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은 이 말이 듣고 싶었어 - 나를 사랑하지 못하는 나를 위한 다정한 말 한마디
윤정은 지음 / 21세기북스 / 2021년 4월
평점 :
품절



 

 

 

다른 사람들에게 마음 쓰느라 정작 나 자신에게 다정할 줄은 몰랐던 이들에게!

지금 이 순간, 나에 가장 듣고 싶은 말을 해줄 것!

 

 

  “말하지 않아도 얘는 알아서 다 잘하니까.”

  나는 줄곧 이런 말을 하는 어른들의 기대 속에서 자라왔다. 그건 이런저런 잔소리로부터 자유로웠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컸던 무언의 기대와 압박감은 오히려 나를 소극적으로 만들었다. ‘잘’ 하는 아이가 되기 위해서는 잘 하지 못하는 것은 하지 않는 쪽이 이로웠고, ‘착한’ 아이가 되기 위해서는 내 생각보다는 타인의 생각이나 성향에 맞추는 쪽이 편했다. 어쩌다 누군가의 미움을 사는 일이라도 생기면 그것을 해결하느라 내내 전전긍긍해야했고, 상처받지 않은 척 하기 위해 애써 나를 과장하기도 했다. 남의 마음만 보살피느라, 모든 사람에게 좋은 사람이 되려고 아등바등하느라 정작 스스로에게는 인색한 사람이 되어버렸다. 그렇게 꽤 오랫동안 나는, 진짜 나 다운 게 무엇인지 나를 제대로 마주하는 법을 모른 채 살아왔다.

 

 

 

  굳이 애쓰지 않아도 괜찮다는 걸 알게 된 건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나’를 잃어버린 채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뒤부터였다. 사회가 강요하는 고정관념에 따르느라, 타인이 정한 기준에 맞춰 살아가느라 오늘도 각자의 자리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우리들은 꽤나 닮아 있었다. 자격지심, 열등감, 그게 무엇이었건 형태는 다를지라도 비슷한 고민과 상처를 껴안은 채 살아가고 있었다. 타인의 마음보다 내 마음을 알아주는 게 먼저라고, 오롯이 자신에게 집중하며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해주라고 말하는 책 속의 그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니 부러 애쓰지 말자. 살면서 날 버려야 할 만큼 중요한 건 없으니까.

 

 

 

힘들 땐 내려놓아도 괜찮아

 

 

 

  『사실은 이 말이 듣고 싶었어』는 타인을 배려하느라 정작 자기 자신을 사랑하거나 위로할 줄 모르는 이들에게 다정한 응원을 전하는 에세이다. 유독 나에게 실망한 어느 날에, ‘너무 바빠’가 일상이 되어버린 날에, 원하는 걸 솔직하게 말하는 법을 잊어버렸을 때, 해결되지 않는 고민을 끌어안느라 끙끙거리고 있을 때, 따뜻한 온기를 실어 나에게 건네주고 싶은 말들이 여기에 있다. 사실 어떤 거창한 말이나 특별한 노하우가 담겨 있는 것은 아니다. 그저 “오늘은 나에게만 좋은 사람이 되어줘요.” “이해되지 않는 일은 이해하려 애쓰지 마” “내가 열심히 했다는 건, 내가 제일 잘 알아.” “힘들 때 힘들다고 말하는 건 이기적인 게 아니야” 같은 소소한 말들이다. 하지만 우리는 이 평범해 보이는 소소한 말조차 스스로에게 건네 본 적이 있었는지 되묻어 볼 필요가 있다. 내가 듣고 싶고, 내가 하고 싶은 말들로 제대로 위로받고 위로하고 싶은 우리의 진심에 이제는 귀를 기울여야하지 않겠느냐고.

 

 

 

나에게 쉼과 휴식을 선물해주자.

공간에도 빈 여백이 있어야 아름답듯,

삶에도 여백이 있어야 다시 근사하게 달릴 수 있다.

완주 없는 마라톤을 뛴다 생각하면 아찔하다.

물도 마시고, 땀도 닦고, 다음 마라톤을 위해

쉬는 시간도 있어야 계속 달릴 수 있지 않을까. / 22p

 

 

지금은 그 못난 감정들이 고맙다.

울퉁불퉁 튀어나온 부분들이

부드럽게 마모되어 지금의 나를 만들어주었다.

‘오늘’, ‘지금’, ‘이 순간’이라는 말이 빛날 수 있는 까닭은

과거의 내가 그 모든 감정을 거쳐온 덕분이다. / 45p

 

 

 



 

 

 

 

  아이를 키우다보면 ‘고마워, 미안해, 사랑해’라는 말 앞에서 마음이 몽글몽글해진다. 그러고 보면 나는 고맙다는 말은 곧잘 표현해도 미안하다거나 사랑한다는 말은 유독 아꼈던 것 같다. 미안하다는 말을 하기 전에 미안할 만한 상황을 만들지 않는 것이 낫다고 생각했고, 내가 먼저 사랑을 표현하기보다 사랑을 받고 싶은 마음이 더 앞섰던 게 이유였다. 그렇게 해야 할 말을 속에만 담아두지 않고 제때 입 밖으로 꺼내놓는 것조차 용기가 필요해진 나에게 아이는 솔직하게 표현하는 법을 매번 일깨워준다. “엄마, 사랑해.” “엄마, 내가 잘못했어. 미안해.” “역시 엄마가 최고야. 고마워.” 그럴 때마다 나는 말한다. “엄마가 더 사랑해.” “엄마가 더 잘못했어. 미안해.” “우리 아들이 더 최고지. 항상 고마워.” 고마울 때는 쑥스럽다는 이유로 삼키지 않고, 미안할 때는 그 자리에서 바로 사과하며,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자신의 감정을 늘 자연스럽게 표현할 수 있는 아이가 될 수 있기를, 그러기 위해서는 나부터 표현하자고 스스로를 독려해본다. 저자 역시 아들 치호가 ‘고마워’, ‘미안해’, ‘사랑해’ 이 세 마디만 제때 할 줄 안다면 따뜻한 인생을 살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더 자주 이 말을 들려주었다고 한다. 그러니 자주 말해보도록 하자. “내가 ‘더’ 고맙고 미안하고 사랑해.”

 

 

 

한 해의 마지막 날인데 들뜨지도 않고 슬프지도 않다. 내일이 되어도 나는 오늘의 생활을 지속할 것이고, 지속함으로 인해 익어갈 것이고, 실수투성이에 미련하고 미성숙한 허점 많은 인간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결점을 끌어안고 살아갈 테니까. 심지어 그 결점을 좋아하려, 인정하려 노력할 테니까. / 59p

 

 

어쩔 수 없지.

그러니까 일단 좀 펑펑 울고,

그러니까 일단 좀 밥도 먹고,

그러니까 일단 좀 자고 나서 생각해봐야지.

 

그러고 나면

문제에 대해 그리고 나에 대해

조금 관대한 마음이 생기겠지,

하고 믿으며. / 196p

 

 

 

  ‘행복해야 해’, ‘기쁘게 살아야 해’라는 지나친 긍정 강박에 지칠 때가 있다. 근사한 곳에 가서 식사를 하고, 누군가로부터 받은 멋진 선물을 공개하며 행복해 보이는 모습을 담은 SNS 속 세상은 특히나 우리를 쉽게 우울하게 만든다. 나는 지금 힘든데, 저들처럼 행복하지 않은데 끊임없이 행복을 쫓아가야 하는 일이 때로는 버겁기도 하다. 하지만 가만 생각해보면 저마다 행복을 느끼는 지점이나 강도는 다른 법이고, 당장 행복하지 않다고 해서 불행한 것도 아니며 지금 당장 불행하다 해서 평생 행복하지 않는 것도 아니다. 그러니 행복하지 않아도 괜찮다. 완벽하지 않아도 그런 날들조차 내 소중한 일상의 일부분이다. 저자는 매 순간 행복해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면 행복을 제외한 모든 감정들의 아름다움을 알게 된다고 말한다. 우울, 불행, 슬픔, 지루함, 짜증, 분노, 아픔, 기쁨, 이 평범한 감정들 모두 행복 못지않게 우리에게 소중한 것들이라고 생각하면 삶의 태도 역시 달라질 수 있지 않을까. “행복하지 않은 날도 나의 멋진 하루.” 지금 우리에게 너무나도 필요한 말이다.

 

 

 

‘쓴다’는 것은, ‘고백’하는 것이다. 마음에게 말을 거는 자기 고백의 글쓰기는, 나를 성찰하게 한다.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했던 이별의 아픔, 슬픔, 고민을 글로 쓰는 순간, 상처를 당당하게 마주 보며 마음을 풀어놓는 행위를 통해 마음이 치유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 138p

 

 

 



 

 

 

 

  내 마음을 돌봐야 하는 순간에 꺼내어 건넬 수 있는 말들이란 이토록 소소한 것들이지만 또 이처럼 특별한 것은 없다는 생각이 든다. 중요한 건 내 마음이 무엇을 원하는지, 지금의 내 솔직한 감정이 무엇인지 바로 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이 많은 이들에게 나를 제대로 들여다보는 과정의 출발점이 될 수 있기를 바라본다.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았지만,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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