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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뒤 오늘을 마지막 날로 정해두었습니다 -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할 때
오자와 다케토시 지음, 김향아 옮김 / 필름(Feelm) / 2022년 2월
평점 :

죽음이 나에게 물어오는 것들!
나의 인생을 되돌아보게 하는 삶의 진지한 물음들!
죽음을 앞둔 환자가 평안한 임종을 맞도록 돕는 호스피스 의료법 중에 ‘존엄치료’라는 것이 있다고 한다. 환자들의 존엄성을 지키기 위한 완화 치료의 한 방법으로, 자신의 인생이 본인을 포함한 누군가에게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는 사실을 깨닫도록 도와주는 치료 기법이라 할 수 있다. 인생에서 가장 추억할 만한 일이 무엇인지, 소중한 사람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는지 등 몇 가지 질문을 통해 환자가 스스로 인생을 돌아볼 수 있도록 돕게 하는 방식이다. 이때 질문에 대답하려면 환자들은 자신의 다양한 기억을 끄집어내야 하는데, 막연하게 떠올려서는 정리되지 않는 생각도 다른 사람에게 말하거나 글로 쓰면 점차 윤곽이 또렷해진다고 한다. 덕분에 환자들은 자신이 살아온 의미를 깨닫거나 인생을 긍정적으로 보게 된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 있는 치료법이라 할 수 있다.
25년 동안 3,500명이 넘는 환자들을 돌본 호스피스 의사 오자와 다케토시는, 죽음을 앞둔 환자들이 존엄치료를 받으면서 자신의 인생을 정리하고 마지막 순간에는 좋은 인생이었다고 수긍하며 평온하게 세상을 떠나는 모습을 지켜봐왔다고 한다. 하지만 매일 바쁜 나날을 살고 있는 우리는 좀처럼 자신의 인생관을 다시 살펴보거나 무엇이 진정으로 중요한지 알아차리지 못한다. 하지만 1년 후, 인생의 마지막 순간이 다가 온다고 생각해보면 어떨까. 호스피스 환자들이 그러했듯, 인생의 마지막이라는 큰 고비가 다가오면 가치관이 완전히 바뀌어 지금까지 몰랐던 인생의 의미와 자신이 살아온 이유, 자신에게 주어진 사명을 알게 되지 않을까.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우리에게 시간이 1년밖에 남지 않았다고 가정하고, 자신의 마지막 모습을 상상해보길 제안하며 앞으로의 인생을 조금이라도 후회하지 않고 살기 위해, 더 좋은 삶을 살기 위해 어떻게 살 것인지를 고민해보게 한다.
인생의 마지막을 설정하면 일상이 변합니다.
모든 것이 소중해지죠.
하지만 그중에서 정말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인가요? / 29p


책에 따르면, 2020년에 실시한 인생 만족도 조사에서 약 36%, 즉 3명 중 1명 이상이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이나 생활에 만족하지 않는다”고 대답했다 한다. 특히 코로나바이러스 발생 이전과 비교했을 때 생활 만족도가 큰 폭으로 낮아졌고, 생활의 즐거움과 사회와의 유대감 같은 분야에서도 감소폭이 매우 커졌다. 인생의 기쁨과 삶의 의미를 찾지 못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는 뜻이다. 그도 그럴 것이 코로나바이러스 발생 이후 사회활동에 제약을 받고, 아이들과 함께 외출을 자제하고 제한된 생활을 계속하게 되자 나 역시 잦은 무력감을 느끼곤 했다. 여기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 자연 재해, 치솟는 물가, 경제활동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점점 좁아지는 현실 등 다가올 미래를 낙관할 수 없다는 데에서 오는 두려움은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더욱 막막하게 했다.
이에 저자는 앞으로 1년 후 나의 인생이 끝난다고 가정해보기를 제안한다. 어떻게 마지막을 맞이할지를 진지하게 고민하다보면 어떻게 살고 싶은지, 어떻게 살아야 할지가 분명 보일 것이라고 말이다. ‘내 인생에는 의미가 없어.’, ‘나에게는 가치가 없어.’라고 생각하는 이들도 마찬가지다. “인생이 만약 1년 후 끝난다면?” 하고 가정해봄으로써 나의 지난날을 돌이켜본다면, 지금까지의 가치관이 무너지고 자신을 옭아매고 있던 고정관념과 속박에서 해방되어 눈에 보이는 풍경이 변할 수 있을 것이라 조언한다. 어쩌면 성장 과정에서 잊거나 포기하거나 참을 수밖에 없던 일 중에 진정으로 하고 싶은 것, 소중하게 여기고 싶은 것을 발견할 수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또 인생이 앞으로 1년밖에 남지 않았다고 생각하면, 불필요한 일이 사라지고 현재 자신에게 진정으로 중요한 것만 볼 수 있다고 한다. 그렇게 하면 수많은 해야 하는 일 중에서도 우선순위가 매겨지고 우선도가 낮은 일은 손에서 놓거나 다른 사람에게 맡길 수 있게 되어 마음에도, 시간에도 여유가 생길 수 있다고.
“나답다.”라는 것은 결코 좋은 모습,
원하는 모습만을 말하지 않습니다.
싫은 모습까지 포함한 모든 면이 나다움입니다.
다만 지나친 배려와 인내로 힘들다면
자신을 위한 시간을 조금씩 늘려 봅시다. / 95p
내가 하는 일과 일하는 방법이 누군가의 기쁨으로 이어지는지 꼭 돌아보세요. 만약 누군가의 기쁨으로 이어진다고 느낀다면 자신감을 가지고 다시 새로운 마음으로 업무에 임할 수 있을 것입니다. 현재 일을 통해 일인칭 행복만 얻었다면 일하는 방법과 업무 내용을 어떻게 바꿔야 누군가의 기쁨으로 이어질지 생각해 봅시다. / 127p
인간에게는 미래를 생각하는 능력이 있고
자유가 있으며 권리가 있습니다.
그러나 미래에 꿈과 희망이 없으면
인간은 현재를 제대로 살 수 없습니다.
반대로 건강할 때도, 병과 죽음이라는
큰 괴로움을 안고 있을 때도
미래를 꿈꾸는 마음이야말로
인간이 살아가는 데 힘이 됩니다. / 157p
프랑스의 고생물학자이며 가톨릭 사제인 테야르 드 샤르댕은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인생이란 아름다운 자수를 뒤에서 보는 것과 같다.” 자수를 뒤에서 볼 때는 한 땀 한 땀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전혀 알 수 없다. 하지만 그것을 앞에서 보면 비로소 그 의미와 아름다움을 알게 된다. 저자는 이 말을 통해 사람은 고통에서 반드시 무언가를 배운다고 한다. 그가 만난 환자와 가족들은 처음에는 본인이나 가족이 큰 병에 걸린 사실, 남은 시간이 그리 길지 않다는 사실에 매우 힘들어했지만 주변 사람들의 소중함과 선함, 감사함, 일상의 위대함, 자연의 아름다움, 지금껏 살아온 의미와 존재의 가치 등을 점차 알게 되었다고 한다. 고통에 직면하기 전에는 몰랐던 것, 당연해서 놓쳤던 것들을 죽음에 직면하고서야 비로소 깨닫게 된 것이다. 그런 뜻에서 보면 죽음이야말로 역설적으로 ‘나의 의미’와 ‘인생의 길’을 오롯이 들여다볼 수 있게 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내 인생의 의미는 무엇이라 생각하나요? 남은 시간 동안 무엇을 소중히 여기고 싶은가요? 나다움을 발견하셨나요? 소중한 사람과 시간을 충분히 보내고 있나요? 호스피스 환자가 스스로의 인생을 돌아보듯, 책에 수록된 삶에 대한 다채로운 질문들은 나의 인생을 되돌아보게 하는 진지한 물음들이다.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할 때, 삶이 생각대로 되지 않는다고 여겨질 때, 자신을 너무 몰아붙이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 때 이 책으로 하여금 지금 내게 가장 중요하고 가장 필요한 것들을 생각해봐야겠다.
출판사로부터 도서 지원을 받았으나 본인의 주관에 의하여 작성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