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연하고 단단한 삶을
위해, 여기 내가 있음에 집중하는 시간!
몸과 마음에 차곡차곡 정성이 쌓이다보면 어느 새 오랜
상처와 아픔이 훌훌 사라진다!
“엄마, 미워. 엄마랑 이제 안 놀 거야.”
5살인 첫째 아이가 최근 들어 부쩍 하는 말이다. 뭔가 마음에 들지 않은 게 있으면 펑펑 울면서 밉다는 말을 곧잘 하곤 한다. 그런데
그게 어쩔 때는 귀엽게 보이다가도 어쩔 때는 명치에 쿡, 하고 와 박힌다. 울컥하는 마음에 나도 “#$#^#%$%&*!!!” 하고
소리치고 싶지만 다섯 해를 아이와 함께 하다 보니 이젠 일을 키우기보다 적당히 타협하는 걸 택하게 된다. 그렇다고 아이가 복에 받쳐 울고 있을
때는 어떤 설득의 말도 통하지 않는다는 걸 알기에 “우리 잠깐만 시간을 갖자.” 하고 잠시 방에 들어가 숨고르기를 한다. 들이 마시고, 내쉬고.
오르락내리락하는 들숨과 날숨에 치솟았던 감정이 하나하나 누그러진다.
아, 아니다. 솔직해지자. 사실 이건 열에 두어 번 정도? 대부분의 경우 나는 아이와 감정싸움에 치닫는다. 나에게도 이렇게 욱, 하는
면이 있었나. 차곡차곡 담아두는 일에 익숙했던 나였는데, 이게 이렇게 어이없게 터져버릴 일인가. 돌이켜보면 별 것 아닌 일인데, 불쑥불쑥 그렇게
서럽기까지 할 때가 있다. 엄마로서도, 어른으로서도, 한 사람으로서도, 나는 아직 내공이 부족한가보다. 그래서 요즘은 문득 육아책으로 육아
기술을 늘리는 일 보다 내 마음 다독이는 일이 더 시급하게 느껴진다. 마음에도 근육이 있다면, 그래서 단단해질 수 있다면 조금은 덜 흔들리고,
덜 휘청일 수 있을까.


오늘도 나마스떼! 균형
잡힌 삶을 위해
들숨에 호흡으로 내 몸을 가득
채웠다가
날숨에 남김없이 빠져나가는 것을
지켜보세요.
과거도 미래도 아닌 지금 여기에 내가 존재하고
있음을
그저 바라보세요. / 44p
『마음에도 근육이 붙나 봐요』는 프리랜서 일러스트레이터 AM327이 나답게 잘사는 것에 관심이 많아 미숫가루 탄 물처럼 뿌연 마음을
정면으로 바라보려고 노력하며 그렇게 마주한 생각을 붙잡아 꾸준히 기록한 에세이다. 자주 크게 감탄하고 자주 크게 분노하는 성정을 가진 나를 잘
보듬어서 귀여운 할머니가 되고 싶다던 그녀의 소망에 살포시 지어지는 미소처럼, 소박하면서 정감 있는 그림체와 다정한 글귀가 마음을 이끈다.
여기에는 회사 생활 10년 차에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마음속 깨달음으로 회사를 뛰쳐나와 버렸으나, 고정적인 수입을 포기한 대가로 이리저리
휘청이다 만난 요가를 통해 몸을 바라보는 대신 마음에 근육을 채우고, 일상에 중심을 지탱하는 법을 배운 지난 과정이 그려져 있다.
머리로는 알아도 몸이 따라주지 않던 동작에서 한 발자국 앞으로 나아갔을 때 마음 가득 희열을 느껴요.
하지만 하나를 알았다고 좋아하면 그 앞에 또 다른 숙제가 펼쳐지는 느낌을 자주 받아요. 같은 동작을 해도 매일의 컨디션에 따라 다르게
느껴지거든요. 어제 했던 동작이 오늘은 안되기도 하고요. 하지만 하나를 깨달을 때마다 몸짓의 깊이가 어제와는 달라진 것을 분명히 느끼죠. 요가는
스스로를 끊임없이 관찰하게 하고, 한없이 겸손해지게 만들어요. 그렇게 깨달음의 반복을 통해 요가를 하면 할수록 내 안으로 점점 더 깊이
들어가요. / 73p


책은 요가를 처음 접하는 이들을 위해 요가를 대하는 마음가짐과 바른 자세, 호흡법, 몸과 마음에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한 컷 한 컷
정성을 다해 담아놓았다. 요즘처럼 다시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릴 때는 ‘비탈라사나 마르자리아사나’로 호흡기 기능을 향상시키고, 발목을 발달시키고
굳은 어깨를 풀어주기 위해서는 ‘가루다아사나’를, 고단하고 지친 하루의 피로를 풀기 위해 ‘아도무카 스바나아사나’를, 무너진 몸과 마음에 균형을
잡기 위해 ‘우르드바 프라사리타, 에카파다아사나’란 동작을 차근차근 실행한다. 그러는 동안에 잘 되지 않던 동작을 꾸준한 연습으로 성취해봄으로써
내 몸과 마음을 건강한 방향으로 이끌어가는 재미를 느끼고, 기본에 충실하는 것이 진짜 ‘잘’ 사는 법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가끔 마음 속 검은
꽃이 자라는 느낌이 들 때 가슴을 활짝 여는 ‘푸르보타나사나’를 하며 마음까지 활짝 열어보고, 힘으로 밀어붙이기보다 이 정도면 괜찮은지, 이
정도는 어떤지 몸에게 끊임없이 말을 걸어봄으로써 나와 대화하는 법을 익혀나가기도 한다.


책을 읽다보면 나도 모르게 소개된 동작들을 따라해보게 되는데, 그때마다 이리 휘청 저리 휘청, 다리와 팔은 부들부들, 뭐하나 마음처럼
되는 게 하나도 없다. 나이가 들고 아이를 둘 낳고 보니 몸은 천근만근이고 뻣뻣하기는 젓가락 같아서 어느 하나 만만한 동작이 없었던 것이다.
이건 전문가가 하는 것 아닌가, 좌절하려는 찰나에 책의 어느 한 대목이 내 마음을 붙든다. 저자도 한 자세에 머무는 동안 느껴지는 떨림을 늘
속상하게 여겼는데, 강사분이 이렇게 말을 했다고 한다. “매트 위에서의 흔들림도 움직임의 일부랍니다. 그런 나를 스스로 인정할 때, 비로소
우리는 조절이 가능한 삶을 살게 되지 않을까요?” 라고 말이다. 어디 매트 위에서일뿐일까. 덕분에 우리는 흔들리고 때로는 상처받을 수도 있음을
인정하고, 삶에서의 좌절도 인생의 일부라는 걸 받아들여야겠다는 유연한 자세를 배우게 된다.
‘변하지 않는 것은 보석이 된다’
이 문장을 참 좋아해요. 제 꿈은 귀여운 할머니가 되어 오래오래 그림을 그리는 거거든요. 그러려면
지금부터 세상을 세심히 바라보며 나의 이야기를 그려 나가야겠죠. 가치 있는 주름살을 만들며 깊어지고 싶어요. / 198p


요가란 처음부터 무리하지 말고 조금씩, 천천히, 그리고 꾸준히 나아가는 게 중요하듯이 우리 인생도 무리하지 말고, 나를 채근하기보다
응원해주면서 천천히 나아가는 법을 익히는 게 중요하다는 것을 새삼 깨닫는다. 다 아는 사실이지만 가장 어려운 그 깨달음에 최대한 관대해져보는 건
어떨까. 외부를 향한 눈을 잠시 가리고 내 안에 있는 눈을 뜨고 그저 여기 있음에 집중하는 시간. 그 시간이 현재 나에게 가장 필요한 것임을
잊지 말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