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옳은가 - 궁극의 질문들, 우리의 방향이 되다
후안 엔리케스 지음, 이경식 옮김 / 세계사 / 2022년 4월
평점 :
품절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반드시 필요한 질문들!

윤리라는 것은 절대 변하지 않으며 나는 옳음과 그름을 잘 분별할 줄 안다는 믿음에 의문을 제기하는 책!

 

 

 

  며칠 전부터 기사에 심심치 않게 등장하는 장면이 하나 있다푸틴의 경호원으로 추정되는 남자의 손에 들린 검정색 서류가방이 이목을 끌게 된 것이다원격으로 핵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는 버튼과 핵공격 암호 등의 관련 문서가 담긴 것으로 추정되는일명 핵가방이다. <언제든 핵공격핵가방 들고 다니는 푸틴>이라는 제목대로푸틴은 핵가방을 분신처럼 들고 다니며 목표를 달성할 때까지 전쟁을 계속 하겠다는 의지를 확고히 하고 있다분쟁이 끊이지 않고 있는 중동 지역을 제외하고는 더 이상 대규모 전쟁이 일어나지 않을 거라고 단정 짓고 있던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이번 사태는, 21세기에 이르러서도 여전히 우리가 전쟁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했음을 실감하게 한다심지어 고도의 과학 기술이 발달한 지금은 과거의 그 어느 때보다 더 위험해 보이기까지 하다.

 

 

 

  나는 혹여 푸틴이 우크라이나를 공격한다 하더라도 전쟁이 금방 끝날 것이라 예상했다국제 사회의 여론은 물론러시아 내부에서도 푸틴의 정당성을 인정해주지 않을 것이며 명분을 잃은 푸틴은 물러날 수밖에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하나의 기사가 나를 기겁하게 했다우크라이나 침공 이후에도 푸틴의 지지율이 무려 83%에 이른다는 것이었다아무리 언론을 통제한 결과라 하더라도 여전히 전쟁을 지지하는 이들이 있다는 사실은 충격적이었다전쟁이야말로 가장 비윤리적이라고 믿어왔지만아마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할 테지만어떤 한 사람의 광기가 용인되고 가장 극단적인 파괴의 현상으로 버젓이 실행되고 있는 이 놀라운 사태는 나를 윤리적 딜레마에 빠지게 했다. ‘저건 내가 성장하면서 보고 배운 것과 다르잖아어째서 이렇게 많은 사람이 사악하기 짝이 없는 짓을 하고 있는 거지다들 알고 있잖아옳은 것이 무엇인지아니아닌가역사상 절대 당연하다고 믿었던 것이 모두에게 당연한 적이 한 번이라도 있긴 있었던가그랬다면 살인과 차별배제와 멸시부정과 부패 같은 단어는 사라지고 없었겠지!’

 

 

 

우리는 윤리를 순백의 대리석 조각상 같은

그 무엇으로 여기는 데 익숙해져 있다.

결코 바뀔 수 없는 영원불멸의

합법적인 토템(신성한 상징물)으로 여긴다는 말이다.

그러나 모든 윤리적인 것도 시간이 흐름에 따라

근본적으로 바뀐다는 점을 생각해보자. / 12p

 

 

 

  『무엇이 옳은가의 저자이자 ‘TED가 가장 사랑하는 미래학자로 손꼽히는 후안 엔리케스는 이렇게 지적한다. ‘그간의 모든 문명과 역사 속에서 인간은 일을 망치는 실수를 수없이 되풀이했다그러나 여전히 윤리적 문제들을 다루는 방식이 낡은 발상에 사로잡혀 있고그 때문에 본질적으로 가장 잘못된 믿음을 가지고 문제를 해결하려 든다그 믿음이란 바로 이것이다. “윤리라는 것은 절대 변하지 않아그래서 나는 옳음과 그름을 잘 분별할 줄 알지!”’ 그는 우리에게 오늘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일이 내일도 그럴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말라고 말한다절대 변하지 않는 진리 같은 것모든 인간이 당연하다고 믿는 윤리조차 시간의 흐름에 따라 바뀐다는 것을 인지하는 일이야말로 우리 시대에 꼭 필요한 일이라고 강조한다.

 

 

 

어제의 윤리가 오늘의 윤리가 되지 않는 시대

 

 

  저자는 윤리적 변화를 급격하게 추동하는 가장 큰 동력들 중 하나로 기술을 꼽는다기술이 기하급수적인 속도로 바뀌는 시대에 살고 있다는 것은 다시 말해 우리가 사는 현재는 윤리가 기하급수적인 속도로 바뀌는 시대라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이다기술은 윤리를 바꾸어놓고오래된 믿음들을 향해 문제를 제기하며더 이상 성장하거나 변화하지 않는 제도들을 뒤엎는다그도 그럴 것이 여성이 출산 여부와 임신 시기를 조절할 수 있는 싸고 효과적인 기술이 개발되자 피임출산이혼 등 가장 근본적인 가족 규범조차 빠르게 바뀌었다.

 

 

 

  기술은 진실의 성격까지 바꾸어놓았다정보에 훨씬 더 빨리 접근할수록 교차확인능력이 한층 커지면서 가짜 지식이나 뉴스는 엄청난 압박을 받을 것이라 예상했지만오히려 허위정보와 거짓말이 우리를 홍수처럼 뒤덮고 있다정보 과잉의 시대 속에서 CCTV, 위치 정보, SNS와 각종 좋아요 등으로 박제된 디지털 문신은 지속적인 감시와 개인 정보 노출이라는 위기감을 초래하게 했다일회용품은 환경 파괴를 가속화시키고 있으며 유전자 조작과 편집합성 기술은 더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이처럼 급격하게 발전하는 기술은 우리의 삶을 투명하게 드러내고 윤리적 행동과 비윤리적 행동을 가르는 기준에 대한 우리의 발상을 빠른 속도로 바꿀 것이다.

 

 

 

현재의 윤리적 논리와 추론과 우려는 완전히 뒤집어질 수 있다훗날 언젠가 우리는 이런 질문을 하거나 들을지도 모른다.

등산을 하거나 세계를 돌아다니며 여행할 때도그리고 질병에 노출될 위험이 있을 때도 태아를 몸에 품고 다녔단 말이야태아는 안전하고 좋은 환경에 두어야 하는데 어떻게 그렇게 무책임한 일을 할 수 있었던 거지?

해로울 수도 있는 유전자임을 잘 알면서 아이의 유전자에서 그걸 편집하지 않았다고나중에 아이가 성장해 암에 걸리면 자기 유전자에서 (암 발생과 관련된) HER-2 유전자나 p53 유전자를 편집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부모에게 소송을 제기할 수도 있다는 걸 몰랐단 말이야? / 44p

 

 

사정이 이런데 우리는 왜 지금까지 좀 더 윤리적으로 행동하지 않았을까기후변화는 지식의 문제가 아니라현재 들여야 하는 돈과 그 돈을 들이지 않을 때 미래에 발생하는 결과를 따지는 비용의 문제이자 동기부여의 문제다널리 퍼져 있는 새로운 윤리적 규범이 채택되는 티핑 포인트는 언제나 그렇듯단지 문제를 파악하는 것뿐 아니라 기존 생활방식을 심각하게 훼손하지 않고서도 윤리적 행동을 가능하게 하는 저렴한또 적용 가능한 대안을 가지는 것에서 비롯된다. / 92p

 

 

유전자 드라이브는 이미 이렇게 진행되어온 일들을 보다 더 효과적으로’ 만들고자 할 뿐이다다만 작은 문제가 하나 있다면원치 않는 종의 개체수가 급격하게 늘어나는 등 의도하지 않았던 결과가 흔히 나타난다는 점이다가령 지카 모기를 멸종시킨다면 웨스트나일 바이러스의 원인이 되는 빨간집모기가 왕성하게 번식하는 생태계가 조성된다또 모든 모기를 멸종시키면 먹이사슬에서 모기보다 높은 단계에 있는 어떤 종들이 굶어죽게 될 수 있다기술은 윤리를 훨씬 앞지른다. / 126p

 

 

 




 

 

 

 

  이에 무엇이 옳은가는 우리에게 수많은 질문을 던진다. ‘옛날 사람들은 어쩌자고 지구의 온도를 이렇게 올린 거야?’라는 미래 세대의 질문에 어떻게 답할 것인가태아의 유전자를 부모의 입맛대로 편집할 수 있다면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모든 사람의 프로필과 생각 그리고 행동을 분석해서 영구적으로 공개하는 세상이 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어제의 윤리가 더 이상 오늘의 윤리가 아니게 된 지금우리는 무엇이 옳고 그른 것인가에 대한 끊임없는 질문과 선택의 문제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이어령 님의 말씀처럼 옳고 그름에 대한 판단이 우리의 무기이자 미래 사회의 지적 경쟁력이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다면 어떠한 기준으로 우리가 옳다고 믿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까안타깝게도 여기에 해답은 없다다만우리 사회가 옳음과 그름에 대한 엄격한 잣대가 영원불변하게 존재한다는 발상에서 자유롭게 해방된 상태로서로 대화를 나누고 무언가를 촉구하기도 하면서상대를 이해하고 인도하는 일이 지금보다 한결 쉬워진다면 조금 더 옳다고 믿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지 않을까. “너처럼 생각하는 사람과는 절대 말도 섞지 않을 거야” 혹은 지금부터 나는 너와 담을 쌓고 쳐다보지도 않을 거야라 말하기보다는 쟁점에 대한 의견이 다른 상대와도 뜨겁게 토론하고 한결 좋은 사이를 유지할 수 있다면 서로가 서로를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끌어줄 수 있지 않을까어쩌면 종교학자인 캐런 암스트롱의 말에 해답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모든 종교와 윤리영적 전통의 중심에는 연민의 원칙이 있다그것은 바로 다른 이들로부터 대접받기를 원하는 그 방식 그대로 항상 다른 이를 대접하라는 것이다.”

 

 

 

그대가 내일 평가받고 싶은 내용 그대로,

오늘 그대 자신을 평가하라. / 22p

 

 

전쟁은 정부의 의지를 집행하는 데 있어 지금도 여전히 너무나 일반적이고 인기 있는 수단이다미국이 건국 이후 지금까지 241년을 이어져오는 동안 전쟁 없이 평화로웠던 세월은 20년도 채 되지 않는다. 2000년 이후에 태어난 미국인들은 평생 전쟁을 접하며 살아왔다프랑스의 경우 1337년부터 지금까지 겨우 174년 동안만 평화를 누렸을 뿐이다오늘날 세계 몇몇 지도자의 자아도취와 광기 그리고 무능을 절대로 과소평가해선 안 된다우리가 사는 지금 이 시대는 정말 위험한 시기다전쟁의 윤리는 기술 분야의 발전이 의미하는 바를 따라잡아야 한다. / 280p

 

 

기후변화는 우리 시대의 존재론적-윤리적 쟁점이다이 문제가 왜 촉발되었는지또 앞으로 어떻게 처리될지는 우리가 미래 세대의 평가를 받을 때 기본적인 평가 항목이 될 것이다이런 사실은 현재 우리에게 닥친 기후 비상사태에 대처해야 하는 이유인 동시에과거를 평가하는 일에 우리가 한층 더 겸손해져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 97p

 

 

 



 

 

 

 

  무엇이 옳을까나는 무엇을 최우선순위로 설정할 것이며 내가 마주한 선택에 얼마나 책임을 질 수 있을까무엇이 옳은가는 이러한 질문 앞에서 뒤돌아서지 않는 법을 배우게 한 책이었다그 어떠한 것도 당연한 것이란 없다는 믿음이 우리를 계속 질문하게 하고우리의 방향이 되기를 희망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 지원을 받았으나 본인의 주관에 의하여 작성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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