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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하지 않은 사랑 - 사랑을 선택하면 가난해진다는 편견
주서윤 지음 / 모모북스 / 2022년 2월
평점 :

오늘도 무탈한 나의 하루를 응원하는 책!
나쁜 우연에 상처를 입을지라도 좋은 우연에 다시 회복될 수 있다!
몇 달 전, 독서지도사 자격증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자격증을 딴 뒤 당장 독서지도사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한 건 아니었다. 일단 자격증이라도 따놓고 보자는 심정이었다고나 할까. 두 아이를 어느 정도 키워내고 나면 나는 무엇을 해야 하지? 할 줄 아는 것이라고는, 아니 좋아하는 것이라고는 책읽기와 글쓰기뿐인데. 그나마도 우리 아이들을 가르칠 수 있는 정도의 수준이지, 체계적인 계획이나 지식이라고는 없는 내가 학생들을 제대로 지도할 수 있을 것 같지도 않았다. 때문에 독서지도사란 무엇인지 미리 알아놔 두자는 마음으로 이런저런 정보를 찾아보며 공부를 하기 시작했는데, 이마저도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과연 내가 이걸 정말 해낼 수 있을까?’ 의문이 들곤 했다. 좋아하는 것이 반드시 잘하는 것과 일치하지 않는다는 걸 모르지는 않지만 배우면 배울수록 나의 미숙함만 더 도드라져 보이는 것 같아서였다.
이런 고민을 지인들에게 토로하자, “네가 너무 완벽하게 하려고 해서 그런 거야.” 하나같이 입을 맞춘 듯 똑같은 이야기를 했다. 나의 기준대로라면 결코 시작할 수 없다고, ‘잘 한다’에 대한 기준이 높은 나머지 나의 부족함만 보이는 거라고. 아니다. 어쩌면 나는 정말로 완벽을 추구하려는 자가 아니라 그저 완벽해 보이는 사람들에게 완벽하게 속은 사람이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가난하지 않은 사랑』 속에 이러한 구절이 있다. ‘완벽해 보이는 사람은 있어도, 완벽한 사람은 없다. 완벽주의자들은 완벽해 보이는 사람들에게 완벽히 속은 사람들이다.’ 다른 사람들은 모두 완벽해 보이는 데 나는 왜 이리도 부족한 것투성일까, 그런 생각들이 오히려 완벽주의자로 가장하게 만든 것은 아닐까. 그래, 사실 나는 진짜 완벽주의자가 아니라 완벽해 보이는 사람들에게 완벽히 속은 사람이었던 거야, 하고 생각하니 오히려 마음이 편해졌다. 진짜 완벽주의자도 아니면서 완벽주의자인 척 하는데 나의 감정과 에너지를 소비할 필요는 없으니까.
오늘 하루 무탈하다면 그걸로 된 거야
『가난하지 않은 사랑』은 작은 삶을 소중히 여기고 사소한 것들을 사랑하고 싶은 주서윤 작가의 청춘 에세이다. 그녀는 사랑을 선택하면 가난해진다는 편견을 가진 세상을 향해 ‘내가 사랑하는 걸 사랑한다’라고 당당히 밝히며, 서로가 오해하지 않고 보다 나답게 살기를 희망한다. 그래서 그녀의 글에는 사랑할 때만 만날 수 있는 무수한 나날과 소소하지만 끝내 좌절하지 않는 우리네 일상과 꼭 닮은 순간들이 기록되어 있다.


이따금 혼자 카페나 식당에 가면 옆 테이블의 일행들로부터 의자를 좀 빌려가도 되겠느냐는 부탁을 받을 때가 있다. 그녀 역시 2인용 식탁에 앉아 햄버거 세트를 먹고 있을 때 한 일행에게 의자를 빌려주었다고 한다. 남자 다섯 명이 북적북적 자리에 앉아 대화를 나누는 앞 테이블과 달리 그나마 빈 자리였던 의자마저도 없는 테이블이라니, 없어진 건 고작 의자 하나뿐인데 마음이 더 쓸쓸하고 허전해졌다고 한다. 누군가 곁에 있을 가능성까지 잃은 듯한 기분이 들었다고나 할까. 그도 그럴 것이 탁자에 의자가 있는 이유는 ‘누군가 앉을 가능성’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나를 필요로 하는 사람이 없다는 것을 의자의 부재로 확인받는 순간 느껴진 외로움이란 감각들. 그 헛헛한 마음을 우리는 일상 속에서 무시로 느끼면서도 가볍게 생각할 때가 있다. 하긴, 우리 인간이란 이런 사소한 순간들에서도 외로움을 느끼는 존재인데, 나는 그간 여유가 없다는 핑계로 내 안의 감정들을 그저 흘려보내기만 하지는 않았는지 문득 반성해보게 된다.
‘
내 취향은 남의 눈치를 봐야 하는구나…….’
내가 좋아하는 걸 남들이 좋아하지 않을 때 은근한 소외감을 느낀다. 내가 좋아하는 걸 내가 부끄러워할 때 은근한 수치심도 든다. / 22p
행복은 ‘순간’과 닮아있다. 순간을 놓치지 않는다는 건 행복을 놓치지 않는다는 말과 동의어이다.
예전 일기장에, 이런 문구가 적혀 있었다.
행복한 삶이 아닌, 행복한 순간들에 집중하자.
불행에 민감한 것보다 행복에 민감한 게 훨씬 어려운 일일지도 모른다. 행복 센서를 조금 더 민감하게 작동해 봐야겠다. 일상에 묻어있는 사랑을 발견하기 위해. / 83p
나 또한 그러했듯 그녀 역시 대부분의 문제 앞에서 ‘내가 더 잘했더라면, 내가 더 신경 썼더라면’ 하고 자책하던 때가 있었다. 하지만 차츰 자신의 잘못이 아니었음을 깨달아간다. 또 나쁜 우연에 상처를 입지만 좋은 우연에 회복될 수 있을 거라 믿는다. 현실은 깰 수 없는 두꺼운 벽이었지만 떠올려보면 문은 언제나 벽에 있었고, 벽을 만났다는 건 곧 문을 만난 것과 같다고 긍정해보기도 한다. 무엇보다 나는 지구의 78억 명 중 한 명으로 태어났고, 나는 나라서 유일하다는 것. 능력이 있어야 가치 있는 게 아닌, 존재 자체가 유일하기에 가치 있는 것이라는 믿음으로 ‘나’를 사랑할 수 있기를 응원한다.



책을 읽으면서 내가 지나온 과거의 어느 한 장면과 그때 덮어두었던 나의 감정이란 과연 무엇이었을까를 생각했다. 나와 비슷한 시절을 함께 보낸 친구의 글을 읽은 것 같은 기분도 들었다. 미래가 더 반짝일 그녀의 글을 이번엔 내 쪽에서 응원해보겠다.
출판사로부터 도서 지원을 받았으나 본인의 주관에 의하여 작성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