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바꾼 엉뚱한 세금 이야기 - 세금은 인류의 역사를 어떻게 바꾸어 왔는가?
오무라 오지로 지음, 김지혜 옮김 / 리드리드출판(한국능률협회)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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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는 황당하지만 국가의 운명을 좌우하기도 했던 재미있는 세금 이야기!

세금에 얽힌 역사를 읽다보면 어느 새 세금에 대한 지식과 의미를 이해할 수 있는 흥미로운 책!

 

 

 

  모차르트의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은 호색한인 백작이 자신의 시종인 피가로의 약혼녀 수잔나를 탐하는 내용으로 시작된다이는 초야권의 부활을 노리는 백작과 영주민 사이에서 일어나는 일을 그린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초야권이란 과연 무엇인가세상을 바꾼 엉뚱한 세금 이야기에 따르면 초야권이라는 것이 고대 유럽부터 중세 유럽에 걸쳐 존재했는데이것은 영주가 결혼한 영주민의 아내와 첫날밤에 동침할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고 한다결혼하려는 영주민이 영주의 초야권을 거부하려면 세금을 내야 했는데 이 세금이 바로 초야세였다고 한다참으로 황당하기 짝이 없는 세금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지금으로부터 약 200년 전인도에서는 신분이 낮은 여성이 거리를 다닐 때 유방을 감추고 싶다면 유방세를 내야 했다고 한다유방세를 내지 않으면 사람들 앞에서 유방을 가릴 수 없었으며세액은 유방의 크기에 따라 정해졌다고 한다심지어 과세 대상이 된 여성은 스무 살이 되면 관리에게 유방을 측정당하는 굴욕을 겪어야만 했다이해하기 어려운 황당한 세금은 또 있다영국에서는 난로의 개수에 따라 부과되는 난로세가 있었고난로세에 대한 반발이 커지자 그에 대한 대안으로 창문의 개수에 따라 부과되는 창문세가 만들어지기도 했다한편중국에는 중추절에 월병을 먹는 관습이 있는데 2011년부터 정부가 기업이 직원에게 나눠주는 월병 금액을 급여로 처리하게 했다월병 금액이 과세 대상 소득에 추가된 것이다현재 중국인 대부분은 불만스러워 하면서도 월병세를 내며 월병을 먹고 있다 한다대체 왜아무래도 황당하고 이상하기 이를 데 없는 이러한 세금을 인류는 어째서 계속해서 만들어내고 있는 것일까?

 

 

 

인류 역사의 이면에는 세금이 있다

 

 

  역사적으로 국가 경제가 열악한 상황에 몰리면 이를 이용하고자 하는 세금 정책이 등장하곤 했다세금을 부과하고 거두는 실무자나 재무관들은 예나 지금이나 부족한 재원을 보충하기 위해 시행착오를 거듭하며 새로운 세금을 고안해냈다설령 그것이 다소 황당하고 약자에게 터무니없는 부담을 주는 아주 무례한 세금일지라도 말이다하지만 원하건 원하지 않았건 세금을 부과하는 방식은 한 국가의 방향성을 결정하고과세 대상에 따라 산업의 발전과 쇠퇴가 결정될 만큼 국가의 운명을 좌우한다이에 전 국세 조사관인 저자 오무라 오지로는 인류 역사에 다양한 드라마를 만들어낸 세금의 역사와 그것이 몰고 온 다양한 변화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우리는 역사=정치라는 공식으로 해석한다그러나 자금력이 뒷받침되지 않는 정치는 무너지게 되어 있다그로 인해 정치가들은 국가의 운용 자금인 세금을 거둬들이기 위해 갖은 계략과 묘책을 짜낸다국가 위기를 타파하고 지역 패권을 잡으려는 야망의 작용이다시대에 맞춰 세운 세금 정책 하나가 세계사의 흐름을 바꾸기도 한다. / 18p

 

 

 

  공화정 시대(기원전 509~기원전 27)의 고대 로마에는 전쟁세라는 것이 있었다고 한다전쟁에 필요한 군비를 조달하기 위해 도입한 제도로보유한 재산 종류에 따라 세율이 변동되는 구조였다보석이나 고가의 의상호화로운 마차와 같은 사치품에는 일반적인 세율부터 최대 10배에 이르는 세율이 적용되었다반면여기에는 환급제라는 특징이 있었는데 로마군이 전쟁에서 승리해 전리품을 손에 넣으면 납부한 세금에 따라 환급을 해주었다영토 확장에 열을 올렸던 로마로서는 상당히 합리적인 세금 운용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로마군이 잇달아 승리하며 영토가 확장되자 전쟁세는 차츰 폐지되었다식민지 주민들로부터 거둬들인 귀금속과 수확물금은 은 등으로도 로마의 국고가 풍족해졌기 때문이다문제는 이에 반란을 일으키는 식민지들이 생겨났으니로마의 세금 징수인 8만 명과 로마 상인 2만 명이 살해되는 참극이 일어났다고 한다이에 로마 정부는 큰 타격을 입게 되고공화정부는 혼란에 빠져 로마의 체제는 제정으로 전환되었다저자는 아마도 뛰어난 세금 제도였던 전쟁세를 유지하면서 식민지에서 세금을 조금만 부과했더라면 공화정 로마의 명맥은 좀 더 오래 지속되었을 거라 추측한다이는 그만큼은 세금 운용이 얼마나 제대로 작동하고 있고얼마나 합리적인가에 따라 국가의 운영 방향이 달라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우리는 프랑스 혁명을 절대 권력을 지닌 국왕이 국가 재산을 낭비한 결과고통받던 백성들이 폭발했다.”라고 알고 있다하지만 이것은 오해다사실 진짜 문제는 재정적으로 매우 취약한 중세 유럽 왕실의 재정관리에 있었다.

(귀족들은 세금이 면제였고 국왕의 수입은 직할령의 세금과 관세뿐이었다그런데도 중세 유럽의 국왕들은 전쟁에 막대한 비용을 투자했다전시에는 특별 세금을 부과하기도 했으나 귀족들의 반발이 심해 쉬운 일은 아니었다결국 대부분의 전쟁 비용은 국왕이 부담해야 해서 왕실 재정은 항상 빚더미에 앉아 있을 수밖에 없었다그로 인해 중세 유럽의 국왕들은 디폴트’ 상황에 빠지기도 했다디폴트란 빚을 갚지 못해 채무불이행 상태에 처하는 상황을 말한다. / 38p

 

 

 




 

 

 

 

  간혹 정치권에서 국민을 위하는 정책이라는 명목으로 세금을 매기는 경우도 있다일본에서는 장식품차량오락 스포츠용품가전, TV, 악기카메라시계가방화장품 등 사치품에 3%~30%까지 부과하던 물품세 즉 사치세라는 것이 있었다이는 필연적으로 고소득자가 부담하는 경향이 커서 양극화 방지에도 효과가 있었지만사치세의 대상이 되는 자동차 제조사나 가전 제조사는 일본의 주요 산업이었던 만큼 반발이 커서 폐지되었다고 한다한편이탈리아에서는 2008년부터 포르노 영화비디오잡지 등 포르노 산업에 수입의 25%를 일률적으로 세금을 부과한다포르노세가 도입됐을 당시 이탈리아는 포르노 산업 총매출이 10억 유로우리나라 돈으로 약 1조 3천억 원에 달했다고 하니포르노세의 공헌으로 이탈리아의 재정 위기에 상당한 도움을 주었으리라 예상한다.

 

 

 

  이외에도 런던의 교통체증을 없앤 교통체증세’, 비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입한 헝가리의 감자칩세’, 포화지방산이 포함된 모든 식품에 부과한 덴마크의 비만세도 있다이러한 세금은 국민을 위한다는 명목과 함께 이용자들만 내는 세금이라는 점에서 얼핏 보면 합리적으로 보인다하지만 저자는 개인의 취향이나 생활의 자유를 저해할 수 있는 만큼우리가 세금에 대해 정확하게 알고 불합리한 부분에 대해서는 문제를 제기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히틀러는 이러한 세금 제도 개혁의 일환으로 원천징수 제도를 도입했다과거 독일에서는 1년에 한 번 총세액을 납세했다그러나 한 번에 큰 금액을 준비하는 일은 납세자에게 부담이 됐다이에 일괄 납부가 아니라 매주매월 급여에서 조금씩 납부하는 제도를 만들었다그리고 본인이 내는 대신 회사가 미리 세금을 공제하고 급여를 지급했다.

그 덕분에 납세자의 부담이 크게 줄었고 세무 당국도 징수가 매우 쉬워졌다이러한 원천징수제도 자체는 예전부터 있었지만 한 가지 제도로 모든 납세를 완결시키는 제도는 나치스가 최초로 만들었다.

(그렇지만 직원 편에서는 본인이 얼마나 세금을 내는지 확인하기 어렵다는 폐해가 있다최종적인 수령액만 확인하기 때문에 만약 수령액이 적어도 세금을 많이 낸 탓인지 급여가 적은 탓인지 쉽게 분간할 수 없다따라서 약간 세금을 늘린다 해도 직원 입장에서는 눈치채기가 어렵다원천징수제도를 적용하면 징세(세금을 징수하기 위한 비용)와 증세가 모두 쉬워진다. / 209p

 

 

 



 

 

 

 

  저자는 현재 일본에 적극적으로 정치에 참여하는 문화도 없고 세금에 관심을 보이는 사람도 적은 것을 우려한다민주주의 시스템은 국민이 정치가와 관료를 엄격한 눈으로 감시할 때 제대로 작동한다그중에서도 재정은 가장 중요한 부분이기에 정치가나 관료에게만 맡겨두고 국민이 세금을 제대로 감시하지 않으면 국가는 제대로 운영될 수 없다이에 세금을 정확히 알고 유용하는 법을 배우는 일이란 나의 재정관리는 물론국가의 발전에도 도움이 된다그런 의미에서 세상을 바꾼 엉뚱한 세금 이야기는 세금에 얽힌 역사를 읽다보면 어느 새 세금에 대한 지식과 의미를 이해할 수 있는 흥미로운 책이다복잡하고 까다롭다는 이유로 알기를 꺼려했던 세금을 이처럼 재미있는 이야기로 접근하니 세금에 대한 시선이 달라지는 것을 느낀다재미있는 세금 이야기를 알고 싶은 분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았으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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