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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을 위한 이야기 수학 - 우리를 둘러싼 일상 속 수학의 원리
아드리안 파엔사 지음, 최유정 옮김 / 해나무 / 2023년 2월
평점 :
수학은 재미없다고? 우리가 사는 세상과 상관없다고? 이 책을 읽고 나면 달라질지도!
우리 아이가 수학이라는 언어와 친해질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는 분들에게 이 책을 권합니다!
영국의 철학자 알프레드 화이트헤드는 수학이야말로 인간의 재능 중 가장 독창적인 창조물이라 이야기한 바 있다. 그만큼 인류의 역사는 계산하고, 측정하고, 증명하고, 응용함으로써 발전한 수학의 역사와 함께 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길 가는 사람을 붙잡고 “수학이란 무엇인가?”라고 질문한다면 선뜻 대답을 듣기 어려울 것이다. 여기에 “수학을 좋아하세요?”라는 질문 앞에서 그렇다는 대답을 들을 확률은 또 얼마나 될까.
세계적인 수학 커뮤니케이터이자 『청소년을 위한 이야기 수학』의 저자인 아드리안 파엔사의 말에 따르면, 일반 대중이 수학이라는 기초 과학에 대해 가지고 있는 정보는 무려 25세기 전과 다를 바 없다고 토로한다. 그리고 그 문제의 큰 책임은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반대편에 있는, 즉 나눌 줄도 모르면서 즐기고만 있는 수학자들에게 있다고 지적한다. 수학에는 무한한 아름다움이 있지만 학생들이 수학을 즐길 수 있도록 최소한의 호기심조차 제공하지 못하는 교사들의 잘못을 꼬집는다. 그도 그럴 것이 요령과 공식, 암기로 점철된 수학 교육으로 초등학교 때부터 ‘수포자’가 쏟아져 나오는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아드리안 파엔사는 말한다. “수학은 일상의 아주 가까운 곳에서 우리가 발견해주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일상으로부터 한참 멀어진, 저 높은 곳에 떠받쳐진 채 재미없는 학문으로 전락하고만 수학을 우리 곁으로 바짝 끌어오기 위한 그의 시도는 우리를 새로운 풍경으로 이끈다.
종이 한 장을 몇 번 접을 수 있을까?
연못 안 물고기 수는 어떻게 추정할까?
전 세계에 얼마나 많은 혈액이 있을까?
맨홀 뚜껑 모양이 둥근 이유는 무엇일까?
128명이 참가한 테니스 토너먼트에서 챔피언을 정하기 위해선 총 몇 경기를 진행해야 할까?
크리스마스 시즌이 다가올 때면 아이는 늘 이렇게 물어온다. “산타할아버지가 내 선물을 빠뜨리면 어떡하지?” 아이는 단 하룻밤 사이에 전 세계 어린이들에게 선물을 나눠주러 다니는 일이 정말 가능한 건지 의심스러운 눈치다. 여기, 이 책에 산타클로스의 놀라운 능력에 관한 명쾌한 해답이 있다. 세상에는 대략 20억 명의 어린이가 있지만 계산의 편의상 3억 7800만에 이르는 기독교 가정에만 찾아간다고 가정해보자. 가구당 평균 3.5명의 어린이가 있다는 자료를 토대로 계산하면 총 1억 800만 가구가 있는데, 서로 다른 시간대와 지구의 자전까지 고려하면 산타클로스가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시간은 약 31시간이다. 이는 1초에 968개 가구를 방문해야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산타클로스가 썰매를 주차하고 트리 밑에 선물을 놓고 다시 썰매에 올라 다음 집에 도착하려면 1/1000초만을 사용해야 한다는 뜻이다. 뿐만 아니라 1억 800만 가구가 지리적으로 고르게 분포되어 있다고 가정하면, 집과 집 사이의 거리는 대략 1,248km으로, 산타클로스는 총 1억 2100만km를 이동해야 한다. 이때 산타클로스의 썰매는 초당 1,040km 속력으로 움직여야 하는데, 이는 음속보다 3,000배나 빠른 속력이라 하니, 새삼 산타클로스의 위대한 능력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내 생각엔 이걸 계산한 저자도 대단하다). 만약 크리스마스에 불가피하게 선물을 마련하지 못했다면, 산타클로스의 고단함을 핑계 삼아 보시길 추천드린다. 하하하.
자, 이제 우리가 모두(약 60억 인구) 영화배우로 변신해서 스타가 되어 함께 영화를 찍는다면 과연 무슨 일이 일어날까? 한 사람당 기껏해야 15초(즉 한 사람당 7m가 채 안 되는 셀룰로이드 필름의 분량 정도로) 등장한다면 대략 4000만 km 길이의 인화지가 필요하다! 게다가 누군가 그 영화를 보려고 한다면 25,000,000시간 동안, 즉 1,041,667일이자 대략 2,853년이란 시간 동안 영화관에 꼬박 앉아 있어야 한다. 그나마도 내내 잠을 자지 않고 밥도 안 먹고 아무것도 하지 않기로 마음먹어야 비로소 가능한 일이다. / 23p
체스판에는 64개의 작은 사각형이 그려져 있으니 ‘순금 알갱이 1경 개’가 놓이게 된다! 혼란스러운 수가 다시 등장했다. 어떤 사물의 수가 ‘1경’이라는 의미는 어느 누구라도 막연하게나마 생각조차 하기 어렵다. 그 사물을 더 친근한 것과 비교해보자. 앞서 말했던 것처럼 순근 알갱이 한 알의 무게가 딱 1g이라면 우리는 이렇게 물을 수 있다. “1경 g은 도대체 어느 정도 되는 수일까?”
이것은 1조 톤에 해당하는 무게다. 그러나 여전히 문제는 남아 있다. 어느 누가 단 한 번이라도 무게가 ‘1조 톤’이 나가는 물체를 가져본 적이 있을까? 이 무게는 총 440명의 승객과 승무원이 탑승하고 20시간 비행에 필요한 연료를 가득 실은 보잉 777 항공기 40억대의 무게와 맞먹는다. 어쨌든 조금이나마 생각의 진전을 이루었지만, 40억이 얼마큼인지 또다시 궁금해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 25p
두 사람 A와 B가 서로 2m 떨어진 거리에 서 있다고 상상해보자. 두 사람은 가상의 존재가 되어 선분의 양 끝을 의미하는 점처럼 기능할 것이다. 이 선분의 길이는 2m이다.
이제 A는 B를 향해 걷기 시작한다. 그런데 마음대로 걷지 않고 다음의 지시를 따라 걸을 것0한다. 다시 말해, A가 내딛을 첫 걸음은 1m이다(A가 B로부터 2m만큼 떨어져 있었기 때문이다).
그다음 A는 0.5m만큼 전진한다. B에게 도달할 때까지 가야 할 거리가 정확히 1m이기 때문이다. 이제 A는 1.5m 지점에 서 있을 것이다. B로부터 0.5m 거리에 있기 때문에 다음에 가야 할 거리는 0.25m이다. 그곳에 도착하면 출발 장소로부터 1.75m 거리에 서 있게 된다.
(…) 쉽게 짐작할 수 있듯이 A는 결코 목적지에 도달하지 못한다. 얼마나 걷는지와는 상관이 없다. A는 점점 적게 걷긴 하겠지만 어쨌든 항상 앞으로는 나아간다. 그렇다고 해도 결코 목적지에 도달하진 못한다. / 113p
“엄마, 우리한테 1000조 원이 있다면?” “세상에서 가장 긴 피자의 길이가 1경이라면?” 수에 대해 배우기 시작한 뒤로 아이는 아주 많은 양이나 길이를 표현하려 할 때, 1조 혹은 1경과 같은 단위를 여기저기 끌어다 붙이곤 한다. 흔히 우리는 수십억 달러, 수억 광년, 태양의 온도인 6,000℃ 같은 단위를 표현할 때 그 수를 쉽게 헤아릴 수 없어 오히려 무감각하게 받아들일 때가 있다. 이에 책에서는 앞서 산타클로스의 이야기처럼 일상에서 ‘무한의 수’를 감각할 수 있는 재미있는 수학 이야기를 들려주려 한다.
그 중 종이 한 장을 몇 번이나 접을 수 있는지 계산해보는 예시가 있어 여기에도 소개해보겠다. 흔히 우리가 사용하는 얇은 종이(0.001cm)가 한 장 있다고 상상해보자. 이제 이 종이를 반으로 접기 시작한다. 종이를 한 번 접으면 그 두께는 1,000분의 2cm가 된다. 여기서 또 한 번 접으면 1,000분의 4cm가 될 것이다. 종이를 접을 때마다 두께가 두 배씩 증가한다. 그래서 종이를 (항상 절반으로) 계속해서 접고 또 접는다면, 10번을 접은 후 다음의 상황에 처하게 될 것이다. 2¹?(이것은 2를 10번 곱했다는 뜻이다)=1,000분의 1,024cm=거의 1cm. 이는 종이를 10번 접으면 그 두께는 1cm가 조금 넘는다는 뜻이다. 그렇게 접고 또 접어 종이를 27번까지 접을 수 있다면, 그 종이의 두께는 2²?=1,000분의 134,217,728cm, 즉 1,342m가 조금 넘는 정도가 된다는 결론에 이른다. 거의 1km 반에 가까운 두께라니! 정말 놀랍지 않은가!
이처럼 『청소년을 위한 이야기 수학』은 일상의 흥미로운 일화를 통해 수학의 원리를 발견하고 그 속에서 수와 확률, 집합의 개념, 소수와 합성수, 방정식, 평면도형의 성질 등 다양한 수학 개념에 접근할 수 있도록 돕는 수학 교양책이다. 수학을 사랑하는 청소년은 물론, 수학을 싫어하는 청소년에게도 수학을 좋아하고 친해질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준다. 뿐만 아니라 문제집을 열심히 풀어 해답을 찾는 성취욕 안에서 수학의 재미를 발견하는 데 그쳤던 부모들에게, 자신에게 제기되는 모든 문제를 다른 방식으로 바라보게 하는 힘을 기르게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한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 아이가 수학이라는 언어와 친해질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는 분들에게 이 책을 추천드린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았으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