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사상의 역사 - 마키아벨리에서 롤스까지
사카모토 다쓰야 지음, 최연희 옮김 / 교유서가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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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사회의 문제를 감각할 수 있는 힘을 길러내기 위해 읽어야 할 책!

마키아벨리에서 롤스까지 근현대사회를 관통하는 사회사상을 쭉 짚어보다!

 

 

 

  나만의 편협한 생각인지 모르겠으나, ‘사상이라 하면 부정적인 온도가 가장 먼저 감지된다나의 윗세대까지만 하더라도 자신만의 독특한 관념을 가진흔히 외골수로 보이는 이들에게 사상이 불순하다는 식의 표현을 곧잘 했기 때문이다비교적 최근까지도 사상은 기존의 시스템을 전복시키는 불온한 기운 따위에 무척 적합한 단어로 들렸다그렇다면 사상이란 과연 무엇일까사전에 따르면 어떠한 사물에 대하여 가지고 있는 구체적인 사고나 생각을 이르는 말로 이 책에서 가리키는 사회사상이라 하면 사회에 대해 가지고 있는 구체적인 사고나 생각 즉이론체계를 뜻하겠다.

 

 

 

  『사회사상의 역사의 저자 사카모토 다쓰야는 사회사상의 역사에 대해 근대국가와 시장경제의 관계를 원리적으로 고찰한 사상의 역사이며각 시대에 각 지역에서 살았던 사상가들이 그들을 둘러싸고 출현한 국가 및 시장에 관한 문제들과 씨름한 역사라고 정의한다정치경제철학의 범위를 넘어 근대사회의 저류를 형성하는 사상을 개관하고 정리하는 일이란 매우 복잡하고전공자가 아닌 이들이 접근하기에는 장벽이 높은 게 사실이다그러나 근현대 사회를 다각도로 이해하고당대의 주요 사상가들이 시대와 사상’, ‘문제의식을 어떻게 포착했는지에 다가가는 여정은 우리의 지적 토대를 단단하게 만들어주는 일임에 틀림없다.

 

 

 

  특히 이 책에 등장하는 사상가들은 특정 학문 분야에 입각하여 자신의 본바탕에 전문 분야를 넘어선 학문적 식견과 그것을 끌어안는 강인한 인간관·사회관·역사관을 가지고 있었던 인물로서그들 고유의 사회사상을 논하는 것은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굉장히 의미 있는 일이다개인적인 느낌에 근현대 사회사상을 다룬 저작 중에서이처럼 전공자가 아닌 사람들이 읽기에 부담이 적고 간결하면서도 깊이 있고 균형감까지 두루 갖춘 책이 또 있을까 싶다지속적으로 독서생활을 하다보면 어느 곳에서든 철학과 사상에 관한 문제를 마주할 수밖에 없는데그때마다 이 책이 교과서처럼 길을 열어줄 것이라 생각한다.

 

 

 

우리가 사회사상의 역사를 공부해야 하는 이유

 

 

사회사상사의 관점에서 중요한 것은

객관적인 역사의 사실보다는 각 사상가가 자신의 현실을

어떻게 포착했는가 하는 것,

특히 현실의 어떠한 측면을 가장 중요시했는가 하는 것이다. / 267p

 

 

 

  피렌체는 유럽 근대 국가의 출범(르네상스)을 상징하는 존재였다이때 군주교황메디치가 등의 정치적 야망에 좌우되던 피렌체에 법의 지배를 통해 공화주의(군주제귀족제민주제의 혼합정체)를 실현하고자 한 이가 있었으니 바로 마키아벨리다그의 저작인 군주론은 법의 지배를 주체적으로 담당하는 정치 지도자의 을 그린 인간론이며로마사 논고는 법의 지배를 객관적으로 실현하기 위한 기구론·제도론이라 할 수 있다이처럼 르네상스가 그리스·로마의 전통으로 돌아감으로써 인간성의 해방과 공화국의 자유를 추구했다면 종교개혁은 유대교·그리스도교적 고대 세계로의 회귀를 통해 봉건사회의 지배 구조를 타파하려는 운동으로 귀결되었다대표적인 개혁자인 루터와 칼뱅은 경력도 활동 거점도 다르고 운동의 정치적 성격도 크게 달랐지만 종교적 권위의 상징이었던 성서를 일반 사회의 공유재산으로 돌리는 길을 열었다는 점에서 상징하는 바가 크다무엇보다 종교 영역 외부에서특히 정치와 도덕과 경제의 언어도 자유와 공공성의 문제를 확립해야 한다는 과제(사회계약)를 나았다는 점에서도 의의가 있다.

 

 

 

루터와 칼뱅은 마키아벨리와는 다른 방향에서 근대적 자유의 기초를 다지려 했다마키아벨리에게 자유는 무엇보다도 고전적 공화주의의 정치적 자유이며그것을 지탱할 정치 지도자의 (비르투)’의 확립이 그의 사상 과제였다면루터와 칼뱅에게 자유는 그리스도교의 종교적 자유였다마키아벨리가 정치의 종교로부터의 자립을 자유로운 공화국의 실현으로 추구했다면루터와 칼뱅은 그리스도교의 원점 회귀에 의한 프로테스탄트 교회의 로마교회로부터의 자립과 해방을 추구했다두 사상운동은 결과적으로 로마교회를 정신적 지주로 하는 중세 사회의 질서를 해체했으며 정치와 종교라는 별개의 방법으로 근대적 공공 세계의 형성에 크게 기여하게 된다. / 77p

 

 




 

 

 

  종교와 정치에서 도덕과 경제에 대한 고민으로 옮겨가기 시작한 18세기 유럽은 각국의 정치체제에 따라 다른 성격의 계몽’ 사상을 펼쳐나간다그 중에서도 인간 본성의 학문을 제창한 계몽사상가 흄이 눈에 띤다인간을 감정과 정념의 동물로 파악하고 이성은 정념의 노예이며 오직 그러할 뿐이다라고 한 것은인과법칙의 필연성이나 자아의 확실성 등 당시 철학자들이 믿어 의심치 않았던 철학의 근본 개념에 회의론이라는 메스를 가했다는 점에서 신선한 충격을 준다특히 인간은 동료들과의 평화로운 협동 없이는 생존할 수 없는데그것을 가능케 하는 것은 공감이라 한 점 역시 인상적이다사람들이 사회질서의 근간인 정의의 여러 규칙을 지키는 것은 그것이 없으면 사회가 붕괴된다는 홉스의 공포심(이기심때문이 아니라정의의 침범이 해치는 공공의 이익에 사람들이 감정적으로 공감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인식은 현대 사회에 이르기까지 주효한 영향을 끼친 듯하다.

 

 

 

베이컨의 방법이 봉착하는 가장 큰 장벽은 인습과 편견의 존재이다그는 이것을 이돌라(우상이라고 부르며 네 종류로 구별했다첫째는 인간 본래의 감각의 불확실성에서 유래하는 종족의 이돌라’, 둘째는 개인의 성질교육타인의 영향에서 유래하는 동굴의 이돌라’, 셋째는 인간관계나 사교에서 비롯되는 말의 부적절한 사용에 근거하는 시장의 이돌라’, 넷째는 주요 학설이나 유파의 영향으로 나타나는 극장의 이돌라이다과학혁명이 시작되고 나서도 전통적인 스콜라 철학은 여전히 강한 영향력을 갖고 있었으므로 그 굴레에서 스스로를 해방시키려는 듯이 베이컨은 이 네 가지 이돌라로부터의 해방을 호소하며 스스로도 그것을 실천했다. / 88p

 

 

루소는 이렇게 해서 사회적 불평등이 인간의 자연(본성)에서 유래하는 것이 아니라 인류사의 어느 발전 단계에서 비롯된 역사적인 것임을 입증하려고 했다그는 이런 인류 진보의 역사를 단순히 부정하지 않고 새로운 역사적 창조 행위로서의 사회계약에 의한 국가와 사회의 재건을 꾀하게 된다그것은 강제된 동의로서의 기만적 사회계약이 아니라 자유롭고 평등한 인간들에 의한 진정한 사회계약이며자연 상태의 순수함과 무구함을 잃지 않고 인류 진보의 빛나는 유산을 계승하면서 자유와 평등과 정의를 체현하는 참된 문명사회를 성사시키는 것이다바로 이것이 사회계약론에서 다룬 근본 문제였다. / 150p

 

 

 

  애덤 스미스는 보이지 않는 손으로 인해 경제학 분야에서 더 잘 알려져 있어서일까그의 저서 도덕감정론은 사회사상의 역사에서 소개하는 사회사상가들의 저작 중 가장 인상적이다그는 흄에서 전개되어온 도덕철학의 영향을 받아 인간은 홉스나 맨더빌이 상정한 것처럼 이기적이기만 한 존재가 아니며인간의 본성에는 이기심과 함께 동류 감정이라고 하는 이른바 공감이 있다고 설명한다다시 말해 타인의 감정에 완전히 공감하는 것이야말로 도덕 판단의 본질이라고 강조한다이때 공감이 어떻게 도덕적 판단을 할 수 있는가에 대한 비판에 직면할 수밖에 없는데그는 문명사회를 살아가는 보통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떠맡은 역할즉 공평한 관찰자에 의해 안정된 도덕의 질서가 창출된다고 말한다사람들이 서로에 대한 적극적 관심을 공감을 통해 표명하면서도 각자의 이익을 적절한 방식으로 스스로 규제하며 추구하는 자연스러운 사회그것이 스미스의 도덕론이 내세운 새로운 문명사회의 모습이었던 것이다개인적으로 공감이야말로 우리 사회에 가장 필요한 덕목이라 생각하는 나로서는 흄과 스미스의 저작을 함께 찾아 읽고 비교해봄으로써 연계 독서로 활용해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낭만주의 사상은 공리주의나 독일 철학과 같은 체계적 원리에 기초한 것이 아니었지만사상가들은 하나같이 프랑스 혁명의 영광과 좌절(빛과 그늘)이라는 문제를 공유하고 있었다혁명의 성공에서 인간 자유의 승리를 본 그들은 자코뱅의 공포정치와 나폴레옹 체제의 출현으로 인해 인류 공통의 보편적 이성이나 자유·평등의 이념에 대해 의문을 품었다보편적 이성에 대한 반동으로서 꿈·환상·상상력 같은 비합리적 감정이 중시되었으며자유·평등에 대한 반동으로서 국민 고유의 역사나 가치에 대한 자각중세의 공동체나 가톨릭주의에 대한 재평가가 이루어졌다그것은 또한 영국의 공리주의나 경제학프로이센의 관료제를 전형으로 하는 근대 합리주의에 대한 사상적 저항이기도 했다. / 247p

 

 

 

  19세기 중엽 서구의 자본주의가 낳은 여러 사회적 문제를 통해 사회주의 실현을 주장한 사상가마르크스를 탐구해본 것 역시 흥미로운 일이었다마르크스가 믿은 진정한 자유는 자기실현의 자유라는 미명하에 타인을 지배·착취하기 위한 자유가 아니라 타인과의 공생·공동·협동을 조건과 목적으로 한다는 점에서 우리는 주목할 필요가 있다흥미로운 것은 그의 이념이 추상적이고 고매한 이념의 수준에서 유지되었음에도 그 공상성 때문에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는 점이다결국 마르크스의 사상은 그 유토피아적 성격으로 인해 영속적인 생명력을 획득했다는 저자의 말은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이 외에도 베버와 케인스하이에크를 지나 우리 시대의 가장 큰 화두인 정의의 문제를 깊이 들여다본 존 롤스에 이르기까지시대의 흐름에 따라 당시의 사회 문제를 깊이 고민한 사회사상가들의 문제의식을 살펴보는 일이란 도전이기도 하면서도 뿌듯한 일이었다아울러 마이클 샌델의 책 정의란 무엇인가로부터 사회사상의 역사로 이어지는 독서과정은 우리 사회가 지닌 문제의식을 공유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보다 객관적이고 통찰력 있는 감각의 중요성을 느끼게 되었다.

 

 

 

밀이 사람들을 참된 공익으로 이끄는 소수자(엘리트)의 개성에서 대중민주주의의 구세주를 기대했다면베버는 같은 문제를 엘리트와 대중의 구별 없이 성숙한 시민 정신의 모습이라는 문제로서 파악해 정치가적인 심정 윤리와 관료적인 책임 윤리의 극한적 통일의 문제로서 제기했다근대사회의 학문과 정치라는 가장 본질적인 활동을 합리적 관료제 시스템 속에서 떠맡아 거기에 전인적 열정을 어떻게 불어넣을 것인가 하는 문제를 베버는 근대사회를 살아가는 모든 시민의 문제로서 제기한 것이다. / 362p

 

 

롤스를 비롯한 현대 리버럴리즘의 여러 흐름은 정당한 공공성의 실현 기관으로서의 국가·정부의 모습과 그 방법이라는 문제에 정면으로 답하려 한 시도의 궤적이며 우리는 거기서 무언가를 배우지 않고서는 장래의 현실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인류 사회의 전망을 얻지 못할 것이다. ‘개인의 자유와 존엄에 기초한 공공사회의 실현이라는 서구 리버럴리즘의 기본적 가치를 확인하면서 성숙한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자유와 평등공정과 효율의 최대한의 양립 가능성을 추구하는 것바로 이것이 현대 리버럴리즘의 사상적 과제이자 인류 사회의 과제다. / 433p

 

 

 




 

 

 

 

  마키아벨리에서 롤스까지 근현대사회를 관통하는 사회사상을 쭉 짚어볼 수 있는 뜻깊은 시간이었다전공자가 아니라면 다소 어렵게 느껴질 수 있으나 책의 말미에 수록된 사상가들의 주요 저작 연표를 통해 차근차근 연계 독서까지 나아간다면 더 풍부한 배움을 얻을 수 있을 것 같다사회사상이라는 틀 속에서 근현대사와 철학까지 동시에 개괄할 수 있는 책을 찾으시는 분들에게 이 책을 추천드린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았으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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