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결국 지구를 위한 답을 찾을 것이다 - 지구와의 공존을 모색하는 가장 쉬운 기후 수업
김백민 지음 / 블랙피쉬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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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연하게만 느껴졌던 지구 환경의 위기를 가장 과학적으로 설명해주는 책!

기후위기를 제대로 아는 것이야말로 지구를 지키는 방법이다!

 

 

  “다 먹은 과자봉지 딱지접어 버리지 마세요!”

  며칠 전에 한 기사에서 다음과 같은 제목을 보고 깜짝 놀란 적이 있다. 최근 환경부 산하기관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공식 포스트에 따르면, 과자봉지 등의 비닐 쓰레기는 딱지로 접거나 매듭을 묶어서 버리면 안 된다고 경고한다. 비닐이 얇고 가벼워야 재활용품 선별장의 기계가 빨아들이는데, 딱지가 되면 무거워져 기계에 들어가지 않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과자봉지는 재활용되지 않고 재활용품 선별장에서 일반 쓰레기로 분류돼 버려진다고 한다. 쓰레기 부피를 줄인답시고 평소 여러 개의 과자봉지를 모아 딱지로 한꺼번에 접어버렸던 행동이 오히려 재활용을 방해한 셈이다.

 

 

 

  이처럼 무심코 한 나의 행동이 알고 보면 지구 환경에 나쁜 영향을 미치는 경우는 생각보다 많다. 하물며 지구 환경을 위해 국가의 주도 하에 이뤄진 사업이 도리어 악영향을 미치는 사례도 있다. 보도된 한 기사에 따르면 탈원전의 대안으로 농촌과 임야에 지어진 태양광 시설이 폭우로 인해 곳곳에 산사태를 일으키며 아직도 방치되어 있다고 한다. 지난 54일 동안 이어진 역대 최장 장마로 전국에 있는 태양광 발전 시설 27곳에 산사태가 났을 뿐만 아니라, 산사태 위험 1·2등급 지역에 지금도 920개 시설이 운영되고 있다고 하니 충격적인 일이다. 이는 에너지 효율을 무시한 채 탄소 감축에만 집중하면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를 보여주는 전형적인 예로, 가시적인 성과를 위해 직접적인 배출량 감소에만 매달릴 것이 아니라 거시적인 안목에서 지구 환경을 위한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는 것을 시사한다.

 

 

 

  결국 지구 환경의 위기에 올바르게 대처하기 위해서는 제대로 아는 것이 중요하다. 그저 막연한 위기감이나 죄책감이 아닌 지구와 인류 간의 공존을 위한 적극적이고도 과학적인 사실에 근거한 대안이 필요한 때이다. 그런 의미에서 극지전문가이자 기후과학자인 김백민 박사의 우리는 결국 지구를 위한 답을 찾을 것이다는 우리가 기후 위기에 대해 스스로 생각하고 위험을 판단하는 능력을 키우는 데 목적을 둔다. 이를 테면 인류가 영향을 미치기 전 지구의 기후는 어땠는지, 인류는 정말 지구 온도를 상승시키는 주범인지, 산업혁명 이후로 지구 온도가 1증가했다고 하는데 고작 그 정도로 늘어난 것으로 위기라 할 수 있는 것인지, 기후 변화의 원리와 기후 환경에 관한 궁금증을 최대한 과학적으로 접근하고자 한다. 이는 수많은 기후 변화 관련 가짜뉴스에 이리저리 휩쓸리지 않기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에너지 혁명의 시대에 꼭 필요한 지혜를 모으고 함께 실천하기 위함이다.

 

 

 

우리는 지구에 무슨 짓을 하고 있을까

 

 

  책에 수록된 하나의 사진이 유독 눈길을 끈다. 지나치게 뜨거워서 도저히 생명체라고는 살 수 없을 것 같은 금성과 푸른 지구의 현재 모습을 비교한 사진이다. 수십억 년 전, 금성에도 바다가 있었고 그 속에서 단세포생물이 좀 더 복잡한 생명으로 진화를 거듭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끝없이 뜨거워지는 태양 때문에 운명이 바뀌고 만다. 지구보다 태양에 좀 더 가깝다는 이유로 금성의 넘실대던 바다는 모두 증발했고, 대기의 강력한 태양풍은 증발한 수증기와 대기를 우주로 날려버렸다. 설상가상으로 약 7억 년 전 금성에서는 지각이 불안정해 엄청난 화산 폭발이 일어났으며 이로 인해 대기의 96%가 이산화탄소로 채워졌다. 정리하자면, 금성을 뜨겁게 만들기 시작한 건 점점 더 강해진 태양빛 때문이지만 현재 금성의 온도가 500이상으로 유지되는 건 온실효과 때문이다.

 

 

 

  이렇듯 행성의 온도는 내부에서 일어나는 화산 폭발 같은 이벤트와 외부 요인인 태양 빛으로 민감하게 반응한다. 이 말은 즉, 행성은 태양 빛과 온실기체 조건에 따라 언제든 죽음의 행성으로 돌변할 수 있다는 것을 뜻하며, 점점 뜨거워지는 태양을 감당 못해 고장 난 금성의 온도조절기를 잘 살펴보면 지금 인류가 벌이는 일들이 지구의 온도조절기를 다른 방식으로 망가뜨릴 수도 있음을 알 수 있다. 지난 45억 년 동안 알려진 그 어떤 자연 과정보다 빠른 속도로 말이다.

 

 

 

PETM(팔레오세-에오세 최대 온난기) 시기의 온도 상승 현상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사실은 바로 빠른 온도 상승 속도입니다. 인류가 화석연료를 적극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한 최근 약 200년을 제외하고 가장 단시간에 급격하게 온도가 상승한 것이 바로 이 PETM 시기라고 볼 수 있습니다. PETM 시기에 이루어진 5~6온도 상승은 약 2만 년에 걸쳐 진행되었습니다. 지질학적 시간 규모로 보면 매우 짧고 인간의 수명과 비교하면 매우 긴 시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산업혁명 이후 지구 온도가 약 1상승하는 데는 200년도 걸리지 않았습니다. PETM 때와 비교하면 실로 어마어마한 속도가 아닐 수 없습니다. 만약 인류가 온도 상승의 주범이라면 이 놀라운 메탄 폭탄 이벤트에 비해 무려 20배나 빨리 지구를 덥히고 있는 것입니다. / 48p

 

 

 




 

 

 

 

  이쯤 되면 에이, 고작 1인데 뭐가 대수냐며 과도한 위기감을 조장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저자는 고작 1가 아니라 이렇게 많은 에너지를 바다가 매초 흡수하는데도 지구 온도가 1나 상승했음에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바닷물 온도는 시차를 두고 서서히 상승하기 때문이다. 바다는 열용량이 매우 크기 때문에 가열하는 것이 쉽지 않지만 한번 상승한 온도를 떨어뜨리는 것도 어렵다. 만약 당장 내일 온실기체 배출을 멈춘다 하더라도 과학자들은 최소 수십 년, 길게는 100년 이상 지구 온도가 서서히 상승하리라 예상한다. 바닷속에 잠자고 있는 에너지가 서서히 대기 중으로 방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가까운 미래에 툰드라 지역에서 더욱 많은 태양에너지를 흡수하고 꽝꽝 얼어붙었던 영구동토층이 녹아내리면 그 속에 갇혀 있던 메탄가스가 대기 중으로 올라올 것이다. 이는 이산화탄소보다 훨씬 강력한 온실기체가 추가 공급되는 것을 의미하여 더 가파른 온도 상승을 예견한다. 우리가 고작 1도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바다는 이산화탄소를 쉽게 흡수해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제거합니다. 탄산음료는 이산화탄소가 물을 만나 쉽게 탄산이 되는 성질을 응용해 톡 쏘는 맛을 내는 음료수입니다. 문제는 바다가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효율은 온도에 반비례한다는 것입니다. 바닷물이 대기 중 이산화탄소 증가에 의한 온실효과로 점점 뜨거워진다면 이 효율은 계속 떨어집니다. 이를 욕조로 생각해보면 욕조의 물이 따뜻해질수록 바다와 관련된 배수구의 구멍이 좁아진다고 해야 할까요. 온도에 따른 바다의 이산화탄소 흡수 능력이 떨어지는 것은 사이다를 실온에 두었을 때를 생각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사이다를 냉장고에서 꺼내 오래 놔두면 온도가 높아져 물이 이산화탄소를 포함하는 능력이 현저히 떨어지면서 탄산가스가 밖으로 빠르게 새어나갑니다. 이와 비슷한 일이 지구에도 벌어지는 것이지요. / 160p

 

 

최근 북극권, 특히 시베리아 영구동토 지역의 변화는 심상치 않습니다. 2020년 지구가 산업혁명 이전에 비해 1.2높았던 데 반해 시베리아 영구동토 지역은 무려 온도가 6높았던 것으로 기록되었습니다. 물론 2020년 한 해가 특이했던 것이었겠지만, 연평균기온 기준으로 상승 폭이 6가 넘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며, 북극을 10여 년 이상 연구해온 과학자인 저도 큰 충격에 휩싸였습니다. 바로 이 지역이 하필이면 땅 밑에 거대한 메탄 폭탄이 매장되어 지구의 화약고라 불리는, 궁극의 티핑 포인트가 존재하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영구동토층에는 16,000억 톤의 탄소가 묻혀 있습니다. 이는 현재 대기 중 이산화탄소 양의 2배에 이르는 양입니다. / 282p

 

 

 

인간의 행동으로 대량 멸종이 초래된다면

그것이야말로 미래 세대가 가장 용서하지 않을 범죄다.” / 134p

 

 

 

  “산업혁명 이후 우리는 이제 인류세에 살고 있음을 선언합니다.”

  20022, 멕시코에서 열린 지구환경 관련 학회에서 파울 크뤠첸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인류가 빚어낸 지질시대에 살고 있음을 선언한 역사적 순간이다. 산업혁명이 시작되었을 때만 해도 인류에게 기후는 적응해야만 하는 대상이었지만 이제 인류는 이를 적극적으로 이용하기 시작했고, 기계문명의 발달과 더불어 급격한 인구 증가와 1인당 국민소득 역시 증가했다. 하지만 인류가 인류세로 진입하는 과정, 1950년을 전후해 인간 활동의 자취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대가속 그래프에 따르면 인구수, GDP, 에너지 사용량, 질소비료 소비량, 이산화탄소, 메탄, 지구 온도, 열대우림 감소율, 해양 산성화가 이 기점으로 뚜렷이 증가한 것을 볼 수 있다. 놀라운 점은 좋은 방향이든 나쁜 방향이든 속도가 지나치게 빠르고 규모 또한 지나치게 크다는 게 두드러진 특징이다. 이렇게 인류가 지구를 해치고 있다는 사실이 분명히 드러나다 못해 속도마저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나고 있는데, 이래도 우리는 방관만 하고 있을 것인가.

 

 

 

기후위기를 대응하는 과정은 고통스럽지만, 그 답을 찾아나가는 과정은 우리에게 새로운 기회를 가져다 줄 수 있습니다. 화석연료 시대의 끝자락으로 접어들고 있는 현 시점에서 인류가 기후위기 대응에 힘을 기울이지 않고 이대로 살아간다면 가까운 미래 인류의 가장 큰 고민은 기후위기가 아닐지도 모릅니다. 화석연료 고갈과 심각한 에너지 위기가 닥칠 수도 있으니까요. 이제 문제는 기후만이 아닙니다. / 331p

 

 

 




 

 

 

 

  최근 지구 환경과 기후 변화에 위기에 관한 다양한 책을 읽으면서 매우 절박한 수준에 이르렀다는 사실은 인지하고 있었지만 이 모든 게 정말로 인간에 의해 빚어지게 된 문제인가에 대해서는 미온적이었다. 아니, 엄밀히 말하자면 믿고 싶지 않았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지구 온도 상승의 원인을 과학적으로 살펴보고 정확한 데이터를 통해 가시화된 위기를 체감하고 나니 인간에 의한 기후위기가 왜 위험한지를 보다 절실하게 느낄 수 있었다.

 

 

 

  언제나 그래왔듯 우리는 분명 지구를 위한 답을 찾을 것이라고 믿는다. 그러기 위해서는 그릇된 기후 정보에 현혹되지 않고, 모든 사람들이 지구와 인류를 위한 답을 찾는 여정에 함께 동참해야 한다는 이 책의 메시지를 부디 모두가 기억해주길 바란다.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았지만,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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