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달 탐사를 향한 인류의 끊임없는 도전 정신!
인류 최초로 달의 궤도에 오른 세 비행사의 영화 보다 더
영화 같은 이야기!
1969년 7월 20일, 전 세계의 많은 사람들이 텔레비전으로 시청하고 있는 가운데 미국의 아폴로 11호가 달
착륙에 성공했다. 닐 암스트롱이 내딛은 이 첫 발은 인류의 원대한 꿈과 위대한 도약의 역사를 담은 상징성으로 회자되며, 오늘날까지 과학사와
인류사에 있어 가장 극적인 한 장면으로 손꼽히고 있다. 애석하게도 이 영광의 역사를 두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폴로 11호 혹은 닐 암스트롱만을
떠올리지만, 사실 인류의 달 착륙은 수많은 시행착오와 알려지지 않은 수많은 공로자들의 노력이 아니었다면 결코 이루어지지 않았을 일이었다. 또
아폴로 11호가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앞서 우주 비행을 시도한 수많은 우주선과 묵묵히 자신의 임무를 수행했던 우주 비행사들의 노고, 특히 달
착륙 미션을 수행하기 위해 앞서 가장 먼저 달 궤도를 돌며 달 착륙에 대비한 아폴로 8호가 있지 않았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달 착륙이라는 위대한 역사 뒤에 누가
있었나
<인류의 가장 위대한 모험 아폴로 8>은 1968년 12월, 세 명의 우주 비행사가 인류 최초로 달
궤도에 진입하여 달 탐험의 성공기를 이끈 아폴로 8호의 이야기다. <타임>의 수석 편집자이자 과학 에디터인 제프리 클루거는 이 책을
통해 닐 암스트롱과 아폴로 11호에 가려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아폴로 8호의 업적을 조명함으로써, 인류가 달로 나아가기까지 기술의 한계를
극복하고 묵묵하게 위험천만한 희생을 아끼지 않았던 사람들의 노고를 굉장히 사실적이면서도 한 편의 소설처럼 생생하게 구현해낸다.
아폴로 호가 탄생하기 이전, 인류가 달이라는 미지의 존재에 눈을 돌리던 당시 세계는 피로 얼룩진 무력 전쟁과는 다른
전쟁이 시작되고 있었다. 그간 냉전을 거듭하고 있던 미국과 소련이 사상 최대의 높이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이루어지는 전투, 바로 우주에서
벌어지는 경쟁에 돌입한 것이다. 1957년 10월 4일, 소련이 세계 최초의 인공위성 스푸트니크를 성공적으로 발사한 것을 계기로, 미국 정부는
NASA를 설립했고 차근차근 우주로 나아가기 위한 본격적인 여정에 돌입했다.
아폴로 8호를 이끈 보먼을 비롯한 미국의 2세대 우주 비행사들이 입사한 1962년은 이미 NASA가 네 번의 우주
탐험을 완료한 상태였다. 앨런 셰퍼드와 거스 그리섬의 탄도비행에 이어 존 글렌은 지구 둘레를 세 바퀴를 돌았으며 스캇 카펜터가 또 다시 지구를
3회전했다. 덕분에 1세대 우주 비행사들은 미국인들로부터 어마어마한 사랑을 받았다. 그 와중에 보먼을 포함한 아홉 명의 2세대 우주 비행사들은
중력가속도에 적응하는 기계나 시뮬레이션 장비를 이용한 기초 훈련 및 궤도 역학, 항공 겸용 우주선과 무중력 공간에서의 활동 지식, 각종 생존
기술 등 다양한 훈련을 받으며 차세대 우주 비행사로 착실하게 자신의 몫을 해나가고 있었다. 하지만 어느 날, NASA의 명성에 금이 가는
어마어마한 사건이 벌어지고 말았다. 아폴로 1호가 불길에 휩싸이며 세 명의 뛰어난 우주 비행사들도 명을 달리하게 된 것이다. 그로 인해 달 탐사
프로젝트 전체가 휘청댔고, 대부분은 미국이 수년 안에 달에 우주 비행사를 보내기는 힘들 거라고 예측했다.
비행사들은 그 21초의 시간 동안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인지했고, 살기 위해
노력했다. NASA에서 근무하면서 지난 1년 동안 벌어진 일들을 유심히 지켜본 사람들이라면 그리섬과 화이트, 채피가 불길에 희생된 이 일이
우연한 사고가 아니라 필연적인 결과임을 알고 있었다. 끔찍한 비극인 동시에 불명예스러운 일이었다. / 157p
호지는 시험 비행 프로그램을 오랫동안 관장해온 만큼 사망 사고에 단련돼 있었고 전투
비행사 출신인 크란츠나 NASA에서 오랜 세월 근무하면서 재난에 대비가 된 크래프트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관제실 안에 있는 나머지 사람들,
공학 공부를 마친 뒤 곧바로 일을 시작해 사실상 아직 어린 소년에 가까운 이들은 그런 상황에 대비한 훈련이나 비슷한 고통을 경험해 본 적
없었다. 평균 나이가 26세에 불과한 새파랗게 어린 젊은이들이었다. 갓 박사 학위를 딴 이들은 학문적인 측면에서는 아는 것이 많았고 NASA에서
자신들이 하는 일이 목숨을 걸어야 하는 임무와 관련돼 있다는 것도 숙지하고 있었지만, 책으로 배우는 것과 실제로 피를 보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었다. 그날 밤, 우주 프로그램은 피를 철철 흘리고 있었다. / 161p
어쩌면 학문적으로나 기술적으로 최고라 자부하는 이들이 모였기에 상처는 더 컸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NASA의
일원과 이들을 응원하는 가족들은 서로의 상처를 보듬고 극복하며 또 다시 의미 있는 여정으로 나아가기 위해 조용히, 끈질기게 노력을 기울였다.
그리고 마침내, 보먼은 출발 예정일을 16주 앞두고 뜻밖의 명령을 받게 된다. 당초 지구 궤도를 돌기 위한 목적으로 훈련 중이었던 아폴로
9호에서 아폴로 8호로 갈아타 달의 궤도로 진입하라는 특명을 전달받은 것이다. 비록 달 착륙이라는 미션에 비하면 덜 매력적이고 덜 복잡해보이지만
달에 발을 딛는 영예로운 길을 여는 단초가 되는 미션이었기에 이들은 짧은 준비 기간 동안 착실하게 명령을 수행해간다.
우아함과는 전혀 거리가 먼 기계가 만들어졌다. 높이 7미터짜리의 네 발 달린 곤충과
흡사한 괴물이 나온 것이다. 양쪽에 달린 세모 모양 창문은 누가 봐도 성난 두 눈처럼 생겼고 그 아래에 사다리꼴 모양의 문이 꼭 입처럼 달렸다.
우주 비행사들은 달 착륙선까지 기어서 이동한 후 사다리로 달 표면까지 내려가야 했다. 표면은 비행사들이 타고 있는 선실의 벽과 동일하게 빛을
반사할 수 있는 자잘하게 주름진 단열재로 만들어졌는데 두께가 알류미늄 호일 석 장 정도를 겹친 정도로 얇았다. / 184p
호일로 종이접기를 해 만든 듯한 이 기계는 아폴로 8호의 비행사들과 함께 최초로
비행을 하게 될 예정이었다. 맥디비트와 슈바이카트가 달 착륙선 내부로 들어가서 아폴로 우주선과 분리된 상태로 지구 궤도를 몇 바퀴 도는 동안
스캇이 사령선과 함께 비행하는 계획이었다. 열을 차단할 수 있는 탄탄한 보호막이 설치된 사령선과 달리 달 착륙선은 지구 대기로 재진입하는
과정에서 얆은 종잇장처럼 눈 깜짝할 사이에 재가 돼버리는 운명에 처할 수도 있었다. 우주 비행사들은 이 임무가 얼마나 복잡한 비행술을 요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 스캇은 8호의 임무를 '전문가의 미션'으로 칭했다. / 186p
책은 아폴로 8호가 발사되기 전부터 달의 궤도에 진입하기까지의 과정을 생동감 있게 묘사한다. 특히 보먼이 우주선에서
멀미를 겪은 일로 인해 자칫하면 미션을 수행하지 못할 뻔한 일, 각종 생리 현상들이 주는 고통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차가운 달의 평원 위로
지구가 둥실 떠오르는 아름다운 광경들, 임무를 수행하고 지구로 돌아오는 과정 등은 매우 극적이고, 감동적이다.
이처럼 <인류의 가장 위대한 모험 아폴로 8>은 과학 도서지만 어렵지 않게 우주 과학으로의 접근을
돕는다는 점에서 다양한 연령층이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위기의 지구, 인류의 희망을 짊어진 우주 비행사 같은 거창한 주제가 아니더라도
얼마든지 이런 내용의 책들도 재미있게 읽힐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 같아 더욱 즐거운 독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