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도 모르게 끌리는
공간에는 저마다 비밀이 있다!
트렌드를 주도하는 오감만족 공간 브랜딩에 관한 모든
것!
인테리어 디자이너인 남편의 영향을 받아 우리 부부는 독특한 디자인이나 최신 유행이 반영된 공간을 일부러 찾아다니는 편이다. 근래 몇
년 사이 북유럽풍이 분위기를 주도하다가 인더스트리얼이 성행하고, 최근에는 업사이클링이 반영된 폐공간이나 창고가 카페나 전시 등 복합형
문화공간으로 거듭나고 있는 것을 보면서 상업 공간이 그 어느 때보다 유행과 소비자와의 소통에 민감해지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블로그나
인스타그램과 같은 SNS 덕분이기도 하지만 요즘 소비자들이 소비문화의 트렌드와 공간 디자인에 대한 이해도가 상당히 높은 수준에 이른 까닭이다.
그만큼 소비자들이 공간에 ‘오고 싶도록’ 만들고, ‘기억에 남게’ 하고, ‘남다른 분위기’를 느끼게 하는 것은 가게를 운영하고 공간을 기획하는
사람들에게 필수가 되었다. 다시 말해 이제 매장은 단순한 상품판매 공간을 넘어섰다. 공간의 규모와 상관없이 문화가 더해진 마케팅으로 이미지를
각인시키고, 소비자의 경험을 디자인해야 한다. 소비자가 진화하듯이 공간의 역할도 진화해야 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자신만의 취향을 담은 공간만이 소비자들을 사로잡는다!
갤러리 같은 라이프스타일 편집숍 ‘그라프페이퍼’, 냉장고 문을 열고 들어가는 라운지 바 ‘장프리고’, 빼곡한 상품 진열로 마치 밀림
같은 ‘삐에로쑈핑’, 집에서도 생각나는 ‘교보문고’의 시그니처 ‘책 향’까지. 이곳들은 어떻게 자꾸 찾아가고 싶은 매력적인 공간이 되었을까?
20년 경력의 베테랑 공간 기획자인 이경미, 정은아는 <우리는 취향을 팝니다>를 통해 ‘취향’을 담은 공간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이제는
취향을 담지 않은 공간은 살아남을 수 없다고 단언한다. 그런 의미에서 책은 나만의 콘셉트가 담긴 가게를 만들고자 하는 이들을 위해 상업 공간을
계획하고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고민할 만한 공간 디자인의 기초부터, 나아가 서비스, 마케팅까지 폭 넓게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거대 기업의
브랜딩만이 아니라 골목골목에 위치한, 동네에 문을 연 다양한 작은 가게들에서도 충분히 시도할 수 있는 브랜딩과 마케팅 사례들을 소개하면서 주어진
환경에서 공간 디자인이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는 로드맵을 제시한다.
책은 공간 디자인 항목을 크게 3가지로 구분하고 있는데 1장에서는 공간을 구성하는 가장 큰 영역인 시각적 요소, 즉 보이는 요소들을
점검한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가게 공간을 디자인하고자 할 때 알아야 할 기본적인 요소들과 디자인 순서를 살펴봄으로써 리스크가 적고 효율적이면서
매력적인 공간을 만드는 방법에 대해 알아본다. 여기에서는 ‘맥락’이 있는 콘셉트, ‘의미’를 담은 디테일, ‘스태프’의 애티튜드를 대표적으로
손꼽는다. 이 중 새로운 공간을 계획하거나 리뉴얼을 기획할 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목적’을 명확하게 하는 것으로, 목적이 중심을
잡아주어야 흔들리지 않고 조화로운 디자인이 가능하다고 강조한다. 또 최근 가장 필수라고 할 수 있는 공간의 포인트 존, 일명 감성을 자극하는
인스타존을 염두에 둔 디자인의 필요성 역시 빼놓을 수 없다. 망원동의 ‘자판기 카페’, 동대문의 ‘장프리고’, 미국식 세탁소를 콘셉트로 한
강남역의 ‘런드리피자’ 등에서 알 수 있듯 렌즈에 담기기 위한 포인트존 외에 매장 입구, 인상적인 소품, 매장에서 사용하는 트레이, 펜, POP
디자인까지 공간을 구성하는 모든 요소가 소비자의 감성을 자극하고 배려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외관 디자인을 선택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각각의 방식들이 가진 장단점을 인지하고, 만들고자 하는 상업
공간의 콘셉트와 콘텐츠에 따라 가장 효율적인 방식을 선택하는 것입니다. 외관은 오프라인으로 브랜드를 접하는 사람들에게 처음으로 이미지를 심어주는
역할을 합니다. 동시에 오랫동안 유지될 공간에 대한 스토리의 첫 출발지점이기 때문에 더욱 중요합니다. 외관은 공간에 대한 소비자의 첫 경험이자
시작입니다. / 68p
아오야마의 플래그쉽을 방문했을 때의 일입니다. 쉽지 않은 콘셉트의 자켓과 하의를 입은, 나이가 조금
있어 보이는 남자 스태프가 핫한 스트리트 브랜드인 ‘슈프림’의 스냅백과 ‘나이키’ 운동화를 신고 손님들을 매우 친절히 응대해주고 있었습니다. 그
모습은 디자이너 브랜드라고만 생각했던 이 브랜드의 옷이 다른 브랜드와 조화가 가능하고, 연령을 초월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준 계기가
되었습니다. 특히 그 매장은 스태프들의 연령대가 무척 다양했는데, 각기 다른 개성 있는 콘셉트로 브랜드의 상품을 소화하고 있었습니다. 모든
스태프가 움직이는 브랜드 콘셉트였던 것입니다. / 93p


2장에서는 시각적 요소를 제외한 감각들, 즉 보이지 않는 요소들에 대해 다룬다. 소비자들의 심리에 가장 많은 영향을 주는 항목으로,
여기에서는 오감으로 느끼는 ‘경험’, 다시 찾고 싶게 만드는 티핑포인트, 취향에 공감하고, 경험과 교감할 수 있는 것들을 강조한다. 이를 테면
향기, 음악, 조명, 촉각, 미각이 동원되어 상품 판매와 소비자와 교감을 이룰 수 있는 것들이다. 특히 매장 안에 상품을 배치하고 소비자의
동선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인테리어 도면의 동선에 의지하기보다 직접 매장 입구에 서서 공간을 소비자의 입장에서 경험해보길 권하는 부분이나,
기다리는 사람들을 위해 공간이 어떻게 배려하는 모습을 보여야 하는지를 짚어주는 대목에서는 많은 창업자나 미래의 창업자들이 꼭 알아두어야 할
부분인 것 같아 참고하시길 추천한다.
인테리어의 마무리는 조명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조명에 따라 빈티지한 콘셉트는 더 빈티지하게,
모던한 콘셉트는 더 모던하게 보일 수 있습니다. 그것이 조명이 가진 힘입니다. 때로는 과하게 표현된 콘셉트를 조명이 중화시키기도 합니다.
빈티지한 감성을 모던하게 보이게끔 하기 위해서는 노란 빛을 줄이는 대신 아이보리나 하얀 빛 조명을 사용하면 됩니다. 모던함이 과해 차가워 보이는
경우에는 전체적인 조도를 조금 낮추어 노란 빛과 하얀 빛의 조명을 섞어서 사용하면 됩니다. / 116p
최근에는 전시와 판매를 함께할 수 있도록 공간을 기획하는 경우도 생겨나고 있습니다. 성수동에 위치한
카페 ‘월서울’은 2018년 8월 오픈 당시부터 현재까지 전문 큐레이터를 통해 기획한 전시를 개최하고 있습니다. 월서울 큐레이터는 전시를 기획할
때 카페 테이블의 배치까지도 달리한다고 합니다. 이것이 다른 갤러리 카페들과 월서울이 차별화 되는 부분입니다. 전시가 바뀔 때마다 벽면 컬러와
동선을 바꾸는 것은 이곳이 전시를 공간의 장식적이 요소 중 하나가 아닌, 공간을 구성하는 중요한 콘텐츠로 생각한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
175p
디자인적인 요소에 심리적 요소를 더하고, 공간을 방문하는 소비자를 배려하는 서비스 디자인의 영역까지
더한다면 공간의 깊이가 깊어질 것입니다. 공간의 깊이를 깊어지게 하기 위해서는 소비자의 경험을 디자인해야 합니다. 소비자의 경험이 연속성을
가지고 이어질 때 비로소 공간은 그 역할을 다하게 됩니다. / 187p


마지막 3장에서는 꾸준히 진화하고 사랑받는 매장들을 사례로 공간 자체가 브랜드가 된 이곳들이 사랑받는 이유에 대해 이야기해본다. 잘
붙인 ‘이름 하나 열 디자인 안 부럽다고, 도심 속 나만의 휴식 공간이 된 츠타야, 집이나 호텔, 창고 등 무엇이든 매장의 위치와 규모, 상황에
따라 콘셉트를 다르게 정하고 매장을 디자인 하는 원엘디케이, 동네 수영장의 내부 구성을 거의 해치지 않고 상품을 판매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든
더 풀 아오야마와 같은 팝업스토어 등이 그 예이다. 또 뉴트로의 감성을 느낄 수 있는 익선동과 을지로, 신발공장이 카페가 되고 카페가 미술관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앤트러사이트와 테라로사, 그 자체로 작품이 되는 공간인 스파치오 로사나 올라디 역시 눈에 띄는 곳이다. 개인적으로
대구의 경우 빈티지 쇼룸 카페 더 디퍼와 각종 쇼케이스를 선보이기도 하는 빌리웍스가 새로운 트렌드를 반영한 복합문화공간으로써 꽤 인상적이다.
그저 오래된 공간을 리뉴얼해서 사용한다고 해서 그 공간이 특별하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역사를 담고
있는 전통적 공간을 ‘얼마만큼’ 유지하면서 새로운 것을 ‘어떻게’ 적용하는가가 다른 공간들과 차별화할 수 있는 지점입니다. / 231p
첫 번째는 모든 것을 내부에서 디자인하던 예전 시스템과 달리 요즘에는 ‘콜라보레이션’이 더욱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는 것입니다. 핫한 아이디어와 기발한 기획력의 젊은 디자이너로 구성된 신생 회사들, 혹은 프리랜서들이 많이 생기고 있고 그들과의
협업이 시너지를 발휘하고 있습니다. ‘옛것’이 ‘새것’을 받아들이면 그 결과로 선택의 폭이 늘어난다는 일본의 그래픽디자이너 하라 켄야의 말처럼
말입니다. / 240p


공간을 기획한다는 것은 ‘맞다’, ‘틀리다’의 문제가 아닌 ‘좀 더 나은 것’을 찾는 문제라던 저자의 말이 인상에 남는다. 결국
시선을 끌고, 또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공간은 좀 더 소비자의 취향에 다가가기 위한 공간 디자이너와 창업자의 노력이 반영되었을 때에야
비로소 실현되는 것 같다. 트렌드가 빨리 소비되는 것이 때로 아쉽고 씁쓸할 때도 있지만 소비자의 입장에서 가보고 싶은 곳이 많다는 건 즐거운
일이다. 그만큼 여기저기 짜깁기한 곳이 아닌 뚜렷한 주관을 가지고 보다 판매자와 소비자의 취향을 반영한 공간이 많이 생겼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미래의 창업자들에게 공간의 콘셉트부터 디자인 포인트, 서비스와 마케팅까지 공간 브랜딩이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는
좋은 가이드가 되어줄 듯하다. 덕분에 북카페 창업을 꿈꾸고 있는 나에게도 미리 많은 걸 고민해볼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