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기만 하면 내 것이 되는 1페이지 한국사 365
심용환 지음 / 비에이블 / 2020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대중의 눈높이에 맞춘 간결하지만 깊이 있는 한국사해설을 만나다!

하루에 한 장씩, 주제별로 접하는 한국사백과! 

 

 

   언제부턴가 한국사에 관한 궁금증은 네이버 지식백과로 해결하게 되었다. 그도 그럴 것이 대체로 시대와 연도별로 정리된 한국사 책에는 기본적인 정보 정도로만 요약되어 있는 데다, 찾고자 하는 내용이 어디에 있는지 일일이 찾아봐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는 까닭이다. 무엇보다 긴 호흡으로 읽어야 하는 한국사 책보다 비교적 짧지만 핵심 정보만 집중해서 제공하는 백과사전 형식의 편리함도 한 몫 한다. 그래서일까. 『읽기만 하면 내 것이 되는 1페이지 한국사365』를 펼쳐든 순간, 딱 한 페이지 안에 한국사 중요 장면의 핵심만 담아 놓은 책의 형식이 참 마음에 들었다. 간략하지만 가볍지 않고, 딱딱한 역사 정보가 아닌 자신만의 해석을 덧붙이면서 독자에게 생각할 거리까지 제공하는 점이 매력적이었다. 무엇보다 현대인들의 눈높이에 맞는 해설과 여느 한국사 책에서 다루지 않는 폭넓은 상식까지, 한국사 교양 지식을 쌓고 싶은 이들에게라면 이 책은 단연 추천할 만한 책이지 않을까.

 

 

 

 

 

 

365개의 한국사 주요 장면을 만나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읽기만 하면 내 것이 되는 1페이지 한국사365』는 매일 하나씩, 365개의 주제를 읽으며 한국사에 대해 쉽고 재미있게 이해할 수 있는 교양 역사책이다. 한국사 기원부터 현대까지 중요한 역사적 ‘사건’을 비롯하여 한국사에 큰 영향을 미쳤거나 인상적인 인생을 살다간 ‘인물’, 역사·문화적으로 중요한 지역과 장소, 공간 등을 다룬 ‘장소’, 선사 시대부터 조상들이 남긴 문화적 성취를 확인할 수 있는 ‘유적·유물’, 우리 민족의 생활문화와 문화예술을 만나보는 ‘문화’, 고대부터 현대까지 역사적 영향을 끼친 학문과 철학을 다룬 ‘학문·철학’, 앞으로도 길이 남을 시대의 고귀한 글 ‘명문장’까지, 크게 일곱 가지의 주제 안에서 한국사의 주요 장면을 다루고 있다. 기본적으로 책에서는 주제를 요일별로 나눠서 소개하고 있지만 무엇을 먼저 읽어도 상관없이 평소 궁금했던 것이나 재미있어 보이는 것부터 읽어도 되는 점은 이 책의 큰 장점이다.

 

 

 

반민특위는 친일파들의 강력한 반발에 난항을 겪는다. 당시 관료의 상당수, 특히 경찰은 일제 강점기 친일 부역자들이 여전히 실관을 장악하고 있었다. 친일 경찰 세력은 테러리스트 백민태에게 권총과 수류탄 등 무기를 지원하여 김상덕을 비롯한 반민특위 지도부 암살 계획을 세웠고, 강원도 조사부에서는 특위 책임자를 호위하는 경관이 오발 사건을 가장하여 특위 위원의 암살을 시도할 지경이었다. 반민특위에 반발하여 검사 10여 명이 퇴진하거나 반민특위 위원이었던 김준연이 오히려 활동을 무력화하려고 노력하거나 이종형 같은 친일 세력이 ‘반공구국궐기대회’를 열면서 반민특위를 용공 단체로 모는 등 다양한 저항이 벌어졌다. / ‘반민특위’ 중에서 20p

 

 

고종이 덕수궁에서 통치했던 이유는 주변에 외국 공사관이 많았기 때문이다. 일본의 간섭에서 벗어나고자 러시아공사관에 피신했듯 당시 대부분의 공사관은 덕수궁 주변인 정도 일대에 밀집돼 있었다. 심지어 덕수궁과 러시아공사관을 잇는 비밀 통로도 있었다고 한다.

고종은 덕수궁을 중심으로 방사형의 새로운 도시를 설계하고 싶어 했다. 당시 유행하던 파리의 도시 구조처럼 개선문을 중심으로 파리 시내가 퍼져나가듯 말이다. 오늘날 종로구 일대는 두 가지 축으로 형성됐다고 보면 된다. 경복궁과 종로를 중심으로 만들어진 조선 전기의 서울 그리고 덕수궁을 중심으로 발전한 조선 후기의 서울이 그것이다. / ‘덕수궁’ 중에서 68p

 

 

 

 

 

 

   책은 1388년 이성계와 정도전 일파가 권력을 장악한 위화도 회군을 시작으로 일제가 약 두 달간 경복궁에서 실시했던 대규모 박람회인 조선물산공진회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큰 사건과 인물 등의 주제를 다루는 데 있어서는 여느 역사책과 궤를 같이하면서도, 남성 중심의 역사관에서 밀려나 잘 알려지지 않았던 여성 중심의 역사도 함께 다루고 있는 점이 매우 인상적이다. 이를 테면 1989년 9월 1일 서울 북촌 지역의 양반집 부인 300여 명이 기고한 《여권통문》의 일부 대목을 수록해놓은 것이 그러하다. 《여권통문》은 처음으로 여성들이 집단적으로 자신들의 권리와 사회적 의지를 드러낸 글로, 여학교 설립을 바탕으로 남성과 동등한 권리를 갖자는 우리나라 여성 운동의 효시다. 당시 <제국신문>이나 <황성신문> 같은 계몽지에서도 이 행동을 ‘놀랍고 신기한’ 혹은 ‘희한한’ 일로 바라보았으나 이목을 끌지는 못했는데, 오늘날 대부분의 역사서에서도 이를 다루고 있지 않는 점이 이를 증명한다.

 

 

 

   YH 사건 역시 마찬가지다. 이는 YH 무역의 회사 폐업 조치에 저항한 여공들로 인해 발생한 사건인데, 여성 노동자의 열악한 노동 환경에 문제를 제기하고 유신 체제 몰락의 도화선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대중에게 그리 잘 알려지지 않았다는 데에서 안타까움을 느끼게 한다. 그런 점에 있어 『읽기만 하면 내 것이 되는 1페이지 한국사365』은 그간 사회적 시선이 잘 닿지 않는 역사의 일부분까지 고려한 흔적을 엿볼 수 있어 의미 있는 책이란 생각이 든다.

 

 

 

   인물 편에서는 우리 역사에서 매우 중요하게 다뤄지고 있는 역대 왕이나 대통령, 독립운동가 외에도 조선 민중을 도운 일본인 인권 변호사 후세 다쓰지(관동대지진 때 체포된 아나키스트 박열과 가네코 후미코를 변호), 을사조약이 맺어질 당시 고종의 밀서를 들고 미국 대통령과 국무장관을 면담하려고 시도했고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만국평화회에서도 특사로 활약한 미국 선교사 헐버트와 같이 우리 역사에 의미 있는 영향을 끼친 외국의 인물을 함께 다루고 있는 점도 흥미롭다. 뿐만 아니라 문화 편에서는 조선 왕실 태교가 오늘날의 태교 문화에 미친 영향을 비롯하여 삼계탕과 치킨의 식문화, 한국사에서는 좀처럼 다뤄지지 않는 서태지와 아이들을 소개하면서 현대 대중문화까지 폭넓게 다루고 있는 것 또한 인상적이다.

 

 

 

사실 하회마을을 다니다 보면 의아한 느낌이 든다. 기와를 얹은 양반집과 양인들이 사는 초가집이 한데 모여 있기 때문이다. 기와집 근처에 몰려 있는 초가집 사람들은 대부분 양반집에서 땅을 빌려서 농사를 짓는 소작농들이었다. 즉, 도적이 약탈을 시도할 때 소작농들이 모여서 양반집을 보호하는 형태였다고 보면 된다. 아름다운 전통 마을이라고는 하지만 신분제의 모습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 ‘안동’ 중에서 61p

 

 

신문고가 효과적으로 활용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일반 백성이 궐내까지 들어와 북을 울리기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 《조선왕조실록》을 보면 신문고 관련 기록이 그리 많지 않고, 신문고를 운영하는 데 각종 전제 조건을 만드는 등 백성의 편의를 고려하기보다 행정의 효율성을 기준으로 운영되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흥미로운 점은 노비 송사에 관한 기록이 많다는 것이다. 보통 신문고 하면 ‘백성의 억울함’을 떠올리지만, 일반적으로는 복잡하고 까다로운 분쟁 소송의 도구로 활용됐다. / ‘신문고’ 중에서 77p 

 

 

 

 

 

 

   이 외에도 백성들의 억울함을 달래준 것으로 알려졌던 신문고의 역할이 사실은 많이 축소되었던 점, 유배지 일대를 전전하며 고단한 삶을 이어갔고 끝내 정치적으로 재기하지 못했기에 정약용의 아픔이 담긴 다산초당을 두고 맛집에 들른 후에 조선 후기 ‘최고의 사상가’를 운운하며 풍류를 즐기듯 일대를 돌아보는 것이 과연 적합한 행위인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는 점, 가치 순위에 따라 문화재의 번호를 매기는 것에 대한 문제점과 이제는 새로운 방식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 역시 남다르게 읽힌다. 이는 단순히 역사를 암기 시험 과목으로 생각하거나 과거 역사학자들의 해석에만 의지할 것이 아니라, 오늘날의 시각으로 다양하게 해석하고 미래의 방향성까지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다산초당은 현재 유명한 관광지다. 오르기에 어렵지 않고 도달하면 높다란 나무에 가려져 비추는 햇볕이 신비한 기분을 자아낸다. 복원된 초당의 형태는 조금 아쉬운데, 지나치게 크고 반듯하기 때문이다. 냉정히 따지면 이곳이 관광지가 된 것도 의아하다. 말 그대로 정약용이 유배지 일대를 전전하며 고단한 삶을 이어갔고 끝내 정치적으로 재기하지 못했기에 이만큼 아픔을 담아낸 공간도 없을 테니 말이다. 맛집에 들른 후에 조선 후기 ‘최고의 사상가’를 운운하며 풍류를 즐기듯 일대를 돌아보는 것이 과연 적합한 행위인지 의문이 든다. / ‘다산초당’ 중에서 82p

가치 순위에 따라 번호를 매기는 것은 또 다른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적어도 1번에서 100번까지는 순위 논쟁이 벌어질 수밖에 없고, 무엇보다 하위 번호 문화재에 대한 경시 풍토가 생길 수 있다. 또 가치관의 변화에 따라 다시 번호를 조정해야 하는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 세계적으로 번호를 부여해 국보나 보물을 관리하는 나라는 거의 없기 때문에 새로운 방식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 ‘북한의 국보’ 중에서 89p 

 

 

 

 

  이렇듯 『읽기만 하면 내 것이 되는 1페이지 한국사365』는 간략하면서도 핵심 정보만을 요구하는 현대인들에게 딱 알맞은 역사교양서라는 생각이 든다. 더 알고 싶거나 필요한 정보가 있다면 다른 관련 도서를 찾아보거나 인터넷으로 검색을 해서 지식의 폭을 넓혀가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듯하다. 더욱이 출퇴근하는 직장인들이나 본격적으로 한국사를 공부하는 중·고등학생이라면 대중교통을 이용하면서 짬짬이 읽어볼 수 있는 역사책으로 참고해보시길 추천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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