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이만 헤어져요 - 이혼 변호사 최변 일기
최유나 지음, 김현원 그림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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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과 이별, 그 기로 앞에 선 이들의 입장을 대변해주는

이혼 전문 변호사의 진솔하고도 유쾌 짠내 가득한 공감툰!

 

 

   “4주 후에 뵙겠습니다.”

   KBS에서 방영했던 <부부클리닉 사랑과 전쟁>에서 꼭 나오던 대사다. 가사소송법 제50조를 살펴보면 이혼사건에 대해서는 반드시 조정을 거쳐야 한다는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드라마에서 나오듯 가정 법원의 조정실에서 양쪽 당사자들과 변호사들이 나와서 재판이 판결까지 가지 않고 서로의 합의로 마무리될 수 있도록 이야기해 보는 시간을 갖는다. 이 시간 동안 상대방의 입장을 들어봄으로써 새삼 몰랐던 서로 생각을 이해하게 되기도 하고, 이미 좁힐 수 없는 서로의 입장차이가 끝내 이혼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영원할 것 같았던 둘이 하나가 된 삶, 한때는 죽고 못 살만큼 사랑했을 텐데 언제부터 서로에게 고통을 주는 존재가 되었을까. 한 남자를 만나 결혼을 하고 두 아이를 낳게 되면서 결혼이라는 무게를 크게 느끼는 요즘, 서로에 대한 배려와 사랑이 아니라면 이 무게를 무엇으로 감당할 수 있으려나 한 번씩 벅차게 느껴질 때가 있다. 아마도 많은 부부들이 이 무게를 감당하지 못해서, 종내에는 숨이 막힐 지경에 이르러 이혼을 결심하는 것이리라. 모든 로맨스 소설과 드라마가 그러했듯 결혼이 인생의 해피엔딩인 줄로만 알았는데, 두 사람이 하나가 되어 그것을 오랫동안 지속하며 살아가는 일이 이토록 어렵고, 또 어려운 일인 줄은 결혼 전엔 미처 몰랐다.

 

 

 

사랑과 이별, 가족에 대한 이해로 나아가는 따뜻한 이야기

 

 

   <우리 이만 헤어져요>는 ‘이혼 변호사 최변 일기’라는 부제에서 알 수 있듯, 이혼 전문 변호사가 직접 겪은 일을 바탕으로 한 법정 웹툰이다. 실제 변호사인 작가가 수많은 의뢰인을 만나 이혼 상담을 하며 그들을 돕거나 때로는 이혼을 막기도 하면서 이혼 전문 변호사로 성장해가는 과정을 담아낸 한 편의 법정 드라마 같기도 하다. 이미 16만 팔로워를 모으며 인스타툰 최고의 화제작이라 손꼽히는 만큼 결혼과 현실, 이혼에 이르는 일련의 과정들을 따뜻하면서도 공감어린 시선으로 그려내고 있어 눈길을 끈다.

 

 

 

 

 

 

   책의 1장에서는 이혼 변호사가 된 계기와 변호사 되어 겪은 갖가지 시행착오의 순간들을 다룬다. 이어 2장은 변호사 초창기 시절로, 의뢰인의 변호를 위해 좌충우돌하는 순간과 그 속에서 진정성 있는 위로를 건네는 모습들을 담아낸다. 3장에서는 이혼 전문 변호사로 거듭나며 자기 목소리를 내본 적 없는 이들에게 당당하게 자신의 권리를 찾아주고, 그 속에서 느낀 점들에 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마지막 4장에서는 결혼과 이혼에서 나아가 인생에 대한 의미들을 생각해볼 수 있는 에피소드를 중심으로 전개한다. 자칫 이혼이라는 주제로 인해 무겁고 어둡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귀엽고 부드러운 느낌의 그림체에 곳곳에서 짠내 풍기는 유머 코드까지 갖추고 있어 읽는 재미를 더한다.

 

 

 

드라마 속 변호사들은 딱 한 사건만 맡는다. 그런데 현실의 변호사들은 동시에, 적게는 1인당 30건 많게는 70~80건씩 사건을 진행한다. 의뢰인과의 소통을 잘 해 나가면서 내가 해야 하는 서면 업무, 상대방 변호사와의 합의 업무, 새로운 건에 대한 상담 업무 들을 해 나가려면 우선순위가 있어야 했다.

따뜻한 위로를 드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때로는 똑같은 설명을 여러 번 반복할 시간에 의뢰인의 권리를 위해 판례 한 줄이라도 더 찾아보는 게 낫기도 하다. 그렇다 보니, 소송을 진행하며 “변호사님 정말 따뜻하다, 감사하다” 하는 소리도 듣지만, “변호님 너무 차갑다”는 소리도 동시에 듣는다. 그럴 수밖에 없고, 그래야 한다. / 37p

 

 

 

 

 

 

   “세상에 어떤 남자가, 여자가 꼬시는데 안 넘어가요?! 꼬시는 여자가 문제지, 넘어가는 남자가 문젠가! 난 그래도 가정을 지키잖아요!!”

   “합의는 무슨. 난 돈 못 줘요. 내 돈으로 집에서 퍼질러 있으면서 한 것도 없는데.”

   “애가 밤새 우는 데도 자는 척만 한다니까요?! 누군 안 피곤한가?! 저번엔 저한테 욕도 했어요!! 이젠 애정이 없어요! 더는 진짜 못 살아!”

   막장 아침 드라마나 <부부클리닉 사랑과 전쟁>에서나 나올 법한 이야기 같겠지만 책에서 나오는 다양한 에피소드를 보고 있으면 우리 주변에서 흔히 일어나는 일이라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 돈 때문에, 다른 사람을 사랑하기 때문에, 아내와 시어머니의 갈등 혹은 사위와 장모 간의 갈등 때문에, 각자의 삶을 좀 더 찾고 싶고 싶어서, 그간 자식 때문에 감내해온 희생들을 더 이상 해낼 자신이 없어서, 체념을 하고 그렇게 타협점을 찾지 못해 그들은 헤어진다. 덕분에 우리는 가정이란 것이 얼마나 소중한지, 그 소중하고 소중한 것을 내려놓기까지 그들이 얼마나 많은 고통을 겪고 결심을 번복했을지 서서히 공감하게 된다.

 

 

 

결혼 1년 차. 기존 생활과 결혼 후 생활의 균형점을 찾기 위한 다툼.

결혼 5년 차. 자녀 교육관, 일과 삶의 가치관 차이로 인한 다툼.

결혼 10년 차. 다시 각자의 삶을 좀 더 찾고 싶어 생기는 다툼.

결혼 20년 차. 그간 정한 룰들이 무색하게, 또다시 시작되는 다툼.

결혼 30년 차. 자녀들은 분가하고 단둘이 남겨진 후의 어색함.

새로운 삶에 맞추어 타협해야 하는 것들. 끝도 없는 다툼과 타협 끝의 행복감.

결혼 생활에 정답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다툼보다 행복이 더 큰 결혼 생활이라면 서로가 큰 희생과 노력을 하고 있는 것이겠지. / 112p

 

 

 

 

 

 

   유독 황혼 이혼에 관한 에피소드에서 마음이 뭉클해진다. 자식들 먹여 살리느라 정작 자기 삶은 제대로 돌볼 시간조차 없었던 부모님 세대들, 가부장적인 유교 문화로 경제 활동이 거의 불가능했던 상황에서 희생을 당연히 강요받고 지내온 어머니들과 가장 역할을 하느라 손발이 다 닳도록 뛰어다녀야 했던 아버지들. 그들이 뒤늦게나마 자신의 삶을 찾기 위해, 조금이라도 더 행복해지기 위해 혼자인 삶을 선택하는 모습들을 보면 ‘우리가 이전 세대에 참 큰 빚을 지고 있다’는 저자의 말에 공감하게 된다. 지금의 내 아이들을 위해 희생하고 감수해야 했던 것들을 부모님들을 얼마나 긴 시간동안 그것을 감내해야 했던 것일까, 새삼 감사하고 또 감사해진다.

 

 

 

예전에 지인이 그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누군가와 싸울 때 지금 이 문제가 ‘상대와 나의 몸과 마음이 힘들어서 발생한 일인지, 아니면 정말 상대나 나에게 돌이킬 수 없는 큰 잘못이 있어서인지’ 따져보면 답이 나온다고. 전자의 경우, 서로의 마음을 번갈아 짚어주면서 소통의 기회를 제공하면 감정의 앙금이 눈녹듯 사라지는 것을 많이 보았다.

먹고사느라 바빠서 내가 누구랑 먹고살고 싶었었는지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물론 많이 어려운 문제다. 나도 여전히 어렵다. 모든 부부가 평생 안고 가야 할 숙제일 것이다. / 205p

 

 

결혼한 이들의 결혼하지 말라는 말은, 결혼하면 불행해질 거라는 뜻이 아니다. 혼자일 때보다 훨씬 더 행복해질 수 있지만, 그 행복을 얻으려면 상상 이상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뜻. 그러니까, ‘각오하라’는 말 아닐까. / 313p

 

 

 

 

 

 

   숱한 부부의 파경과 화해 과정을 들여다보며 ‘결혼도, 이혼도 결국은 자신의 행복을 위한 것’이기에 우리는 나의 행복을 가족의 구성원에게서만 찾을 것이 아니라 좀 더 스스로의 마음을 자주 들여다보기 위한 시간을 찾을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것이 ‘이혼’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실은 ‘나’를 지키고, ‘가족’을 이해하는 법에 대해 배우게 되는 이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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