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데렐라 내러티브 - 더 이상 단순한 동화가 아니다
하마모토 다카시 지음, 박정연 옮김, 이정민 감수 / 효형출판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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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랍고 신비한 신데렐라 백과사전!

단순히 이야기가 아니라 이야기 너머의 세상을 통찰하는 시간!

 

 

 

  아름다운 드레스와 유리 구두를 신고 화려한 무도회에서 춤을 추는 신데렐라밤 12시가 되면 요정의 마법은 사라지지만잃어버린 유리 구두를 되찾고 왕자님을 만나 행복하게 된다는 내용의 이 동화책을 모르는 이는 아마도 없을 것이다뿐만 아니라 이른바 신데렐라 서사로 지칭되는 플롯의 기본 구조는 다양한 드라마와 영화 등의 매체를 통해 끊임없이 각색되며 회자되고 있다백마 탄 왕자에 대한 환상을 부추기고 성 평등에 관한 왜곡된 시각을 지니게 한다는 비판에도 불구하고우리가 계속해서 신데렐라 이야기에 매료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역사학민속학신화학문화인류학적 시각에서 바라본 신데렐라 이야기

 

 

  『신데렐라 내러티브는 신데렐라에 관한 백과사전 같은 책이다신데렐라 서사의 원형을 탐색하고다양한 문화권에서 나타난 신데렐라 서사의 독특한 특징과 역사와의 연관성을 소개함으로써 우리가 왜 이토록 오랫동안 신데렐라 이야기에 열광하는지 그 이유에 다가간다먼저 책에서는 현재까지 가장 오래된 신데렐라 서사로 알려진 고대 이집트의 로도피스의 신발에서부터 신데렐라 서사의 원조가 유럽이라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샹드리용그림형제 판 신데렐라 이야기 재투성이미국판 신데렐라로 아메리칸 드림과 연결되어 전 세계에 널리 정착하게 된 디즈니 애니메이션에 이르기까지 유럽을 중심으로 전개된 신데렐라 서사의 다양한 유형을 추적해나간다뿐만 아니라 아라비안 나이트』 속의 신데렐라 이야기인 발 장식 이야기유럽이 아니라 아시아 발상설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음을 짐작케 하는 중국의 예시엔과 베트남의 떰과 깜우리나라의 콩쥐 팥쥐에 이르기까지 동아시아 속에서 발견되는 신데렐라 서사의 유형도 함께 살펴본다.

 

 

 

부모를 잃고 차별받으며 의지할 데 없던 유대인 소녀는 고난을 이겨 내고 막강한 왕의 아내가 된다이 이야기는 성경판 신데렐라라고 할 수 있다유대인들의 고난은 신데렐라 서사에 등장하는 주인공의 역경과 비슷하게 느껴진다그러나 에스델의 진의는 왕비의 지위와 명예를 얻어 해피엔딩을 맞이하는 것이 아니라신의 뜻을 받아 유대인을 구제하는 데에 있었다. ‘(에스델)’이라는 이름답게 에스델은 유대인의 희망이었다. / 33p

 

 

샹드리용은 어머니의 죽음과 아버지의 재혼으로 불우한 신세가 되었지만 계모와 의붓자매에게 괴롭힘을 당하면서도 주어진 상황에 순응하며 살아간다그러다 요정이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데이 조력자는 대모였다고 설명한다중세 이후의 유럽 아이들은 태어나자마자 세례 의식을 받았고 이때 부모 외에 아이를 돌볼 대부와 대모를 정했다출산 후 산모가 사망하거나 병에 걸리는 일이 잦았기 때문이다이런 당시 상황을 배경으로 요정 대모가 탄생했다. / 49p

 

 

 




 

 

 

 

  저자는 고대 이집트에서 유럽아시아에 걸쳐 나타나는 신데렐라 서사를 분석하면서 세부적으로는 조금씩 다르지만 상당히 공통된 구조를 발견할 수 있다고 말한다계모의 학대주인공의 시련조력자의 등장비현실적인 무도회신부 시험결혼해피엔딩이 그러하다흥미롭게도 이들 구조를 면밀히 살펴보고 있으면 신데렐라가 단순히 허구가 아니라 당대의 생활과 풍습을 고스란히 반영한 작품임을 알 수 있다가령 주인공이 어머니를 일찍 여의는 장면은 이른 나이에 사망하는 일이 잦았던 과거의 상황을 보여준다어머니의 부재로 인해 흔들린 가족관계 속에서 가장은 결핍된 부분을 채우기 위해 재혼하게 되고이때부터 가족들 사이에 마찰이 일어나며 계모의 학대가 시작되는 것이다.

 

 

 

  주인공은 대체로 요리와 바느질을 하고 콩껍질을 까는 등 하녀처럼 혹독하게 일하는 처지에 몰린다여러 문화권에서 각기 다른 이름으로 불리지만 모두 재를 뒤집어쓰고 일한다는 의미의 재투성이에서 유래된 것을 보면 이를 알 수 있다주로 주인공을 도와주는 조력자는 요정나무물고기 등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나는데 이는 특정 문화권의 종교관이나 토착 애니미즘을 대변하는 존재들임을 알 수 있다한편잃어버린 구두의 주인을 찾는 장면은 일종의 신부 시험에 해당한다구두즉 신발은 오래전부터 결혼의 상징으로써 주인공에게 나머지 구두 한 짝이 돌아오게 되면 이야기 속 남녀는 완벽한 한 쌍으로 거듭난다는 것을 의미한다결혼으로써 행복한 결말을 맞이하는 이야기 역시 각자 혼자일 때는 불완전하지만 결혼을 통해 완전해질 수 있다고 믿었던 고대인들의 사고방식이 반영된 결과물이다결혼을 자연의 섭리이자 다음 세대를 이을 자손을 만들어 내는 지극히 원초적이고 인류에게 필요한 가장 근원적인 행위라 여긴 것이다.

 

 

 

샹드리용에서도 신발이 결혼의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그런데 많은 구두 중에서 왜 하필 유리구두여야 했을까이 부분에 대해서는 지금까지도 의견이 분분하다대표적으로 문호 오노레 드 발자크의 비판이 유명한데그는 페로가 동화를 개편할 때 원작에 쓰여 있던 다람쥐 모피vair’를 같은 발음인 유리verre’로 잘못 썼다고 주장했다다람쥐 모피는 왕비만 신을 수 있었던 값비싼 구두 재료였기 때문에 그의 주장대로라면 구두는 샹드리용이 고귀한 신분임을 암시하는 요소라고 해석할 수 있다. / 51p

 

 

크리스트교의 가면 규제에 따라 신데렐라 서사도 영향을 받는다아무리 군중이 가면을 사랑한다고는 해도 이야기 속에 고스란히 등장시킬 수는 없는 상황이었다이때 가면 모티브를 은근히 감추는 요소로써 변신이라는 장치를 고안해 낸 결과가 바로 페로의 샹드리옹이었다.

(페로는 가면극을 변신 이야기로 교묘하게 가장했다페로는 궁중에서 시중을 들었기 때문에 궁중인을 비롯한 민중이 얼마나 가면을 사랑하는지 잘 알고 있었으며 동시에 크리스트교가 가면을 싫어하는 것도 알고 있었다그 덕분에 사람들은 신데렐라 서사를 가면극처럼 즐길 수 있었다. / 181p

 

 

 

  그런데 세계 곳곳에서 발견되는 신데렐라 이야기가 어째서 이토록 비슷한 구조를 가지게 된 것일까저자는 약 20만 년 전 아프리카에서 발생한 것으로 알려진 인류즉 호모 사피엔스의 대이동에서 그 이유를 발견한다인류의 관점에서 보면 아프리카에서 나와 세계 각지로 대이동을 할 때 숱한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거듭 행복을 추구하는 고대인들의 꿈과 희망의 과정이 신데렐라 서사 구조를 통해 나타났다는 것이다다시 말해 어머니의 죽음계모의 구박고단한 생활초능력을 가진 조력자의 등장그리고 고귀한 존재와의 결합이라는 해피엔딩 스토리는 간단히 말해서 곤경에서 탈출해 행복해지고자 하는 인류의 오랜 희망과 염원이 반영되었음을 의미한다다만 빠르게 수정되고 퍼지는 언어의 특성상 특정 지역과 세계관에 맞추어 변형되기 쉬웠는데엄밀히 말하자면 각 시대적 특성과 신화적 발상종교적 관습문화상을 반영하여 각 나라마다 신데렐라 서사에서 정도의 차이를 보이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처럼 신데렐라 내러티브는 전 세계의 다양한 신데렐라 이야기를 살펴보는 재미뿐만 아니라 문화인류학민속학종교학역사학 등의 관점을 통해 신데렐라 이야기를 새롭게 보게 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결혼이라는 환상여성의 자립과 거리가 먼 남성 의존증을 조장한다는 점에서 젠더론적 비판을 외면할 수는 없겠지만왜 여전히 신데렐라 서사가 매력을 잃지 않고 사람들의 마음을 끌어당기는지 되새겨보게 한다는 점에서도 이 책은 특별한 가치가 있다행복해지고 싶은 욕구꿈과 이상을 향한 동경그 오랜 인류의 염원이 사라지지 않는 한 신데렐라 이야기는 어떠한 형태로든 계속되지 않을까어쩌면 그건 이야기 자체도 중요하지만 그 너머의 세상을 바라보는 일도 중요하다는 뜻일지도 모르겠다.

 

 

 

출판사로부터 도서 지원을 받았으나 본인의 주관에 의하여 작성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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