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 없이 걱정과 불안이 반복된다면, 사는 게 점점 재미가 없다면,
행복을 좇고 있지만 정작 행복한 적이 없다면 이 책을 추천합니다!
지난 해, SBS TV프로그램 <집사부일체>에서 ‘김창옥 편’을 방영한 적 있다. 일명 ‘소통령’이라 불릴 만큼 소통 전문가로 잘 알려진 그이기에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매우 궁금했다. 마침 제주살이를 하고 있던 그는 뜻밖에도 소박한 차림으로 진행자들을 맞이했다. 평소 방송을 통해서 본 그는 깔끔한 정장 차림, 젠틀한 외모로 화려한 입담을 자랑하는 그였기에 수수해보이는 그의 모습은 다소 의외일 정도였다.
그는 제주에 와서 사는 이유에 대해 ‘강의를 하지 않기 위해서’라고 했다. 어느 날, 소통에 관한 강의를 하고 있는데 한 학생이 “저 사람이 행복하지는 않아 보여.”라고 한 말에 큰 충격을 받았다는 것이다. 심지어 그 누구보다도 소통에 능해 보이는 그였지만, 정작 청각 장애를 갖고 있던 아버지와 걷는 게 외국인과 걷는 것보다 어색할 만큼 소통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고 말했다. 소통 전문가답지 않은 뜻밖의 고백이었다. 대기업과 다양한 매체를 오가며 ‘행복해지는 법’,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해왔던 그였지만 정작 본인은 언제 행복했는지 잊고 지냈을 뿐만 아니라 가까운 가족과는 불통을 겪고 있었던 것이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소통 전문가라고 알려진 그조차도 행복을 찾고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하는 일에 어려움을 느끼는데, 내가 겪고 있는 어려움은 어쩌면 당연한 게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나를 다시 살게 해야겠다.’
찾기 시작했습니다.
‘나는 어떻게 살고 싶지?
내가 좋아하는 것은 무엇이고, 나는 언제 행복하지?’ / 19p
언젠가 저자는 제주에서 화산토로 직접 옹기를 구워볼 기회가 생겼다고 한다. 흙을 푸고, 흙 속의 이물질을 제거하고, 그 흙으로 옹기를 굽는데, 이때 습기를 머금고 있는 옹기를 바로 가마에 넣으면 강한 온도를 견디지 못하고 깨져버리거나 녹아버린단다. 이를 보며 저자는 우리 인간의 삶과 옹기가 참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가마 속 뜨거운 불꽃처럼 우리는 고통, 고난, 시련과 같은 어려운 시기를 맞으면서 단단해진다. 하지만 우리 마음에 상처, 열등감, 비뚤어진 마음, 우울, 건강하지 못한 자존심 등 온갖 습한 마음들이 자리 잡고 있으면 강한 불을 견디지 못하고 그만 깨지고 찢기고 터지고 만다. 습한 마음을 볕 좋은 양지에서 잘 말리지 않으면 이전에는 견딜 수 있었던 온도에도 쉽게 깨질 수 있다.
이에 저자는 내가 어느 선까지 버틸 수 있는지, 어느 선까지 괜찮은지 내 한계선을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안전한 상태와 위험한 상태를 감지할 수 있는 체크포인트를 두고 중간중간 나의 한계선을 살펴야 한다는 것이다. 혹여 당장 나아지고 치유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조금 더 힘겨운 상황이 지속되더라도 스스로를 기다려주는 시간을 가지면서 말이다. 그렇게 나를 둘러싼 열기가 차차 사그라들기를 기다리다 보면 어느새 더 튼튼하고 견고해진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거라고.
살면서 한 번도 깨어지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을까요?
한 번도 찢어지지 않은 마음이 과연 있을까요? / 35p
그런 의미에서 저자는 제주살이를 하기 시작하면서 내 몸과 마음을 이완시키는 장소, 사람, 순간을 찾아 나섰다고 한다. 한번쯤 해보고 싶다고 늘 마음속으로만 품었던 일들을 하나하나 해보면서 ‘나를 살게 하는 것들’이 무엇인지, 내가 ‘가치 있다고 느끼는 것을 지켜나가는 삶’을 살기로 마음먹었다고 한다. 운동 시간을 지키면 운동이 나를 지켜주고, 건강검진을 받는 시기를 지키면 그 건강검진이 나의 생명을 지켜줄 것이며, 내가 지킨 친구들이 어느 시기가 오면 나를 지켜주듯, 내가 지켜온 삶의 가치관과 삶이 자세가 나를 평생토록 지켜줄 것이라고 말이다.
당신의 ‘커피’는 무엇인가요?
당신의 숨을 편안하게 하고,
당신을 쉬게 하는 무언가가 존재하나요?
그런 장소, 그런 사람, 그런 일이 존재하나요?
삶은 정답의 문제가 아니라 선택의 문제입니다.
무엇을 선택할 것인지, 어떤 의지를 갖고 어떤 감정을 지닌 채
살아갈 것인지 우리는 선택할 수 있습니다.
당신만의 커피를 찾게 되기를 바랍니다. / 46p
숫자에 연연하지 않는 방법을 찾기란 자본주의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아마 어려운 일일 것입니다. 우리는 점점 더 많은 숫자 속에서 살아가게 될 테니까요. 그럼에도 어떤 숫자 속에 있건 너무 마음 졸이며 숫자에만 얽매이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숫자에 우리 삶을 저당잡히 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하려는 일이 내 뜻대로 잘 안 되면, 그건 그것대로 잠시 숨을 고를 수 있는 시간이라고, 다른 즐거운 일을 찾아볼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해보면 어떨까요. / 99p
지난해부터 올해 초까지, 독서지도사 자격증을 준비할 때까지만 하더라도 오랜만에 새로운 일을 향한 도전으로 설레었다. 그런데 연이은 환절기 감기로 둘째 아이가 어린이집에 가다 말다를 반복하고, 곧 있으면 첫째 아이의 기나긴 여름방학이 시작되니 막상 자격증을 땄지만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더 중요한 건 자격증을 땄다고 해서 내가 아이들을 가르칠 수 있을 만한 자격이 아직은 충분치 않다는 게 문제였다. 그렇게 망설이고만 있는 나를 보며 함께 독서모임을 하는 지인은 이렇게 말했다. 완벽해질 때까지 기다리지 말고 일단 시작부터 하라고. 초보자부터, 책을 읽고 싶지만 어떻게 읽어야 할지 모르거나 글을 쓰고 싶지만 어떻게 써야할지 모르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먼저 시작해보라고. 그러고 보니 나는 이런저런 안 될 가능성부터 타진하느라 시작을 주저하고, 완벽해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혀 있느라 늘 제자리걸음만 하고 있었다.
나처럼 시작을 두려워하고 있는 이들에게 책에서는 이렇게 말한다. “두려워하면서 하라, 크게 하려고 하지 마라, 완벽하게 하려고 하지 마라, 작게 시작하라, 실수하면서 하라.” 힘들지만 두려울 때 두려워하면서 해야 한다고, 두렵지 않고 어떤 일을 하는 것을 기대하지 말라고. 어느 권투선수가 어떻게 한 대도 안 맞고 경기에서 이길 수 있겠느냐고. 어느 축구선수가 공을 한 번도 뺏기지 않고 앞으로만 계속 달릴 수 있겠느냐고. 나 역시 한 대도 맞지 않고 권투에서 이기려는 마음을 가진 사람이었고, 공을 단 한 번도 놓치지 않고 골을 넣어보려 했던 사람이었다. “한 대도 안 맞고 이길 수 없다.” 이 말을 가슴 속에 새기며 두려움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는 용기, 지금의 나에게 그 무엇보다도 절실하고도 중요한 메시지가 아닐까.
말하면 그 말을 가장 많이 듣는 사람이 자기 자신입니다. 누군가에게 알리기 위해서라기보다 내가 듣기 위해서 그 말을 계속하세요. 그 말을 계속 듣다 보면 점차 길이 나서 항상 가던 쪽에서 삶의 방향이 바뀌기 시작합니다. 눈길이 자꾸 닿고, 발걸음이 가고, 내 말이 약속이 되어 스스로 지키기 시작해요. 어느새 그 지점에 이르러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거예요. 그렇게 볼 때 사실 ‘마법’ 맞습니다. / 57p
당신도 지금 작은 나무를 심었을 수 있습니다. 취업이라는 묘목을 심었을 수도, 결혼이라는 묘목을 심었을 수도, 자녀교육이라는 묘목을 심었을 수도, 사업이라는 묘목을 심었을 수도 있습니다. 조급해하지 말고 1년, 2년은 작은 열매가 생긴다고 하더라도 다 따서 버릴 수 있는 담대함과 지혜를 발휘하십시오. 조급함도, 작은 성취에 취함도 없이, 지금 우리에겐 묵묵함이 필요합니다. 대신 우리의 일에, 우리 마음의 나무에 힘을 주는 일을 합시다. 그리고 5년, 7년이 지나 탐스러운 열매가 삶에 맺히게 되면 그때 달고 귀한 열매를 맛보자고요. / 106p
자신이 저지른 잘못을 용서받아보지 못한 사람은, 누군가 나를 속이려 하거나 실수를 저질렀을 때 그의 허물을 오히려 들춰내고, 탓하며, 그의 과오를 비웃습니다. 많은 사람들 앞에서 망신을 주기도 하죠. 내가 용서받아본 적 없으니까, 누군가 나의 허물을 덮어준 적 없으니까, 똑같이 그렇게 합니다.
반대로 내가 조금 손해를 보더라도 상대방을 위해 실수와 흠집을 눈감아줄 수 있는 사람은 아마 단 한 순간이라도 본인이 따뜻하게 위로받았거나 용서받아본 경험이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부모님이나 선생님, 또는 친구였을 수도 있겠죠. 헐벗은 것같이 춥고 시리고 부끄러울 때 누군가 따뜻한 담요를 덮어주었던 순간이 삶에 있었던 것이지요. / 228p
이처럼 『나를 살게 하는 것들』에는 나만의 속도로, 나만의 기준에 따라, 나만의 호흡으로, 좋은 만남을 통해 한 사람 한 사람의 우주를 사랑하고 배우면서 살아가기를 바라는 인생의 귀한 메시지가 담겨 있다. 그저 좋은 글귀만 나열되어 있는 여느 자기계발서와 달리 저자가 스스로 삶을 재정비하며 경험한 것들에서 비롯된 깨달음이었기에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덕분에 변화하고 싶은데 선뜻 나서지 못했던 이유가 무엇인지, 나만의 호흡법에 따라 살아가는 방법이란 무엇인지 배울 수 있어 의미 있는 독서였다. 이유 없이 걱정과 불안이 반복된다면, 사는 게 점점 재미가 없다면, 행복을 좇고 있지만 정작 행복한 적이 없었던 이들이라면 꼭 이 책을 읽어보시길 추천드린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았으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