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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일의 공부법 수업 - 인생의 성취를 이루고자 하는 이들을 위한 특별한 수업 ㅣ 수업 시리즈
한동일 지음 / 흐름출판 / 2023년 8월
평점 :

삶의 목표를 잃고, 왜 공부를 해야 하는지 모른 채 그저 앞만 보고 달려가는 이들에게!
왜 공부해야 하는가! 자신만의 해답을 찾아나가기 위한 깊고 넓은 사유의 시간!
바티칸 로타 로마나 700년 역사상 최초의 한국인 변호사이자, 국내에서는 라틴어의 권위자로 손꼽히는 한동일 교수의 두 번째 책이다. 앞서 『라틴어 수업』에서는 ‘나는 어떤 사람으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어떤 태도로 삶을 대할 것인가’를 생각해보게 했다면, 이번 책에서는 일탈과 방황을 일삼았던 10대 시절을 지나 로마로 유학을 떠난 뒤 바티칸 변호사가 되기까지,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치열하게 돌파하는 과정 속에서 깨달은 배움의 가치와 의미를 전하고자 한다.
그는 스스로를 ‘공부하는 노동자’라 소개하며 이렇게 말한다. ‘공부하지 않을 때 인간은 늙어갑니다. 공부하는 사람은 죽을 때까지 아름다운 사람입니다.’ 공부를 단순히 머리로 하는 노동이나 눈앞에 둔 목표를 위한 수단으로 삼는 것이 아닌, 몸과 마음을 함께 다스리는 ‘마음 수련’의 과정으로 바라보는 그의 모습은 우리에게 평생 공부하는 자세의 중요성을 일깨우게 한다. 덕분에 우리는 “왜 공부해야 하는가”라는 질문 앞에서 자신만의 해답을 찾아나가기 위한 깊고 넓은 사유의 시간을 갖게 된다.
그냥 하는 것의 위대함에 대하여
Qui se ipsum norit(noverit), aliquid se habere sentiet divinum.
스스로를 아는 사람이라면 자신이 신성한 무엇을 간직하고 있음을 느끼리라. / 138p
학창시절, 공부를 하다보면 이런저런 생각에 사로잡혀 있느라 헤맬 때가 많다. 왜 공부를 해도 성적이 오르지 않을까? 나는 언제쯤 공부를 잘할 수 있을까? 특히 스마트폰이 발달한 지금의 환경에서는 물리적으로도 공부에 집중할 수 없는 상황에 자주 놓이게 된다. 사실 공부란 스스로를 가두는 몰입의 행위로, 인간의 본성을 거스르는 부자연스러운 환경에 자신을 들여놓는 일이다. 때문에 자유로울 때는 눈에 띄지 않던 것들이 유독 공부를 할 때면 잘 보이고 또 수많은 생각에 사로잡히곤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는 ‘그냥 하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라틴어에는 “Difficultas non vitiat actum(어려움이 행위를 망치도록 하지 않는다).”란 말이 있다고 한다. 마찬가지로 “보잘것없이 보이는 하루하루를 반복해 대단한 하루를 만들어낸 사람이라는 칭찬이 가장 좋다”고 말했던 발레리나 강수진처럼, 저자는 어려운 과제일수록 또는 많은 노력과 시간이 드는 복잡한 공부일수록 계산하지 말고 매일 습관처럼 쌓은 공부를 해야 한다고 말한다. 머리로 공부하는 것이 아닌 내 몸이 공부할 수 있도록, ‘몸이 그것을 기억할 수 있을 때까지’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매일매일 그냥 해나가는 일은 결국 희미한 가능성에 자기 확신을 계속 불어넣는 연습을 하는 것과 같다. 인생은 계속 희미한 안개 속을 더듬더듬 걸어가는 길이고 공부 역시 마찬가지기에, 스스로에게 가능성을 부여하고 해낼 수 있다고 끊임없이 믿음을 주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평소 아이들에게 책 읽는 습관과 같은 시간에 앉아 공부하는 습관을 들이려 하지만 그것을 ‘왜 해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설명하기 어려웠던 나는 이러한 메시지를 자주 들려주는 부모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무엇보다 이 귀한 가르침을 따라 먼저 행동하는 부모가 되어야겠다고 다짐했다.
결코 들춰내고 싶지 않은 문제, 피하고 싶은 일이 있죠. 하지만 언제까지고 피할 수는 없습니다. 그때가 언제든 직면해야 하는 순간은 찾아옵니다. 이때 가장 먼저 해야 할 건 자기 응시와 자기 성찰입니다. 내 아픔의 근원이 무엇인지, 그것은 내가 극복할 수 있는 대상인지를 알아야 합니다. 나는 어떨 때 상처받고 무엇으로 극복하는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잘하는 것이 무엇인지, 어떤 사람이 될지, 마음속 아지랑이를 봐야 하는 것입니다. 진짜 내 모습을 볼 수 있어야 타인이 그려놓은 내 모습에 좌절하거나 상처받지 않을 수 있습니다. 내 집 앞 담장에 그들이 그려 넣은 것들은 내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 48p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같은 구간을 매일 반복적으로 읽어보세요. 속도가 빨라질 것이고 이해하게 되는 순간도 반드시 옵니다. 그러면 진도를 나가게 되고 다른 책도 볼 수 있게 되죠.
몸은 서서히 익숙해집니다. 과연 이게 맞는 방법일까에 대한 의심은 미뤄두고, 일단 매일매일 그냥 해나가다 보면 자기만의 리듬이나 호흡이 생길 것입니다. 한번 상상해보세요. 매일매일 성실하게 수행하는 사람과 그렇게 하지 않는 사람이 어떤 미래를 맞이할 것인지를 말이죠. / 110p
저는 학생들에게 ‘선택’의 중요성에 대해 자주 이야기했습니다. 모든 공부의 시작, 선택의 시작은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던져 그 답을 고민하고 찾아내는 것입니다. 이 과정에는 공부하는 방식, 공부했던 방식에 대한 복기도 포함됩니다. 진정한 답은 타인이 주는 답이 아니라 내 안의 원의, 즉 내 안에 있는 진짜 갈망입니다. 공부는 그것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보는 것이죠. / 168p



라틴어에 “Triste lupus stabulis est(걱정은 양 우리에 있는 늑대다).”라는 말이 있다고 한다. ‘지금 준비하고 있는 시험을 통과할 수 있을까?’ ‘이 길이 과연 나에게 맞는 것일까?’ ‘내가 그걸 할 수 있을까’ 하고 걱정하며 자꾸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는 것은 양 우리에 늑대를 넣는 일과 같다는 뜻이다. 이는 주변의 상황을 끌어들여 안 될 거라고 미리 나 자신을 설득하는 버릇이 있는 내가 가장 새겨두어야 하는 말이기도 하다. 저자는 자신의 내면에 늑대를 끌어들이지 말라고 조언한다. 그러지 않아도 세상은 우리를 여러모로 위축시키고 보잘것없는 사람처럼 느끼게 만든다. 그런데 나 자신마저 나를 의심하고 쓸모없는 존재로 여길 필요가 있을까? 그러니 내가 부러 앞서서 불리함을 초래하지 않도록, 내 마음에 늑대를 들이지 않도록 마음을 한 번 더 다잡아보자.
이 외에도 공부는 나만의 악보를 찾아 완성하는 과정이며, 자신이 가진 다른 가능성을 생각하고 나아가는 겸손함이야말로 공부하는 사람의 가장 훌륭한 자세라는 조언도 기억에 많이 남는다. 또 공부는 결코 나 혼자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공부로 이룬 성취를 사회를 위해 활용하고 펼칠 수 있을 때, 개인의 성장을 넘어서 보람과 기쁨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조언은 더 넓은 의미에서의 배움의 가치를 생각하게 한다.
타인을 바꾸는 것보다, 또 주변 현실을 바꾸는 것보다 훨씬 쉬운 게 자신의 마음을 바꾸는 겁니다. 공부하는 여러분이 양치기라면 아무리 늑대가 배고프다고 울어도 밥을 주어서는 안됩니다. 거침없이 자라서 힘이 세지면 우리 안으로 뛰어 들어와 양들을 잡아먹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양치기는 양에게만 밥을 주어야 합니다. 당신의 내면에 있는 양은 무엇이며 늑대는 무엇입니까? / 116p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이 사회는 생각하는 공부를 하는 사회인가? 한국 사회에 던져야 하는 질문입니다. 나는 생각하는 공부를 하고 있는가? 타인이 줄 수 없는 깊이를 나는 만들어가고 있는가? 이는 개개인이 자기 자신에게 던져야 하는 질문이기도 합니다.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살아나갈 것인가’에 대한 끊임없는 철학적 사유는 미래를 예측하기 어려운 지금 이 시대에 여전히 유효한 공부일 것입니다. 그것으로 우리는 미래를 준비해나갈 수 있습니다. / 249p
제게 누군가 “공부가 뭐냐?”고 묻는다면 ‘버티는 것’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공부도 버티고, 삶도 버텨나가는 것이지요. 그렇게 하다 보면 우리는 매일 ‘하루’라는 매듭을 지어나가고, 자신에게 이정표가 될 의미 있는 매듭도 짓게 됩니다. 그리고 그 매듭들이 모여 삶이라는 단단하고 굵은 동아줄이 되는 거죠. 힘들고 괴로울 때마다 앞서 지은 매듭을 돌아보며 우리는 다시 버틸 수 있는 힘을 얻고 버틸 방법을 배웁니다. / 278p



이처럼 책을 읽다보면 공부의 태도와 마음가짐에 대한 저자의 생각에 저절로 감화하게 된다. 얼마 전에 읽은 강원국 님의 책처럼, 이 책 역시 공부 방법이나 기술보다는 배움의 가치 추구와 목표의 방향성에 대해서 더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는 점에서 무척 특별하다. 이러한 책들이 보다 많은 분들에게 소개되고 읽혔으면 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삶의 목표를 잃고, 왜 공부를 해야 하는지 모른 채 그저 앞만 보고 달려가는 많은 청년들에게 이 책을 꼭 추천하고 싶다. 훗날 내 아이들이 자라서 이 책을 읽을 수 있는 무렵이 되면 그때에도 꼭 잊지 않고 권하고 싶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았으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