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은 기본에서 시작한다 - 실력도 기술도 사람 됨됨이도, 기본을 지키는 손웅정의 삶의 철학
손웅정 지음 / 수오서재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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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이 책은 내게 있어 가장 훌륭한 자녀교육서 중에 하나가 아닐까!

손흥민 선수의 아버지로서가 아닌, 부모가 아이의 성장을 위해 무엇을 먼저 생각해야 하는지를 일깨워주는 책!

 

 

 

  손세이셔널. 대한민국이 낳은 최고의 축구 스타, 손흥민.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영국 프리미어 리그로 진출하여 명실상부 월드 클래스 선수로 거듭나기까지, 그의 성장과정을 가만히 살펴보면 유독 한 인물을 빼놓을 수 없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바로 그의 아버지 손웅정 씨다. 거친 그라운드를 뛰고 있는 아들을 바라보는 부모의 마음이야 매 한 가지겠지만, 유독 손웅정 씨는 남다른 것 같다. 그도 그럴 것이 날카롭고 예리한 눈빛으로 경기장을 응시하고 있는 그의 모습은 흡사 냉정하게 경기를 판단해야 하는 지도자에 가까워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다가도 스케줄마다 동행하며 함께 운동장에서 뛰는 모습을 볼 때면 세상 든든한 아버지이자 이보다 더 훌륭한 조력자가 세상에 또 어디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재능과 실력은 선수 스스로의 노력에서 기인한 것이겠지만 나의 축구는 온전히 아버지의 작품이다는 손흥민 선수의 말처럼, 아버지의 교육 철학이 그에게 미친 영향은 그 누구보다도 컸음을 짐작할 수 있다. 덕분에 나는 이 책이 무척 궁금해졌다. 그는 손흥민 선수에게 있어 어떤 아버지일까. 부모로서 아들에게 어떤 가르침을 주었고, 하나의 개인으로서는 어떤 삶의 철학을 지닌 채 살아가고 있을까, 그의 글을 읽어보고 싶어졌다.

 

 

 

상대가 넘어지는 것을 보면, 그 상황이 아무리 공을 툭 차면 골문으로 들어갈 수 있는 좋은 찬스라 해도 공을 바깥으로 차내라. 사람부터 챙겨라. 너는 축구선수이기 이전에 사람이다. 사람이 먼저다.” / 35p

 

 

 

  손웅정 씨는 영국 날짜로 2019113, 프리미어리그 11라운드 에버턴전 원정 경기에서 손흥민 선수가 시즌 첫 퇴장을 당했던 순간을 떠올린다. 후반 33분경 손흥민 선수의 태클 이후 연결된 상황 속에서 에버턴 수비수가 오른쪽 발목 골절상을 당하는 심각한 부상을 입은 상황이었다.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 뒤늦게 상황을 인지한 손흥민 선수는 엄청난 충격에 빠졌다. 퇴장이 문제가 아니었다. 자칫 선수 생명에 위협이 될 만한 부상일 수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고의가 아니었고 뜻밖의 사고였다고 밖에는 달리 할 말이 없지만, 당시에 일어난 일을 방송을 통해 보았던 나의 눈에도 손흥민 선수가 얼마나 큰 자책감을 느끼고 있을지 뚜렷이 보였다. 다행히 부상을 당한 선수는 성공적으로 수술을 마쳐 재활에 들어가 복귀했고 이에 대해 진심으로 미안함을 표한 손흥민 선수에게 오히려 네 잘못이 아니라고 위로의 말을 건넸다고 한다. 손웅정 씨는 이처럼 치열한 경쟁 속에서도 그것을 초월하는 존중과 존경이 함께 있어야 그것이 진정한 축구의 묘미이고, 축구가 아름다운 스포츠일 수 있다고 말한다. 본능적으로 반응하고 신속하게 판단하되, 마음을 다스리고 경쟁 속에서도 본질을 잃지 않아야 한다고 말이다. 상대 선수에 대한 존중, 같이 뛰는 선수들에 대한 존경. 어쩌면 세상이라는 그라운드를 뛰고 있는 우리 모두가 새겨야 할 말은 아닐까.

 

 

 

모든 경쟁은 결국 자기 자신을 넘느냐 넘지 못하느냐에 달렸다. 나 자신을 극복하는 일은 다른 사람을 제압하는 것보다 훨씬 더 값지고 훌륭하다.

내가 운동장 위에서 뛰고 부딪치고 눈을 마주치며 공을 차는 많은 선수들을 존경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그들은 매순간 자기 자신과 싸우고 있다. / 39p

 

 

운동장에서도 인문학은 필요하다. 이 세상이라는 전쟁터에서 쫓기는 산양의 무리가 될 것인가, 쫓는 사냥꾼이 될 것인가. 나는 아이들에게 묻는다. 이왕이면 쫓는 사냥꾼으로 살라고 말해준다. 누군가를 공격하는 삶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내 삶의 주도권을 쥐고 살라는, 누군가에게 좌지우지되며 조종당하지 않는 삶을 살라는 이야기다. / 145p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손웅정 씨는 그 무엇보다 기본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실력이나 기술, 사람 됨됨이라는 것은 모두 기본을 지키는 데서 비롯된다고 말이다. 그는 자신의 경험을 통해 이십 대 초반의 왕성한 에너지가 고갈되면 이십 대 후반부터 선수의 기량은 전적으로 어릴 때 쌓은 기본기에 달려 있다고 확신한다. 쉽게 넣을 수 있는 골을 넣지 못하거나 골대 앞에서 어처구니없는 실수를 하는 것은 기본기 부족에 원인이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찰나의 간결한 볼 터치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끊임없는 변수에 대응하려면 기초가 탄탄해야 하고 자연스러운 동작이 나오려면 부단히 공에 대한 감각을 익혀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그는 그 어느 누구도 그 어떤 분야에서도 혜성은 없다라고 힘주어 말한다. ‘이 세상에 혜성같이 나타난 선수 같은 건 존재하지 않는다. 차곡차곡 쌓아올린 기본기가 그때 비로소 발현된 것일 뿐이라는 그의 말은 너무 성급하게 결과만을 바라보고 승리와 영광만을 강조하는 우리 시대에 꼭 필요한 메시지인 듯하다.

 

 

 

정말 중요한 것은 표적지나 상장 같은 사물이 아니다. 핵심은 내가 최선을 다했고 그와 더불어 해야 할 일을 행복하게 잘 마쳤다는 데 있기 때문이다. ‘자신이 그 일에 얼마나 성실히 임했는가.’ 중요한 것은 본질이 무엇이냐를 아는 데 있다. / 30p

 

 

성공 안에서 길을 잃고 헤매지 말라.

그것이 곧 안주하는 거다.

그렇게 하기에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성공을 먼저 생각하지 말고 내 성장을 생각해라. / 159p

 

 

 

  책을 읽다보면 축구 선수이자 지도자로서의 모습뿐만 아니라 두 아들의 아버지이자 든든한 조력자로서의 모습을 통해서 새삼 많은 것을 느끼게 된다. 그가 한결같이 아이들을 기르면서 강조하고 있는 것은 내가 낳았지만 아이들은 또 다른 인격체이다. 내 소유물이 아니다이다. 그는 무엇 때문에 불안하고, 무엇 때문에 초조한가?” 하고 우리에게 물으며 자식 앞에서 불안하고 초조하다면, 가만히 들여다보라고 말한다. 그건 다 부모의 욕심에서 기인하는 것이라고. 물론 아이가 좋은 교육을 받고 탄탄하게 기반을 닦아 평탄한 길을 걷길 바라는 부모 마음을 어찌 욕심이라는 한 단어에 매몰시키겠는가만, 아이가 무엇을 할 때 행복해하고 어떤 걸 좋아하는지만 생각하면 불안감과 초조함이 차오를 틈이 없다고 한다. 그저 네가 행복하면 됐어.” “아이들의 일에 실패란 없으며 오직 경험만이 있을 뿐이라고 생각하는 마음이면 충분하다고. 무엇보다 아이들과 함께운동하는 것을 철칙으로 삼았던 그의 훈련법처럼, 그저 말로만 아이가 해야 할 것을 강조하기보다 부모인 내가 먼저 스스로 나서서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는 것을 새겨두어야겠다.

 

 

 

아이들에게만 시키고 팔짱 끼고 서 있지 않는다. 같이 뛴다. 웨이트를 할 때도 시범을 보이며 먼저 하고, 슈팅과 기술 훈련을 할 때도 반대쪽에서 볼을 차고 던지고, 뛰고 주웠다. ‘네가 하면 나도 한다.’ 그것이 내 철칙이었다. 그 고된 훈련을 혼자 한다면 얼마나 힘들겠는가. 흥민이는 한 인터뷰에서 아버지가 옆에서 똑같이 훈련하니 멈출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 153p

 

 

두 형제간에 머리를 비교하면 둘 다 망하지만, 두 아이가 지닌 개성을 비교하면 둘 다 성공한다는 말이 있다. 나는 그 말을 믿는다. 우리 아이들은 각각의 개성이 뚜렷하다. 어릴 때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다. 이건 우리 아이들만 그런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사람의 모양은 다 제각각이다.” / 266p

 

 

 




 

 

 

 

  이처럼 책에는 대한민국 전 축구 선수이자, 지도자이며, 손흥민 선수의 아버지로서, 축구를 시작하며 성장해왔던 과정과 두 아이와 함께 운동장을 달리며 보냈던 숱한 시간들이 담겨 있다. 그 가운데서 반드시 지키고자 했던 신념과 철학, 부모로서 마주할 수밖에 없었던 다양한 질문들을 통해서 우리 역시 삶의 중심을 무엇에 두어야 할지 숙고하게 한다. 하루하루를 양심껏, 본질에 집중하면서 자기중심을 잃지 않는 삶. 그것이 나의 아이들에게 주어야 할 가장 중요한 메시지가 아닐까. 손웅정 씨의 이야기 속에서 길어 올린 중요한 삶의 철학을 반드시 잊지 말아야겠다.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았지만,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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