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중심으로 미디어 읽기
이승화 지음 / 시간여행 / 2018년 3월
평점 :
절판


 

 

 

넘쳐나는 미디어의 홍수 속에서

자신만의 기준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미디어를 읽는 법!

 

 

  가만히 돌이켜보면 우리 가족의 하루는 대부분을 미디어가 차지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듯하다. 아침에 일어나면 아이들을 위해 EBS교육방송을 틀어 놓고, 첫째 아이가 어린이집에 등원한 후면 휴대폰 어플을 이용해 라디오를 들으며 집안일을 한다. 이후 둘째 아이가 잠이 들면 나는 책을 읽거나 전에 읽은 책의 서평을 적기 위해 컴퓨터를 켠다. 블로그에 접속해 쓴 글을 정리해 업로드하고, 휴대폰으로는 인스타그램으로 전날 도착한 책 사진을 정성껏 찍어 게시한다. 그런 뒤에 아이가 자고 일어나면 이제 Btv를 켜서 베이비프로그램을 틀어놓은 채 아이와 책을 읽거나 교구나 장난감을 이용해 시간을 보낸다. 저녁에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자기 직전까지 TV는 습관처럼 켜져 있고, 첫째 아이도 태블릿으로 영어 동화나 유튜브 영상을 시청하곤 한다. 이쯤 되고 보면 미디어 속에 내 세상이 존재하는 것만 같다.

 

 

 

   이처럼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미디어를 활용하고 있다 보니 이제는 너무 자연스러워서 이를 의식조차 하지 못할 때가 더 많다. 그나마 아이가 있다 보니 휴대폰이나 태블릿 이용 시간을 적당히 제한하거나 아이가 보지 말아야 할 유해한 프로그램을 차단하는 정도에 불과할 뿐이다. 그만큼 우리는 누가 더 미디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느냐가 관건인 시대에 이미 돌입했다. 더 이상 미디어의 긍정적 기능과 부정적 기능을 저울질만 하고 있는 시대는 지난 것이다. 어쩌면 우리는 미디어를 어떻게 적극적으로 해석하고, 주체적으로 소비하고 생산하는가의 문제를 더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런 의미에서 『나를 중심으로 미디어 읽기』는 보다 능동적으로 미디어에 대해 고민해보고,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을 배울 수 있는 참 시의적절한 책인 듯하다. 미디어를 공부하고 있는 이들이라면, 미디어를 수동적으로 경험하고 있는 이들이라면, 미디어를 부정적인 시각으로만 바라보고 있는 이들이라면 이 책을 한번 읽어보시길 바란다. 그간 당연하게 접해온 미디어를 조금은 낯설고 새롭게 바라보며 또 다른 즐거움을 찾아내는 시간이 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미디어를 100% 활용하는 미디어 리터러시

 

 

   독서교육과 문화콘텐츠학을 연구하고 있는 저자는 미디어란 “다른 사람의 생각과 우리의 생각을 이어주는 통로”라고 정의한다. 즉, 다른 사람의 고민과 생각을 가장 쉽게 만날 수 있는 창구가 미디어라는 것이다. 미디어는 우리의 의식과 사고를 구성하며, 단순히 세상에 대한 정보만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정보를 받아들이는 우리의 인지 양식까지도 바꾸어준다. 미디어 이론가 마샬 맥루한은 “미디어는 세상을 바라보는 창이며, 중요한 것과 중요하지 않은 것을 가릴 줄 아는 눈을 만들어준다.”라고 말했다. 미디어를 통해 우리는 더 깊어지고, 더 영리해지고, 더 많은 사람과 이어질 수 있다. 하지만 미디어를 통해 이러한 정보와 생각을 얻으려면 미디어에 종속되지 않고 미디어를 제대로 알고 잘 활용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쏟아지는 미디어의 내용을 그저 보고 듣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때문에 미디어의 내용을 통해 그 안에 담긴 생각을 이해하고, 나의 생각을 더 깊게 하는 것이 중요한데, 이를 ‘미디어 읽기’라고 소개한다.

 

 

 

누구든지 생산적인 활동을 할 때 갑자기 새로운 아이디어를 떠올리기는 어렵다. 아이디어를 떠올리고 다듬는 과정에서 책이나 방송, 인터넷에서 자료를 얻고, 사람들과 생각을 공유하는 등의 활동을 기반으로 하는 것이 보통이다. 넓게 보면 모두 미디어의 틀 안에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미디어를 훼방꾼으로만 여기는 것은 이 시대에는 맞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주체적이고 창조적인 관점을 갖는 것이다. 항상 접하는 미디어를 창의적이고 창조적으로 접한다면 거기서 쌓은 능력과 지식은 더 많은 분야에서 발휘될 것이다. / 18p

 

 

‘이미지(영상)의 시대’라고 일컬어지는 지금, 그런 구분은 더는 의미가 없다. 독서교육의 권위자 돌로레스 더킨 교수는 ‘읽기’를 “의미를 구성하는 과정”이라 정의했다. 문자뿐 아니라 그림이나 영상, 말투, 음악에서도 우리가 의미를 찾아낼 수 있다면 그 모든 것이 읽기라고 할 수 있다. / 20p

 

 

 

 

 

 

  『나를 중심으로 미디어 읽기』는 앞서 말한 ‘미디어 읽기’를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미디어 리터러시’의 능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이는 ‘읽고 쓰는 능력’이란 의미의 리터러시와 미디어가 합쳐진 말로, 미디어가 전달하는 메시지를 이해하고 표현하는 능력이라 할 수 있다. 문제는 오늘날 미디어가 빠르게 발전하고 변화함에 따라 미디어 리터러시의 개념도 수시로 업그레이드되고 있다는 것인데, 책은 미디어 접근 능력, 미디어의 비판적 이해 능력, 창의적 표현 능력, 소통 능력의 기준에 따라, 우리가 활용할 미디어를 주체적으로 선택하고 원하는 정보를 찾아내 그것을 생산적인 활동으로 바꾸는 법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법을 제시함으로써 평소 미디어에 대해 잘 몰랐던 이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차근차근 설명해준다.

 

 

 

다음은 호기심이다. 그 이야기가 왜 불편했을까? 왜 비슷한 내용인데 어떤 것은 감동적이고 어떤 것은 그렇지 않을까? 우리가 접하는 미디어는 많은 메시지를 내포하고 있기 때문에 많은 궁금증을 불러일으킨다. 이런 궁금함이 그 미디어를 입체적이고 깊이 있게 이해하려는 노력으로 이어진다. 나아가, 같은 장면을 위해서 촬영했다면 어떨까? 내가 저 입장이라면 어떻게 했을까? 같은 마음으로 이어져 창조성도 기를 수 있다. 미디어 리터러시에 포함된 궁극적 의미 중 하나가 미디어를 활용하고 제작하는 능력인 것도 이러한 이유다. ‘읽고 쓴다’는 것은 ‘소비하고 생산한다’는 말로 이어질 수 있다. / 36p

 

 

이 모든 것은 미디어를 대하는 마음가짐으로 귀결된다. 미디어를 단순 소비재가 아니라 귀한 원석처럼 대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원석이라고 한 이유는 내가 다듬어서 마무리를 지어야 하기 때문이다. 유명한 고전, 남들이 다 좋다는 명작이라도 내가 의미 있게 읽지 않으면 아무 가치가 발생하지 않는다. 내가 시간과 노력을 들여 그것을 내 안에 받아들일 대 그 작품은 비로소 내게 가치를 갖는다. 값을 따질 수 없는 보석이든, 조금 기억에 남는 돌멩이든, 동전 한 닢이든, 그 가치를 만들어내는 것도 나의 몫이다. / 52p

 

 

 

   책을 읽고 서평을 쓰는 것에 관심이 많은 나로서는 작품을 다양한 관점에서 읽는 방법을 소개한 부분이 인상 깊어 남기고자 한다. 첫 번째는 작가에 대해서 궁금해 하고, 이를 바탕으로 이야기를 풀어가는 관점이다. 작품은 작가의 ‘자식’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 정도로 진한 유전자를 물려받는다는 관점에 따라, 작가의 또 다른 작품들을 통해 작가의 성향과 세계관까지 깊이 있게 읽는 방법이라 할 수 있겠다. 두 번째는 시간이나 공간적 배경에 초점을 맞추어 그 당시 상황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관점이다. 시대와 배경에 대한 많은 지식은 작품의 의미를 더 풍요롭게 해주는데, 이것이 과거 역사에만 그치지 않고 거시적으로 사회를 보는 시선과 접목되어 현시대의 정치나 경제와도 긴밀히 연결을 지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같은 맥락에서 세계사를 알수록 세계문학을 이해하고 감동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세 번째는 내재적 관점, 즉 작품 자체에 좀 더 집중하는 경우다. 이는 내용과 형식으로 나눌 수 있는데,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는가, 어떻게 전달하는가 등에 집중해서 작품을 읽어봄으로써 작품의 매력을 더 진하게 느껴보는 방법이다. 네 번째는 독자의 감상과 반응을 중요시하는 경우다. 어떤 지식이나 권위에 의존하지 않고 자신의 감상에 충실하게 작품을 바라보는 방법이다. 한발 더 깊이 나아가 ‘나’의 이야기로 자연스럽게 넘어와 자신의 경험을 편하게 꺼내면서 이야기 속에서 자신의 가치관을 발견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일 듯하다.

 

 

 

내가 활용하는 다섯 마디 리뷰법을 소개한다. 원하는 항복을 더하고 빼면서 자신만의 리뷰 스타일을 만들어보자.

한마디: 작품에 대한 설명을 한 문장으로 정리

두마디: 작품에 대한 감상을 한 문장으로 정리

추천 대상: 이 작품이 도움될 것 같은 사람

이미지: 작품을 이미지화하여 비유적으로 표현한 것

나의 질문: 작품을 내면화하는 질문 / 190p

 

 

 

 

 

 

   이 외에도 책은 여러 형태의 미디어 특성에 따라 제각기 다른 미디어 읽기의 방법들을 소개하는 것뿐만 아니라, 미디어를 활용해 감상문 쓰기와 발표안 만들기, 책방송 만들기, 나만의 콘텐츠 제작법 등 생산적이며 지속가능한 실천법까지 소개하고 있어 알차다. 서평 쓰기에 도움이 되는 책을 해석하는 방법에서부터 어떻게 글을 쓰면 좋은지, 또 그것을 미디어의 특성에 맞게 어떻게 활용하면 좋을지 생각해볼 수 있어 좋은 시간이었다. 무엇보다 미디어가 일상이 된 지금, 늘 습관적으로 켜고 끄기를 반복하며 이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본 적이 없었던 만큼 이를 각성하고 보다 능동적이고 주체적으로 ‘나의 미디어’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는 점도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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