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아요 - 조금 덜 젊은 이가 조금 더 젊은 이에게 전하는 사연
성신제 지음 / 드림팟네트웍스 / 2019년 5월
평점 :
품절


 

 

 

 

오늘도 ‘그저 그런 날’이라고 믿었던 일상에 찾아온 따뜻한 희망들!

좀 더 많이 살아본 어른이 전하는 위로의 메시지, 당신의 계절은 온다!

 

 

 

  우리는 늘 “괜찮다”고 서로를, 스스로를 위로한다. 있는 그대로도 괜찮다는 위안과 오늘도 열심히 사느라 지친 청춘들을 위로하는 메시지가 그 어느 때보다도 많이 들려온다. 하지만 현실은 여전히 고단하고 열심히 살아도 늘 제자리걸음이라 갑갑하기는 매한가지다. 이제는 고작 괜찮다는 그 한 마디 말로 인해 심란했던 마음이 금세 누그러지고, 오늘과는 다른 내일을 기대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그렇게 위로하는 순간조차도 상념은 계속되기 때문이다. 괜찮지 않은 세상에서 괜찮게 살아가려면, 또 괜찮다고 매순간 다독여가며 살기엔 그럴 만한 에너지도 마음의 여유도 좀처럼 없다. 이게 현실인데, 어쩔 수 없잖아. 서른 중반을 넘어가기 시작하면서 나는 입버릇처럼 누군가에게 이렇게 말해왔다. 어떤 비전이나 희망을 제시하기보다 현실을 받아들이고 체념을 하는 게 더 자연스러운 일이라는 것처럼.

 

 

 

조금 덜 젊은이가 조금 더 젊은이에게 전하는 사연

 

 

   <괜찮아요>라는 표지의 책을 손에 들고 가만히 들여다보고만 있었다. 이 책을 읽고 나면 괜찮다는 말이 내게 정말 위로가 될까 하고. 최근에 둘째 아이를 낳으면서 첫째 아이가 다소 거칠게 스트레스를 표현하는 일이 잦아지면서 정신적으로 많이 피로해진 상태였다. 그렇다고 내 마음을 다독일 틈도 없이 일단 두 아이를 돌보고 빠듯한 살림을 챙기는 일이 우선이었던 터라 얼마 지나지 않으면 쌓인 둑이 터져버린 것처럼 스스로 와르르 무너질 것 같았다. 때문에 괜찮다는 이 말 한 마디가 오롯이 새겨진 책을 보며 마음이 이래저래 뒤숭숭해졌다. 괜찮다고, 괜찮을 거라고 전하는 위로가 정말 위로가 되지 않을까봐.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나는 <괜찮아요>를 읽으면서 잠시 숨고르기를 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을 얻었다. 1980년대에 피자헛 브랜드를 한국에 런칭하여 큰 사업적 성공을 거두었음에도 불구하고 IMF 시대를 거치며 10번의 사업적 흥망과 암투병을 포함한 18번의 대수술을 겪어온 70대의 저자가 몸소 느끼며 얻은 깨달음이었기에, 그렇다고 해서 스스로를 과신하거나 포장하지 않고 묵묵히 거친 세월을 거치면서 얻은 삶의 소소한 희망과 감동을 이 땅의 청춘들에게 들려주고픈 그의 소박한 바람이 내게도 전해진 까닭이었을 것이다. 어찌 보면 위로라는 것은 누구나 해 줄 수 있는 일이지만 70년이라는 세월을 거쳐도 여전히 어찌 살아야 되는지 모르겠다는 이 진솔한 자기 고백이, 그래도 좀 더 오랜 삶을 경험한 이 시대의 어른이 전하는 ‘아무도 너를 격려하고 이해해 주지 않아도, 아마도 그도 마음의 여유가 없어서 그럴 뿐. 너도 그도 다 잘 하고 있는 거라는’ 이 메시지가 내게 더 와 닿았는지도 모르겠다.

 

 

 

   여러 번의 사업적 성공과 실패를 반복하고, 암투병으로 무려 18번이라는 대수술을 거쳐 온 저자 성신제는 한 때 몇 번 방송에 출현한 것을 계기로 ‘실패의 아이콘’으로 불리게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그의 글에서는 내 인생에도 절정의 순간이 찾아오리라는 기대를 꿈꾸는 이들을 위한 거창한 희망보다 애써 노력해도 목표를 가닿지 못하는 이들의 마음과 허망함을 토닥여주는 듯한 글들이 더 많은 것 같다. 여기에는 스스로를 ‘조금 덜 젊은 이’라고 칭하며 ‘조금 더 젊은 이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진솔한 소통을 나누면서, 이들이 무엇으로 고민하고 힘들어하는지를 가까이서 체감할 수 있었던 것도 크게 한몫한 듯하다. 덕분에 진솔하고 소박한 청년들의 사연이 또 하나의 이야기가 되어 잔잔한 감동과 울림을 준다. 나의 이야기거나, 나의 아버지 혹은 엄마 그리고 친구의 이야기인 것 같아서.

 

 

꿩은 총소리를 들으면, 자기 머리만 숨긴다고 한다. 나는 사람이다. 그런데, 꿩이었던 순간들이 자꾸 떠오른다. 부끄럽다. / 103p

 

 

누군가 당신에게 ‘할 만큼 했다’라고 말한다면, 그 말을 인정해보자. 겉으로만 인정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받아들여보자. / 108p

 

 

어쩌면, 우리는 서로 가장 이해해 줄 수 있는 상대와의 소통에 서투른 것은 아닌지... / 152p

 

 

 

 

 

 

   여러 이야기들 중에서 아무래도 IMF를 온몸을 겪고, 암이라는 커다란 병과 숱하게 싸운 그의 경험들이 눈에 밟힌다. 양재동의 한 버스정류장 앞에 서서 어마어마한 자금압박의 부담감으로 인해 출근을 자꾸만 미루게 되는 그의 뒷모습에서 나의 아버지를 보았고, 걱정하는 아내에게 괜찮다고 이겨낼 거라고 애써 태연한 척 담담하게 말하는 그의 모습에서 나의 어머니를 보았기 때문이다. 작지만 탄탄하게 회사를 경영해 온 아버지가 IMF사태로 위기에 내몰리고 넓은 집에서 나와 작은 집을 전전하며 살아야 했을 때 나의 아버지는 어떤 심정이었을까. 잦은 빚 독촉에 시달려야 했던 아버지는 때때로 자신의 삶을 포기하고 싶지는 않았을까. 그런 와중에 당신의 자식들은 속으로 원망 아닌 원망만 했으니까, 때문에 아버지의 작고 초라해진 모습에 그저 눈감아버리기만 했으니까. 자궁암에 걸렸다고 말하는 목소리가 목구멍에 걸린 것 같았지만 애써 담담하게 말했던 어머니도, 이후에 직장으로 전이되어 두 번째 수술을 감행해야 했을 때 어머니의 심경은 또 어땠을까. 그렇게 책을 읽으며 나는 내내 아버지와 어머니를 떠올렸고 무엇보다 손을 잡아드리는 일에 인색해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나에게 맞는 옷이 있듯이, 나에게 맞는 무게가 있는 것이다. 욕심과 과신은 생활 구석 구석에도 화를 미치는가 보다. / 189p

 

 

변하지 않은 길은 낡고 지저분하다.

변한 길은 깨끗하지만, 추억은 사라지고 없다.

그게 사람관계이고, 삶인듯싶다. / 223p

 

 

 

   뿐만 아니라 카카오톡 하나로 오랫동안 지속되었던 관계를 한순간에 잃어버리는 세상에 사는 요즘, ‘효율이 우리네 삶의 모든 구석구석을 지배하는 세상을 나는 상상하고 싶지 않다’는 그의 말과 ‘당신의 오늘 하루하루 그 그저 그런 날이 어쩌면 그저 그런 날이 아닐 것’이라는 말들이 참 좋다. ‘마음의 맷집이란 없다, 가까운 사람이 들이대는 매는 맞을수록 더 아플 뿐’이라는 이 작은 진리까지도. 그리고 70번의 봄, 여름, 가을, 겨울을 거쳐 온 조금 덜 젊은 내가 약속한다는 그 말, “당신의 계절은 온다”는 이 말은 아직 꽃피우지 못하는 계절에서 힘겨워하는 요즘 젊은이들에 너무나 감사하고 또 소중한 위로의 말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렇듯 삶의 다양한 굴곡 속에서 소박한 행복을 찾고, 그 안에서 희망을 엿보는 저자의 메시지는 거창하지 않아도 큰 위로가 된다. 여기에는 ‘내가 삶의 경험이 많다고 해서 모든 면에서 누군가의 등대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크게 성공한 어떤 사람일지라도 모두에게 모든 상황에 대한 길을 제시할 수 있는 건 아닐 것이다. 철없어 보이는 아이의 미소를 통해서도 큰 깨달음을 얻는 순간이 있다. 나보다 더 젊은 이들과의 소통을 통해서 내가 배우고 깨달은 것이 많다.’는 그의 삶의 자세에서 비롯된 힘일 것이다. 덕분에 책을 읽는 동안 지치고 무거운 마음을 조금 내려놓고 숨을 고를 수 있는 여유를 되찾을 수 있었다. 아직 나의 계절은 오지 않았다는 희망, 언젠가는 나의 계절이 찾아오리라는 믿음으로 나의 어깨를 토닥일 수 있었기에.

 

 

 

 

(책이라는 것을 좋아하는 독자이기에, 어쩔 수 없이 오타나 마침표 혹은 띄어쓰기에 좀 더 신경 쓰고 섬세하게 만져주었으면 좋았을 거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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