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얼굴에 혹할까 - 심리학과 뇌 과학이 포착한 얼굴의 강력한 힘
최훈 지음 / 블랙피쉬 / 2021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말보다 강한, 얼굴이 가진 힘!

얼굴이 내게 말해오는 것들에 관심을 두다 보면 저절로 소통의 기술도 늘어나지 않을까!

 

 

 

 

  “? 뭐라고? 다시 한 번 더 말해줘.”

  요즘 들어 누군가와 대화를 나눌 때면 꼭 한 두 번은 되묻곤 한다. 마스크를 쓰는 게 일상이 된 뒤로 상대가 무슨 말을 하는지 정확하게 알아듣지 못할 때가 많아서다. 평소 상대방의 눈이 아닌 입모양을 곧잘 바라보곤 하는 나로서는, 마스크로 입을 가린 채로 의사소통을 하는 게 이렇게 불편한 일인 줄 예전엔 미처 몰랐다. 게다가 이사를 하면서 아이의 새 어린이집 선생님과 같은 반 어머니들의 얼굴을 익히는 일도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누구 어머니였더라? 분명 인사를 나누긴 했는데 누구의 어머니인지 금방 머릿속에 떠오르지 않으니 답답한 노릇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스크를 쓰게 되면서 나름 이로운 점도 있다. 마스크를 벗을 일이 없을 것 같으면 굳이 화장을 하지 않아도 되고, 대화를 나눌 때 얼굴에서 드러나는 미세한 표정을 애써 감출 필요도 없다. 특히 상대방에게 내 외모가 어떻게 보일지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는 건 보다 자연스럽고 편안한 관계를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이렇게 되고 보니 얼굴이란 것이 타인과 어울려 살아가는 데 있어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었음을 새삼 깨닫게 되는 요즘이다.

 

 

 

얼굴은 단순히 얼굴이 아니다

 

 

  『내면이 중요하다면서 왜 얼굴에 혹할까의 저자이자 심리학자인 최훈 교수는 실제로 얼굴은 소통에 능하도록 진화되어 왔다고 말한다. 다른 동물들에 비해 신체적 능력이 떨어졌던 인류는 생존에 유리하기 위해 공동생활을 선택했는데, 이 때 꼭 필요한 능력은 동료들과 원활하게 소통하는 것이었다고 한다. 사냥을 할 때도 동료들과 의사소통을 해야 협업이 가능했기에 몸과 제스처, 그리고 얼굴을 통한 비언어적 소통이 중요하게 되었다. 이때부터 인류는 다양한 의사소통이 가능한 형태로 얼굴을 만들 필요가 있었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흰자위다. 인간의 흰자위가 유독 크고 뚜렷한 이유는 의사소통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흰자위를 넓혀갔던, 더 정확하게는 흰자위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원활한 의사소통이 생존 확률을 높여주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흰자위가 검은자위와 대비를 이루어 검은자위가 움직이는 방향에 따라 시선이 어디로 움직이는지 상대방이 단번에 파악할 수 있다는 이점을 활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렇게 인류는 얼굴을 통해 보다 유리한 방법을 취득해나갔고, 그 결과 많은 정보를 얼굴에 담아 정보를 주고받으며 직관적으로 매우 빠른 시간에 정보를 해석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고 보면 우리는 얼굴을 통해 생각보다 많은 정보를 얻는다. 신원, 성별, 연령대는 물론 표정을 보면 그 사람의 마음 상태를 알 수 있다. 때로는 백 마디 말보다 한순간의 얼굴이 더 많은 것을 말해주기도 한다. 시선을 통해 상대방의 의도를 알고, 그 사람의 얼굴이 얼마나 매력적인지도 파악할 수 있다. 더러는 성격과 지적 수준, 살아온 역사를 알 수 있을 뿐더러 관상학에 따르면 사람의 미래까지도 알 수 있다고 말한다. 얼굴의 무엇이 우리를 이렇게 판단할 수 있게 하는 것일까? 우리는 어떠한 방식으로 얼굴을 통해 정보를 전달하고 있으며 또 어떠한 방식으로 얼굴을 활용하면 보다 효과적으로 정보를 전달할 수 있을까? 내면이 중요하다면서 왜 얼굴에 혹할까는 바로 이러한 궁금증에서 출발하는 얼굴 안내서같은 책이다. 우리가 매력적인 얼굴에 끌리는 이유는 무엇인지, 첫인상은 어떻게 결정되는 것인지, 어떻게 하면 타인에게 좋은 인상을 줄 수 있는지, 얼굴에 관한 다양한 궁금증을 심리학과 뇌 과학을 중심으로 풀어나간다.

 

 

 

유사한 많은 연구에서 음성 없는 짧은 동영상을 보여주었을 때 참가자들은 등장인물의 외향성, 신경성, 성실성 등 성격 특성을 비교적 정황하게 판단했다. 게다가 정확한 판단에 필요한 시간은 대개 30초에서 1분 정도였다. 1분보다 더 오래 보여준다고 정확도가 높아지지는 않았다. 찰나의 판단은 정말 빠른 시간에 완성되고는 끝이라는 이야기다. / 38p

 

 

반면 몇몇 사람들에게는 사진을 시간제한 없이 보여주고 평가하라고 했다. 그 결과 사진을 0.1초 보여주었을 때와 무제한으로 보여주었을 때 별 차이가 없었다. 첫인상을 형성하는 데는 0.1초면 충분했던 것이다.

이렇게 눈 깜짝할 사이에 첫인상이 형성되는 것은 여러 측면에서 이해할 만하다. 우리는 생존 확률을 높이는 쪽으로 행동하고 판단하는데, 첫인상을 빨리 형성하는 것이 생존 확률을 높일 수 있다. 낯선 사람이 나에게 우호적인지 아니면 적대적인지 빠르게 판단해야 할 때 첫인상은 판단에 기본적인 가이드라인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 118p

 

 

 




 

 

 

 

  간혹 사진을 보다 보면 흠칫 놀랄 때가 있다. 내가 이렇게 생겼었나? 내가 생각하는 얼굴과 사진 속의 얼굴이 꽤나 다르게 느껴질 때가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저자는 마음속에 가지고 있는 내 얼굴의 모습을 심리학 용어로 내 얼굴의 표상이라고 하는데, 내 얼굴의 표상과 실제 얼굴을 비교한 연구를 살펴보면 내 얼굴의 표상은 실제 얼굴과 꽤 차이가 난다고 한다. 우리는 눈, , 입을 실제보다 더 크다고 생각하며, 얼굴을 위쪽과 아래쪽으로 구분했을 때 위쪽 얼굴은 더 작게, 아래쪽 얼굴은 더 크게 지각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이다. 이에 대해 뇌 과학자들은 눈, , 입이 상세한 처리가 필요한 중요 부위이기 때문에 뇌의 더 많은 영역이 눈, , 입을 담당해 더 크게 지각하는 것이라고 한다.

 

 

 

  또 하나 흥미로운 점은 일반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얼굴 중에서 왼쪽이 더 매력적이라고 생각하는데, 이는 감정을 느끼고 매력을 평가하는 역할을 뇌의 우반구가 담당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런데 문제는 타인이 내 얼굴을 보고 매력을 평가할 때는 정작 왼쪽이 아니라 오른쪽 얼굴이라는 사실이다. 매력을 평가할 때는 우반구가 작용하니, 왼쪽 눈으로 들어오는 얼굴이 더 중요하고, 타인과 내가 정면으로 마주 보고 있으면, 상대방 왼쪽 눈에 비치는 내 얼굴은 오른쪽 얼굴이기 때문이다. 억울하게도 더 매력적인 내 왼쪽 얼굴이 아닌, 오른쪽 얼굴이 내 얼굴 매력에 대한 판단 기준이 되는 것이다. 그러니 화장이나 얼굴을 매만질 때는 오른쪽 얼굴에 더 신경 쓸 필요가 있다. 이를 이용해 저자는 특정 이미지를 어필하고 싶을 때는 왼쪽보다 오른쪽을 중심으로 강조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한다. 이를 테면 갓난아이가 여자아이라는 것을 강하게 어필하고 싶어 머리에 리본을 단다고 하면, 왼쪽 머리보다는 오른쪽 머리에 다는 게 유리하다는 것이다.

 

 

 

  이 외에도 옆에 있는 사람의 매력이 높건 낮건 상관없이, 일단 여러 명이 함께 사진을 찍으면 내 매력이 높아져 보인다는 점도 재미있다. 이를 치어리더 효과라고 하는데, 여러 명이 함께 제시되면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그 사람들을 하나의 집단으로 묶고, 그 집단의 표상을 구축한다고 한다. 이때 집단의 표상은 집단 구성원의 평균 얼굴과 유사하게 형성된다. 그러면 우리가 평균적인 얼굴을 보고 매력적이라고 느끼는 것처럼, 집단 구성원은 그 집단의 표상과 유사하므로 (그 집단의 표상이 그 구성원의 평균 얼굴이니까) 집단에 속한 사람이 더 매력적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또 얼굴에 있어서 눈썹의 역할이 상당히 중요하다는 것도 알아둘 필요가 있다. 눈썹이 진하면 기본적으로 얼굴의 대비 정도가 높아지는데, 대비가 높은 얼굴은 더 매력적으로 지각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아이섀도를 진하고 넓게 칠하는 스모키 화장 역시 눈과 눈썹의 동화 효과를 강화하고, 그 결과 눈 크기가 눈썹 위치까지 확대되는 것처럼 보이는 일종의 델뵈프 착시를 불러와 눈이 커진 듯한 착시를 발생시킨다고 한다. 여기에 하얀 얼굴, 빨간 입술, 안경 활용법 등 얼굴을 어떻게 보이게 하느냐에 따라 타인에게 나의 인상을 달리 보이게 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볼 수 있겠다.

 

 

 




 

 

 

 

  이처럼 내면이 중요하다면서 왜 얼굴에 혹할까를 읽다보면 얼굴은 생각보다 나에 대한 많은 정보를 담고 있으며 이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소통의 내용 또한 달라질 수 있음을 깨닫게 된다. 하지만 당부하고 싶은 것은 이 글을 읽고 겉모습으로 사람을 판단하는 태도를 옹호하는 것으로 이해해서는 곤란하다는 점이다. 얼굴이 그 사람의 모든 것을 설명하지 않을뿐더러, 겉모습으로 상대방을 확신하는 것은 또 다른 폭력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를 무사히 극복하고 온전히 누군가의 얼굴을 가까이 마주할 수 있는 날, 이 책으로 하여금 저 사람이 나에게 보내는 눈짓과 표정이 무엇을 말하는지 보다 가까이 이해할 수 있는 계기로 삼아보시길 추천 드린다.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았지만,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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