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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침입자들의 세계 - 나를 죽이는 바이러스와 우리를 지키는 면역의 과학 ㅣ 내 인생에 지혜를 더하는 시간, 인생명강 시리즈 1
신의철 지음 / 21세기북스 / 2021년 3월
평점 :

세상을 읽고 나를 이해하는 지식 컨텐츠, 인생명강의 첫 번째 책!
나의 면역은 타인의 면역과 연결되므로 우리는 면역을 반드시 알아야 한다!
기사에 따르면 코로나19 백신 예방접종 시행 40일 동안 100만 명 이상이 1차 접종을 마쳤다고 한다. 여기에 2차 접종을 완료한 인원은 3만 명을 넘어섰다. 신규확진자가 연일 500명을 웃돌며 또 다시 대유행을 예고하고, 혈전 논란과 아나필락시스 쇼크와 같은 중증 이상 반응으로 인해 백신에 대한 불안이 지속되고 있는 점은 우려할 만한 일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백신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으며 코로나19 바이러스를 하루빨리 종식시켜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차분하게 대응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나마 코로나19 바이러스로 팬데믹의 위기가 닥친 이후 겨우 1년 여 만에 백신이 개발될 수 있었던 것도 면역과 바이러스에 대한 역사적 경험과 과학으로 쌓아올린 집단지성의 힘 덕분이라 믿는다. 그러나 우리는 여전히 면역에 관한 각종 오해와 불분명한 정보에 시달리고 있다. 이제야 겨우 면역이라는 개념을 피부로 느끼고 있을 따름이다. 때문에 언제 종식될지 모르는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위기 속에서, 예측 불가능한 신종 바이러스의 위협 앞에서 면역에 대한 이해는 반드시 필요하다. 인생명강 시리즈의 첫 주제로 ‘면역’을 주목한 것 역시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팬데믹을 함께 이겨내는 과학적인 방법
『보이지 않는 침입자들의 세계』는 면역에 관한 흥미로운 지적 통찰의 세계로 우리를 이끈다. KAIST 의과학대학원 교수로 학생들에게 면역학에 대해 가르치고 있는 신의철 교수는 바이러스가 어떻게 내 몸에 침입해 나를 공격하고, 면역과 백신은 어떤 원리로 작용하여 우리 몸을 지켜내는지 과학적으로 접근해보고자 한다. 그 중에서도 끊임없이 바이러스와 전쟁을 하며 발전해온 인류의 역사와 면역학의 역사를 동시에 살펴보면서 그것이 지닌 사회적 함의까지 고민해보는 과정은 이 책의 가장 중요한 핵심이다.
면역이란 외부에서 침입한 바이러스나 세균 등의 병원성 미생물에 맞서는 우리 몸의 저항반응이다. 따라서 제대로 된 면역반응은 내 몸이 아닌 외부 요인에 대해서만 작동해야 한다.
앞서 코로나 바이러스가 우리 몸속에 침투해 세포에 감염을 일으키는 과정을 이야기했다. 그리고 이런 바이러스뿐만 아니라 세균, 곰팡이와 같은 병원성 미생물에 감염된 사람은 회복되는 과정에서 몸속에 항체를 가지게 된다는 이야기도 여러 차례 반복했다. 피에 녹아 있는 중화항체가 바이러스의 세포 감염을 차단하는 것이다. / 137p
항체는 면역반응에 의해 본래부터 몸속에 존재하는 물질이며, 항체의 원리를 활용해 감염을 예방할 수 있도록 개발한 것이 백신이다. 즉 백신은 인간이 인위적으로 만든 것이지만 항체가 원래 가지고 있는 면역반응의 원리를 이용한 것이다. 그리고 바이러스에 결합하는 항체를 항체 치료제로 개발해 환자 치료에 이용하기도 한다. / 193p


흥미롭게도 의학의 역사에서 코로나 바이러스는 그리 유명한 바이러스가 아니었다고 한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코로나 바이러스는 사람에게 감기를 일으키는 바이러스의 한 가지 정도로만 알려져 있었다는 것이다. 따라서 코로나 바이러스는 치료제를 개발할 필요도, 백신 개발 연구도 그리 깊이 이뤄진 적이 없었다. 그런 코로나 바이러스가 갑자기 관심을 받게 된 것은 2003년 세계적으로 유행했던 사스 때문이었다고 한다. 사스 바이러스는 야생 박쥐가 자연 숙주이며 사향고향이가 중간 숙주 역할을 해 인간에게 감염된 것이다. 그 뒤로 낙타를 통해 인간에게 옮겨진 것으로 확인된 메르스 바이러스가 이번에는 중동에서 출현했다.
이렇게 사스, 메르스에 이어 지금 유행하고 있는 코로나 바이러스에 이르기까지 신종 바이러스가 계속해서 출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여러 분석에 따르면 인간과 야생동물이 서로 접촉하는 접점이 점차 늘어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과거에 인간과 야생동물은 각각의 생태 영역을 가지고 있었지만, 오늘날에는 무분별한 벌채 등으로 야생동물의 서식지가 줄어들면서 그 영역의 구분이 점차 불명확해지고 있는 탓이다. 다음으로 기후 변화로 야기된 지구온난화 문제를 들 수 있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모기로 매개되는 바이러스 질환이다. 지구온난화로 평균 기온이 상승하면서 아열대 지역에서 서식하던 모기가 온대 지역에까지 서식하면서 바이러스를 전파하는 것이다. 여기에 항공의 발달은 신종 바이러스의 전파를 가속화시키는 중추 역할을 하기 시작했다. 과거에는 신종 바이러스가 출현했다 하더라도 전 세계로 퍼져나가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렸지만, 현대사회에는 여러 교통수단의 발달로 단 몇 시간 만에 전 세계로 퍼져나갈 수 있는 환경이 되었다. 이러한 사실은 신종 바이러스가 언제, 어디에서 또 어떤 방식으로 출현해도 이상할 게 없다는 두려움을 갖게 한다.
대상포진을 일으키는 바이러스는 언제 몸속에 처음 들어온 것일까? 30~40대 이상의 성인이라면 아마도 어릴 적 한 번쯤 수두를 앓아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작은 물집이 전신에 일어났다가 일주일에서 열흘이면 호전되는데, 바로 이 수두를 일으키는 바이러스가 대상포진을 일으키는 바이러스와 동일한 수두-대상포진 바이러스다. 수십 년 동안 몸속에 잠복해 있다고 일생에 한두 번 면역이 상당히 약화되었을 때 대상포진의 형태로 나타난다. 이처럼 바이러스는 면역 시스템이 아무리 훌륭히 작동한다고 하더라도 변이하거나 잠복하며 몸속 여기저기를 도망 다닌다. / 37p
특이성과 기억 현상은 항체와 T세포가 작동하는 기본 원리다. 즉 몸속에서 일어나는 면역반응에는 크게 항체 반응과 T세포 반응이 있으며, 이를 작동시키는 기본 원리에는 특이성과 기억 현상이 있다. 그리고 이런 현상을 유발하도록 우리가 인위적으로 이용하는 것이 바로 백신이다. 항체와 T세포의 특이성과 기억 현상 덕분에 우리는 백신을 개발할 수 있게 된 것이다. / 99p
그렇다면 동일한 바이러스에 감염되더라도 사람마다 그 결과가 다르게 나타나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저자는 첫 번째로 바이러스 감염량을 꼽는다. 동일한 장소에서 동일한 감염원으로부터 코로나19 바이러스에 감염되었다고 하더라도 각 사람마다 처음 체내로 들어온 바이러스의 개수는 다를 것이다. 물론 이미 감염되어버린 환자의 체내에 맨 처음 들어왔던 바이러스의 개수를 파악할 수는 없지만 처음 체내로 들어온 바이러스의 개수가 많을수록 더 중증질환을 앓는다고 한다. 두 번째는 각 사람마다 서로 다른 유전자 특성 때문이다. 동일한 코로나19 감염에 대해서도 조금 더 잘 버티게 하거나 취약하게 하는 유전자가 있을 것이라는 추정하는 것이다. 세 번째 이유는 과거의 감염 경험이다. 사람들은 저마다 다른 감염 경험을 가지고 있는데, 많은 연구 결과를 통해 코로나19 바이러스의 경우에는 이와 유사성을 가진 친척 바이러스인 감기 코로나 바이러스의 감염 경험이 코로나19 환자의 중증, 경증을 결정짓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러한 이유로 저자는 무조건 면역력을 높이겠다고 각종 보조제나 영양제를 홍보하는 광고에 현혹되지 않을 것을 경고한다. 오늘날 면역학에는 필요 이상의 과다한 이미지가 덧씌워져 있을뿐더러, 심지어 쉽게 측정할 수도 없는 개념이기 때문이다. 특정 질병의 경우 환자 상태의 평가에 도움이 되는 검사가 있을 수는 있겠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기대하는 것처럼 한 가지 지표로 면역력을 점수화한 측정은 불가능하다. 즉 면역력을 높인다는 논리 자체가 모순이며, 이처럼 홍보하는 건강보조식품에는 어떤 과학적 근거도 없다는 것이다. 특히 코로나19 시대에 면역력을 너무 과하게 권장하고 과학 연구 성과를 분별없이 보도하는 언론기사를 보다 현명하게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하겠다.



우리는 늘 서로의 환경이다. 면역은 우리가 함께 가꾸는 정원이다. / 126p
끝으로 ‘면역이라는 관점에서 우리 모두는 서로에게 환경’이라는 말은 매우 의미심장하다. 우리 각각이 가지는 감염이나 백신 접종의 경험은 개개인에게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서로에게 영향을 미친다. 그런 뜻에서 집단 면역은 한 인구 집단의 상당수가 특정 감염성 질환에 면역을 가진 상태가 되면 설사 면역이 없는 개체라 할지라도 간접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다는 의미에서 중요하다. 다시 말해, 어떤 바이러스를 경험하지 못해 감염에 취약할 수 있는 개체가 있더라도 주변 사람들이 모두 면역을 가지고 있다면 그 집단에서는 바이러스의 전파가 잘 이뤄지지 않고, 이에 따라 취약한 개체도 보호를 받을 수 있다. 우리가 면역을 올바로 이해해야 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어찌 보면 코로나19는 우리 사회가 큰 희생을 치루면서 얻는 위대한 교훈일지도 모른다. 거대한 자연 앞에서 부족함을 인정하고 올바른 지식을 공유하며 함께 어우러지려는 자세를 갖추는 것이야말로 우리에게 요구되는 이 시대의 정신이 아닐까.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았지만,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