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교양 있고 품위 있는 돼지 슈펙
존 색스비 지음, 볼프 에를브루흐 그림, 유영미 옮김 / 뜨인돌어린이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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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풍쟁이 돼지 슈펙과 다양한 동물 캐릭터들이 만들어 내는 유쾌한 동물 농장 이야기!

동물들이 살아 숨 쉬는 듯한 스토리에 위트 있는 그림체를 더해 아이들이 꼭 읽어보았으면 하는 책!

 

 

   여기는 셰펠 씨네 농장이에요. 농장을 지키는 나이든 개 헥토르, 늘 밭을 가는 일에 지쳐 있는 말 하드리안, 노란 털을 가진 젖소 부터블루메, 평소 외모에 굉장히 신경을 많이 쓰고 우아한 맵시를 지녔지만 어쩐지 얄미운 구석이 있는 수고양이 그레고르, 항상 야단법석인 암거위들에게 둘러싸여 있는 거위 군터, 농장에서 일어나는 소식이라면 누구보다도 잽싸게 찾아내 퍼뜨리는 다람쥐 티티. 여기에 돼지 중에 돼지, 모든 돼지의 이상형, 상당히 수준 높고 영리하며 스스로를 멋지다고 생각하는 돼지 에두아르트 폰 슈펙이 바로 우리의 주인공입니다. 슈펙은 평소 자신이 더 많이 알아야 직성이 풀리기 때문에 거만하고 잘난 체 한다는 평을 듣곤 하지요. 일단 말을 내뱉고 보는 성격이라서 허풍을 떨거나 자기 꾀에 걸려 스스로 낭패를 보는 일도 있답니다. 이렇게 셰펠 씨의 농장은 오늘도 시끌벅적합니다. 어디,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볼까요?

 

 

 

 

 

 

허풍쟁이 슈펙이라도 괜찮아 이토록 매력적인 걸

 

 

 

   함박눈이 며칠 째 펑펑 쏟아져 온 세상에 눈 속에 파묻혔습니다. 슈펙은 눈이 전혀 달갑지가 않았어요. 추운 걸 견딜 수 없었거든요. 게다가 이렇게 눈이 많이 내리다간 돼지우리가 눈 속에 파묻힐 게 분명합니다. 똑똑한 돼지라면 이럴 땐 머리를 굴리지 않아도 쉽게 알 수 있는 사실이 있죠. 닭들이 사는 헛간의 푸짐한 건초 더미 안으로 파고드는 겁니다. 자신의 먹이를 순식간에 먹어치우고 닭들의 모이까지 빼앗아 먹을 수도 있으니 일석이조죠. 그렇게 한참을 헛간에서 나오지 않았던 슈펙은 마침내 심심해진 어느 날, 친구들이 자신의 우리 앞에서 얼굴을 맞대고 심각하게 토론을 벌이고 있는 광경을 흐뭇하게 지켜봅니다. 모두들 슈펙이 눈에 파묻혔을 거라고 생각한 모양이에요. 그 모습이 우스워서 킥킥대며 웃고 있던 슈펙은 뭔가가 쩍 하고 얼음 갈라지는 소리를 듣고 맙니다. 앗, 자신이 있던 곳이 연못 위인 줄은 꿈에도 모르고 우지끈 갈라진 얼음 사이로 풍덩 빠지고 말았어요. 눈을 피하기 위해 내내 닭들에게 민폐까지 끼쳐가며 몸을 사리고 있던 슈펙이었건만, 눈 피하려다 얼음물을 맞았으니 이런 망신이 또 어디 있을까요.

 

 

 

   하지만 슈펙의 망신은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봄이 오자 개구리 노래 소리에 잠을 이루지 못하던 슈펙은 마침내 대장 개구리를 만나 따집니다. 하지만 대장 개구리는 콧방귀만 끼고 있을 뿐이었어요. 하는 수없이 대장 개구리를 골려주려고 그들이 제일 싫어하던 여우 울음소리를 흉내 내기로 한 슈펙은 진짜 여우인 줄 오해한 셰펠 아저씨의 산탄총에 맞아 그만 엉덩이가 얼얼해지는 경험을 하고 맙니다. 하지만 여기서 멈출 슈펙이 아니에요. 복수를 다짐한 슈펙은 연못을 없애기로 마음먹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한 가지 꾀를 내어야 했지요. 이내 슈펙은 연못 아래에 보물이 묻혀 있다는 표식이 그려진 지도를 그려 은근히 흘려놓습니다. 이를 본 친구들이 앞 다투어 연못 아래의 보물을 얻기 위해 물을 퍼낼 것이고, 그러면 개구리들이 떠날 수밖에 없을 거라는 그럴 듯한 생각을 해낸 것이죠. 그런데 이를 어쩌나요. 대장 개구리가 이를 눈치 채고 말았지 뭐예요. 대장 개구리는 자신들이 살고 있는 연못이 아니라 슈펙의 집에 보물이 묻혀 있는 것으로 표식을 바꾸어 놓았고, 졸지에 동물 농장 친구들의 방문을 받게 된 슈펙은 더더욱 잠을 이룰 수 없게 되었다나 뭐라나요.

 

 

 

 

 

 

   이 뿐만이 아닙니다. 셰펠 아저씨의 벌통 속 꿀이 먹고 싶었던 슈펙은 하드리안을 꾀어내 꿀을 먹으려다 벌 떼에 쫓기는 신세가 되고요. 셰펠 아주머니가 계단 위에 올려둔 크림을 먹고 싶어서 그레고르가 한 것처럼 꾸며 놓았다가 들통이 나 다음날 점심까지 쫄쫄 굶게 되기도 합니다. 자기도 나무에 올라갈 수 있다고 호언장담했다가 가지가 부러져 떨어지는 망신을 당하는 일도 허다하죠. 하지만 우리의 슈펙, 이쯤 되면 말썽꾸러기에 허풍만 가득한 것이 미움을 살 법도 한데 또 그렇지는 않습니다. 집에 불이 났을 때 용감하게 뛰어들어 이를 알린 일도 있고요. 셰펠 아주머니로부터 혼이 나면서도 맛있는 크림을 먹을 수 있었던 데다 한 번밖에 혼나지 않았다며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면 참 긍정적인 면이 많다는 생각이 듭니다. 비록 허풍에 가까운 말일지라도 일단 무엇이든 시작하고 보려는 성격은 배울 만한 점이기도 하고요.

 

 

 

에두아르트는 끙 앓는 소리를 냈어요. 이번에는 분노 때문이었죠. 이제 멍청한 오리들을 포함하여 온 세상이 에두아르트가 허풍을 떨었다는 걸 알게 될 거예요.

“에휴.”

에두아르트는 천천히 부드러운 진흙 웅덩이로 들어갔어요. 그럭저럭 만족스러웠어요. 태양은 언제나처럼 에두아르트의 넓적한 엉덩이를 따뜻하게 달구어 주었죠. 에두아르트는 행복한 미소를 지었어요.

‘그래, 뭐. 이만하면 별로 나쁘지 않은 삶이야.’ / 204p

 

 

남자는 팔을 공중으로 높이 쳐들더니 마치 춤을 추려는 듯 밀짚모자를 바닥에 내던졌어요. 그러고는 그림을 집어 높이 집어던졌어요. 에두아르트 눈에는 환호에 찬 몸짓으로 보였어요. 남자가 기뻐하는 걸 보니 에두아르트도 기뻤어요. 에두아르트는 예술가들이 종잡을 수 없이 행동한다는 걸 알고 있었어요. 화가는 너무 기쁜 나머지 주체를 못하는 것 같았어요.

에두아르트는 흡족한 마음으로 천천히 우리로 돌아왔어요. 몰래 착한 일을 하는 건 얼마나 보람찬지 하고 생각하면서요. / 224p

 

 

 

 

 

 

   이렇듯 『세상에서 가장 교양 있고 품위 있는 돼지 슈펙』은 자신이 영리하고 멋지다고 생각하는 돼지 에두아르트 폰 슈펙이 벌이는 29가지의 일화들을 담은 우화집입니다. 비록 계획하는 모든 일이 엉망이 되곤 하지만 능청스럽게 자기를 긍정하고 또 앞으로 나아가는 모습은 독자들로 하여금 유쾌하게 다가옵니다. 특히 저마다 다른 성격을 지닌 동물들로 하여금 풍자와 교훈을 전하고자 하는 이야기의 방식은 우리 아이들에게 즐거운 상상력을 심어줍니다. 실제로 이 책의 저자인 존 색스비가 손주들에게 들려주기 위해 쓴 이야기를 엮은 책이라고 하니, 설레어하며 기다리고 있었을 아이들을 생각하면 참 흐뭇해집니다. 뿐만 아니라 우리에게 익히 알려진 『누가 내 머리에 똥 쌌어?』를 그린 볼프 에를브루흐의 그림이 이야기의 맛을 풍성하게 해주니 보는 즐거움까지 배가 됩니다.

 

 

 

   이 책을 6살이 된 제 아이에게 매일 여러 장에 걸쳐 들려주었더니, 어느 새 이야기의 말미에 이르면 아이는 귀를 막을 준비를 합니다. 오늘은 또 슈펙이 무슨 사고를 칠지 걱정이 되었나봅니다. 그러면서 “슈펙은 말썽꾸러기야.” 하고 핀잔을 주기도 하고요. 하지만 아이는 슈펙이 말썽을 부릴 때마다 피식피식 새어나오는 웃음을 감추지 못합니다. 이야기가 끝나면 동물 모형 장난감을 한 가득 꺼내와 자신만의 동물 농장 이야기를 완성해가기도 합니다. 덕분에 슈펙의 이야기는 저희 집에서도 계속 될 것 같네요. 이 책으로 하여금 다른 독자분들도 아이와 재미있는 이야기를 만들어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았지만,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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