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치고 답답한 삶을
긍정으로 바꿀 둔감력의 비밀!
더 이상 무례하고 사소한 것들에 신경 쓰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마음의 힘!
‘둔하다’의 사전적 정의는 ‘깨침이 늦고 재주가 무디다, 동작이 느리고 굼뜨다 혹은 감각이나 느낌이 예리하지
못하다’다. 대체로 부정적인 어감이 강해서 미련하거나 아둔한 사람을 가리켜 둔하다는 표현을 많이 사용한다. 그러고 보면 나는 가까운 지인의
외모에 변화가 왔을 때 쉽게 알아차리지 못하거나, 행동이 재바른 편이 아니어서 꽤 둔감한 쪽에 속한다. 둔하다기보다 크게 마음을 기울이지 않거나
무신경한 쪽에 좀 더 가깝다고나 할까. 때문에 섬세한 표현에 능한 사람들이나 사소한 부분까지 예리하게 포착해내는 민감한 사람들이 부러울 때가
많다. 최근에 커피 만드는 일을 배우고 있는데 디테일한 표현과 맛의 차이를 잘 이끌어내는 친구들을 보면 나는 왜 저들처럼 섬세하게 반응하고
표현하지 못하는 것인지 속상해지기도 한다.
그러던 와중에 나는 꽤 독특한 제목의 책을 마주하게 되었다. <나는 둔감하게 살기로 했다>라는 책이다.
나의 둔감함이 최고의 장점이 될 수도 있음을 깨닫게 해주는 이 책에서는 이를 ‘둔감력’이라 표현하는데, 저자는 자기 분야에서 나름의 성공을 거둔
사람은 그 바탕에 재능은 물론이거니와 반드시 좋은 의미의 둔감력을 지녔다고 설명한다. 다시 말해 둔감력은 자신이 본래 가지고 있던 재능을 한껏
키우고 활짝 꽃피우게 하는 가장 큰 힘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둔감한 성향이 오히려 장점이 될 수도 있다니, 모든 것은 생각하기 나름이라고
했던가. 그간 단점이라고 생각했던 것에서 갑자기 긍정적인 장점이 보이기 시작했다.
다시 일어서서 힘차게 나아가는 강인한 힘, 둔감력
저자는 둔감력을 가리켜 긴긴 인생을 살면서 괴롭고 힘든 일이 생겼을 때, 일이나 관계에 실패해서 상심했을 때,
그대로 주저앉지 않고 다시 일어서서 힘차게 나아가는 그런 강한 힘이라 설명한다. 오늘날처럼 외부에서 들어오는 정보가 방대하고 중심을 잡기가 힘든
때일 수록 긍정적인 마음과 강력한 둔감력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쉽게 말하자면 외부에서 들어오는 자극을 필요한 것만 받고 나머지는 내칠 수 있는
적당한 둔감력으로 정신을 건강하게 함으로써 이때 한쪽에 비축해놓은 에너지를 내가 원하는 곳에, 내가 원하는 시점에 잘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흥미로운 점은 둔감력이 정신 건강뿐만 아니라 육체적인 건강에도 기여한다는 점이다. 정형외과 의사 출신인 저자가
설명하는 건강의 첫 번째 조건은 바로 원활한 혈액 순환을 손꼽는다. 피가 막힘없이 잘 흘러서 맑은 상태를 유지해야 다른 장기들도 제 기능을
발휘하기 때문이다. 인체의 혈관은 대부분 교감 신경계와 부교감 신경계로 이루어진 자율 신경이 조절하는데, 교감 신경은 긴장, 흥분, 불안 상태에
빠지면 혈관을 수축시키고 혈압을 높인다. 반면 부교감 신경은 혈관을 확장하고 이완시켜 혈압이 낮아지도록 작용한다. 결국 부교감 신경이 지배하는
상태, 즉 교감 신경이 작용하지 않는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건강에 좋은 것이다. 이때 둔감력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좋은 의미의 둔감력은
자율 신경에 필요 이상의 부담을 주지 않도록 도와주는, 그야말로 건강 유지의 원동력이 되어주기 때문이다.
남에게 안 좋은 소리를 들어도 깊이 고민하지 않고 뒤돌아서자마자 잊는 사람은
건강합니다. 정신적으로나 신체적으로나 모두 말입니다. 좋은 의미의 둔감함이 마음을 안정시키고, 나아가 혈액 순환도 원활하게 유지시켜주기
때문입니다. / 42p
푹 자고 상쾌하게 일어나는 수면력이야말로 인간이 가진 기본적인 능력 그 자체입니다.
제대로 자지 않으면 건강하게 생활하고, 누군가를 사랑하며, 열심히 일할 수 없죠. 잘 자는 것 역시 뛰어난 재능입니다. / 76p
그렇다면 둔감력을 잘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이란 무엇일까? 의외로 저자는 ‘우쭐거리는 재능’의 필요성을 손꼽는다.
달리 말하면 ‘잘난 체하며 뽐내는 능력’이다. 자신감이 없어 어떤 선택 앞에서 망설이기만 하고 생각의 늪에 빠져 허우적대기보다 오히려 누군가가
해주는 가장 듣기 좋은 말, 가장 즐겁고 의욕이 샘솟게 하는 말을 믿고 한 걸음 나아가보기를 권한다. 근거 따위는 아무래도 상관없다고, 그보다는
상대방이 해주는 듣기 좋은 말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여 우쭐해 하는 단순함이 때로는 중요할 때가 있다고 말한다.
재능 있는 사람은 주변에 반드시 그를 칭찬해주는 사람이 있고, 본인도 그 칭찬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여 우쭐해 하는 능력을 갖고 있습니다. 상대방의 말을 듣고 우쭐해 하며 자신감을 갖는 것은 경박하고 꼴사나운 게 아닙니다.
오히려 미래를 향해 더 크게 날갯짓할 수 있는 멋진 둔감력을 가진 것이죠. / 103p
결혼 생활을 오래 한 사람들은 입을 모아 “너무 예민하게 굴면 안 된다.”, “좀 더
마음을 너그럽게 가져야 한다.”라고 조언합니다. 그들 역시 울컥하는 마음에 다투기도 하겠지요. 하지만 그들은 크게 싸우는 일은 없을 겁니다.
왜냐하면 둔감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둔감력이 있으면 사소한 말다툼이 큰 싸움으로 번지는 일은 막을 수 있습니다. 결정적 순간에 서로
양보하고 물러서는 것, 바로 그게 결혼 생활의 지혜입니다. / 145p
안타깝게도 책에는 둔감력의 다양한 장점들을 열거하고 있지만 둔감력을 기르기 위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들은
무엇인지 구체적인 실천 의지들을 다루지 못한다는 점에서는 아쉬움을 남긴다. 하지만 모든 일은 생각하기 나름이라고, 어떤 일이든 유연하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게 중요하다고, 둔감하고 아량 있는 마음가짐이 세상을 살아가는 데 얼마나 큰 힘이 될지를 염두에 두는 유연한 사고의 필요성은
꼭 마음에 새겨볼 일이다.
오늘날 만병의 근원이 스트레스라고 하지 않던가. 예민한 감정으로 나의 에너지를 쓸모없는 일에까지 소모하기보다
너그러운 마음으로 둔감하게 살기를 자처해볼 것, 그것이 스트레스도 줄이고 결국 내 삶을 건강하게 하는 지름길이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