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창의성과 조직 혁신에 관한 한 가장 신선하고 통찰력 있는 책!
룬샷은 미래 그 자체이며 우리가 꼭 기억해야만 할 키워드다!
타인의 선택을 적극적으로 설계할 수 있다는 획기적인 아이디어를 보여준 리처드 H. 탈러와 캐스 R. 선스타인의 『넛지Nudge』, 자신이 진정 원하는 사람이 되기 위해 행동의 방아쇠를 당기는 힘을 강조한 마셜 골드스미스의 『트리거Triggers』 이후 가장 명확하고 실용적이며 통찰력 있는 책을 만났다. ‘미쳤다’고 손가락질 받던 아이디어가 기존의 질서와 상식을 무너뜨리고 혁신과 폭발적 성장을 이루어내 어떻게 위기를 승리로 이끌어내는지 그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 새 ‘룬샷Loonshots’이야말로 ‘미래’를 이끄는 가장 강력한 힘이자 우리가 기억해야 할 단 하나의 단어라는 생각이 든다. 물리학의 이론을 이용해 새로운 경영 공식을 도출해낸 사피 바칼의 이 신선하고 흥미로운 발상에 빌 게이츠가 “내 가방에 넣어 다니며 읽는 책”이라 한 것만으로도 이미 설명을 다 한 책이다.

전쟁, 질병, 불황의 위기를 승리로 바꾼 룬샷의 비밀
“지난 세기 ‘한국의 기적’을 기억합니다. 농업 중심의 어려웠던 경제는 강력한 공업 중심 경제로 발돋움했습니다. 세계 최빈국 중 하나였던 나라가 이제는 세계 최고 부국들 가까이에 이름을 올리게 됐습니다. 오늘날 한국의 교육, 의료, 교통, 산업 시스템은 전 세계의 모범입니다. 그런데 그 다음은 어떻게 될까요?” 『룬샷』의 서두에는 특별히 한국 독자들에게 남기는 저자의 메시지가 등장한다. 그는 한국이 과학과 기술, 수학의 역할을 오랫동안 강조해왔으며 이 분야 연구자와 학생들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 평가한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의 아이디어가 한국 독자들에게 더 깊은 울림을 주지 않을까 기대한다. 유망 스타트업이 등장하고 한국의 우수한 기술을 바탕으로 한 기업들이 세계 시장으로 진출하는 가운데, 어마어마한 성장의 역사와 단기간의 유명세를 달성하고도 불꽃처럼 사라져간 기업들의 운명을 한국의 기업들은 피해갈 수 있을지 우려하며 그는 이 책에 나름의 답을 담고자 한다. 물리학자이자 바이오테크 기업 창업가이자 경영자답게 그가 제시하는 개념은 다소 이례적이다. 물리학과 경영이라니. 물리학과 비즈니스, 역사를 결합한 그의 독특한 경영 방정식은 이제껏 읽어보았던 여러 경영서에서 볼 수 없었던 차별화된 접근임에 틀림없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룬샷’이 있다.
룬샷loonshot
1. 주창자를 나사 빠진 사람으로 취급하며,
2. 다들 무시하고 홀대하는 프로젝트
룬샷은 사피 바칼이 직접 만든 말로, 주창자를 “나사 빠진 사람”으로 취급하면서 대다수가 무시해버리는 프로젝트를 의미한다. 그는 미친 아이디어라고 손가락질 받는 이 룬샷을 육성하는 자야말로 미래를 지배할 수 있다고 말한다. 페이스북, 애플, 구글, 할리우드 등 오늘날 성공을 이룬 기업들의 핵심에는 이 룬샷이 존재했다는 것이다. 이에 사피 바칼은 『룬샷』을 통해 우리 주변의 세상에 대해, 그리고 집단행동의 미스터리에 대해 완전히 새롭게 통찰하는 방법을 제시한다. 또한 크리에이터들의 창의적 발상과 관리자의 효율적 경영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을 이루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육성하고 발전시키는 새로운 경영이론을 제안한다. 다시 말해, 우리가 흔히 쓸모없는 생각이라고 무시하고 홀대했던 아이디어 속에서 가능성을 포착하고, 이를 체계적으로 육성해 폭발적인 성장을 이루는 방법을 소개하려는 것인데, 이는 놀랍게도 물 한 잔 속에서 포착되는 ‘상전이’라는 물리학 이론에서 시작한다.
비즈니스에서는 미스터리일 수 있는 행동 변화가 물리학에서는 상전이라는 괴상한 행동 패턴의 핵심을 이룬다. 물이 가득 찬 커다란 욕조를 한번 떠올려보자. 물 표면을 망치고 내려치면? 물이 튀면서 망치가 액체 속으로 쏙 미끄러져 들어간다. 이번에는 온도를 낮춰 물을 얼린 다음, 다시 망치로 내려치자. 어떻게 될까? 표면이 산산조각 날 것이다.
‘똑같은’ 분자가 이 맥락에서는 액체처럼 행동하고, 다른 맥락에서는 딱딱한 고체처럼 행동한다. / 29p
우리가 룬샷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저자가 주장하는 ‘상전이’, ‘상분리’, ‘동적평형’이라는 핵심용어를 이해해야 할 필요가 있다. 물이 가득 담긴 욕조를 얼어붙기 직전으로 만든 상태를 상상해보면 개념은 쉽게 이해된다. 어느 쪽으로든 조금만 움직이면 전체가 얼거나 녹아버린다. 바로 이러한 현상, 물질이 온도, 압력, 외부 자기장 등 일정한 외적 조건에 따라 한 상에서 다른 상으로 바뀌는 현상을 ‘상전이’라고 한다. 그런데 바로 그 접점에서는 얼음 덩어리와 액체 상태의 물이 공존한다. 이때 경계에서 두 가지 상태가 공존하는 현상을 ‘상분리’라고 한다.
그런데 얼음과 물의 상태는 서로 나눠지면서도 여전히 연결되어 있다. 두 상태의 관계는 주고받는 것이 서로 균형을 이루는 순환관계 형태를 띤다. 얼음 조각의 분자들은 인접한 물웅덩이로 녹아든다. 얼음 조각 옆을 헤엄치던 액체 분자들은 얼음 표면에 붙잡혀 얼어붙는다. 이렇듯 어느 쪽 상태도 압도적이지 않은 이 순환관계를 ‘동적평형’이라고 한다. 바로 여기에 룬샷의 핵심이 있다. 저자는 이른바 예술가이자 혁신적인 발명품을 개발하는 그룹으로 지칭되는 ‘룬샷 그룹’과 룬샷으로 탄생한 제품의 후속작 또는 업데이트 버전인 ‘프랜차이즈 그룹’이 잘 분리돼 있으면서 똑같이 강한 힘을 발휘하는 한편(상분리), 지속적으로 프로젝트와 아이디어를 양방향으로 교환하는 상태(동적평형)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베일 역시 기술 프로그램의 상세한 부분에는 관여하지 않았다. 부시도, 베일도 본인들의 할 일은 룬샷과 프랜차이즈 사이의 균형과 소통을 관리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괴상한 것을 탐구하는 과학자와 탄약을 조립하는 병사들 사이의 균형과 소통, 벨 전화연구소의 뜬구름 잡는 연구와 전화 사업의 고된 업무 사이의 균형과 소통 말이다. 두 사람은 어느 한쪽에 깊이 뛰어들기보다는 둘 사이의 이전에 초점을 맞췄다. / 85p



저자는 룬샷 그룹과 프랜차이즈 그룹은 너무나 다른 길을 걷지만, 양쪽은 서로를 필요로 한다고 말한다. 우리는 흔히 한 사람의 뛰어난 천재 혹은 아이디어가 회사 전체의 성공을 이룬 것처럼 강조하는 경향이 있는데, 확실한 프랜차이즈가 없을 시 실패 확률이 높은 룬샷 때문에 회사나 산업 전체가 망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에 회사는 룬샷을 육성하는 동시에 룬샷과 프랜차이즈의 균형을 유지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또한 룬샷의 두 종류인 제품형 룬샷과 전략형 룬샷을 구분하여 이 두 가지 유형 모두에 균형을 이루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애플이 성공할 수 있었던 궁극적인 이유도 제품형 룬샷(제품 측면에서 놀라운 돌파구가 마련되는 것)이 훌륭했던 것 외에 전략형 룬샷(아무도 생각지 못한 약간의 전략상의 변화로 큰 차이를 만드는)이 뒷받침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책에서는 팬암처럼 한 종류의 룬샷을 놓친 것이 전 세계에서 가장 잘나가던 항공사를 무너뜨리고, 폴라로이드 사처럼 다른 종류의 룬샷을 놓친 것이 전 세계에서 가장 잘나가던 소비자 기술 기업을 무너뜨린 사례를 다양하게 마주할 수 있다. 잡스가 “때로는 회사 자체가, 회사를 조직하는 방식이 바로 최고의 혁신이더군요.”라고 한 이 한 줄의 말이야말로 앞선 설명들을 이해할 수 있는 가장 적절한 표현이 아닐까.
우리는 이런 ‘가짜 실패’를 도처에서 발견할 수 있다. 가짜 실패는 과학계에도 있고 비즈니스계에도 있다. 프로젝트가 폐기될 수 있는 이유는 수없이 많다. 자금 지원이 줄어들 수도 있고, 경쟁자가 승리할 수도 있고, 시장이 변화하거나 핵심 인물이 떠날 수도 있다. 그러나 룬샷이 폐기되는 흔한 이유는 가짜 실패 때문이다. 우리는 가짜 실패 때문에 프로젝트가 폐기될 위험을 완전히 없앨 수는 없다. ‘당신의 아이디어에 결함이 있습니다’라든가 ‘당신의 테스트에 결함이 있습니다’라는 번쩍이는 네온사인이 따라오지 않는다. 그러나 이 위험성을 줄일 수는 있다. 엔도와 포크먼이 했던 일이 바로 그것이고, 이 책에서도 그 부분을 얘기할 것이다. 엔도와 포크먼이 위대한 발명가였다 해도 그들의 가장 뛰어난 능력은 실패를 철저히 수사하는 능력이었다. 두 사람은 진짜 실패와 가짜 실패를 구분할 줄 알았다. / 117p
랜드와 그의 경영진이 디지털을 일축한 이유는 30년간 필름을 팔아 돈을 벌었기 때문이었다. 폴라로이드는 카메라를 팔아서 버는 돈보다 즉석 사진의 카트리지를 팔아서 얻는 수입이 더 많았다. 디지털로 가면 필름이 설 자리가 없어지고 이는 수입이 없다는 뜻이 된다. 그래서 폴라로이드는 디지털이 “절대로 돈이 될 리 없다”고 했다. 랜드가 디지털이라는 새로운 기술을 일축한 이유는 전략형 룬샷, 그러니까 디지털을 통해 수입을 창출할 수 있는 수많은 방법을 찾아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요컨대 랜드는 후안 트립과 마찬가지로 본인의 강점(제품형 룬샷)에만 의지하고 약점(전략형 룬샷)을 직시하지 않았다. / 216p
책을 읽다보면 결국 아무리 위대한 기업도 룬샷을 놓치면 그 결과는 치명적일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또, 중국이 월등히 크고 높은 기술적 발전을 이루었음에도 불구하고 과학혁명은 서양에서 일어난 것인지를 룬샷을 통해 설명하기도 한다. 하나의 산업 내에서 상분리와 동적평형을 이룬 할리우드, 밴팅의 인슐린 발견 역시 상분리와 동적평형을 적절하게 이룬 사례라 할 수 있다. 이렇듯 『룬샷』은 룬샷을 장려할 수 있는 조건들을 기업이나 다양한 분야의 사례를 통해 알기 쉽게 설명해주어 독자의 이해도를 높인다. 덕분에 상전이라는 물리 법칙에 생소한 이들에게도 쓸모없어 보이는 아이디어가 놀라운 발견으로 변하는 과정을 흥미롭게 지켜볼 수 있다. 아울러 혁신에 관심이 있는 스타트업이나 창조적인 아이디어가 있음에도 훌륭한 결과물로 이어내지 못하는 기업들에게 좋은 가이드가 되어줄 것이다.
균형과 소통을 제대로 유지하려면 내부의 장벽을 극복하게 도와줄 손길이 필요하다. 어느 모세의 보좌진의 손길이 아니라, 정원사의 손길처럼 부드러운 손길이 필요하다. 아이디어가 이전되는 데 힘을 너무 받거나(추상같은 명령) 힘이 부족하면(아무 지원 없음), 유망한 아이디어와 기술도 실험실에서 썩게 될 것이다. 그러면 조직은 그 기술을 상실하고, 시간과의 싸움에서 질 것이며, 그 기술을 발명한 사람의 충성심을 잃게 된다. 핵심 인재는 회사에 오래 머물지 않을 것이다. / 267p
대부분 회사들은 어떤 직원이 프로젝트에 기여하지 못하거나 상사로부터 안 좋은 평가를 받으면, 그 직원을 해고할 생각을 한다. 그런데 어떤 회사는 직원을 자르기 직전에 누군가 개입해서, 이 직원에게 다른 역할을 맡겨 한 번 더 기회를 줘봐야 하는 것 아닌지 살펴보는 경우도 있다. / 372p



프랭클린 루스벨트는 부시에게 쓴 글에서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지성의 새로운 전선이 우리 앞에 펼쳐져 있습니다. 이 전쟁을 치르는 동안 우리가 가졌던 비전과 대담함, 추진력을 가지고 그 전선을 개척한다면, 더 유익한 일자리를 더 많이 만들어내고, 더 보람찬 삶을 가꿀 수 있을 것입니다.” 즉, 사피 바칼은 약간의 도움과 약간의 과학이 있다면 우리 각자도 개인으로서, 팀원으로서, 그리고 시민으로서 자신만의 끝없는 전선을 넓혀나갈 수 있을 것이라 단언한다. 그런 의미에서 창의성과 조직 혁신에 관한 한 가장 신선하고 통찰력 있는 아이디어를 제시하는 『룬샷』을 꼭 읽어보시라 추천 드린다. 이제 룬샷은 미래 그 자체이며 우리가 꼭 기억해야만 할 중요한 키워드라는 점을 누구도 의심할 수 없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