super Sight)’라 부른다. 이미 애플, 구글, 메타, 삼성을 위시한 글로벌 IT기업들은 개인이 착용하는 스마트 안경에서부터 집단적 협업 및 공유를 위한 데이터 투사 방식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시각적 능력의 거대한 진화를 준비하고 있다.
이 책은 사람들이 서로 관계를 형성하고, 음식을 먹고, 물건을 구매하고, 협력하는 방식에서부터 미래에 펼쳐질 학습과 상상의 세계에 이르기까지 슈퍼사이트의 오늘과 미래를 다양한 측면에서 탐구한다. 슈퍼사이트는 분명 누군가에게는 놀랍도록 매력적이고, 쓸모 있고, 기념비적이며, 이제껏 누릴 수 없었던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는 유토피아가 될 것이다. 하지만 또 누군가에게는 두렵고, 문제를 야기하고, 각종 오류를 유발시키는 디스토피아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슈퍼사이트는 우리가 원하건 원하지 않건 이미 시작되었다. 어느 쪽이든 인류는 한 단계 높은 차원의 진화를 앞두고 있다. 삶의 모든 영역을 뒤흔들며 나와 우리 사회의 미래를 바꿀 슈퍼사이트를 통찰하고, 그에 따른 혜안을 얻고 싶은 분들이라면 반드시 이 책에 주목해보시길 바란다.
슈퍼사이트가 바꿀 미래
몇 달 전, <나 혼자 산다>라는 프로그램에서 김대호 아나운서가 VR 고글 헤드셋을 쓰고 가상현실을 실감나게 즐기는 장면을 본 적이 있다. 시청자 입장에서는 그 모습이 그저 우스꽝스럽기만 할 뿐이었지만, 정작 본인은 방구석이라는 현실을 뒤로한 채 실제 여행지에 있는 것처럼 흠뻑 빠져 있는 모습이었다. 머지않아 우리는 이 VR조차 뛰어넘는, 물리적 세계 위에 디지털로 증강된 현실을 합성하는 미래의 몰입형 컴퓨팅 기술을 모두가 공유하는 시대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
‘스마트 안경’이라 불리는 이 웨어러블한 슈퍼사이트는 눈에 비친 사물들을 인식하고 이름을 붙여주어 즉각적으로 정보를 제공해주는 것뿐만이 아니라, 오늘 내가 만난 사람의 최신 정보를 비롯해 관심사와 감정 상태까지 분석해줄 것이다. 여행지나 유적지에서는 해당 정보를 제공하는 것에만 그치는 게 아니라 중요한 역사적 순간 속으로 직접 데려가 생생한 경험을 하게 할 것이다. 또 슈퍼사이트 알고리즘은 내가 관심을 보이는 특정 품목만을 강조하는 방식으로 맞춤형 쇼핑을 통해 선택과 소유의 딜레마를 해결해줄 것이고, 식습관이나 스트레스 관리 등 건강 관련 의사결정도 손쉽게 해결해줄 것이다. 오직 한 사람만의, 유능하다 못해 만능인, 전지전능한 비서이자 코치를 얻게 된다니 이 얼마나 매력적인가.
스마트안경은 단지 우리가 바라보는 ‘대상’을 바꾸는 데 그치지 않고, 현실을 새롭게 ‘구성’하는 능력을 바탕으로 우리가 대상을 바라보는 ‘방법’에 혁신을 일으킬 것이다. 이 제품들은 사람과 따로 떨어져 존재하는 ‘선택적’ 도구가 아니라, 우리가 온종일 몸에서 떼어놓지 않는 일종의 ‘보철물’이 될 것이다. 다시 말해 이 웨어러블 장비들은 심리적 측면에서 사용자와 일심동체가 되어 우리 몸의 일부로서 인간 능력의 진화를 상징하는 증거가 될 것이다. / 24p
스마트안경에 탑재된 카메라는 당신의 시선을 추적하고, 주위에 설치된 카메라들은 당신의 관심사와 감정 상태를 분석한다. 이 데이터를 ‘다른 사람들이’ 스마트안경으로 당신을 포착한 데이터와 결합하면 본인의 행동과 타인과의 상호작용에 대해 매우 강력한 피드백 장치를 구출할 수 있다. 내 스마트안경의 대인관계 코치는 이렇게 귀띔할 것이다. “말하는 속도를 늦추고 잠시 상대방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세요. 그들이 뭐라고 강조했는지 생각해 보세요. 그들에게 집중해야 합니다.” “팔짱을 풀고, 긴장을 늦추고, 미소를 지으세요.” / 122p


하지만 아무리 좋은 의도를 바탕으로 기술적 발전이 이루어진다 하더라도 이를 악용하려는 비도덕적인 개발자와 참여자는 반드시 존재한다. 또 슈퍼사이트는 우리 모두를 개인적 세계관 속에 가두어버릴 위험성이 있다. 자신에게 바람직하지 못한 사물이나 사람에 대해 서슴없이 점수를 매기고, 위험하다는 낙인을 찍는 등 지난 날, 타인과 눈을 마주치고 이해하려 애쓰는 과정 속에서 키워냈던 인간의 공감 능력을 앗아갈 수 있다.
아울러 획일화된 정보와 필터 버블(인터넷 알고리즘에 의해 본인의 관심사에 맞게 제공되는 정보에만 의존한 사용자가 혼자만의 세계에 고립되는 현상)에 갇힌 사람은 조직적인 인종차별이나 불평등의 문제를 인식하는 능력을 상실할지도 모른다. 고객 정보를 소유하게 되는 기업의 사생활 침해, 알고리즘이 저지른 실수에 대한 책임 문제, 일터에 대한 경계가 무너지면서 일과 쉼 경계가 모호해지는 문제 등도 야기될 수 있다. 어쩌면 다른 한쪽에서는 슈퍼사이트에 의존하지 않을 수 있는, 인류의 우선순위와 가치를 지키고 재검토하는 장치를 마련하는 데 더 많은 사회적 비용을 치러야 할지도 모른다.
우리는 익숙한 정보만을 선택하는 필터 버블 속에 빠져드는 대신, 이전과는 전혀 다른 세계를 소개하는 서비스들을 의식적으로 구독해야 한다. 그래야만 과거에는 한 번도 접한 적이 없고 심각하게 생각하지도 않았던 새로운 관점을 경험할 수 있다. / 55p
우리가 대인관계 코치를 신중하게 생각해야 하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증강현실은 사람의 행동을 일일이 지시하는 지침서나 치료제가 결코 아니다. 우리가 세상에 대한 이해력을 높이고 사회적 결속력을 강화하기 위해 사용하는 ‘도구’일 뿐이다. 따라서 이 장비가 우리의 대화나 행동을 미리 규정해서는 안 되며, 단지 우리가 더 좋은 습관을 기르고 풍부한 인간관계를 구축할 목적으로 활용하는 촉진제나 신호의 역할에 머물러야 한다. / 125p
그러나 한편으로는 알고리즘이 저지르는 실수(그것도 치명적인 실수)는 통계적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이 오류를 책임질 사람은 누구인가? 외과 수술에서 실수가 발생하면 외과 의사가 책임을 진다. 하드웨어 장비가 고장을 일으켜서 고객에게 손해를 입히면, 그로 인해 고소당하는 사람은 장비를 제조한 업체의 책임자다. 하지만 프로그램 코드 한 줄이 잘못 작성됐을 때, 우리는 그 알고리즘을 코딩한 엔지니어에게 책임을 물어야 할까? 아니면 알고리즘의 진단 과정을 관리 감독한 의시가 책임을 져야 할까? 또는 인공지능 자체에 화살을 돌려야 할까? / 295p



그럼에도 불구하고 슈퍼사이트의 ‘예측’ 기능은 분명 우리 사회에 더 큰 이로움을 가져다줄 것이라 생각한다. 매일같이 무거운 장비를 짊어지고 위험한 현장 속에 뛰어들어야 하는 소방대원들에게는 어둠과 연기를 뚫고 앞을 내다볼 수 있는 슈퍼사이트의 능력이 유용하게 쓰일 것이다. 소방관들이 해당 건물의 도면을 즉각적으로 얻고, 구조 대상자를 찾아내 건물 밖으로 대피할 때에도 안전하게 길을 안내받을 수 있다면, 슈퍼사이트는 우리 사회의 안전 구축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
또 슈퍼사이트가 더 나은 미래를 상상하고, 발명하고, 설득하고, 지키게 할 수 있다면, 인류의 코앞에 닥친 기후위기와 같은 문제들을 시각화하는 작업을 돕고 적절한 행동을 취하도록 우리에게 동기부여를 해줄 수도 있다. 오늘날 수많은 집과 주차장이 차지하고 있던 자리에 과거에는 무엇이 존재했는지, 앞으로 10년, 100년 뒤에는 같은 장소의 모습이 어떻게 변할지 예측가능하다면 인류가 처한 위기의 긴급성을 이해하고 모두가 바라는 미래를 만드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따라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시각혁명이 가져올 미래를 이해함으로써 앞으로 닥칠 우리 사회의 변화에 대처하고 최선의 미래를 그려내기 위한 선구안이다. ‘오늘 처음 보는 사람의 이름과 정보를 물어보지 않고서도 즉각적으로 알 수 있다면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질까?’ ‘로봇이 나 대신 음식을 만들고 설거지한다면 과연 행복할까?’ ‘알고리즘이 의사보다 환자를 더 잘 진단할 수 있을까?’와 같은 질문들에 자신만의 해답을 찾아보면서 슈퍼사이트를 보다 사려 깊게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을 우리는 고민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슈퍼사이트의 미래가 생각보다 멀지 않았음을 QR 코드의 실제 사례를 통해 성실하게 보여준다. 슈퍼사이트의 비전과 아이디어, 최신 기술과 이슈들을 집대성한 이 매력적인 책을 많은 분들이 꼭 눈으로 확인해보셨으면 하는 바람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았으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