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생물 콘서트 - 바다 깊은 곳에서 펄떡이는 생명의 노래를 듣다
프라우케 바구쉐 지음, 배진아 옮김, 김종성 감수 / 흐름출판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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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껏 우리가 잘 몰랐던 경이로운 바다 이야기!

이 책을 읽고 나면 바다를 바라보는 시각이, 우리의 행동이 달라질 수 있지 않을까!

 

 

 

  얼마 전, KBS 프로그램 <옥탑방의 문제아들>에서 매우 흥미로운 퀴즈 하나가 문제로 출제된 적 있다. “스쿠버다이빙을 하던 미국의 한 여성이 입에 낚싯바늘이 걸린 채 괴로워하는 상어와 마주치자 조심스럽게 상어의 입을 벌려 낚싯바늘을 빼주었는데, 신기하게도 며칠 후 다시 되돌아왔다고 한다. 상어가 그녀에게 돌아온 이유는 무엇일까하는 게 질문의 내용이었다. 놀랍게도 그 상어는 상어 구조 활동가인 그녀를 볼 때마다 마치 반려동물처럼 모래 위에 엎드려 자신을 쓰다듬기를 기다린 것도 모자라, 낚싯바늘에 걸린 다른 상어들까지 데리고 와 바늘을 빼달라고 부탁했다. 그렇게 그녀가 지금까지 상어 입에서 빼준 낚싯바늘이 무려 300개가 넘는다고 한다. 이 모두가 인간이 저지른 잘못된 행위로 인해 벌어진 일이지만, 자신을 도와주리라는 것을 믿고 인간에게 다가온 상어들의 모습에 뭉클함과 미안함이 동시에 밀려와서 나도 모르게 눈물을 흘렸다.

 

 

 

만약 이 행성에 마법이 존재한다면, 그것은 물속에 담겨 있다.

/ 로런 에이슬리

 

 

 

  『바다 생물 콘서트의 저자이자 해양학자인 프라우케 바구쉐는, 지구의 3분의 2가 바다로 덮여 있고 바다가 지구에서 가장 거대한 생태계를 이루고 있지만 바닷속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해 우리가 아는 것은 극히 일부분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바다는 우리에게 훨씬 더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바로 우리의 존재 자체가 바다 덕분이라는 사실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왜냐하면 우리가 숨을 쉴 때 두 번의 호흡 중 한 번에 필요한 산소가 바닷속 미세조류에 의해 생산되기 때문이다. 또 바닷물에 용해된 이산화탄소 총량은 대기 중 이산화탄소 양보다 50배 이상 많을 만큼 바다는 다른 모든 시스템을 압도하는 최대의 이산화탄소 수용 시스템이자 지구 전체를 유지하는 동력원이다. 뿐만 아니라 바다에서 육지로 바람이 불어오면 에어로졸(연무질)과 요오드가 육지 공기에 첨가되는데, 이것은 기관지를 이완시키고 가래를 해소하여 천식환자들과 알레르기 환자들이 편안하게 숨을 쉴 수 있도록 만들어준다. 동시에 바다 공기가 유발하는 큰 폭의 기온변화 효과는 피부 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혈액순환이 더욱 원활해지며 이를 통해서 각종 부담 요인에 대한 신체 저항력도 높아진다. , 우리가 해안가를 산책하는 것만으로도 신진대사가 활성화되고 수면-기상 리듬이 안정되며 한층 더 활력 넘치는 생활을 할 수 있다. 이 처럼 바다가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은 감히 헤아리기도 어려울 정도로 어마어마할 뿐더러 지구상의 모든 생물체에게 있어 생명의 근간이 될 만큼 거의 유일무이한 세계다.

 

 

 

  하지만 우리가 매일 같이 무심코 하는 행동들로 인해 바다는 점점 더 망가지고 있다. 폐그물에 걸려 상처를 입은 해양 생물들, 해안가로 떠밀려온 각종 플라스틱 쓰레기 더미들과 그것을 먹고 죽은 해양 생물들. 이 모두는 우리가 바다에 너무나 무지한 탓이다. 경각심은커녕 바다와의 교류를 민감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우리에게 있어 바다가 어떤 의미인지, 이 경이로운 세계와 인간의 공존에 대한 가치와 그 중요성을 전하고자 한다. 플랑크톤에서부터 대왕고래까지, 바닷속 생태계가 만들어내는 경이로운 생명의 하모니와 바다의 위대함을 알고 나면 이 세계를 바라보는 시각이, 우리의 행동이 달라질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유한하고도 무한한 블루, 그 위대한 세계

 

 

  우리가 수영을 하다가 삼킨 바닷물 속에 물과 소금뿐만 아니라 다량의 플랑크톤도 들어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좀 더 정확하게 열거하자면, 바닷물 1리터 안에는 최대 100억 개에 이르는 바이러스와 10억 개의 박테리아 세포, 1000만 개의 식물성 플랑크톤과 1000개의 동물성 플랑크톤이 들어 있을 수 있다. 우리가 삼킨 바닷물 한 모금 속에는 문자 그대로 어마어마한 생명이 우글거리고 있는 셈이다. 와우! 이 사실을 알고 나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눈살을 찌푸리겠지만 우리가 매우 의도적으로, 그것도 알약 형태로 이를 자주 섭취해왔음을 알게 된다면 이야기는 달라질 것이다. 비타민, 항산화물질, 그리고 모든 종류의 필수 아미노산을 함유하고 있는 영양보조제 속에는 조류와 미세조류, 플랑크톤의 성분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식물성 플랑크톤은 바다의 초록색 폐라 불릴 만큼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크기가 극도로 작은 이 유기체들은 육지에 있는 나무와 매우 흡사하게 광합성 작용을 하는데, 그 과정에서 물, 이산화탄소, 빛 에너지로부터 당분과 일종의 부산물격인 산소를 생성시키기 때문이다. 또 식물성 플랑크톤은 구름을 만들어 해조류에 유해한 자외선 광선의 일부분을 차단하는 방식으로 그것만의 고유한 햇빛 가리개를 만들어낸다. 이로 인해 식물성 플랑크톤은 기후에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친다. 태양에서 방출된 광선이 식물성 플랑크톤이 만들어낸 구름에 부딪혀 우주로 다시 반사되기 때문이다. 이처럼 플랑크톤은 물속에 들어갔을 때 우리의 시야를 가리는 거추장스러운 작은 부유물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저자는 만약 크기가 극도로 작은 이 유기체가 없다면 우리가 숨 쉴 공기는 사라져버릴 뿐만 아니라, 우리의 먹이 사슬도 도미노처럼 줄줄이 쓰러져 붕괴되어버릴 것이라고 경고한다.

 

 

 

  다수의 영화와 문학작품으로 인해 피에 굶주린 괴물이라는 오명을 쓰고 있지만, 상어는 놀랍게도 해양생태계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는 존재라고 한다. 그들은 (범고래에 이어) 해양 먹이 사슬 정상에 자리를 잡고서 물고기 개체수와 그 주변 환경 사이에 자연적인 균형이 유지되도록 한다. 만약 상어가 없다면 이에 쫓기던 다른 육식 물고기들이 아주 짧은 시간 안에 초식 물고기의 개체수를 급격하게 감소시킬 것이다. 이렇게 되면 초식 물고기들에게 뜯어 먹혔던 해조류가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고 암초에서 번성하여 산호를 뒤덮어 버릴 것이고, 그로 인해서 산호가 사멸해버리는 결과가 초래될 수도 있다. ‘바다의 요람혹은 바다의 열대우림이라 불리는 산호초는 해일을 막아주고, 해인 침식을 방지하며, 해안 지역에 사는 사람들을 먹여 살리는 등 지구에 존재하는 가장 다채롭고 복잡한 생태계 중 하나로 바다에서 없어서는 안 될 존재다. 이렇듯 상어의 부재가 산호초에까지 미칠 영향을 생각한다면 모든 생물에는 저마다의 존재 이유가 있음을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하는 게 아닐까.

 

 

 

암초 내에 있는 수천 개의 산호들이 동시에 난자와 정자를 방출하면 수정에 성공할 확률이 높아지고, 이와 함께 종의 지속가능성도 확대된다. 이때 몇몇 산호 종은 생식세포 방출을 시간적으로 차등화 할 수 있다. , 어떤 종은 오후 630분에 방출을 시작하고, 다른 종은 오후 7, 또 다른 종은 밤 9시에 방출을 시작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서로 다른 종의 산호들이 이런 식으로 잡종 교배를 방지하려 한다고 추정한다. 그러니까 종이 혼합되는 사태를 방지하기 위한 목적에서 시차를 둔다는 것이다. / 69p

 

 

호주 퍼스에 있는 커틴 공대 소속의 롭 매컬리는 자신의 연구팀과 함께 수중마이크를 이용하여 다른 어떤 때보다도 특히 아침저녁으로-새들의 노랫소리와 비슷하게-물고기들의 불협화음을 들을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였다. 새들은 소리를 표현하기 위해서 후두가 발달되었다. 반면 물고기에게서는 매우 다양한 기제들이 발견된다. 물고기들은 다수의 다양한 소리를 만들어낼 수 있다. 물고기들은 꿀꿀거릴 수도 있고, 꽥꽥 하는 소리를 낼 수도 있으며, 부르짖을 수도 있고, 큭 하는 소리를 낼 수도 있고, 푸우 하는 소리를 낼 수도 있다. 이런 소음들은 예컨대 배우자를 유혹하거나 침입자로부터 서식지를 방어하거나 천적의 공격을 막아내는 데 사용된다. / 76p

 

 

다른 관상용 물고기들과 마찬가지로 청소부물고기들 또한 암초 밖으로 잡혀 나가 수족관용 물고기로 거래되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다수의 실험들이 보여준 바와 같이, 이런 중요한 물고기들이 사라지면 암초의 활력과 건강이 망가진다. 실험을 위해서 청소부물고기들을 미리 암초에서 제거하고 18개월이 흐른 후에 살펴보았더니 암초 내부에 형성된 종의 다양성이 최대 50퍼센트까지 줄어들었고 개체수도 4분의 1밖에 남지 않았다. / 94p

 

 

 




 

 

 

 

  책을 읽다보면 바다라는 생태계가 품고 있는 이야기 속에 푹 빠져들게 된다. 영화 <니모를 찾아서> 덕분에 우리에게 잘 알려진 사랑스러운 흰동가리 니모가 사실은 충격적일 정도로 엄청난 반전을 품고 있다는 것을 아실는지. 영화는 엄마가 꼬치고기에게 잡아먹히는 바람에 외동으로 성장한 니모가 잠수부들에게 납치당하자 아빠가 하나뿐인 아들을 찾기 위해 기나긴 모험을 떠난다는 내용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 내용이 실제였다면 아빠는 엄마를 잃으면 암컷으로 성 전환을 시작하고, 이와 나란히 니모는 번식 능력을 갖춘 수컷으로 발달했을 거라고 저자는 말한다. 뿐만 아니라 성적으로 유일한 수컷이 된 니모가 이번에는 암컷이 된 아빠와 짝짓기를 하여 후세를 생산할 것이고, 후에 과거에 아빠였던 니모의 배우자가 죽으면 이번에는 그가(니모) 암컷으로 변하여 새로운 수컷 파트너를 찾게 될 것이라고.

 

 

 

  지구상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동물 중에 하나라고 여겨졌던 해달도 충격이기는 마찬가지다. 해달은 텃세가 매우 심한 동물로, 서식지를 물색할 때 암컷이 많은 곳을 가장 이상적으로 여긴다고 한다. 해달의 사랑놀이는 매우 거칠어서 교미 중에 암컷이 코피를 터뜨리거나 심지어 죽는 경우도 발생한다. 때로는 저항하는 암컷을 온순하게 만들기 위해 암컷의 머리를 물속으로 짓누르는데, 간혹 이런 물고문에서 살아남지 못하는 암컷들도 있다고 한다. 심지어 수컷은 암컷이 죽은 후에도 익사한 암컷과 교미를 시도하려 할 때도 있다고. 설상가상으로 해달 수컷들은 먹잇감이 부족해질 때면 암컷이 데리고 있던 새끼들을 납치하여 어미가-음식물을 교환 대상으로 가지고 와서-새끼들을 풀어줄 때까지 붙잡아두기도 한다고 하니, 어쩐지 해달에게 배신감마저 든다.

 

 

 

  한편, 청줄청소놀래기에 관한 한 실험 결과도 무척 재미있다. 다른 고객들이 작업 과정을 지켜보지 않는 상황에서는 청줄청소놀래기가 기생충이 있는 고객보다 피부 기생충이 없는 고객들을 더 선호한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그러나 작업 과정을 지켜보는 존재가 나타나면 즉시 대부분의 청소부물고기는 분비물을 뒤로하고 다시 기생충을 열심히 먹어 치우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들은 새로운 고객들을 확보하려면 맛있는 분비물과 바싹바싹하고 신선한 비늘 대신 고통 받는 고객들을 괴롭히는 밉살스런 기생충들을 먹어 치워야 한다는 사실을 오랜 세월을 통해 배운 것이다. 물고기에게도 눈치와 요령이라는 게 있다니, 참 재미있지 않은가.

 

 

 

다른 모든 상어들과 마찬가지로 흉상어류 역시 뛰어난 감각 체계를 갖추고 있다. 바로 이것이 그들을 탁월한 사냥꾼으로 만들어준다. 우선 그들은 고도로 발달된 눈을 가지고 있는데, 그 덕분에 잔여 광선을 강화하여 거의 암흑에 가까운 상황에서도 사물을 식별할 수 있다. 또한 그들은 정밀한 후각을 이용하여 물속에서 1:100억 비율의 농도로 희석된 극소량의 혈액까지도 탐지해낼 수 있다. / 121p

 

 

실제로 해면은 망간단괴 지대에서 가장 빈번하게 출몰하는 대형저서동물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만약 망간단괴가 대규모로 채굴되는 사태가 발생한다면, 채굴로 인해 감소한 유리해면 개체수가 다시 회복되기까지 수십 년에서 수백 년이 걸릴 수도 있다. 그처럼 폭력적인 방식으로 심해에 개입하기에 앞서서 먼저 심해에 존재하는 다양한 생태계에 대해 훨씬 더 많은 것을 알아야만 한다. 만약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이런 심각한 자연 개입 행위가 우리에게 전혀 예상치 못했던 결과를 가져다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 246p

 

 

 




 

 

 

 

  이렇게 책은 열대 산호초에서부터 고래와 상어, 표해수층에서부터 심해 해구에 이르기까지 바다가 전하는 다양한 이야기에 주목한다. 수천 년 전부터 이 세계가 품어온 조화롭고 정교한 생태계의 신비를 재미있게 풀어놓는다. 그러면서 이제는 거의 모든 해양생태계가 위협을 받고 있는 현실을 뚜렷하게 직시한다. 전 세계적으로 평균 1분마다 쓰레기차 한 대 분량의 플라스틱이 바다에 버려지고 있다는 사실, 쓰레기 배출량이 극적으로 줄어들지 않는다면 이 어마어마한 수치가 2030년이 되면 두 배로 늘어나고 2050년이 되면 심지어 4배로 늘어날 것이라는 비극적인 현실까지. 머지않은 2050년에는 바다에 물고기보다 플라스틱이 더 많아지게 될 것이라는 통계는 그저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한 과장이 아님을 우리 모두가 알았으면 한다. “우리는 우리의 삶이 바다에 달려 있다는 마음으로 바다를 존중하고 성심성의껏 보살펴야 한다. 왜냐하면 실제로 바다가 그렇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던 실비아 얼의 말을 이 책을 통해 모두가 통감할 수 있기를 바란다.

 

 

 

미국 수산물 시장에서 판매하는 생선 위장과 조개에서 검출된 미세플라스틱은 의류에서 비롯된 것으로 추측된다. 왜냐하면 세탁을 한 번 할 때마다 2000개에 가까운 미세플라스틱 섬유가 물속으로 흘러들어가기 때문이다. / 307p

 

 

플라스틱 쓰레기 또한 산호에게는 큰 골칫거리다. 이런 사실에 놀랄 사람은 분명 더 이상은 없을 것이다. 믿거나 말거나이지만, 캘리포니아 대학의 졸리 램 교수 연구팀이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 서식하는 159개의 산호초를 조사한 결과 산호 틈새에 끼어 있는 플라스틱 조각을 자그마치 111억 개나 발견했다고 한다. 이 어마어마한 수치는 지난 7년 동안에만 40퍼센트 상승했다고 한다! / 324p

 

 

 

  저자의 설명을 보충할 수 있는 그림 삽화 정도라도 간간이 실려 있었더라면 좀 더 생동감 넘치고 탄탄한 해양 서적으로 거듭날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다. 또 오타가 자주 보이는 점도 이 책의 완성도를 떨어뜨리는 것 같아 안타깝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교양과 학술적인 의미, 우리 시대에 전하는 메시지까지 갖춘 서적으로 반드시 읽어볼 만한 가치가 있다. 개인적으로는 같은 출판사에서 출간된 루이스 다트넬의오리진과 더불어 많은 사람들이 꼭 한 번쯤 읽어보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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