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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구트 꿈 백화점 2 - 단골손님을 찾습니다 ㅣ 달러구트 꿈 백화점
이미예 지음 / 팩토리나인 / 2021년 7월
평점 :

3권도 나오지 않을까, 미리 기대하며 읽게 되는 소설!
꿈꿀 수 있는 오늘이 있음에, 더 많은 꿈을 꿀 수 있는 내일이 있음에 설렌다!
이곳은 먼 옛날부터 사람들에게 수면에 관련된 상품을 판매하면서 발달해온 도시다. 그 중에서도 달러구트의 꿈 백화점은 유독 화려하고 고풍스러운 건물로 사람들의 시선을 끄는, 이 도시의 랜드마크다. 안 가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가본 사람은 없다는 이곳엔 층마다 다양한 장르의 개성 넘치는 꿈들이 구비되어 있어 오늘도 꿈을 구매하고 싶은 이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해, ‘꿈’을 판매하는 달러구트의 백화점을 중심으로 한 편의 동화 같은 판타지를 선보이며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은 『달러구트 꿈 백화점』이 드디어 두 번째 책으로 돌아왔다. 첫 번째 책이 신입사원 페니가 달러구트의 꿈 백화점에 입사하면서 벌어지는 여러 에피소드들을 중심으로 펼쳐졌다면, 두 번째 책은 그로부터 1년이라는 시간이 흘러 본격적인 ‘꿈 산업 종사자’로 발돋움하게 된 페니가 ‘민원관리국’으로 갈 수 있는 자격을 얻게 되는 것으로 시작한다.
주로 여러 꿈 제작사와 제작자들이 한 데 모여 있는 컴퍼니 구역 내에는 꿈에 대한 불만을 털어놓는 사람들의 민원을 해결해주는 곳이 있다. 이곳이 바로 민원관리국이다. 달러구트를 따라 민원관리국에 처음 방문하게 된 페니는 한껏 설레면서도 ‘마음이 불편해지는 장소’라고 경고한 매니저 모그베리의 말이 내내 마음에 걸린다. 이곳에서는 총 3단계의 민원을 해결하는데, 잠을 개운하게 잘 수 없는 정도가 1단계라면 2단계는 일상생활에 피해가 갈 만큼 불편한 정도이고, 3단계는 1, 2단계의 직원들이 처리하지 못해서 국장님이 직접 관리해야 할 정도의 민원이라고 한다. 안내를 받아 국장실로 향하던 페니는 만드는 사람이나, 무작정 파는 사람이나 무책임하기 짝이 없다는 등의 불만 사항을 늘어놓는 민원인들의 살벌한 말투에 마음이 무거워진다. 자신을 팔락이라고 소개하는 직원 역시 매일같이 밀려드는 민원에 지칠 대로 지쳐 페니 일행에게 냉랭하기는 마찬가지다. 이곳에서 페니는 달러구트로부터 1층 프런트에 온 3단계 민원을 맡아 보지 않겠느냐는 상당히 곤란한 제안을 받는다.
“선심 쓰는 게 아니라, 다양한 꿈을 만드는 사람이 있고 파는 사람이 있으니까 손님들이 잠든 시간 동안 여러 선택지를 가질 수 있는 건 사실이잖아요.”
“당신들이 없으면 꿈을 살 수 없을 테니 불만을 품지 말라는 건가요? 꿈 때문에 지친 사람들이 이렇게 분명히 존재하는데도요? 당신들은 하하 호호 기분 좋은 백화점에서 구김살 없이 일한 티가 나는군요.” / 72p
달러구트의 백화점에서 꿈을 판매한 지 1년이 되었지만 이렇다 할 목표가 없던 페니는 사실 올해도 작년과 같은 한 해가 될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언제까지 웨더 아주머니가 시키는 일만 할 수 있을 수는 없었다. 신입사원이라는 무적의 방패 뒤에 숨으면 어떻게든 해결되던 일들도 더는 기대해선 안 될 뿐만 아니라 자신만의 계획이 있는 직원들과는 점점 격차가 벌어질 것이라는 사실도 모르지 않았다. 때문에 페니는 판매자들의 무심함으로 인해 민원관리국까지 가게 되는 손님들의 마음을 되돌리기 위해, 여러 가지의 이유로 달러구트의 백화점을 더 이상 찾지 않고 있는 단골손님들을 돌아오게 하기 위해 달러구트가 제안한 민원을 해결해보기로 마음먹는다.
“페니, 우리가 벌어들인 돈은 손님들의 귀중한 감정과 맞바꾼 것이니까 이 무게를 잊지 않도록 해야 한다.” / 44p
하지만 가게 입장에서는 전혀 손해가 아닌 것이, 792번 손님이 꿈값으로 낸 감정은 같은 꿈을 사간 그 누구보다 풍부하고 다양했다.
792번 손님이 지불한 감정은 다른 사람이 지불한 ‘쾌적함’, ‘놀라움’, ‘신비로움’뿐만이 아니었다. 이상하게도 그는 ‘살아 있는 열대우림’을 꾸고 나서 소량의 ‘상실감’을 함께 지불한 기록이었다. ‘상실감’이라니? 어울리지 않는 감정이었다. 그가 이토록 복잡한 감정을 느낀 것은 왜일까? / 87p


이처럼 『달러구트 꿈 백화점 2』는 신입사원이었던 페니가 꿈의 가치와 의미를 잃어버렸거나 꼭 필요한 사람들에게 찾아주기 위해 고군분투하며 꿈 산업 종사자로서 성숙해져가는 과정을 담고 있다. 시력을 잃으면서 일상도 잃고 꿈마저 꿀 수 없게 된 손님이 다시 자신만의 특별한 꿈을 찾을 수 있도록 돕고, 더 이상 루시드 드림을 꾸지 못하게 된 손님을 위해 전설의 꿈 제작자인 오트라를 찾아가 그녀만이 만들 수 있는 특별한 꿈을 만들어 달라고 부탁한다. 은퇴 후 무기력증에 빠진 여자 손님에게는 ‘추억’이라는 꿈을 선물함으로써 ‘지금의 행복을 충실하기 위해 현재를 살고, 아직 만나지 못한 행복을 위해 미래를 기대해야 하며, 지나고 나서야 깨닫는 행복을 위해 과거를 되새기며 살’기를 바라는 가슴 뭉클한 응원을 전한다.
“당신과 사는 이 세계와 우리의 세계가 잠을 매개로 이어져 있는 건, 신이 주신 다정한 운명일지도 몰라요. 서로 어떤 말을 나누어도 좋을 꿈속의 친구가 되어줄 수 있잖아요.” / 99p
언제나 인생은 99.9%의 일상과 0.1%의 낯선 순간이었다. 이제 더 이상 기대되는 일이 없다고 슬퍼하기엔 99.9%의 일상이 너무도 소중했다. 계절이 바뀌는 것도, 외출했다 돌아오는 길도, 매일 먹는 끼니와 매일 보는 얼굴도.
그제야 여자는 내 삶이 다 어디로 갔냐 묻는 것도, 앞으로 살아갈 기쁨이 무엇인지 묻는 것도 실은 답을 모두 알고 있는 질문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 278p
“추억을 만든 것은 과거의 손님 ‘본인’이기 때문에, 당연히 이 꿈의 제작자는 손님이지요. 우리는 모두 그 어떤 제작자보다 훌륭한 꿈 제작자예요. 제작하는 사람도 판매하는 사람도 매일을 살아가는 당신 없이는 훌륭한 작품을 완성할 수 없답니다.” / 290p


전 편이 그러했듯 세탁물을 들고 다니는 녹틸루카, 전설의 꿈 제작자들, 하늘을 나는 꿈을 만드는 레프라혼 요정들, 특수 제작된 단골손님들의 눈꺼풀 저울 등 꿈의 도시를 정교하게 이끌어가는 판타지 요소들은 여전히 이 소설을 특별하게 만든다. 여기에 특유의 발랄함과 따뜻한 정서는 한 편의 동화처럼 보드랍게 이야기를 품는다. 무엇보다 꿈꿀 수 있는 오늘이 있음에, 더 많은 꿈을 꿀 수 있는 내일이 있음에 읽는 내내 마음을 설레게 한다. 이것이 이 책의 다음 편을 또 기대하게 만드는 이유다.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았지만,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