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다음 세상을 위한 텐 레슨 - 개인의 운명과 세상의 방향을 결정지을 10가지 제언
파리드 자카리아 지음, 권기대 옮김 / 민음사 / 2021년 4월
평점 :
절판



 

 

 

팬데믹의 오늘과 내일을 다양한 각도에서 통찰한 책!

인류 공통의 위기 속에서 우리의 대응과 선택만이 다가올 미래를 규정한다!

 

 

  “만약 앞으로 몇 십 년 내에 무엇인가가 1000만 명 이상을 죽이는 일이 생긴다면, 그것은 극도로 전염성이 강한 바이러스일 것이다.” 빌 게이츠는 2015년 한 TED 강의에서 이렇게 경고한 적 있다. 2017년 6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공공 보건과 질병을 관리하는 핵심 관청의 예산 삭감을 제안했을 때, 국제정책 자문가이자 『팬데믹 다음 세상을 위한 텐 레슨』의 저자인 파리드 자카리아 역시 “생물보안과 글로벌 팬데믹은 모든 국경선을 가차 없이 자르고 지나갑니다. 병원균, 바이러스, 질병은 모두에게 똑같이 가혹한 킬러입니다. 위기가 닥치면 우리는 자금도 좀 더 풍부하고 지구촌의 협력도 좀 더 끈끈하면 얼마나 좋을까, 탄식하겠지요. 하지만 그땐 이미 너무 늦은 겁니다.” 하고 작금의 위기를 이미 예견한 바 있다.

 

 

 

  코로나바이러스는 어느 덧 현세대의 인류에게 있어 제1, 2차 세계대전, 9·11 테러, 2008년의 금융 위기 때보다 더 치명적인 위기를 초래하고 있다. 일부의 추정에 따르면 팬데믹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은 이미 대공황의 손실에 견줄 만하며, 사회와 우리의 심리에 미친 영향은 그보다 강력하고 훨씬 더 오래갈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도 “수십 년을 별 일 없이 지나는 때가 있는가 하면 몇 주 만에 천지개벽하는 변화가 일어날 때도 있다”는 레닌의 말처럼,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급격한 역사의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현대사는 코로나바이러스 이전과 이후로 나눠질 것이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을 만큼, 이미 이번 위기는 우리의 삶 대부분의 영역에 영향을 미치면서 코로나 이전과 다른 방향으로 재편될 양상을 보이고 있다. 차세대 키신저로 통하는 파리드 자카리아 역시 팬데믹 이후의 세계는 여러 면에서 우리가 알고 있던 세상의 ‘빨리 감기’ 버전이 될 것이라 예측한다. 문제는 우리의 삶을 ‘빨리 감기’ 하면, 그 안의 사건들이 더는 자연스럽게 진척되지 않고 그 결과는 파괴적일 수 있고 심한 경우엔 치명적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가 바라보는 팬데믹 이후의 세계란 과연 어떤 모습일까? 팬데믹이라는 새 시대 속에서 우리가 맞이하게 될 위기는 무엇이며 우리는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팬데믹 다음 세상을 위한 텐 레슨』은 바로 이러한 질문으로부터 출발한다.

 

 

 

팬데믹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것들

 

 

 

  책은 개인의 삶, 정치, 과학, 디지털, 글로벌 거버넌스에 이르기까지, 팬데믹 다음 세상을 향한 10가지 제언을 통해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선택과 방향성을 제시하고자 한다. 일단, 팬데믹을 이해하기 위해 저자는 지금의 위기가 어디에서 비롯되었는지부터 진단한다. 성급하고 무계획적인 개발이 자연의 서식지를 파괴함으로써 동물들이 우리에게 병을 전염시킬 확률이 높아지고, 육류 소비량의 증가로 인한 공장식 축산 농장의 확대가 가장 위험한 병원균에 노출되기 쉬운 환경을 제공했다는 사실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비옥한 농토라는 약속에 현혹된 개척자들로 인해 기후변화가 일어나고 이것이 각종 질병이 생기기에 더 좋은 조건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 또한 마찬가지다. 이에 저자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당면한 여러 가지 위험을 지금보다 훨씬 더 절실히 인식하는 것, 그런 위험들에 대비하는 것, 우리 사회가 회복 탄력성을 가지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안티프래질(antifragile)’ 체제, 즉 혼란과 위기를 통해 오히려 갖가지 충격과 반동을 견딜 수 있는 교훈을 얻고 힘을 길러야 한다고 강조한다.

 

 

 

인간과 인간이 꾸리는 사회는 놀라우리만치 혁신적이고 비상한 수완을 지니고 있다. 지구라는 이 행성의 복원력은 경외감을 불러일으킬 정도다. 그렇지만 우리가 무릅쓰고 있는 위험이 갈수록 커지고 있음을 인식해야 하고, 그런 위험을 줄이기 위해서 행동에 나서야 한다. 현대 인류는 일찍이 그 예를 찾을 수 없는 규모와 속도로 발전해 왔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글로벌 시스템은 개방되어 있고 역동적이다. 완충장치가 거의 없다는 의미다. 그래서 훌륭한 혜택도 많지만, 동시에 취약한 구석도 많다. 갈수록 심해지는 불안정한 현실에 우리가 적응해야 한다. 그것도 지금 당장. / 41p

 

 

 

  저자는 사실상 코로나바이러스 초기 대응에 실패한 미국 정부의 태도를 통해 ‘질(quality) 좋은 정부’의 중요성을 지적하기도 한다. 국가의 덩치와는 상관없이 독립적인 정부 기구를 만들고, 기술 관료들에게 권한과 자율권을 부여하며, 이런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는 더 나은 관료 시스템이 구축되어야 한다고 말이다. 특히 “비토크라시(vetocracy)” 즉, 상대 정파의 정책이나 주장을 무조건 거부하는 정치 행태로 미국이 바로 이런 비토크라시 상황에 이르렀음을 경고하는데, 이는 단순히 미국의 문제만이 아니라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어서 깨닫는 바가 크다.

 

 

 

  뿐만 아니라 책에서는 “지식의 위기(epistemic crisis)”가 초래한 위험의 문제점도 함께 지적한다. 서구의 전문가들은 동아시아 국가들의 훌륭한 대응책 가운데 핵심 요소가 바로 ‘전국적인 마스크 쓰기’라는 증거가 갈수록 분명해지는데도 처음에는 이를 간과했다. 그 효과에 관한 데이터가 분명하지 않다 치더라도 마스크 쓰기에 대한 미국 정부의 공식 담화는 근본적으로 불성실했다. 이것이 마스크 사재를 피하기 위한 목적이었음이 드러나면서 저자는 바이러스처럼 삶과 죽음이 걸린 문제에서조차 사람들은 정치라는 프리즘을 통해 전문가들의 견해를 보고 있음을 문제삼는다. 이때 전문가와 엘리트들도 어떻게 사람들과 소통하고 그들의 욕구를 항상 염두에 둘 것인가에 대하여 궁리하는 수고 역시 아끼지 말아야 한다. 전문가들이 정치색과 엘리트주의를 배제하고 과학이라는 이름으로 신뢰성을 회복할 때 국민들 역시 경청할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권력은 제약받지만 선이 또렷한 권위, 그것이 바로 좋은 정부의 요체다. 좋은 정부는 어떻게 관리들에게 자율과 재량권을 주고 스스로 판단력을 행사할 수 있게 해 주느냐가 관건이다. / 76p

 

 

역사상 가장 위대한 전쟁 이론가인 카를 폰 클라우제비츠는 이렇게 전망했다. “전쟁은 단순히 어떤 정책을 행동으로 옮기는 것이 아니라, 정치의 진정한 도구다.” 무슨 의미일까? 군사에 관한 전문성만으로는 전쟁을 치를 수 없고, 다른 관점들도 거기에 녹아들어야 한다는 뜻이다. 사회의 모든 것을 동원하는 ‘전면전’ 성격을 띤 현대전의 경우, 이 말은 특히 유효하다. (…) 어쩌면 전설적인 전시 지도자 클레망소는 바로 이런 이유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전쟁은 너무나도 중요해서 장군들에게 그걸 맡겨 둘 수는 없다.” 물론 장군들을 배제함으로써 전쟁에서 이길 수 있다는 뜻은 아니었으리라. 가장 폭넓은 이해해 도달하기 위해 장군들에게 다른 유의 전문성을 지닌 사람들을 보충해 주어야 한다는 얘기였다. 이와 똑같은 의미에서 코로나바이러스 팬데믹은 너무나 중요하므로 과학자들에게만 맡겨 둘 수 없다고 말할 수 있을 터이다. 과학자들은 필수 불가결이지만, 다른 분야의 전문가들도 또한 마찬가지다. / 115p

 

 

 




 

 

 

 

  이 외에도 책에서는 초고도화 시대에 따른 경쟁, 가속화되는 불평등 문제, 양극화된 세계, 극단적인 민족주의나 이기주의로 인한 공동체 사회의 분열 등을 지적하기도 한다. 특히 팬데믹으로 인해 여러 국가들이 자국 중심주의, 민족주의로 선회하는 광경을 지켜보며 이와 같은 전 지구적인 문제는 글로벌 거버넌스(global governance)의 입장을 견지해야 한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겠다. 글로벌 거버넌스란 전 지구적 관리, 다시 말해서 공동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함께 노력한다는 주권 국가들 사이의 약속이다. 그런 의미에서 ‘협력’은 이 책에서 강조하는 가장 중요 메시지 중의 하나다. 저자는 협력이야 말로 인간의 가장 근원적인 속성 중의 하나요, 수천 년에 걸쳐 우리 생존의 뿌리였다고 생물학자들이 믿는 속성이라고 말한다. 즉, 협력이야말로 팬데믹을 극복할 수 있는 답이자 진정한 다자주의를 구축할 수 있는 열쇠임을 거듭 강조한다.

 

 

 

미국의 강경함은 중국이 언젠가는 전 세계를 좌지우지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 이것은 위험하기 짝이 없는 두려움이다. 왜 그런가? 역사적으로 보면 지배 세력이 어떤 도전자에게 밀리고 있다고 믿을 땐 포착된 ‘취약성의 창문’을 이용할 요량으로 종종 선제적으로 행동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러고 나면 도전자가 떠오르는 것을 영영 막을 수 없게 된다. 유럽의 정치가들이 몽유병 환자처럼 1914년의 전쟁 속으로 걸어 들어가게 만든 것도 바로 이런 종류의 논리였다. / 260p

 

 

만약 우리가 어떤 식으로든 협력의 틀을 찾지 못한다면, 제약받지 않는 국수주의의 경쟁이 판을 치는 세계를 만날 것이다. 참으로 끔직한 위험성인데도, 엄청나게 과소평가되고 있다. 제약받지 않는 국수주의적 경쟁의 세계에 담긴 위험은 참혹하다. 그리고 엄청나게 과소평가되어 있다. 세계에서 가장 역동적이고 기술적으로 진보한 두 나라인 미국과 중국이 무제한 분쟁으로 빠져든다면, 그 결과는 재앙이다. 말할 것도 없이 우리가 쌓아올려 왔던 세계, 빈곤을 줄이고 질병과 싸우는 공동의 노력과 더불어 교역, 여행, 소통이 활짝 열려 있는 세계의 종말일 것이다. / 292p

 

 

 



 

 

 

 

협력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는 것은 허황한 꿈이 아니다.

그것은 상식이다. / 295p

 

 

 

  칼 마르크스는 이렇게 말했다. “인간은 스스로 역사를 만든다. 그러나 자기들 좋은 대로 역사를 만드는 것은 아니다. 직접 선택한 것이 아닌 이미 존재하는 상황에서, 과거로부터 주어지고 전해 내려오는 상황에서 그렇게 한다.” 바로 이러한 이유로 우리는 역사를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하며, 세계정세의 흐름과 변화의 양상을 파악하고 오늘날 같은 위기 속에서도 기회를 포착할 수 있도록 부단히 살펴야 한다. 『팬데믹 다음 세상을 위한 텐 레슨』은비록 대부분의 내용이 미국에 초점을 맞추어 서술하고 있지만 ‘인류 공통의 위기 속에서 우리의 대응과 선택이 다가올 미래를 규정한다’는 메시지에 있어서는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제 점점 가속화되어 가는 역사 속에서 마냥 떠밀리지 않으려면 좀 더 긴밀하게 세상과 소통하고 협력하는 자세가 절실하다. 이 책을 통해 보다 많은 이들이 미래 사회를 살아가기 위한 지혜와 깨달음을 얻을 수 있기를 바란다.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았지만,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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