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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직선으로 나는 새는 총에 맞기 딱 좋다 - 세상에서 현명하게 살아남는 185가지 방법
발타자르 그라시안 지음, 민경수 옮김 / 가디언 / 2020년 4월
평점 :
절판

17세기 철학자가 현대인들에게 전하는 귀중한 금언들!
인간관계에서부터 인생의 고민에 이르기까지 가장 명쾌하고도 현실적인 처세술!
몇 해 전에 발타자르 그라시안의 『세상에서 가장 이기적인 조언』을 읽은 적이 있다. 당시 17세기 스페인 철학자의 처세서임에도 불구하고, 놀라울 정도로 현실적이고 냉철한 조언들이 담겨져 있어 상당히 놀라워하며 읽은 기억이 난다. 이 후 여러 해가 흘러 이 책은 『일직선으로 나는 새는 총에 맞기 딱 좋다』는 제목으로 개정되어 출간되었다. 이전과 달리 바뀐 표지의 빨간색은 명쾌하고 냉철한 조언을 서슴지 않는 그의 철학을 상징하듯 강렬하다. 무엇보다 400년 전이나 몇 년 전이나, 다시 읽는 지금에 와서도 그의 조언들은 짤막하지만 군더더기 없고, 매우 현실적이지만 시대를 뛰어넘는 지혜와 보편적인 진리를 잃지 않고 있다. 그 어느 때보다 각박하고 복잡다단한 시대를 살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삶의 본보기가 될 만한 귀중한 처세서임이 틀림없다.

인생의 심리전에서 지지 않는 법
21세기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 17세기 철학 정신과 처세술이 과연 얼마나 큰 의미가 있을까 싶은 독자들에게는 우선 발타자르 그라시안이란 철학자에 대해 이해할 필요가 있다. 책의 설명에 따르면, 그는 17세기 스페인의 철학자이자 예수회 신부였다. 모름지기 철학자 겸 신부라면 ‘이상적인 삶의 길’을 가르치고자 노력하게 마련인데, 그는 지극히 현실적이고 세상에 대한 회의적인 태도와 저술 활동으로 교단의 질책을 받기도 했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17세기의 스페인은 현 우리 사회와 매우 흡사했다고 한다. 권력자가 특권을 누리고 온갖 부패가 만연했던 시대였고, 서민들은 고통에 허덕이며 삶을 연명했다. 각종 권모술수가 가득한 시대 속을 살았던 이 현자는 교회에 앉아 기도하거나 활동만 하고 있을 수 없었다. 그래서 군인 겸 성직자로서, 1949년의 스페인-프랑스 전쟁에 참전한 그는 카탈로니아의 전장을 종횡무진하며 가는 곳마다 승리를 거두었다고 한다. 이로써 병사들은 그를 ‘승리의 신부’라 불렀는데, 보기 드물게 문무를 겸비한 현자로 알려짐으로써 그는 더 이상 손에 잡히지 않는 뜬구름 같은 이상이 아니라 현실을 돌파해나갈 명쾌한 해답과 지혜를 전하고자 했다. 그가 철저히 현실적이고 날선 문장들을 쓴 것은 바로 이러한 배경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으로 보인다.
적게 노력하고 많이 얻는 가장 쉬운 방법_
예의는 마법과도 같다. 마음을 다해 예를 갖추면 남들로부터 인정받는다. ‘예의 바른 사람’이라는 딱지가 붙으면 상대의 대우가 훨씬 따뜻해진다.
한편, 예의는 하나의 의무이기도 하다. 특히 공적인 장소에서 예의를 지키지 않으면 그 자리의 분위기를 망치게 되고, 많은 사람에게 피해와 불쾌감을 안겨주기도 한다.
이렇듯 예의를 지켜 바르게 행동하는 것은 굉장히 중요한 일이지만, 다행히도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그야말로 ‘적게 노력하고 많이 얻는 것’이다. 그러므로 예의를 지키는 것은 결코 손해 보는 일이 아니다. / 19p
어리석은 사람은 갈채에 웃고, 현명한 사람은 비판에 기뻐한다_
플라톤은 자신의 제자 중에 유일하게 아리스토텔레스만 인정했다고 한다. 플라톤의 제자인 동시에, 그의 가장 엄격한 비평가였기 때문이다. 우리 자신을 단련하고 갈고닦게 하는 것은 ‘대중의 갈채’가 아니라 ‘현자의 따끔한 한마디’이다. / 22p


책은 현명한 사람들을 위한 자기 계발, 적을 만들지 않는 사람들의 무기, 인생의 심리전에서 지지 않는 법, 행복을 거머쥐는 사람들의 필수품이란 소제목으로 나뉘어 있다. 타인과의 관계 문제에서부터 대화법, 각종 인생의 고민에 이르기까지 최대한 인간 개인의 본성과 욕망에 밀착하여 직언을 아끼지 않는 글들이 눈에 띤다. 이를 테면 ‘현실도피를 위해 운명이라는 이름을 빌리지 마라’, ‘무식한 고집쟁이는 마주치지 않는 것이 최선이다’, ‘약점을 드러내는 것은 스스로를 사나운 짐승의 우리에 던져 넣는 꼴이다’, ‘같은 값, 같은 품질일 때는 고객의 허영심을 자극하는 것이 승부를 결정한다’, ‘자신을 희생하면서까지 배려하는 사람은 이기주의자만도 못하다’ 등이다. ‘꽃길도 가시밭길도 스스로 결정하는 것이다’, ‘정도를 걷는 사람만이 신용을 얻는다’, ‘어려운 사람에게 부탁하려면 기분이 좋을 때를 노려라’, ‘지혜를 갖추고, 덕을 쌓고, 많은 경험을 하라’와 같이 융통성을 발휘하며 기본적으로는 중심을 잃지 않는 지혜를 전하고자 한 조언들도 새겨봄직하다.
일직선으로 나는 새는 총에 맞기 딱 좋다_
늘 똑같은 행동 패턴이지는 않은가? 가끔씩은 행동에 변화를 줄 필요가 있다. 언제나 단순한 행동만을 반복하는 것은 좋지 않다. 우리를 지켜보는 적들이 단조로운 행동 패턴을 파악하고, 그 허점을 노릴 것이 뻔하니까.
일직선으로 나는 새는 쉽게 총에 맞지만, 곡선을 그리며 나는 새는 맞추기 어렵다. 악의적인 사람들은 세상 구석구석에 숨어 있다. 이들을 피하기 위해 허구한 날 남의 눈을 속일 궁리만 하고 살 수는 없지만, 삶의 재치는 필요하다. / 28p
책의 제목이기도 한 ‘일직선으로 나는 새는 총에 맞기 딱 좋다’는 안정적이고 계획된 일상의 평화로움을 추구하는 나에게 지적할 만한 좋은 조언인 듯하다. 가만 생각해보면 새로운 것에 대한 동경은 늘 마음속에 가득한데 정작 정해진 패턴과 예상된 결과 안에서 움직이려는 나의 성향이 어김없이 발목을 붙드는 것 같다. 하던 대로 하면 실패할 확률은 줄어드니까, 내가 잘 하는 것 안에서만 하면 이 역시 기본 이상의 성적은 거둘 테니까. 그런 의미에서 현실에 안주하고 단순한 행동만을 반복했던 나에게 일직선으로 나는 새는 쉽게 총에 맞는다는 조언만큼 적확한 말은 따로 없을 듯하다.


정직한 것과 고지식한 것은 다르다_
악인에 대항하기 위해서는 약삭빠르게 구는 것도 중요하다. 자연계의 동물들은 이 방법을 이미 터득했다. 적의 공격을 피하기 위해 주변 색에 맞춰 스스로의 몸을 위장하는 것은 예사다. 평소에는 그늘에서 가만히 숨을 쉬고 있다가, 먹잇감이 사정거리에 들어오면 불시에 공격하는 녀석도 있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뱀 같은 교활함과 비둘기 같은 온화함이 동시에 필요하다. / 65p
스스로 낮춰 보는 잘못된 습관은 자신의 소중함을 깨닫지 못해서 생긴다_
사람에게는 이렇듯 다른 이를 부러워하고 스스로를 낮춰 보는 경향이 있다. 이런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은 늘 마음속이 요동치고 불행할 것이다. 잘못된 습관은 자신이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깨닫지 못해서 생긴다. 범사에 감사하라. 그 순간 당신은 한 단계 성장할 수 있다. / 118
입으로만 신나게 외치는 정의만큼 비겁한 것은 없다_
정의감이 넘치는 사람은 스스로 ‘정의’라는 말을 입에 담지 않는다. 권력에도 굴하지 않고, 대중에 영합하지도 않는다. 순간의 이익이나 유혹에도 흔들림 없이 자신의 신념을 고수하며, 말과 행동이 일치하는 삶을 실현하기 위해 끊임없는 노력하는 이야말로 정말 정의로운 사람이다. / 87p
미국에서 연이어 백인 경찰이 흑인 남성을 과잉 진압하여 질식사에 이르게 한 사건으로 인해 파장이 커지고 있다. 도시 곳곳에서 시위가 일어나고 언론은 물론 유명인들까지 가세하여 인종차별에 대한 문제를 강력하게 제기하는 가운데, 폭동으로 과열되다 못해 개인의 사유재산을 강탈하는 범죄 수준으로 이어지고 있어 우려가 된다. 전국가적인 애도와 인종차별 문제에 대한 각성을 촉구하는 냉정하면서 차분한 대처가 우선일 듯하지만, 민주주의 안에서 여전히 만연한 차별 문제가 어느덧 한계에 다다랐다는 생각도 불가피해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황이 범죄로 과열되며 또 다른 역차별을 낳을 수도 있는 이 같은 사태를 과연 그들이 부르짖는 ‘정의’라 할 수 있을까. 이쯤에서 발타자르 그라시안의 다음과 같은 조언은 뼈를 때린다. ‘입으로만 신나게 외치는 정의만큼 비겁한 것은 없다’고.
당신의 의견에 이견이 없는 사람은 무조건 피하라_
나의 의견에 전혀 이견이 없는 사람이 있다면 무조건 피해라. 그런 사람은 오로지 신변의 안전만을 중시할 뿐, 다른 사람은 안중에도 없다.
다른 사람의 의견에 반론을 제기하려면 상당한 에너지가 필요하다. 자칫하다가 상대방을 화나게 하거나 미움을 받을 수 있다. 이런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나를 비판해 주는 이가 있다면, 그야말로 고마운 사람이다. / 125p
안전과 행복을 희생하면서까지 부탁을 들어줄 필요는 없다_
아무리 친한 사람이라도 결국 남은 남일 뿐이다. 내 안전과 행복을 희생하면서까지 남의 부탁을 들어줄 필요는 없다. 상대방이야 잠깐 불쾌할 수 있겠지만, 내가 끝없는 고통에 휘말릴 것 같다면 처음부터 단호하게 쳐내는 것이 좋다. / 140p
해묵은 재능과 명성에 집착하지 마라_
이집트 신화에 나오는 불사조는 수백 년에 한 번씩, 자기가 피운 불에 몸을 던져 늙은 육체를 태우고 젊은 모습으로 다시 태어난다고 한다. 해묵은 자신의 모습을 버리고, 완전히 새로운 자신으로 재생하는 삶의 방식을 불사조에게서 배우자. / 187p


이처럼 『일직선으로 나는 새는 총에 맞기 딱 좋다』는 모순으로 가득한 우리 시대에 가장 현명한 조언들로 새겨진 책이다. 나는 이 책을 항상 머리맡에 두고 잠들기 전에 한두 페이지씩 읽으면서 글의 의미를 되새김하는 독서를 권하고 싶다. 지금 내가 고민하고 있는 문제로부터, 막막한 인간관계로부터, 불공정한 세상으로부터 돌파할 이 진실한 지혜 앞에서 현명한 해답을 구할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