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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나라의 평범한 심리상담소 - 누구에게나 상담이 필요한 순간이 있다
이원이 지음 / 믹스커피 / 2023년 5월
평점 :
‘평범한 상담소’에 문을 두드려보세요!
살면서 한 번씩은 마주한 적이 있는 삶의 무게와 고통들에 위로를 건네는 책!
예년에 비하면 정신과 상담, 심리 상담에 관한 인식이 상당히 높아졌다고는 하지만, 각종 우울감과 심리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대인들의 고통에 비하면 여전히 문을 두드리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실제로 겨우 몇 분에 불과한 상담 치료와 약물 처방에 불신을 드러내는 내담자들이 많다. ‘치료=문제’로 인식하는 사회적 분위기 역시 부담스럽다. 무엇보다 ‘이만한’ 정도로 상담을 해도 되는지, 자신의 내밀한 사정을 꺼내놓는 일에 용기를 내기보다 혼자서 감내하는 것을 택하는 이들이 많은 것이 현실이다.
이에 이원이공감컴퍼니 심리상담소 대표이자 『이상한 나라의 평범한 심리상담소』의 저자인 이원이 교수는 어느 날, “선생님, 청년을 위한 팟캐스트 방송을 해보시는 건 어떠세요?”라는 솔깃한 제안을 받았다고 한다. 그렇지 않아도 외롭고 고통스러워도 상담소에 갈지 말지 망설이기만 하고 있는 청년들을 위해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는 열린 상담소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던 그녀였다. ‘평범한 상담소’라는 이름을 지은 것도 그런 의미에서였을 것이다. 많은 청년의 고민을 듣고 다양한 청취자들과 만나 소통하며 상담이라는 형식의 무게를 덜어내기 위한 시도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이원이 교수는 말한다. ‘상담은 상담사와 내담자가 함께 추는 춤’이라고. 어떤 춤을 추게 될지, 얼마만큼 추게 될지는 모르지만 한 스텝, 한 스텝 리드하면서 상담을 시작하고, 내담자는 자신이 추고 싶어 하는 리듬으로 상담사에게 몸을 맡기다보면 조금씩 서로를 신뢰하게 되고 그만큼 삶도 가벼워지면서 자유로움을 느끼게 된다고 말이다. 누구에게나 상담이 필요한 순간이 있다. 그때 쉽사리 드러낼 수 없던 고민을 이야기하고 싶은 곳이 필요하다면, 이 책으로 자신의 마음을 노크해보시길 바란다.
내가 나로 살아간다는 것에 대하여
1장에서는 본격적인 상담사가 되기로 결심하기 전, 교단에서 마주한 수많은 학생들과의 시간들이 담겨 있다. 견뎌내기가 쉽지 않을 거라던 교무부장의 귀띔대로, 그녀의 교단생활은 겉은 요란하지만 속내는 서글픈 아이들의 마음속을 들여다보는 일의 연속이었다. 출발을 알리는 신호탄을 쏘아도 뛰지 않는 의욕 없는 아이들, 애정결핍을 부정적인 만남으로 해소하는 아이들, 어른들의 시선이 닿지 않는 곳에서 참담한 선택을 하는 아이들까지. 하지만 저자는 ‘문제아’라 정의되는 아이들에게서도 집과 학교에서 받기 힘든 따뜻한 말 한마디, 눈빛, 포옹, 평범한 학생으로서 누리는 평범한 일상에 대한 뜨거운 동경을 발견한다. 유해한 관계들, 사건사고가 아이들의 생각이 달릴 수 있는 속도보다 더 빠르게 앞질러서 벌어지는 현실 속에서 그걸 가려서 볼 수 있는 눈과 가려서 달려갈 수 있는 발이 필요하다는 걸 알게 된다.
문득 오늘 저녁 수업 때 처음 만난 아이들의 초롱초롱한 눈동자와 밝고 생기 가득한 얼굴이 떠올랐다. 그 아이들의 몸은 나보다 훨씬 천근만근일 텐데, 표정만큼은 생기를 잃어버리지 않은 그 생명력에 전율이 느껴진다. 삶에의 의욕과 솟아날 만한 구멍이 없어 보이는데도 어디선가 스멀스멀 올라오는 풋풋한 에너지, 힘든 상황 속에서도 멈추지 않고 꾸는 꿈. 그 꿈이 오늘 밤에도 내일 밤에도 계속되고 살과 가지가 더 통통하게 붙어 살아 움직이는 실체가 되기를. 남의 것이 아닌 너희들 자신의 것이 되고, 너희 자신이 되기를. / 49p
이때부터 저자는 자신의 길은 학교에 남는 것이 아니라 선생님들과 학생들을 실질적으로 도울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임을 깨닫게 된다. 생활고 등의 문제로 아이들을 제대로 훈육할 수 없는 부모님과 재혼, 삼혼의 과정 속에서 여기저기 맡겨져 큰 아이들, 폭력과 가난 때문에 고통 받는 아이들, 각종 비행과 비정상적인 이성 교제로 몸과 마음에 상처 입은 아이들을 어떻게 하면 도울 수 있을지 고민한 끝에 본격적으로 ‘상담’이라는 길에 들어선다. 책 속에는 ‘평범한 상담소’의 문턱을 넘은 수많은 사연과 내담자들과 나눈 따뜻하고 현실적인 조언들이 담겨 있다. 나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고 빈틈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법, 상대방에게 진심을 다해 마음을 전달하는 법, 막막한 미래와 모호함을 견뎌내는 능력, 때로는 생과 이별하고 싶을 만큼 괴로울 때 다시 생의 의지를 불어넣는 법 등 우리가 살면서 한 번씩은 마주한 적이 있는 삶의 무게와 고통들에 위로를 건네는 방법들을 배우게 된다.
내 마음이 궁극적으로 원하는 바를 잘 정리해서 상대가 잘 알아들을 수 있게 전달해야 한다.
솔직해지기 위해선 상대의 행동을 매의 눈으로 관찰해 이야기하지 말고, 상대의 어떤 행동이 보일 때마다 내 마음에 일어나는 ‘나’의 기분을 매의 눈으로 관찰해야 한다. 문제점이나 해결책들을 급하게 주고받기 전에 먼저 자신의 마음속에 올라오는 감정을 그대로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 내 마음을 진심을 담아 전하면 상대는 자신의 행동을 바꿔야겠다고 생각한다. 누구든 상대에게 좋은 사람이고 싶고, 좋은 영향을 끼치고 싶으니까. / 90p
내 안의 나를 작게 만드는 부정적인 신념을 부수기 위해서는 나 자신에게 질문을 던지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는 연구 결과가 있다. 한 실험에서 피험자들에게 철자가 바뀐 말을 교정하는 과제를 제시했는데, ‘이 과제를 해결해야지, 할 수 있어!(I will~)’라는 주문을 외웠을 때보다 ‘과연 이 과제를 해야 하는 걸까?(Will I~)’라고 자문하게 했을 때 결과가 놀랍도록 향상되었다.
무슨 문제든 질문이 시작이다. ‘왜 이렇게 답답한 거지?’ ‘어떻게 하면 좀 시원해질까?’ ‘뭐부터 하지?’ ‘뭘 하면 기분이 좀 좋아질까?’ ‘어디서 답을 얻을 수 있을까?’ 이런 사소한 질문들이 마치 나비효과처럼 퍼지고 퍼져 생각지 못한 길목으로 내 삶을 이끌 것이다. / 175p
우리는 점점 더 많은 이별을 경험하고, 때로는 후회를 하고, 아쉬움을 안고 갈 수밖에 없으니까요. 순간순간을 산다는 말은 여러 상황에서 쓰이는데요. 어쩌면 그 말은 현재를 위한 말이기만 한 것이 아니라, 마지막 순간을 준비하라는 말인 것 같습니다. 유한한 생명체로 살면서 언제고 닥칠지 모르는 마지막 순간, 어떤 누구와 만나든 결국 맞닥뜨리게 될 마지막 순간을 위해 우리는 순간순간에 충실해야 하는 걸지도 모릅니다. / 216p
고은 시인은 “시는 인간 누구에게나 있는 거예요. 자기 안에 이토록 아름다운 시가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았으면 합니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김보람 안무가 역시 “제가 동작을 만들긴 했지만 이미 여러분들 몸 안에 동작이 있다고 생각하고, 그게 뭐 춤이야 생각이 들면 좀 다르게 해볼 수 있죠. 그게 커지면 그 전체가 다 춤이다 이렇게 생각하는 거죠”라고 했다. 내 안에 20230526_01수 있지 않을까. 이 책으로 하여금 내 안에 존재하는 감정들의 이유를 확인하고, 그럼으로써 나를 토닥일 수 있는 시간을 가져보시길 추천드린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았으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