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왕업 - 하 - 반룡, 용이 될 남자
메이위저 지음, 정주은 옮김 / 쌤앤파커스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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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를 제패하기 위한 처절한 사투, 그 속에서 피어난 아름다운 사랑!

음모와 배신, 권력의 비정함과 무상함 앞에서 자신의 모든 것을 내던진 철의 여인!

 

 

 

   선황이 갑작스레 붕어하고 황후는 중풍으로 쓰러진 가운데, 지난 2년 동안 경사의 정국이 불안하여 제왕의 난 이후로 남방 왕족은 경사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자리를 잡고 오랜 세월 경사의 황실과 대등한 세력을 갖추기 시작했다. 왕공귀인들은 각자 군대를 두고 힘을 키웠으며 권문세가의 세력이 서로 얽히고설키는 것도 모자라, 근래에 들어서는 관리들이 갈수록 부패하여 민생이 도탄에 빠졌다. 그야말로 난세 중에 난세다. 이에 난세를 평정하고, 3황자였던 자담으로 하여금 황제에 오르게 하고 스스로 실권자가 되어 경사의 정세를 안정시킨 이가 있었으니 그가 바로 소기다.

 

 

 

   한편 ‘남자의 천직이 개척과 정벌이라면, 여자의 천직은 보호하고 돕는 것이다.’는 말을 고모인 황후로부터 오랫동안 들어왔던 왕현 역시 음모와 배신, 역모를 꿈꾸는 잔당들로 얼기설기 얽힌 구중궁궐의 음험한 비밀 앞에서 자신과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때로는 거침없는 행보를 이어간다. 한때는 정인으로 권력의 꼭두각시 노릇과는 거리가 멀었던 자담을 황제의 자리에 내세운 것도 모자라, 훗날 소기를 제왕의 자리에 올리기 위해 자신이 해야 할 일들을 멈추지 않는다. 이렇게 앞서 『제왕업』 상권이 왕현과 소기의 운명적인 만남과 더불어 음모와 배신이 도사리고 있는 구중궁궐의 중심에 들어서기 시작한 과정이 그려졌다면, 하권에서는 허울뿐인 황제를 대신해 왕현이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들과 권력을 지키고자 피비린내를 무릅쓰고 온갖 위기 속에서 철의 여인으로 거듭나는 과정을 본격적으로 드러낸다.

 

 

 

 

 

 

“나는 당신이 패업을 이루고 천하를

통치하는 것을 지켜볼 거예요!” / 196p

 

 

 

   때마침 유산을 한 몸에다 여린 몸으로 여러 위기와 고초를 겪어 몸이 약해진 왕현의 뱃속에 아이가 들어선다. 두 사람에게는 경사요, 나라에도 경사이며 드디어 소기와 왕현의 사이에 자식이 없다는 치명적인 약점까지 딛고 일어설 수 있게 되었지만, 당경이 모반을 일으키고 돌궐이 국경을 침범하여 나라에 큰 변고가 일어난다. 이에 소기는 부대를 이끌고 친히 정벌에 나선다. 이제 이렇게 떠나면 출산은 물론, 꼬물꼬물 아이가 기어 다닐 때까지 얼굴을 보지 못할 수도 있기에 왕현으로서는 원망과 외로움, 두려움과 불안함으로 마음이 괴롭지만 그녀는 소기의 아내이자 예장왕의 왕비였고, 수많은 사람이 전쟁 중에 가족과 목숨을 잃고 피붙이와 헤어지는 고통을 겪을 것을 생각하며 이를 담담하고 의연하게 받아들이기로 한다. 과연 소기는 나라의 위기를 평정하고 난관을 뛰어넘어 왕현의 품으로 돌아올 수 있을까. 소기가 궁에서 사라진 지금, 왕현에게는 또 어떤 위기가 닥칠 것인가.

 

 

 

내 뱃속에는 나와 소기의 아이가 있다. 그리고 내 곁에 있는, 전쟁통에 부모와 모든 것을 잃은 이 아이도 이제 내가 사랑하는 보물이 될 것이다. 나는 이 아이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지켜줄 것이며, 아이에게 사랑과 온기를 보상해줄 것이다.

이 아이뿐만 아니라 그 많은 의지가지없는 아이들 모두 전쟁의 희생양이 되어서는 아니 된다.

심아의 손을 잡고 회랑을 지나면서 내 마음속은 점점 더 밝아지고 분명해졌다. ‘사내들의 세상인 전쟁에서, 여인은 그저 집에서 남편이 돌아오기만을 기다리는 사람이 아니다.’

내가 해야 할 일은 그 밖에도 매우 많았다. / 289p

 

 

난세에는 강자가 살아남고 약자는 죽는 법, 왕씨 가문과 사씨 가문처럼 대단한 명문세족이라도 언제 어느 때고 무너질 수 있다.

이것이 바로 권력의 정점에 있는 자와, 그 정점에서 겨우 한 걸음 떨어져 있는 자의 차이다. / 355p

 

 

 

한때 나와 소기는 각자의 간교한 심보 탓에 수많은 오해와 의심을 품었던 적이 있다. 그러나 지난 세월 동안 끊임없는 풍파를 겪으면서 마침내 마음속의 응어리를 내려놓고 서로를 온전히 믿게 되었다.

오늘에 이르기까지 목숨이 오락가락하는 위태로는 순간을 모두 버텨냈다. 만약 심중의 부담을 내려놓지 않았다면 어찌 마지막 난관을 뛰어넘을 수 있겠는가! / 404p

 

 

 

 

 

 

   소설은 왕현과 소기가 음모와 배신, 권력의 소용돌이 속에서 서로를 의지하며 난관을 헤쳐 가는 과정을 긴장감 넘치는 전개로 마지막까지 휘몰아친다. 소기가 출정을 떠나고 예상치 못했던 반전으로 위험에 처하는 왕현과 여인의 몸으로 이에 단호하게 맞서는 장면은 가히 압권이다. 이렇게 장대한 스케일과 서사, 긴장감 넘치는 액션을 겸비하면서도 섬세하고사실적인 묘사, 아름다운 로맨스까지 두루 갖춘 소설은 근래에 참 오랜만인 듯하다. 복잡한 중국의 역사적 사실을 기반으로 하면서도 그것에 함몰되지 않고 이토록 거대한 상상력을 유려하게 조직해낸 것만으로도 놀라운데, 이 작품이 작가의 데뷔작이라니 믿겨지지 않을 정도다. 이렇듯 원작에 대한 인상이 좋았던 데다 소설 속 후기의 여운이 아직도 가시질 않는 만큼 드라마도 어떻게 만들어졌을지 무척 기대가 된다. 장쯔이 주연의 2020년 중국 최대의 기대작이라 하니 꼭 찾아서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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