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격적인 여성 범죄 소설의 강렬함에 빠져들다!
스릴과 반전, 액션과 향수, 배신과 복수, 어느 하나
빠지지 않는 흥미진진한 소설!
영화 <킬 빌>, <오션스8> 등 여성들을 주축으로 하는 범죄 스릴러 혹은 액션물이 한 번씩 극장가를 찾아온다.
속성상 남성의 전유물처럼 여겨졌던 이런 장르물에 간혹 <이탈리안 잡>의 샤를리즈 테론 혹은 <분노의 질주>의 갤 가돗처럼
미모와 액션을 동시에 갖춘 여성이 등장하기는 하지만 여성을 전면에 내세운 영화는 아직까진 미비한 게 사실이다. 그나마 페미니즘을 이야기하느라
장르적 쾌감이 반감되거나 여성의 늘씬한 몸매와 미모를 부각한 저급한 시나리오에 그치기까지 하니 아직까진 여성이 주인공인 장르물은 아쉬움이 더
크다. 그런 가운데 ‘남편이 죽어 미망인이 된 여인들’이란 뜻의 위도우즈(Widows)란 책이 상당히 이색적으로 다가온다. 게다가 이 작품은
1983년 영국 텔레비전 드라마의 성공에 이어 2018년에 스티브 매퀸 감독에 의해 영화화되기까지 한 작품으로 어찌 보면 여성들을 주인공으로 한
장르물에 있어 원조격이라 할 수 있다. 심지어 미망인들이 모여 범죄를 계획한다는 내용은 1980년대 치고는 상당히 파격적이기까지 하니, 읽어보지
않을 수 없지 않은가.
남편을 잃은 세 아내,
그들이 못다 한 범죄를 완성하다
해리 롤린스는 고가의 미술품과 은제품, 보석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부유한 골동품 거래상이지만, 실은 현금 수송 차량을 탈취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완벽한 계획이 아니면 실행을 하지 않는 그는 세부 사항들을 감안해 예행연습을 거듭했고, 마침내 운명의 날을 맞이한다. 일당 중 한
사람이 모는 빵 트럭이 현금 수송 차량을 저지하는 사이 승합차를 탄 세 명이 현금 차량의 뒷문을 폭파시키고, 이후 현금을 가지고 도주 차량까지
뛰어가면 빵 트럭을 몰고 있던 사람이 정해놓은 은신처로 빵 트럭을 몰고 가는 순이다. 모두 노련한 범죄자였기에 이들의 계획은 순탄하게 흘러가는
듯했다. 그런데 멀지 않은 곳에서 경찰 차량이 나타나 터널 속으로 진입하며 젊은 폭주족 둘을 쫓는 예기치 못한 상황이 발생했고, 세 명이 함께
타고 있던 차량에서 폭발이 일어나 이들은 즉시 사망한다. 오로지 빵 트럭의 운전사만이 몰래 그곳을 빠져나갔을 뿐이다.
한 순간의 사고로 미망인이 된 돌리와 린다 그리고 셜리. 남편을 잃은 슬픔에 잠긴 것도 잠시, 이들 세 사람은 경찰과 범죄 조직자들의
끊임없는 감시와 협박에 시달린다. 그들은 죽은 해리가 생전에 남기고 간 장부를 찾기 위해 혈안인 상태다. 해리가 그동안 그와 마주친 전과자들을
죄다 적어놓았을 뿐만 아니라 검은 거래의 흔적을 모두 남겼기 때문이다. 범죄 조직자들은 거기에 자신들의 이름이 올라 있는 것을 원치 않았고,
경찰로썬 장부만 손에 넣으면 범죄자들의 범죄 이력을 손쉽게 얻어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던 것이다. 얼마 후, 경찰과 범죄 조직의 시선을 겨우
따돌린 돌리는 비밀 장부는 물론 현금 수송 차량을 털 수 있는 모든 계획에까지 접근하게 된다. 돌리를 위해 하나하나 모든 것을 착실히 남긴
해리를 떠올리자, 그녀의 마음속에는 그가 완성하지 못한 범죄 계획을 실현시키고 말겠다는 대담한 계획이 슬그머니 자리 잡는다.
그들은 마지막으로 만난 때가 2년 전쯤 어딘가의 칵테일파티에서였다고 금세 정리했다. 린다의 기억은 공짜
음식에 정신이 팔려 명확하지 않았지만, 셜리가 공백을 메워주었다. 중요한 것은 그 칵테일파티가 해리 롤린스의 파티였고, 오늘 난데없이 두 사람을
불러 여기서 만나자고 한 사람이 돌리 롤린스라는 점이었다.
셜리도 린다도 왜 오늘 불려 왔는지는 몰랐지만, 둘 다 돈을 좀 받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었다. 그게
아닌 다른 이유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었다. / 64p


자신의 본능에 충실하고 다소 거친 면이 있는 린다와 아름다운 미모를 가졌지만 소심한 구석이 있는 셜리가 돌리의 부름에 한 자리에
모인다. 돌리는 해리의 장부를 언급하며 린다와 셜리에게 남편들이 해내지 못한 일을 그들이 완성해내자는 대담무쌍한 발언을 꺼낸다. 일을 실행하기
위해 필요한 돈을 척척 내어주는 돌리의 고압적이면서 저돌적인 태도에 일순 린다와 셜리는 어안이 벙벙해지지만 남편을 떠나보낸 후 잃어버린 삶의
활력을 되찾기 위해, 생활비를 벌기 위해 이들은 남편들의 강도 계획을 완성하는 일에 가담하기로 한다.
“제정신 아닌 거 맞지?”
“아니다마다! 봐봐, 저 여자가 왜 이러는지는 나도 모르겠어. 하지만 도움이 되는 모양이야. 기분이
나아지나 봐. 그리고 사실 나도 살아 있는 기분이 들긴 해. 온몸에 전율이 일어.”
“그래서 그냥 장단만 맞춰주는 거야?”
“자랑할 일은 아니지만 돈이 필요해. 조가 남긴 돈은 없고, 테리도 마찬가지였다는 거 알아. 돌리도
결국 정신을 차리고 우리도 원래대로 돌아가겠지만, 지금으로선 계속 돈을 받을 거야. 돌리는 우리를 친구 삼아 자기가 지어낸 환상 속에 살면
돼.” / 85p
차들이 줄줄이 지나갔다. 남자들은 경적만 울리고 멈춰서 도와주지 않았다. 린다는 상관하지 않았다. 그
자리에 앉아 있자니 자신감이 솟았다. 주머니에 돈 있겠다, 새 중고차 있겠다, 돌리가 말한 대로 차를 올바로 고치는 법을 배울 것이다. 지노에게
전화를 걸어 펍에서 사귀었다는 자동차 정비공 친구의 이름을 받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책이 아닌 실습으로 배울 것이다. 금세, 제대로 배울 것이다.
돌리의 뜬구름 잡는 강도를 위해서가 아니라 스스로를 위해. 린다는 자신이 마지막으로 무언가를 이룬 적이 언제였는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 모든 것이 바뀌리라. / 98p
남편을 잃은 미망인들이 모여 범죄를 완성시키려는 이 발칙하고 파격적인 계획은 당연하게도 매순간 저항을 받는다. 잔인한 피셔 형제의
거친 위협은 물론, 해리 돌린스를 원수로 생각하고 있던 레스닉 경위까지 시시때때로 그들의 숨통을 조여 온다. 거기에 범죄 계획을 완성시키기 위해
네 번째 멤버를 찾아야 하는 부담감과 남편들을 버리고 도망간 네 번째 남자까지 추적해야 하는 일까지 가중되어 책을 읽는 독자들로 하여금 잠시도
마음을 놓을 수 없게 만든다.
돌리는 여자들이 자신을 지켜보는 모습에 울컥 목이 메었다. 동고동락하면서 서로를 보듬는 이 여인들.
그녀들과 함께한다는 게 참으로 좋았다. 다투기도 했지만 그것은 서로 미워서가 아니라 아끼기 때문에 나오는 행동이었다. / 161p
이제 돌리는 해리가 시작한 계획을 끝마칠 힘과 동기를 갖추었다. 모든 나쁜 생각을 마음에서 몰아내고
팀원들에 대한 생각으로 그 자리를 메웠다. 그들은 결승점에 아주 가까이 왔다. 물론 린다가 아직 선두 차량을 구해야 하고, 모두 패딩을 넣은
작업복과 총과 전동 톱에 익숙해져야 하며, 이제는 거액 수송일의 정확한 경로를 익히는 일이 남았다. 그녀들은 몇 달 전 사우나에서 처음 만났을
때의, 슬픔에 빠져 질질 짜는 약해빠진 미망인들에서 너무도 멀리 왔다. 이제 그들은 한 팀이었다. 돌리는 빙그레 웃었다. 그들은 허점과 감정의
기복, 무경험에도 불구하고 한 팀이었다. 그녀의 팀이었다. 그 무엇도, 어느 누구도 이제 그들을 멈출 수 없었다. / 290p


과연 그녀들은 이 대담한 범죄 행각을 무사히 완성할 수 있을까? 소설은 주인공들이 한 남편의 아내에서 미망인으로 그리고 범죄
모의자로, 현금 수송 차량을 탈취할 무장 강도로 변신하기까지 위험천만한 모험을 무릅쓰고 신뢰와 의리, 우정 안에서 단단해져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자신들이 원하는 것에 적극적이고, 과감한 행동력과 결단력을 보여주는 이 뜨거운 여자들의 이야기는 읽는 내내 흥미진진해서 멈출 수가 없다.
80년대의 올드한 분위기의 드라마도, 내가 좋아하는 배우 미셸 로드리게즈가 린다 역이라는 영화도 다 찾아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