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은 어떻게 브랜드의 무기가 되는가 - 파타고니아에서 이케아까지, 그린슈머를 사로잡은 브랜드의 플라스틱 인사이트를 배운다
김병규 지음 / 미래의창 / 2021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당장 시급한 환경 문제에 경종을 울리는 책!

소리 없는 킬러, 플라스틱이 야기하는 재앙 앞에서 개인과 기업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

 

 

  며칠 전, jtbc 뉴스 밀착카메라에서 충격적인 영상을 하나 보도한 바 있다. 경기도 김포와 인천, 충북 등 전국 곳곳에서 별안간 정체를 알 수 없는 폐기물들이 산처럼 쌓여진 채 방치되어 있는 현장을 취재진들이 추적한 것이다. 근처 공장 관계자들에 따르면 화물차들이 수십 대가 왔다 갔다 하면서 원자재를 공급한다고 속이고는 폐기물을 쌓고 사라졌다고 한다. 이들은 마치 ‘떴다방’ 같은 수법으로 폐기물을 버리고 사라진 것인데, 내용물을 보니 스티로폼과 나일론 등 온갖 플라스틱 종류가 꽉 채워진 채 1년째 방치되어 있었다. 문제는 처리 비용을 고스란히 시민의 세금으로 지불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며, 이에 따른 더 큰 피해는 자연과 우리 모두에게 고스란히 돌아가리라는 사실이다.

 

 

 

버려진 플라스틱은 어디로 가나

 

 

 

  『플라스틱은 어떻게 브랜드의 무기가 되는가』에 따르면 플라스틱은 2차 세계 대전이 끝난 후인 195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했는데, 1950년에 150만 톤에 불과했던 생산량이 2019년에는 3억 7천만 톤으로 무려 250배나 증가했다고 한다.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서도 지금까지 생산된 83억 톤의 플라스틱 가운데 더 이상 사용되지 않는 플라스틱이 63억 톤에 달한다고 하며, 이 중 재활용된 플라스틱은 9%에 불과하다고 한다. 50억 톤에 달하는 플라스틱 폐기물이 우리가 살고 있는 환경 속에 그대로 남아 있으며 매년 바다로 흘러 들어가는 플라스틱 양 역시 무려 800만 톤에 이른다고 한다. 15톤 덤프트럭에 플라스틱 폐기물을 가득 담아서 1분에 한 번씩 바다에 버리는 셈이다. 이 정도 추세라면 2050년에는 바다에 물고기보다 쓰레기가 더 많아질 거라는 예상까지 나오고 있다. 놀랍게도 한국이 일본, 미국, 네덜란드, 홍콩에서 배출되는 폐기물의 수입국이라는 사실은 충격적일 지경이다.

 

 

 

  전 세계의 환경 단체와 국제기구가 환경 문제와 기후 위기에 따른 심각성을 제기하고 제도적인 장치도 마련하고 있지만 해마다 증가하는 플라스틱 사용량은 멈출 줄을 모르고 있다. 그렇다면 소리 없는 킬러, 플라스틱이 야기하는 재앙 앞에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플라스틱은 어떻게 브랜드의 무기가 되는가』의 저자는 플라스틱 문제에서 기업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기업이 환경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는 이유는 현재 발생하고 있는 환경 문제의 일차적인 원인 제공자이기 때문이다. 기업은 원재료의 생산 과정과 제품의 제조 과정에서 많은 자원을 낭비하고 환경에 해로운 물질을 배출한다. 뿐만 아니라 판매한 제품들은 버려지면 재활용되기보다 대부분 땅에 매립되거나 소각되며, 기업이 사용하는 많은 양의 전기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높이는 주된 요인이다. 무엇보다 기업이 문제 해결 능력에 있어서 그 어떤 개인이나 조직보다 뛰어나다는 점은 더더욱 기업이 환경 오염에 대해 책임감을 가지고 환경 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임해야 할 이유다. 때문에 저자는 기업이 가진 역량을 총동원한다면 환경 문제는 보다 더 효율적으로 해결될 수 있다고 말한다.

 

 

 

기업은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에 있어서 그 어떤 정부 기관이나 민간단체보다 뛰어난 역량을 가지고 있다. 특히 소비재 기업이 지닌 마케팅, 디자인, R&D 능력은 세상을 변화시키는 데 있어서 마법과 같은 힘을 발휘할 수 있다. 이런 능력을 기업의 이윤 증대나 이미지 제고만을 위해 사용되지 않고, 환경 오염 문제를 해결하는 데 적극적으로 사용한다면 플라스틱 문제 해결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앞으로 기업이 진실한 마음으로 책임감을 가지고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방법으로 플라스틱 문제 해결에 앞장선다면 환경 문제 해결에 기여할 뿐만 아니라 소비자의 사랑과 선택을 받는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게 될 것이다. / 41p

 

 

식당이나 마트에서 사용하는 식품 포장용 랩도 PVC로 만든다. 하지만 열에 약해 열이 가해지면 환경호르몬인 다이에틸헥실프탈레이트가 방출될 위험이 있다. 배달 음식을 먹을 때 랩을 씌운 상태로 뜨거운 음식을 흔들면 안 되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 49p

 

 

 



 

 

 

 

  책은 플라스틱 사용을 멈출 수 없다면 한번 쓴 플라스틱을 버리지 않고 재활용할 수 있는 방법에 무게를 둔다. 이를 ‘플라스틱 순환’이라 일컫는데, 저자는 순환적 플라스틱을 위한 다섯 가지 리사이클 원칙을 제시한다. 첫째는 상품성이다. 재활용 플라스틱을 사용한 제품이 플라스틱 순환에 기여하기 위해서는 제품 자체만으로도 많은 사람들이 매력을 느끼고 갖고 싶어 할 정도로 품질과 성능이 뛰어나고, 디자인이 우수하며, 누구나 쉽게 구입할 수 있는 가격대를 갖춰야 한다고 지적한다. 메소드의 세정용품, 이케아의 의자, 플리츠마마의 가방처럼 모두 재활용 플라스틱을 사용해서 만들지만 환경 보호라는 가치를 내세워 홍보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상품성이 뛰어나고,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는 제품들이야말로 플라스틱 순환에 기여할 수 있다고 말한다. 두 번째는 수요성이다. 가장 수요가 많은 제품, 즉 많이 생산되고 많이 판매되는 제품에 재활용 자원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뜻이다.

 

 

 

  세 번째는 전반성이다. 모든 제품과 포장재에서 순환성을 추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때 기술적 장벽과 인식의 장벽을 넘어서야 한다는 숙제가 존재한다. 하지만 P&G의 경우 PP 용기의 폐기물에서 냄새와 불순물을 완전히 제거할 수 있는 방법을 자체 개발해 자신들의 새 용기에 적용하고 있고, 메소드 역시 재활용된 페트를 자신들의 세탁 세제 용기로 사용하기 위해 페트 용기에 담아도 문제가 없는 세제를 개발했다. 그린토이즈의 경우도 BPA나 프탈레이트 같은 건강에 해로운 성분이 포함되어 있지 않은 깨끗한 재활용 플라스틱만 사용해 재활용 플라스틱에 대한 소비자의 인식 전환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이는 기업이 재활용 플라스틱을 사용하고자 하는 강한 의지만 있다면 기술적, 인식의 문제는 극복 가능함을 의미한다.

 

 

 

  리사이클 원칙의 네 번째는 과정성이다. 플라스틱을 제대로 순환하기 위해서는 생산 과정에서부터 자원의 사용을 줄이고 발생하는 부산물을 자체적으로 재활용하는 노력이 수반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친환경적인 염색 기술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파타고니아, 재생 종이로 가구를 제작하는 이케아, 신발 제조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산물을 60%나 줄일 수 있는 플라이니트 런닝화를 개발한 나이키 등이 그 예다. 그리고 마지막 다섯 번째 원칙은 자급성이다. 플라스틱 순환의 진정한 의미는 자신이 사용한 플라스틱을 직접 수거해서 새 제품을 만드는 데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네스프레소의 경우 사용한 커피 캡슐을 소비자가 집 앞에 놓아두면 직접 수거해가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고, 아디다스는 환경 단체 팔리와 협력해 바닷가에 버려진 플라스틱을 수거해서 신발을 만들고 있다. 저자는 이처럼 기업이 자체적으로 수거 시스템을 갖출 수 있도록 노력한다면 고품질의 재활용 자원을 만드는 데 충분히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한다.

 

 

 




 

 

 

 

  이제 어느 누구도 플라스틱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한 세상에서 살고 있는 만큼, 기업의 노력과 더불어 소비자의 태도 역시 못지않게 중요할 것이다. 가장 쉬운 방법으로, 라벨을 분리해서 배출하지 않으면 재활용업체가 라벨을 일일이 수작업으로 분리해야 하기 때문에 그냥 소각하거나 땅에 매립하는 경우가 많다고 하니 분리배출에 좀 더 신경 쓸 수 있기를 바란다. 또 기업이 실제로는 환경에 미치는 피해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지 않으면서 마치 자신들이 환경 보호에 앞장서고 있는 것처럼 광고하고 있지는 않은지 잘 판단해보고, 친환경제품만이 아니라 상품성이 좋은 재활용품 소비에도 관심을 가질 수 있기를 바란다. 이를 위해소비자의 행동 변화를 자연스럽게 유도할 수 있는 제도적인 개선부터 마련하는 것 또한 중요한 일이다.

 

 

 

환경부는 2020년 2월 24일 ‘포장재 재질·구조 등급표시 기준’을 고시했는데 이 기준의 핵심은 분리배출 표기에 재활용 등급을 표시하는 것이다. 이제 플라스틱 제품 생산자는 제품의 재활용 용이성을 ‘재활용 최우수’, ‘재활용 우수’, ‘재활용 보통’, ‘재활용 어려움’ 등으로 표시해야 한다. 이는 기업에 제품의 재활용 등급을 명확하게 표시하게 함으로써 재활용이 어려운 플라스틱 용기와 포장재의 사용을 줄이도록 유도하기 위함이다. (…)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은 재활용이 안 되거나 어려운 제품을 재활용품으로 분리배출 되지 못하게 하는 새로운 표기법이다. 그래야만 기업이 용기와 포장재 디자인을 보다 친환경적으로 개선하려고 노력할 것이다. 한국의 분리배출 표기도 ‘재활용 어려움’보다 ‘재활용되지 않는다’처럼 단호하고 명확하며 자세하게 표기하는 방식으로 변경되어야 한다. / 58p

 

 

절취선 방식은 라벨 분리가 쉽고 환경에 해로운 화학성분 접착제가 사용되지 않는다는 점에서도 친환경 라벨로 인식되고 있다. 하지만 소비자들이 라벨을 분리해서 배출하지 않으면 이 역시 재활용업체가 라벨을 일일이 수작업으로 분리해야 하기 때문에 그냥 소각하거나 땅에 매립하는 경우가 많다. 친환경 라벨이라 하더라도 반드시 분리해서 버려야 페트병의 재활용이 가능한 것이다. / 60p

 

 

MZ세대의 소비자들은 진실한 브랜드를 원한다. 기업의 운영 방식과 마케팅이 윤리적이길 바라고, 사회 문제에 기업이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길 바란다. 특히 환경 문제에 있어서 기업의 적극적인 역할을 기대한다. 이들은 환경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브랜드를 응원하고, 이런 브랜드의 제품을 소비함으로써 자기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고자 한다. 반면 진실하지 않다고 여겨지는 브랜드는 아무리 제품의 품질이 좋고 가격이 저렴해도 등을 돌린다. / 89p

 

 

 

  이 책을 읽는 동안 마트에서 필요한 물건을 살 때마다 플라스틱 용기가 재활용이 되는 제품인지 한 번 더 확인해보는 습관을 가지게 된 것이야말로 유의미한 변화라는 생각이 든다. 이왕이면 많은 소비자들이 같은 플라스틱을 쓰더라도 재활용이 용이한 제품을 선택하려고 노력한다면, 기업 역시 좀 더 환경을 생각하는 제품으로의 전환에 보다 힘 써 줄 것이라 믿는다. 이 책이 개인은 물론 플라스틱 선순환을 위한 기업의 변화에 경종을 울릴 수 있기를 희망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았지만,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