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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네시스 - 우주, 지구, 생명의 기원에 관한 경이로운 이야기
귀도 토넬리 지음, 김정훈 옮김, 남순건 감수 / 쌤앤파커스 / 2024년 2월
평점 :
'제네시스' 란 책 제목은 저자가 학회 강연에서 만난 제놀디 신부의 성경 창세기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정한 것이라고 책 후기에서 밝힌다.
저자는 창세기가 유대인들이 환란 중에서도 정체성을 잃지 않고 오늘날까지 생존 할 수 있도록 만들어 준 텍스트라는 점에서 감동을 받았다.
이 책 또한 제목을 제네시스라고 지은 것도 인류가 어떤 어려움이 닥치더라도 우리의 기원을 이해하고 존재의 가치를 되새겨 미래의 문명을 계속 창조해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비롯되었다고 고백한다.
'우리는 누구이며 어디로부터 왔는가'라는 질문은 인간의 가장 근본적 물음이자 최고의 질문이다.
종교와 철학과 과학은 접근 방법만 다를 뿐 모두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라 볼 수 있다.
저자 귀도 토넬리는 입자 물리학자로 '힉스 보손' 발견에 핵심 역할을 한 과학자이다.
과학자는 종교인이 신을 믿는 것처럼 과학을 신봉한다. 하지만 다른 점이 있다면 새로운 과학적 원리가 발견되면 기존의 법칙은 폐기된다는 점이다.
'코스모스' 하면 우리는 질서와 조화로 이루어진 우주를 생각한다. 하지만 저자는 이러한 질서에 대한 편견을 버려야만 새로운 세계로 진입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제네시스는 성경의 첫 번째 책인 창세기다. 창세기에는 신이 7일만에 세상을 창조했다고 나온다. 저자는 세상의 기원을 창세기에 빗대어 설명한다. 책의 구성도 일곱장으로 나누어 진행한다.
저자가 구분한 우주 탄생의 첫 날은 빅뱅이 있는 날이다.
빅뱅 전에는 무가 아닌 진공 상태였다고 한다. 여기에서는 빅뱅 직후의 급팽창 이론에 대한 설명이 나온다.
둘째날은 빅뱅이 일어난지 1000억 분의 1초 이후의 사건이다. 힉스입자에 대한 설명과 급팽창 후 우주의 대칭성과 깨어짐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셋째날은 100만분의 1초에서 3분까지로 쿼크와 양성자에 대한 내용이 담겨있다.
넷째날은 특별히 중요한 변화 일어난다. 급격한 속도가 거의 멈추다시피 할 정도로 느려지고 10조도 였던 우주의 온도가 3천도에 가까워지고 다시 3도 이하로 떨어진다. 이때 최초의 원자들이 형성되고 빛과 암흑물질이 생성되었다고 한다. 이 시기는 38만년까지 이어진다.
다섯째 날은 2억년쯤 되었을 때 첫번째 별이 탄생한다. 그리고 10억년까지 메가스타라고 태양의 100배에서 200배나 큰 대형 스타들이 등장한다.
이들이 사멸하면서 생긴 별들이 태양과 같은 종류의 별들이다.
블랙홀도 생기고 최초의 은하도 이때에 형성된다.
여섯째 날은 빅뱅 후 40억년까지의 사건들을 다룬다.
주로 은하와 블랙홀에 관한 내용이다. 5억년 이후부터 생성되기 시작한 은하들은 30억~40억년 이후 까지 계속 만들어 진다
대형 블랙홀들을 잡아먹는 궁수자리A는 매우 흥미로웠으며, 이것은 현재 과학자들이 우주의 비밀을 알려줄 대상으로 기대를 크게 모으고 있다.
마지막 일곱째 날은 빅뱅 후 90억년 이후의 모습이다.
이 시기는 행성이 만들어지는 시기이다. 태양계가 형성되고 원시 생명체가 지구에서 생기기 시작한다.
단세포에서 시작된 생명체의 활발한 운동은 식물과 동물 그리고 인간이라는 존재에까지 이르게 된다.
여기까지가 본문 내용을 간략하게 요약했다.
이 책은 과학 이론만 실려있는 것이 아니라 다른 분야의 이야기도 믹싱되어 흥미를 돋군다.
초기 우주의 대칭이 깨어지는 문제를 조르조네의 제단화에 비유하여 설명하고 있는데 저자의 예술적 식견도 높다는 생각이 든다.
태양 중심에서 중력과 강력사이의 싸움은 크로노스와 제우스의 전쟁으로 재미있게 묘사했다.
우주 배경 복사에 대한 설명은 이스라엘의 통곡의 벽을 예로 들고 있는데 고대 근동 역사를 공부하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초기 우주에 대해서 수 많은 과학자들이 오랫동안 연구하고 놀라운 발견들을 이루어냈지만 여전히 근본적인 문제들은 확실하게 매듭을 짓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우주 급팽창에 대한 정황은 여러 실험에 의해 확인되지만 아직까지 정확한 역학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고, 암흑 물질과 암흑 에너지 역시 존재한다는 사실은 인정하지만 구성원리에 대한 지식은 오리무중이라고 한다.
그리고 우주탄생의 비밀이 담겨있는 반물질의 소멸 원인에 대해서도 전무한 상태다.
하지만 연구는 계속될 것이고 새로운 입자 가속기도 개발 중에 있다고 하니 언젠가는 우주 시작에 관한 궁극적인 의문이 풀리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이 책은 작지만 강력하다. 우주 탄생의 138억년의 역사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뒤 편의 후기는 이 책을 한 층 격조있게 만들었다.
단지 과학이야기로 끝내지 않고 여기에 철학적 의미를 부여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물리학자가 감수는 했지만 역자는 철학자였던 것이다.
우주 탄생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신의 존재를 묵상했다. 특히 달이 만들어진 것과 목성의 존재를 놓고 볼 때 순전히 우연으로만 돌리기에는 너무 정교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날 내가 존재하기까지 우주는 138억년 동안 몸부림을 해왔다는 사실이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이 서평은 출판사 서평행사에 참여하여 제공받은 책으로 자유롭게 작성했음을 알립니다.