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향의 기쁨 - 나만의 방식으로 살아간다는 것
권예슬 지음 / 필름(Feelm)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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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향은 곧 나의 정체성을 발견하는 일!

무심했던 나의 취향에 물을 주는 일, 그 속에서 행복을 발견하게 하는 책!

 

 

 “넌 책을 좋아하니까 아는 작가들도 많겠다. 특별히 좋아하는 작가가 있어?”

  책을 가까이 하다보면 유독 자주 듣게 되는 질문이 하나 있다. 특별히 좋아하는 작가가 있느냐고. 그래서 이런저런 작가를 머릿속에 떠올려보지만 결국엔 이렇게 답하고 만다. “다 좋아하는 것 같은데. 안 가리고.” 뭐랄까, 힘주어 누구 하나 딱 분명하게 말할 수 없을 만큼 좋아하는 작가들이 많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엄밀히 말해 그 순간에 나를 책 속으로 몰입하게 만드는 작가라면 장르를 가리지 않고 누구나 좋다는 게 맞겠다. 꼭 내가 특별히 좋아하는 게 있어야만 하는 걸까? 음악도, 영화도, 음식도. 가리지 않고 이렇게 저렇게 부유하듯이 각자의 세계를 떠돌아다닐 수 있는 그 자체가 좋은 것, 어쩌면 그게 내 취향은 아닐까.

 

 

 

  물론 나도 한때는 왜 나는 특별히 좋아하는 게 없지? 어째서 취향마저도 흐리멍텅한 걸까?’ 하고 되묻기도 했다. 하지만 그건 곧, 좋은 게 많아서 사소한 것에서조차 행복을 느낄 줄 아는 사람이란 뜻은 아닐까 하고 생각을 달리해보기로 했다. 그러자 가난하지 않은 취향이라 참 좋다고, 좋아하는 게 많은 그대로의 나를 인정하기 시작하니 세상을 대하는 마음가짐도 변하기 시작했다. 이것도 내 취향이고, 저것도 내 취향이야. 나를 기쁘게 하는 그 모든 것들을 취향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기쁨에서 내 세계는 보다 더 넓어질 것이고 나를 행복하게 만들어 줄 거라고 믿어보기로 했다. 취향의 기쁨속 어느 글귀처럼 취향이란 반짝반짝 빛나는 나의 빛자국을 찾아나가는 그 모든 과정 속에 존재하는 것이니까.

 

 

 

오늘도 취향 하나를 더 하는 일

 

 

  취향의 사전적인 의미를 찾아보면 놀랍게도 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방향. 또는 그런 경향.’이라고 쓰여 있다. 이게 왜 놀라운 일인가 하면, 우리는 흔히 취향에 어떤 대상을 포함하여 생각할 때가 많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내 마음이 가는 대상을 소유하는 쪽에 보다 중심을 두는 것이다. 그래서 옷이나 신발, 가방, 전자제품 등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가짐으로써 취향을 누리려고 한다. 그런데 가만 생각해보니 돈이 없는 사람은 취향도 없을까? 반대로 돈이 많은 사람은 덩달아 취향도 많은 걸까? 영화 <소공녀>에서 주인공이 집이 없어도 생각과 취향은 있어라고 말했듯, 취향의 기쁨속에서 저자는 내게 없는 것에 집중하기보다 나의 생각에, 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방향에 더 집중해보는 것은 어떨까 하고 우리에게 묻는다. 유명한 작가의 그림을 살 수는 없어도 좋아할 수는 있고, 화려한 패션과 헤어스타일을 굳이 직접 하지 않고 보는 것만으로도 그저 좋을 수 있다. 그보다 내가 왜 그 가수를 좋아하는지, 그 가수가 몸담고 있는 음악의 어떤 부분이 좋은지, 내가 가진 이야기와 어떤 부분에서 맞닿아 있는지 끊임없이 대화를 하며 내면과 함께 성장해나갈 때 비로소 그 취향은 나만의 정체성이 된다고 말이다. 그러니 혹여 가지지 못했다고 해서 내 취향을 초라하다고 생각하지 말자. 내가 가진 취향을 초라하게 바라보는 자신만 있을 뿐이라던 저자의 말을 기억하자.

 

 

 

취향이 가난했던 게 아니라 내 마음이 가난했다. 반짝이는 것들을 갖고 있으면서도 그것에 취향이라는 이름을 붙여도 되는지 몰랐고, 그것들을 드러내는 방법에도 어리숙했던 것이다. 남들이 다 좋아하는 분야라고 해서 나 역시 좋아해야 할 필요가 없음을 뒤늦게 깨달았다. / 15p

 

 

내가 가진 취향에 초라함이라는 딱지는 붙이지 말 것. 때로는 취향이 없을 수 있음을 받아들일 것. 주변 사람들에게 잠시 빌린 물감으로 그림을 그리다보면, 내가 원하는 색이 무엇인지 명확히 알게 될 수도 있으니 질문을 주고받는 것에 쭉 마음을 열어둔 채 살아가고 싶다. 취향에 정답은 없으니까. / 16p

 

 

그리고 그때 깨달았다. ‘남는 에너지로 취향을 가꾸는 게 아니라, 취향을 가꾸다 보니 에너지가 생기는 거였구나.’ 없는 줄 알고 지내왔지만 사실은 방치해 두고 있었던 내 소중한 취향들. 비록 여전히 희미한 색이지만 아무렴 어떤가. 이제부터라도 내 취향들이 그 자체로 더욱 오래 윤기날 수 있도록 귀를 기울여주고 시간을 쏟아볼 셈이다. 금방 사라질 한 줌의 취향이라도. / 26p

 

 

 



 

 

 

 

  첫째 아이가 태어나고 온전히 육아에만 전념하면서 앞으로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한 적이 있다. 이렇다 할 취미도 없고, 좋아하는 건 많지만 그렇다고 뭔가를 뚜렷하게 잘 하는 것 하나 없는 내가 이대로 아이만 바라보고 있어도 되는 것일까 하고. 그러다 각종 출판사 블로그를 통해 서평단이라는 독서 체험 활동에 대한 글을 보고 우연히 참여하게 되었다. 출판사 신간을 읽고 그에 대한 감상을 쓰는 일이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게 책이니 그 무엇보다 책읽기라면 잘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고, 그렇게 한 편 두 편 꼬박꼬박 쓰다 보니 매년 100편이 넘는 책을 꾸준히 읽고 그에 대한 글도 쓰게 되었다.

 

 

 

  사실 크게 돈을 벌 수 있는 일도 아니고, 어디까지나 취미에 가까운 일인데 뭐 하러 이리 열심히 하고 있나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어떤 대가보다 이것이 소중한 이유는, 책으로 하여금 내 안에서 어떤 글을 발견하고 그것을 표현함으로써 를 마주볼 수 있다는 데서 존재하는 게 아닐까 싶다. 정희재 작가의 책 다시 소중한 것들이 말을 건다에서 완벽한 필기, 완벽한 삶, 완벽한 자신이라는 것은 허상에 불과하다.”고 하였듯, 매번 새로운 책을 읽고 새로운 글을 쓰면서 오늘의 나를 발견하고 또 수정해 나가다보면 진정한 를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하고 말이다. ‘망쳐도 망친 그림을 그린 내가 남겠지.’ 하는 마음으로. 누군가의 평가를 받는 것도 아니니 부담은 내려두고 몸에 힘을 뺀 채로. 그러다 보면 시작은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던 선들이 어느새 다음 선을 만나 이어지고 또 이어지면서 꽤 그럴싸한 모습이 되어가는 걸 발견할 수 있었다던 저자의 말처럼, 나 역시 이런 저런 글들이 모이다보면 꽤 그럴싸한 나로 발전해나갈 수 있지 않을까 믿어보는 거다.

 

 

 

파스타 하나에 이렇게 진지할 일인가 싶겠지만 좋아하는 일을 오래 하고 싶다면 잘하는 것보다 오래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생각한다. 오래 하기로 마음먹었다면 나와의 합을 꾸준히, 천천히 맞춰 나가보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시간들이 켜켜이 쌓이다 보면 좋아하던 일이 어느새 잘하는 일로 느껴지는 충만한 순간이 찾아올지도 모른다. 그저 흥미에 불과했던 파스타가 내게 아주 값진 특기가 된 것처럼 말이다. / 77p

 

 

요즘은 전보다 잘 사는 기분을 자주 의식하며 살아가고 있다. 정말 사소한 순간이라도 꾸준히 쌓아나가다 보면 정말 잘 사는 나를 마주할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 그래서 잘 사는 기분은 정말이지 중요하다. 쌓여 가는 그 기분만으로도 우리는 정말 잘 살아갈 수 있다고 믿는다. / 85p

 

 

 




 

 

 

 

  취향을 찾아가는 지도가 있다면 그 지도의 끝에는 진짜 가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던 책 속의 글귀처럼, 매일 설레는 마음으로 나만의 취향을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비록 소소한 취향일지라도 굳이 남과 비교하지 않고, 때로는 없으면 없는 대로 나에게 맞는 취향의 온도를 찾아보는 거다. 그런 가운데서 삶의 기쁨은 보다 자주 찾아올 테니까.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았지만,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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