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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을 나도 모를 때 - 생각이 많은 섬세한 당신을 위한 양브로의 특급 처방
양재진.양재웅 지음 / 21세기북스 / 2021년 5월
평점 :

나를 아프게 하는 것들로부터 자유로워지는 법!
세상에 치여 사느라 나를 돌보지 못한 이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
『내 마음을 나도 모를 때』는 국내 1호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형제 양재진, 양재웅의 심리 치유서다. 평소 다양한 매체에서 정신건강의학과 심리 치유에 관한 인식의 전환과 저변 확대에 기여해온 이들인 만큼 더욱 관심이 가는 책이다. ‘생각이 많은 섬세한 당신을 위한 양브로의 특급 처방’이란 부제에서 알 수 있듯 책은 자존감, 불안, 미래, 관심, 가족, 직장, 연애 등에 이르기까지 현대인들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40가지의 주요 고민들에 필요한 해결책을 제시해준다.
함께 할게요. 당신이 괜찮아질 때까지!
언제부턴가 우리 사회에 ‘자존감’이라는 키워드가 두드러지기 시작했다. ‘자존감을 높여라’, ‘행복하고 싶다면 자존감에 집중하라’, ‘우리 아이의 자존감을 키워라’ 등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이 강조하고, 관련 책까지 다양하게 나오기 시작하면서 이제 자존감은 개인과 사회 전체에 있어 매우 중요한 가치가 되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존감이란 무엇인지 이에 대한 정확한 의미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한다. 나만 하더라도 자존심과 유사한 의미로 이해하고 있었을 뿐더러, 자존감이 내 삶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그저 어렴풋하게 의식하고 있는 정도였다.
책에 따르면 자존감이란 ‘내가 스스로 생각하는 나’라고 한다. 자존감이 높다는 것은 타인이 나에 대해 무엇이라 평가를 해도, 심지어 비하를 하더라도 감정적으로 흔들리지 않을 수 있는 상태를 가리킨다고 한다. 문제는 이를 자의식 과잉과 혼동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요즘 아이들은 성장 과정에서 “너는 대단한 아이야” 혹은 “너는 꼭 대단한 사람이 될 거야”라는 식으로 부모님의 지원과 관심을 고스란히 받는데, 이로 인해 본인이 구체적인 경험을 하고 성취하기 전에 스스로를 훌륭한 사람이라고 평가하기 쉽다고 한다. 즉 자의식 과잉 상태, 혹은 ‘거짓 자기’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런 경우 새로운 것에 도전하길 굉장히 어려워하고 피하게 된다. 자신의 생각보다 부족한 나를 마주하면 그 순간을 못 견디기 때문에, 도전 자체를 회피하면서 스스로에 대한 긍정적 평가를 계속해서 유지하려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나는 평소 자존감이 높은 편이라고 생각해왔었는데, 뭐든 잘 할 수 있을 거라는 스스로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정작 시도했을 때 잘 하지 못할 것 같은 일은 아예 시작도 하지 않았던 걸 보면 역시 간과할 수 없는 문제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자존감을 높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저자는 먼저 무엇이든 ‘스스로의 성취’를 이루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이때 그런 성취에 대해 주변 사람들로부터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을 경우 자존감은 더욱 높아질 수 있다고 한다. 자의식 과잉은 스스로의 성취 없이 주변 사람들로부터 무조건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은 결과 자기의식만 높아진 상태이지만, 철저하게 준비하고 도전하고 실패함으로써 계속해서 자신만의 삶의 방향성을 찾아나가는 성취를 이룬다면 자존감이 높아질 것이라는 것이다. 또 타인의 인정만을 목표로 하는 인정 욕구 역시 자존감을 낮출 수 있기 때문에 타인이 아닌 스스로가 설정한 방향에 따라 목표를 정하고 목표치를 채워나가기를 독려한다.
자존감을 올리기 위해 처음부터 너무 큰 목표를 설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시작은 일상 속 나의 작은 행동들을 칭찬하는 것으로 충분합니다. 작은 노력으로도 쉽게 성취할 수 있는 목표를 세우고 이를 성공했을 때 스스로를 충분히 존중해주세요. / 23p
자존감이란 타인의 평가가 중요하지 않은 상태입니다. 누군가가 나를 예뻐하고, 예뻐하지 않는 것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사회라는 테두리에 막 진출하면 이전에 비해 새로운 교류나 도전에 많이 노출되고, 그 과정에서 실패하고 좌절하는 경우도 많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 과정에서 과거에 비해 사회적인 시야가 넓어지고 경험치가 늘면서 받게 되는 새로운 피드백들을 스스로 못 견디는 상태, 즉 자기애적 상처를 받는 일이 일어나기도 합니다. 이 자기애적 상처를 경험하면서 우울감을 겪을 수 있지만, 이는 성장을 위해 필수적인 성장통입니다. / 31p
자기 자신과도 어느 정도 정서적인 거리를 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는 나를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힘, 즉 메타인지를 키우는 것과 관련이 있습니다. 본인의 장점과 단점을 객관화하지 못한다면, 스스로에 대한 평가는 늘 부정적이기 쉽습니다. 혹은 타인의 평가에 따라 본인이 가치 있다고 믿거나, 쓸모없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 35p



최근 한 지인으로부터 뜻밖의 제안을 받았다. 아이를 키우는 사이 사회 경력이 단절되었고 앞으로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한창 고민하던 중이었다. 문예창작학과인 전공을 살려서 아이들에게 국어와 독서 논술을 가르쳐보지 않겠느냐는 것이었다. 나에게 무척 좋은 기회이고 마음속으로는 하고 싶은 마음이 컸지만, 머릿속에서는 단번에 제동이 걸렸다. 혼자서 글을 쓰는 것과 교육은 엄연히 다른 문제라 내가 잘 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 것이다. 그러고 보면 나는 번번이 좋은 기회가 찾아 와도 내가 해보지 않았던 일이라서, 하지 못할 이유부터 먼저 헤아리느라 기회를 잡지 못하고 놓치지 일쑤였다.
이처럼 상황을 회피하고 쉬운 길로만 가려는 스스로가 밉고, 잘할 자신이 없어 걱정만 앞서는 나와 같은 이들을 위해 책은 이렇게 말한다. 어떤 제안이나 제의를 받았을 때 무섭고 싫고 두려운 마음만 앞세워서는 한 발짝도 나아갈 수 없다고. 스스로 회피하고 있다는 것을 인지하면서도 행동이 달라지지 않는다면, 자기 자신이 마음에 들지 않을 것이고 결국 자존감이 낮아질 수밖에 없다고. 그러니 “어제와 같은 오늘을 살면서 오늘과 다른 내일을 바라는 것은 정신병이다”라는 아인슈타인의 말처럼, 과감히 “예스”라고 말하고 스스로를 던지는 연습을 해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또 잘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보다 나 스스로를 알아가 보자는 마음으로 부딪혀보기를 응원한다. 이 외에도 책은 외모에 집착하거나 가족 간의 갈등, 학교 폭력으로 인한 두려움, 항상 괜찮은 척하며 타인 앞에서 솔직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고민에도 현실적인 조언을 들려준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인생은 길게 봐야 한다는 것, 한 순간에 내려진 부정적인 평가에 연연하지 말고 자기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지 않아야 한다는 말은 새겨둘 필요가 있다.
이때 필요한 것이 바로 ‘생각 자르기’ 연습입니다. 생각의 바닷속에 빠져 있을 때는 너무 큰 망망대해 속에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습니다. 지금 내가 어디 있는지도 모르고,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도 이미 일어난 것처럼 느껴지니 빠져나오기가 어렵습니다.
그럴 때는 힘들더라도 나로부터 스스로를 분리시키고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머릿속에 떠다니는 수많은 걱정거리들 중 나에게 실제로 일어난 것들과 일어나지도 않았는데 미리 앞서서 걱정하고 있는 것들을 구분해야 합니다. 그리고 일어난 일에서부터 생각이 퍼져나가려 할 때, 그 순간 생각을 과감히 자르는 것이죠. / 92p
‘공격자와의 동일시’라고 해서, 나를 가해했던 부모님을 미워하고 싫어하면서도 자신도 모르게 그들을 닮아갈 수 있습니다. 본인보다 약자라고 판단되는 존재들을 똑같이 가해함으로써 자신이 결코 나약하지 않다는 것을 확인하는데요. 자기 자신을 지속적으로 피해자의 위치에 두게 될 경우 느끼는 패배의식과 스스로에 대한 혐오감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일종의 방어기제입니다. / 152p
계속해서 ‘외부의 나’에만 집중하며 살아가다 보면 ‘내부의 나’와의 괴리감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아무리 훌륭한 사람도 단점이 있기 마련이고, 아무리 마음씨가 고와도 화가 나는 감정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내 안의 자연스러운 감정을 계속해서 억누르지 마세요. 지나치게 ‘좋은 나’로 지내려 하면 관계를 맺을 때 나를 제한적으로만 개방하거나 상대를 방어적으로 대하게 됩니다. 결국 두터운 신뢰 관계를 형성하기도 어려워지죠. / 179p



『내 마음을 나도 모를 때』를 읽으면서 우리가 겪는 대부분의 불안과 고민들이 자존감과 연결되어 있음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나를 비롯해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몸에 난 작은 상처에는 민감히 반응하면서도, 마음이 느끼는 고통은 좀처럼 돌보지 못하고 또 돌보는 방법을 모른다는 사실도 깨닫게 되었다. 채워지지 않는 자존감, 원인 모를 불안, 수시로 부서지는 멘탈, 세상에 치여 사느라 나를 돌보지 못한 이들이라면 이 책에 주목해보시길 추천 드린다.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았지만,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